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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를 지피는 아궁이

나는 영혼을 팔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큰불
작품등록일 :
2012.08.11 00:15
최근연재일 :
2013.04.19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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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19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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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4권 - 탐문 8

DUMMY

“에이, 시발.”

강섭은 나갈 때보다 더 취해서 돌아왔다.

“개새끼들. 뭐, 영장을 가져오라고? 좆 까고 앉아있네. 퉤.”

복도에 침을 뱉곤 한 걸음씩 숙소로 향했다. 술김에 에스지 엔터테인먼트를 찾아갔었지만 입에서 술 냄새나 풍기는 인간이 사장을 만나겠다는 걸 받아줄 리 없었다. 신분증까지 보이며 꼬장 피우다가 실장이라는 사람에게 영장을 가져오라는 말과 함께 내쫓겼고, 스스로 잘한 게 없음을 알고 있었기에 그는 혼자 술을 퍼마셨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서늘한 공기가 그를 맞이했다. 취기에도 불구하고 팔뚝에 돋아난 닭살을 문질렀다.

“보일러라도 키고 나갈…….”

남자는 우뚝 멈춰 섰다. 무수한 훈련과 단련으로 몸에 베인 움직임을 따라 자세가 낮춰진다. 언제라도 움직일 수 있도록 두 손을 긴장시킨다. 경계와 의문을 담은 시선이 닿은 곳엔 새파랗게 젊은 청년이 있었다.

“안녕하쇼? 술 겁나 빨고 오셨나봐, 새벽이 넘어가는데.”

건들건들하게 한 손을 들어 인사하는 모양새가 동네 양아치와 다르지 않았다. 강섭은 상대의 겉모습에 속지 않았다. 술이 확 깨어 냉정을 되찾은 남자는 반쯤 열린 현관문을 염두에 두며 물었다.

“누구냐, 목적이 뭐지?”

도둑이라면 당장 때려눕혔겠지만 피부에 와 닿는 감각은 그게 아니었다. 어딘가 사람을 위축시키는 위압감이 느껴진다. 일전에 겪었던 괴물과 흡사하다. 도망쳐야 하나? 싸워야 되나?

청년은 눈치를 살피는 남자를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설명해 줘야 돼? 경찰 비슷한 거 같은데, 알아서 눈치 좀 까시지.”

청년이 걸터앉았던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그가 한 걸음 내딛을 때, 강섭은 재빨리 몸을 돌렸다.

들켰다. 분명 그 놈과 같은 족속이다.

머릿속에 연달아 퍼지는 경고를 따라 문을 박차고 복도로 뛰쳐나가려는 순간 시커먼 덩어리가 그를 후려쳤다.

“크흡.”

충경에 벌렁 뒤로 넘어가던 강섭이 그대로 데구르 몸을 굴려 벌떡 일어났다. 방금 전까지 침대 맡에 있던 청년이 어느새 현관 앞에 서 있었다.

“얌전히 가자. 아님 팔다리 몇 개 뽑아 줄까?”

느긋하게 다가오며 손을 들어 올린다. 평범한 인간의 것과 같던 형상이 검게 변화하며 이지러지더니 맹수와 맹금의 발톱을 뒤섞은 듯 흉악하게 변화한다. 청년이 손을 휘두르자 팔이 길게 늘어나 침대를 두 조각으로 갈라버렸다. 강섭이 마른침을 삼켰다.

“……어디로 가는 거냐.”

“가면 알아.”

청년이 휴대전화를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찾았습니다. 어디로 갈까요?”

강섭은 지금이라도 도망갈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며 틈을 노렸다. 상대는 그를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있었다. 허점이라면 수도 없이 보였지만 그건 인간을 기준으로 뒀을 때다. 어찌해야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사이, 통화가 끝났다.

“가자.”

손을 뻗어 강섭의 목을 휘감은 청년이 밖으로 통하는 창문을 활짝 열었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강섭이 의아해하는데, 청년이 창밖으로 몸을 날렸다. 그의 손에 잡혀 함께 허공으로 끌려나온 강섭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맨땅을 밟듯 청년이 허공을 내달리고 있었다.


단정하게 정리 된 호텔 방에 한 남자가 널브러져 있다.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단정하게 시트를 씌운 침대가 있었으나, 어째서인지 그는 아무렇게나 바닥에 누워 꿈틀거린다. 손가락을 움찔거리다가 잠시 뒤 ‘으으으’ 신음을 흘린다. 곧 느릿하게 고개를 들어 눈을 깜빡였다.

“여기가, 어디?”

몇 번이나 눈을 끔뻑이며 비척비척 일어나 앉아 주변을 살핀다. 멍하니 입을 벌리고, 왜 여기에 왔는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꿈이라도 꾸고 있는 듯 정신이 없던 중간, 그가 벌떡 일어났다.

“뭐지? 어떻게 된 거야!”

잔뜩 표정을 찌푸리고 주변을 돌아보던 그는 멀지 않은 곳에 또 한 명의 사람이 쓰러져 있음을 발견했다. 멀끔하게 생긴 젊은 남자였다. 제비 같은 놈이라고 중얼거리며 전날의 기억을 떠올렸지만 왜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술을 마신 것도 아니었고, 밖에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집에서 자고 있었을 뿐이다. 심지어 지금 입고 있는 옷도 잠옷 그대로였다. 그는 다시 쓰러져 있는 작자를 쳐다봤다.

몽유병에 걸린 채로 잠옷을 입고 밖으로 나와서 처음 보는 젊은 놈과 술을 마셨다는 것 외엔 이 상황이 설명 되지 않는다. 물론 그럴 리가 없음은 스스로 잘 알았다. 숙취도 없는데 무슨 술인가. 그렇다면 가장 말이 되는 결론은 하나.

“납치?”

황망하게 중얼거린 그가 주변을 살피다가 밖으로 통하는 문을 찾아 나섰다. 아직도 쓰러져 있는 남자는 아무래도 좋았다. 정말 납치라면 여기 있는 건 멍청한 짓이다.

서둘러 침실을 빠져나가려는데 두 명의 사내가 거실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한 명은 샌님처럼 생긴 중년이었고, 하나는 굉장히 특징 없게 생긴 서른쯤의 남자였다. 샌님은 의자에 앉아 머리를 부여잡고 벌벌 떨고 있었다. 그에 반해 근처에 앉은 평범한 작자는 태평하게 책을 살피고 있다. 자세히 보니 무슨 문제집을 풀고 있는 것 같다. 손에는 펜도 들고 있었다.

잠옷 입은 사내가 눈가를 찡그렸다.

“만학도? 염병, 뭐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시계 든 토끼라도 나오나?”

그의 말에 겁쟁이처럼 떨고 있던 샌님이 고개를 든다. 뭔가 말하려는 듯 뻐끔거리다가 도로 고개를 처박았고, 서른쯤의 만학도는 눈짓도 않고 문제풀이에 여념이 없었다. 남자는 도무지 이 네 명의 인원구성에 어떤 공통분모가 있는지 상상하길 포기했다.

즉각 밖으로 나가려던 그는 문을 지키는 이가 아무도 없음에 의아함을 품었고, 곧바로 안도했다. 괴상한 인간들이었지만 억압하는 이가 호기심이 동했다.

“여긴 뭐야? 모자장수라도 나오나? 아니면 배틀로얄 같은 거라도 해?”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만학도에게 묻자,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마주보다가 고개를 내렸다.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짜증이 치솟으려는데, 대답이 들려왔다.

“금방 끝나.”

무성의하게 말하는 작태가 아니꼽다.

“너 뭐야?”

만학도의 코앞까지 가서 따지자 당사자는 미동도 없는데, 근처에 있던 샌님만 기겁한다. 기듯이 구석으로 도망가는 꼴을 보고 있는데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으으음. 뭐지? 뭐야 여긴?”

제비처럼 생긴 놈이 일어났다 생각한 남자가 뒤를 돌아보니, 정신이 없는지 비틀거리며 침실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그는 곧 세 남자는 발견했는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다가 잠옷 입은 남자를 발견하곤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뭐.”

남자가 짜증스레 반응하자 제비가 미소를 짓는다. 잠옷 사내가 여자 여럿 울렸을 거라 평가하는 사이, 제비가 물었다.

“여긴 선생님 댁입니까?”

“여기가 왜 내 집이야?”

제비는 눈치를 살피다가 만학도를 가리켰다.

“그럼 저분?”

“나도 몰라. 묻는 중이다.”

“그럼 전 가도 되나요?”

“맘대로…….”

잠옷 사내가 으쓱하며 말하려는데, 만학도가 말을 끊었다.

“아니. 조금 기다려. 이제 다 왔네.”

제비와 잠옷 사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본다. 만학도를 내려 보다가 구석의 샌님을 발견한 제비가 고개 돌려 물었다.

“저 사람 왜 저래요?”

“내가 알아? 왜 나한테 물어?”

잠옷 사내의 성질에 제비가 어색하게 웃었다. 하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그 속에 담긴 악의를 읽은 잠옷 사내가 비웃음 지었다.

“눈 안 깔아? 확 후벼 파 줄까?”

방의 네 명 중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하는 그가 말하자 제비가 찔끔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잠옷 사내가 만학도에게 으르렁 거렸다.

“야, 이 새끼야. 너 뭐하는 놈이야? 죽고 싶…….”

본업을 살려 협박을 하려는데, 어디선가 끼릭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밤바람이 밀려든다. 둘이 현관을 향해 고개를 돌렸지만 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 다시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니, 밖의 풍경을 보여주는 커다란 유리문이 열려있었다. 그곳으로 두 남자가 들어서는 걸 본 제비가 말을 더듬었다.

“마, 말도 안 돼.”

창밖으로 멀찍이 보이는 낮은 건물과 간간이 움직이는 차량의 헤드라이트. 그 뒤로 점점 가까이 보이는 어중간한 건물들의 옥상과 고층빌딩 중간쯤의 모습은 여기가 낮은 층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어림잡아 최하 십 층은 될 거라 그가 생각하는 사이, 새로 등장한 청년이 다부진 체격의 남자를 짐짝처럼 바닥에 던져버리고는 만학도를 향해 깊이 허릴 숙였다.

“다 왔군.”

만학도가 문제집을 덮으며 일어섰다. 내팽개쳐진 강섭이 두려움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구석에서 바들바들 떨며 이 모두를 지켜보던 진혁이 제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작가의말

어제는 본의 아니게 낚시를 했습니다. 아마도 이 인간이 또 잠수인가 생각하셨을 분들께는 절대로 아니라고 말해드리겠습니다. 다음 화를 만들어 내겠다고 새벽 다섯 시까지 버티다가 결국 못 쓰고 기절했었거든요. 그 때문인지 낮에는 컨디션이 영 안 좋아서 쓰다 지우다 반복.

여튼 이제 완결까지 연중은 없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올려도 된다고 허락 된 분량 이후에도 쓰고 있다고 생각하셔도 되고요. 출판사에서 최후 통첩이 왔거든요. 이번에도 실패하면 전 고소미가 왜 고소한지 알게 될 겁니다. ㅎㅎ

제 스스로 생각해도 좀 심했죠.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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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권 - 탐문 3 +4 13.01.24 1,133 1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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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4권 - 탐문 +3 12.12.30 2,094 14 12쪽
38 4권 - 심연 +6 12.08.11 2,064 12 2쪽
37 3권 7 +11 12.06.20 2,097 20 8쪽
36 3권 6 +6 12.06.18 1,807 27 8쪽
35 3권 5 +7 12.06.18 1,921 2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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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권 3 +5 12.06.17 1,937 2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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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그림자의 밤 2 +36 12.03.25 4,326 4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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