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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를 지피는 아궁이

나는 영혼을 팔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큰불
작품등록일 :
2012.08.11 00:15
최근연재일 :
2013.04.19 04:23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350,049
추천수 :
2,275
글자수 :
193,430

작성
12.03.01 08:59
조회
6,837
추천
90
글자
7쪽

심화 1

DUMMY

“뭐야, 시발.”

한 소년이 상실을 알아보지 못하고 욕지기를 주워섬긴다. 다른 녀석들도 방해받았다는 사실에 분노하여 인상을 썼다.

“야, 안 꺼져?”

상대의 키가 크고, 몸이 다부진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로지 하던 일에 방해꾼이 등장했음이 화가 날 뿐이었다. 하지만 단 한 명. 상실의 얼굴을 알고 있던 지원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린다.

돌아보진 못했지만 목소리만으로 누가 등장했는지 깨달은 지현도 읍읍 소리 내어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실은 그녀에게 힐끔 시선을 줄 뿐, 지원에게 더 관심을 보였다.

분명 이전까진 병아리에 불과한 애송이였다. 그런데 지금 보니, 제법 맛있는 냄새를 풍기고 있다. 막상 먹기에는 좀 비린 감이 있지만, 좀 더 자극한다면 훌륭한 끼니가 될 여지가 보였다. 그리 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지도 않았다.

“너로구나.”

소년이 슬며시 웃는다. 아까 받았던 시선의 주인이 이 놈임을 단박에 깨달았다. 자신을 자살로 몰아갔던 것도, 중학교 때 앞장서서 괴롭혔던 것도, 압도적인 힘에도 불구하고 적의를 보이는 것도, 감히 자신의 것을 건드리는 것도 이놈이다.

“훌륭해.”

“뭐?”

다른 누군가가 말하자, 소년이 그를 바라본다. 그의 눈동자에는 노기와 당혹감만이 남아있을 뿐, 상실을 알아보는 것 같지는 않았다.

“너, 나 몰라?”

“몰라, 병신아.”

그가 답하는 순간, 상실이 계단을 박찼다. 어찌 반응할 사이도 없이 단번에 소년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린다. 달려가던 기세 그대로 손에 잡힌 녀석을 벽면에 후려쳤다. 콘크리트 벽을 타고 미미한 진동이 일고, 갑작스런 타격에 대상이 숨도 쉬지 못하며 버르적거린다.

“꺽, 커억, 끅.”

꺽꺽거리는 소년을 바닥에 떨어뜨린 상실이 그를 내려 보며 히죽 웃었다.

“나는 알거든. 반갑다.”

그리곤 가차 없이 배를 걷어찼다. 북 터지는 소리가 나며 구석으로 날아간 소년이 바들바들 몸을 떤다. 그 얼굴을 발로 밟으며 이리저리 건드리던 상실이 다른 이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다시 말하지만 반가워. 알아서 찾아오다니, 너희들 사람이 됐구나?”

“누, 누구야, 너.”

“나?”

그가 여유롭게 웃으며 성큼 다가섰다. 지현을 잡은 손을 놓고 물러서는 중학교 때의 악연에게 한 달음에 다가서며 손바닥으로 뺨을 후려친다. 짝 소리와 함께 핏물이 허공에 뿌려진다. 고개가 획 돌아간 소년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진다. 상실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무방비의 배를 밟았다.

“끄윽!”

“내가 누구냐고?”

압사시킬 듯한 압력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소년이 발버둥 쳤지만 빠져나오기엔 어림도 없다. 그와 상실의 사이엔 어른과 아이보다도 큰 힘의 차이가 있다.

“흡, 흐윽.”

어떻게든 숨을 쉬려 노력하는 것을 비웃으며 한 순간 강하게 배를 밟자 괴이한 소리와 함께 축 늘어진다. 남은 두 소년에게 고개를 돌리자, 그들이 화들짝 놀라 물러선다.

“너는 알지? 박 지원. 잘 알잖아. 내가 누군지 알고도 이런 짓을 벌였으니, 감당 할 각오는 되어 있겠지?”

“사, 상실아.”

풀려난 지현이 기다시피 다가오자, 상실이 그녀를 일으켜 세운다. 그러곤 자신의 뒤로 고갯짓했다.

“옷 입고 물러나 있어.”

“상실? 이 상실이라고?”

지원과 함께 물러서고 있던 소년이 경악하여 말했지만, 아무도 그에 신경 쓰지 않았다. 지현은 벗겨진 옷을 입으며 지원을 표독스레 노려보고 있었고, 지원은 바들바들 떨리는 다리를 가누지도 못했다.

“그래, 나다.”

고개를 끄덕이던 상실이 팔을 뻗었다. 상대가 피하려했지만, 너무도 쉽게 멱살을 잡힌다. 이때를 틈타 지원이 도망 가려했지만, 상실은 그를 용납하지 않았다.

발을 걸자 요란하게 계단에 고꾸라진 그를 밟으며 멱살을 잡아든 소년을 면전으로 끌어온다. 얼굴을 마주하며 고개를 갸웃하던 상실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영훈이었나?”

“나, 나는…….”

그가 뭐라 말하려했지만 상실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 왼손으로 뺨을 후려치자 입안이 터지며 피가 주륵 흘러 나왔다.

“짖지 마.”

위압적으로 으르렁거린 그는 재차 따귀를 올려붙였다. 연방 핏물이 터지며 소년의 얼굴이 붉게 부어오른다. 몇 번이나 때렸을까, 결국 실신해버린 소년을 아무렇게나 집어던진 그가 발치에서 떨고 있는 지원에게 고개를 숙였다.

“지원아.”

나직한 음성에 지원의 몸이 흠칫 굳는다. 그의 머리칼을 잡은 상실이 그대로 들어올렸다.

“으아아아!”

머리가죽이 벗겨질 것 같은 통증에 상실의 손을 잡으며 발버둥 친다. 그를 가만히 보고 있던 상실이 빈손으로 배를 때렸다.

“커헉.”

몸을 움츠리며 고통을 피력하지만 타인의 고통은 상실에게 있어선 양식일 뿐이다. 아직 풋내가 나지만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 다시 배를 때리자 움찔 몸을 떨더니 우웩 토사물을 쏟아낸다.

“지원아.”

더러워진 입가를 아랑곳하지 않으며 따귀를 올려붙인다. 지원의 고개가 홱 돌아가고, 손으로 투둑 머리칼이 끊어지는 감촉이 느껴진다.

“지원아.”

반대편 뺨을 때린 상실이 머리를 잡은 그대로 벽에 밀어붙였다. 두개골이 부서질 것 같은 압력과 통증은 소년이 견딜 만한 게 아니다.

“으아, 키야앗!”

숫제 발작을 일으키는 그를 단단한 지면에 내던진 상실이 느린 걸음으로 다가갔다. 지원이 고통에 버둥거리면서도 상실을 피하기 위해 기었지만, 등이 밟힘과 동시에 그 시도는 무산되었다.

상실이 등을 밟은 그대로 몸을 앞으로 숙이며 물었다.

“왜 그랬니? 무슨 오기로 내 거를 건드린 거야? 응? 미친 거냐?”

머리칼을 잡아 고개를 뒤로 젖힌 소년은 눈을 마주하며 스산하게 웃었다.

“조용히 살지, 왜 그랬어?”

마주한 눈동자의 초점이 흔들린다. 그러다 지원의 시선이 지현에게 향했다. 적개심 어린 한 쌍의 눈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초라하게 짓밟히는 자신을 보고 있었다.

보지 마, 제기랄. 보지 말라고, 이런 모습 보지 말라고!

“씨발, 보지 마!”

갑작스런 고함에 지현이 깜짝 놀랐다. 그를 보고 있던 상실이 지현과 지원을 번갈아 보더니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왜 이놈이 그리도 무모한 짓을 했는지, 아직도 자신에게 적의를 품고 있는지 연유를 알 것 같았다.

“여물지도 않은 주제에, 수컷은 수컷인가 보구나.”

상실은 어떻게 하면 이놈이 빠르게 먹음직해 질 것인지를 깨달았다. 지현을 좋아한다고? 그렇다면 그 앞에서 비참하게 만들어주지. 부끄러움에 미쳐버릴 만큼의 수치를 주마. 내게 증오를 쌓아라. 나를 죽이려 미쳐 날뛸 만큼의 광증을 보여 봐. 그래, 그 미친놈만큼은 되어야지.

상실이 악마와 같이 웃었다.


작가의말

적절한 절단에 다들 만족하신 것 같아서 기쁘군요. 이번에도 적절히 자릅니다. 애석하게도 자르고 싶어서 자른 건 아니고, 일을 나가야해서 더는 못 쓰겠네요.
어제 올린 글들을 왜 세 개로 나눠서 올렸냐는 말이 있는데요, 그게 제가 미리 써놓고, 스크루지처럼 잘라서 올린 게 아니라 쓰는대로 올려서 그렇습니다. 저는 일단 글을 올려야 다음 분량이 잘 써지거든요. 제 습관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그리고 전에 말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요, 글을 올리는 분량은 순전히 제 맘대롭니다. 한 번에 이천오백 자를 올리건 일만 자를 올리건 말이죠.
댓글, 추천, 선작, 선삭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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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권 - 앞면 +3 13.03.20 1,245 13 16쪽
50 4권 - 탐문 12 +3 13.02.21 1,418 14 11쪽
49 4권 - 탐문 11 +4 13.02.20 1,062 13 7쪽
48 4권 - 탐문 10 +3 13.02.19 897 12 7쪽
47 4권 - 탐문 9 +5 13.02.19 1,071 14 8쪽
46 4권 - 탐문 8 +3 13.02.19 1,434 14 9쪽
45 4권 - 탐문 7 +5 13.02.17 873 11 8쪽
44 4권 - 탐문 6 +3 13.02.17 1,042 9 8쪽
43 4권 - 탐문 5 +2 13.02.16 1,176 11 8쪽
42 4권 - 탐문 4 +1 13.02.05 1,326 12 11쪽
41 4권 - 탐문 3 +4 13.01.24 1,135 12 8쪽
40 4권 - 탐문 2 +1 12.12.31 1,443 10 13쪽
39 4권 - 탐문 +3 12.12.30 2,100 14 12쪽
38 4권 - 심연 +6 12.08.11 2,066 12 2쪽
37 3권 7 +11 12.06.20 2,099 20 8쪽
36 3권 6 +6 12.06.18 1,808 27 8쪽
35 3권 5 +7 12.06.18 1,922 23 9쪽
34 3권 4 +7 12.06.17 1,795 20 9쪽
33 3권 3 +5 12.06.17 1,938 20 9쪽
32 3권 2 +7 12.06.15 2,208 21 7쪽
31 3권 1 +12 12.05.30 2,727 24 8쪽
30 그림자의 밤 5 +13 12.04.30 3,224 37 8쪽
29 그림자의 밤 4 +15 12.04.26 2,816 39 6쪽
28 그림자의 밤 3 +23 12.04.17 3,425 40 9쪽
27 그림자의 밤 2 +36 12.03.25 4,328 45 7쪽
26 그림자의 밤 1 +34 12.03.15 5,135 62 9쪽
25 심화 6 +30 12.03.14 5,203 55 9쪽
24 심화 5 +33 12.03.13 5,263 61 7쪽
23 심화 4 +34 12.03.12 5,524 59 10쪽
22 심화 3 +35 12.03.10 5,870 73 8쪽
21 심화 2 +36 12.03.05 6,630 59 9쪽
» 심화 1 +44 12.03.01 6,838 90 7쪽
19 악의 10 +42 12.02.29 6,517 63 7쪽
18 악의 9 +19 12.02.29 6,066 64 6쪽
17 악의 8 +20 12.02.29 6,583 60 8쪽
16 악의 7 +43 12.02.22 8,195 71 13쪽
15 [2권] 악의 6 +31 12.02.22 7,834 65 6쪽
14 외출 3 +19 11.12.30 12,035 67 9쪽
13 외출 2 +25 11.12.29 12,166 76 9쪽
12 외출 1 +17 11.12.28 12,383 7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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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계약 2 +18 11.12.24 19,793 79 8쪽
2 계약 1 +15 11.12.24 24,653 78 8쪽
1 [1권] 독백 +12 11.12.24 24,662 6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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