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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를 지피는 아궁이

나는 영혼을 팔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큰불
작품등록일 :
2012.08.11 00:15
최근연재일 :
2013.04.19 04:23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349,937
추천수 :
2,275
글자수 :
193,430

작성
12.02.29 17:28
조회
6,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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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글자
7쪽

악의 10

DUMMY

지원은 지현의 집이 어딘지를 알고 있었다. 여섯 채 정도의 아파트가 한 개의 단지를 이루고 있는 곳으로, 경비라곤 늙은이 셋 밖에 없는 허술한 장소였다. 하기야 다른 곳들도 그런 수준이니 여기만 허술하다고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지현보다 빨리 도착하기 위해서 택시를 잡아탄 그는 왜 여기까지 온 건지 의아한 얼굴인 친구들을 독촉해서 지현이 사는 동의 현관에 숨어들었다.

“야, 뭐하는 거야?”

일단 시키는 대로 하기는 했지만 수상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던 하나가 말했다. 지원은 의미심장하게 웃어줬다.

“인간 상실 갈굴 때 재밌었지?”

“어, 뭐.”

“그 비슷한 거야. 쫄았냐?”

“시바, 쫄기는 누가!”

“그럼 기다려. 그거보다 더 재밌을 거니까.”

조용하지만 어딘지 박력 있는 태도에 다른 녀석들도 입을 다물었다. 친구들을 엘리베이터 근처의 비상구에서 대기하도록 한 그는 현관을 엿보며 지현이 오는지를 살폈다. 십 분이 좀 넘게 기다리자, 지현이 모습을 보였다.

다리를 고스란히 보이는 옷차림에 꿀꺽 침이 넘어간다. 머릿속이 어지럽다. 지금 하려는 짓이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었다. 무슨 짓이든, 어떤 것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이 아니라면 절대 하지 못할 것만 같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흥분으로 사고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었지만, 지원은 스스로의 상태를 인지할 수 없었다. 뭐가 옳은지 그른지도 모른다. 발갛게 달아오른 뇌리에선 저지르고야 말겠다는 신호만이 연이어 울려 퍼진다. 그러면서도 한 구석에선 누군가 사람이 같이 들어왔으면 하고 바랐다. 그렇다면 그 핑계를 대고서라도 이 위험한 시도를 멈출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지현은 홀로 현관에 들어섰다.

재빨리 비상구로 돌아온 그는 충혈 되어 번들거리는 눈으로 말했다.

“신호하면 달려가서 여기로 끌고 오는 거다.”

“뭐야, 이거. 겁나 위험해 보이잖아.”

한 명이 겁을 먹고 말했지만, 다른 녀석들은 묘한 기대감이 어린 눈이다. 지원은 그를 비웃었다.

“쫄리냐? 그럼 빠지던가.”

별 거 아닌 도발이었지만, 한창 나이의 소년에겐 먹혀들었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좆도 아닌 새끼가 뭐라는 거야.”

오기를 부리자 지원은 흐 웃으며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내부에서 두 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나가 외쳤다. 지금이야, 지금이 기회야! 다른 하나가 외쳤다. 기다려 사람이 올 수도 있어.

하지만 지현이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는 순간까지 다른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다른 하나가 그를 윽박질렀다. 지금!

“지금.”

조용히 외친 그가 뛰쳐나갔다. 그를 따라 다른 녀석들도 따라나선다. 제일 앞에 선 그가 지현의 뒤에서 팔뚝으로 목을 감고, 한 손으론 입을 막는다. 다른 녀석들은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본능적으로 팔다리를 잡았다. 깜짝 놀란 지현이 발버둥 쳤지만 네 명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팔뚝으로 목이 졸리고, 입이 막혀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소년들이 소녀를 잡아 비상구로 끌고 들어간다.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지원을 따라 충동적으로 행동하던 녀석들도 이제와선 큰일이라는 생각보다 본능적인 욕구가 먼저 곤두섰다. 하얗고 미끈한 다리를 보니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본능이 덜 자란 소년들을 충동질 했다.

그들은 지원을 따라 밑으로, 밑으로 내려갔다. 제정신이 아닌 와중에도 지원은 자신에게 유리한 생각을 떠올렸다. 보통 이 시간에 들어오는 차량은 없다. 아직까지 퇴근시간이 되려면 한 시간은 더 남았고, 설혹 들어오는 사람이 있더라도 지하주차장에서 비상구로 올라오는 이는 거의 없었다. 모두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마련이었으니까.

목적한 지하의 비상구에 도착한 그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여기까지 끌고 오기는 했지만 뭘 해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는 뭘 해야 하는지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한 줄기 이성이 그들의 행동에 제동을 걸었다. 더 가면 정말 돌이킬 수 없다고 외쳐대는 그것을 지원이 끊어버렸다.

“야, 나 알지?”

가학적으로 웃으며 그가 지현과 눈을 마주했다. 두려움에 눈물을 흘리던 소녀의 눈이 커진다. 소년은 씩 웃으며 핸드폰을 꺼냈다. 최신형 스마트폰이 작동하며 녹화기능이 켜졌다.

“떠벌리기만 해봐. 인터넷에 뿌려버릴 거니까. 그럼 니 인생 좆 되는 거야. 알아? 시발, 그러니까 닥치고 있으라고.”

지원은 스스로 무슨 말을 하는지 인지하지도 못하고 되는대로 뱉어냈다. 그러지 말라는 듯 지현이 고개를 저었지만 그는 아랑곳 않으며 길게 늘어진 상의를 걷어 올렸다. 가느다란 허리가 드러난다. 자그마한 가슴을 감싼 속옷이 보인다.

소년은 히죽히죽 웃었다. 기분이 좋았다. 손에 닿는 촉감도, 눈으로 보이는 것도 모두. 이제는 걱정 따윈 들지도 않았다. 자신을 충동질하는 본능에 몸을 맡기면 그만이다.

“시발, 얘가 진짜 상실이 여친이야?”

“몸매 쩌네.”

다른 녀석들이 흥분으로 손을 떨며 말한다. 저마다 잡은 곳을 주무르며 충혈 된 눈으로 몸의 곳곳을 훑는다. 그 시선에 지현은 소름이 돋았다. 눈길과 손길이 닿는 곳곳에서 벌레가 다니는 것 같다. 소름이 돋아 몸서리를 쳤지만, 사지를 억압한 손길은 억세기 그지없다.

살려달라고, 도와달라고 외쳤지만 입과 목이 막혀 읍읍 하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는다. 행여나 소리가 더 커질까 지원이 목을 감싼 팔에 더 힘을 줬다. 지현은 이제 소리는커녕 숨통이 막혀왔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 두려웠다. 상상이 된다는 사실이 더 끔찍했다. 닥쳐올 현실이 상상보다도 더욱 끔찍할 것임을 짐작했기에 무섭다.

엄마, 아빠, 엄마, 아빠,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애타게 외쳤지만 소리는 여전히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누군가 바지를 벗기는 손길이 느껴진다. 발버둥 쳐도 막을 수가 없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광기라 표현할 수밖에 없는 욕정에 휩싸인, 지금은 소년이 아니라 짐승이나 다름없어진 소년들이 마른침을 삼키며 핫팬츠를 거의 벗겨낸 순간, 모두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까지.”

음성이 들려온 방향으로 모두의 고개가 돌아갔다.


작가의말

여기까지가 조판 280페이지, 154603자 입니다.
한 권이 여기서 끝났다면 딱일 거 같은데요. 아쉽게도 책이 아니라 연재분에서 끊는 정도밖에 안 나오는군요.
심화 라는 소제목은 원하던 부분까지 진도가 안 나왔기에 악의로 교체합니다. 여튼 오늘은 이쯤 달릴까요? 간만에 무리했더니 피곤하군요. 롤이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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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4권 - 탐문 12 +3 13.02.21 1,417 14 11쪽
49 4권 - 탐문 11 +4 13.02.20 1,060 13 7쪽
48 4권 - 탐문 10 +3 13.02.19 895 12 7쪽
47 4권 - 탐문 9 +5 13.02.19 1,069 14 8쪽
46 4권 - 탐문 8 +3 13.02.19 1,429 14 9쪽
45 4권 - 탐문 7 +5 13.02.17 872 11 8쪽
44 4권 - 탐문 6 +3 13.02.17 1,041 9 8쪽
43 4권 - 탐문 5 +2 13.02.16 1,174 11 8쪽
42 4권 - 탐문 4 +1 13.02.05 1,324 12 11쪽
41 4권 - 탐문 3 +4 13.01.24 1,133 12 8쪽
40 4권 - 탐문 2 +1 12.12.31 1,441 10 13쪽
39 4권 - 탐문 +3 12.12.30 2,094 14 12쪽
38 4권 - 심연 +6 12.08.11 2,064 12 2쪽
37 3권 7 +11 12.06.20 2,097 20 8쪽
36 3권 6 +6 12.06.18 1,807 27 8쪽
35 3권 5 +7 12.06.18 1,921 23 9쪽
34 3권 4 +7 12.06.17 1,793 20 9쪽
33 3권 3 +5 12.06.17 1,937 20 9쪽
32 3권 2 +7 12.06.15 2,206 21 7쪽
31 3권 1 +12 12.05.30 2,725 24 8쪽
30 그림자의 밤 5 +13 12.04.30 3,222 37 8쪽
29 그림자의 밤 4 +15 12.04.26 2,814 39 6쪽
28 그림자의 밤 3 +23 12.04.17 3,423 40 9쪽
27 그림자의 밤 2 +36 12.03.25 4,326 45 7쪽
26 그림자의 밤 1 +34 12.03.15 5,133 62 9쪽
25 심화 6 +30 12.03.14 5,201 55 9쪽
24 심화 5 +33 12.03.13 5,261 61 7쪽
23 심화 4 +34 12.03.12 5,522 59 10쪽
22 심화 3 +35 12.03.10 5,869 73 8쪽
21 심화 2 +36 12.03.05 6,628 5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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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악의 8 +20 12.02.29 6,581 6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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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2권] 악의 6 +31 12.02.22 7,831 65 6쪽
14 외출 3 +19 11.12.30 12,033 6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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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계약 2 +18 11.12.24 19,791 7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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