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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를 지피는 아궁이

나는 영혼을 팔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큰불
작품등록일 :
2012.08.11 00:15
최근연재일 :
2013.04.19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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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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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1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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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그림자의 밤 3

DUMMY

멀리 아파트가 보였다. 하늘에 가득한 어둠을 뛰어넘으며 이동하는 괴물의 속에서, 혼백만 남은 지원은 뛸 듯이 기뻐했다.

저기다. 저기가 지현의 집이다. 잘 자고 있겠지? 기다려, 기다려. 농락하고 능욕하며 죽여주겠어. 네 부모부터 찢어버리고, 울부짖는 너를 천천히 죽일 거야. 예쁘겠지? 팔이 하나 없어도, 피눈물을 흘려도, 그럼에도 너는 학교에서 보던 것처럼 예쁠 거야. 죽어가는 모습도.

곧 벌어질 끔찍한 광경을 떠벌이며 소년의 영혼이 깔깔 웃었다.

그 다음은 상실이다. 나중에 둘 다 이 괴물의 뱃속으로 들어오면 비웃어줄게. 다른 버러지들처럼 소화되어 녹아 사라지는 꼬락서닐 보며 웃어주겠어.

그가 웃는 매 순간마다 아파트의 크기가 빠르게 커졌다. 급격히 가까워진 아파트의 베란다를 괴물이 깨부수며 난입하려는 순간, 그와 시야를 공유하고 있던 지원의 시야가 어지럽게 흔들렸다. 아파트의 모습이 빠르게 멀어졌다.

뭐야? 무슨 일이야?

당황한 지원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바닥에 착지한 괴물이 시선을 옮겼다.

“오호라.”

방금 전까지 괴물이 있던 허공에 한 인간이 부유해 있었다.

묘한 미소를 띤 얼굴로 내려 보는 모습이, 수십 미터나 떨어져 있음에도 코앞에서 보는 것처럼 선명히 보인다.

잊을 수 없는 얼굴, 잊어버릴 수 없는 모습에 지원이 괴성을 질렀다.

네놈!

괴물 또한 습격자를 알아보았다. 계약자에게서 넘어온 기억 속의 인물이다. 이 상실. 그토록 죽이고 싶어 하던 기묘한 분위기의 인간.

시커멓게 도색 된 밋밋한 괴물의 얼굴이 쭉 찢어졌다. 무수한 이빨이 돋아난 입으로 그것이 말했다.

“너로구나.”

자못 유쾌하게 말하는 괴물에게 상실이 답했다.

“이런 거 였군.”

궁금증이 풀렸는지 고개까지 끄덕인 소년이 괴물을 향해 손을 들어올렸다.

“그럼 죽어라.”

그 순간 괴물이 몸을 날린다. 단숨에 몇 미터나 이동한 그가 있던 자리에 시커먼 발톱이 무수하게 솟아났다. 단단한 아스팔트가 잘려나가고 뭉개지며 카득카드득 비명을 지른다.

이동하는 괴물을 따라 상실이 손을 까딱였다. 사방에 가득한 어둠 속에서 시커먼 손길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괴물을 덮쳤다.

그에 대항해 괴물이 두 팔을 휘둘렀다. 양 손에서 검은 기류가 파도처럼 밀려나와 손길들을 일거에 날려버린다.

힘의 폭발을 이기지 못한 바람이 밀려나가며 귀곡성과 같은 섬뜩한 소리가 일었다. 인근에 있던 차량과 상가의 유리창이 깨져 박살나고, 차량들에서 요란한 경보음이 거리를 울린다.

검게 물들어 있던 아파트 곳곳에 불이 들어온다. 잠에서 깨어난 사람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자 상실의 온 몸이 검게 물들었다.

곧 그림자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 형상으로 변화한 그의 몸이 고속으로 괴물을 향해 낙하했다.

“오거라, 형제!”

자신에게 날아드는 상실에게 희희낙락 웃은 괴물이 인근의 차량에 손을 뻗었다. 길게 늘어난 손이 차체를 휘감는가 싶더니 돌멩이 던지듯 던져버렸다.

빠르고 정확하게 날아든 차량을 보며 상실은 칼날 같은 이를 드러내어 웃었다.

날아든 차량에 주먹을 내지른다. 단 일격에 차체가 구겨진다. 우지직 짓뭉개져, 고철덩어리로 화한 중형차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차량이 바닥에 닿기 전, 괴물이 상실을 향해 뛰어올랐다.

길바닥에 떨어진 차량에서 펑 소리와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불길이 치솟아 사방을 밝히고, 사방이 주홍색 빛으로 환해진 허공에서 두 개의 그림자가 격돌했다.

괴물이 주먹을 휘두른다. 본래의 배도 넘게 부풀어 오른 손의 관절부에는 스치기만 해도 살을 찢어버릴 듯 날카로운 뿔이 마구 돋아났다. 그것과 마주해 뻗는 상실의 손 역시 사람이 아닌, 철갑으로 이뤄진 맹금의 발톱과 같은 형상으로 변이한지 오래다.

생김새만으로도 흉악한 무기라 칭해 모자람 없는 둘의 손이 연달아 합을 교환한다.

괴물의 두 주먹이 바람 찢는 소릴 내며 난폭하게 몰아닥쳤다.

인간이라면 순식간에 형체도 알아보지 못하게 박살났을 강격을 상실은 무리 없이 받아냈다. 좌우로 날아드는 공격을 양손으로 쳐내며 허공을 땅처럼 밟아 앞으로 나선다. 한 순간 상실의 팔이 쭉 늘어나며 괴물의 가슴을 찔렀다.

그에 괴물의 가슴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뿔들이 공격을 막아냈지만 충격은 어쩔 수 없는지 튕겨나간다. 상실이 고속으로 그를 따라붙으며 양팔을 휘젓는다. 길게 늘어난 양팔이 채찍처럼 움직여 괴물의 몸을 난타한다.

허공에서 급히 자세를 잡은 괴물이 두 손으로 공격을 막지만 한 번 공방이 교환 될 때마다 쭉쭉 뒤로 밀려난다. 어느새 바닥까지 내려간 괴물에게 지척까지 접근한 상실이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잠깐사이 그의 손이 사람 몸통만큼이나 거대해지더니, 늘어났던 팔이 단번에 수축하며 무시무시한 기세로 괴물을 향해 내리꽂혔다.

단 일격에 지면이 박살난다. 폭탄이라도 터진 듯 고막을 흔드는 소리와 함께 땅이 부르르 떨려온다. 조각난 아스팔트의 파편들이 사방팔방으로 튀어나가 차량과 건물을 부수고 틀어박혔다.

“으악!”

누군가의 비명이 들려오지만 소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여파에 휘말려 누가 죽건 말건, 그에겐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일격을 날린 곳에는 지원을 먹어치운 괴물의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고작 그 일격에 죽을 놈은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렇게도 즐거운 기분이 도로 나빠질 테니까.

즉시 고개를 틀어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바라본다. 역시나 한참 떨어진 곳에 나타난 괴물이 그를 향해 양손을 펼치고 있었다.

고속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움직인 흔적을 발견하진 못했으니. 그렇다면 그림자를 통해 도약했다는 말이다. 그 점이 더욱 상실을 즐겁게 해줬다.

저 놈은 나약하지 않다. 외려 강하다. 손만 대면 죽어 나자빠질 인간들과 비교하자면 그야말로 괴물같이 강하다. 그는 저 괴물이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소년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마음껏 힘을 써본 일이 없었다. 그럴 만한 상대를 만난 적도 없고, 고작 인간에게 그런 힘을 퍼붓는 건 낭비나 다름없었으니까.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괴물에게서 힘의 파동이 일었다. 뭔지는 알 수 없지만 하나 확실한 건 있다. 정면으로 맞으면 위험하다.

판단과 동시에 그의 몸이 자리에서 사라진다. 그림자를 통해 공간도약을 한 순간, 방금 전까지 상실이 있던 자리에 시커먼 힘의 덩어리가 작렬한다.

땅이 폭발하고, 인접한 건물이 지진이라도 맞은 듯 흔들린다. 차량들이 막대한 압력을 이기지 못해 밀려나가 뒤집어졌다.

고요하던 도시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경악하여 벌벌 떠는 인간들의 기척이 사방에서 느껴진다. 베란다에 주저앉아 신을 부르는 목소리와 힘의 여파에 휘말려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는 자들의 절규가 선명하게 들어온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인간의 목숨 따위 알 바 아니다. 어차피 나중에 먹을 식량이니 아까운 감은 있지만 지금 저 앞에 있는 먹이는 인근의 모든 인간을 합한 것보다도 먹음직스럽다.

상실이 두 손을 들어올렸다. 답을 해줘야지. 이런 장기를 보여줬으니, 그도 뭔가 답을 해줘야 할 차례다.

그의 손 위로 흑색 기류가 몰려들어 소용돌이친다. 기다란 창과 같은 형상을 취한 두 개의 마력 덩어리가 몰려든 힘을 주변으로 방출한다. 공기가 떨리며 살벌한 기운이 사방을 잠식했다.

부상을 입어 비명을 지르던 사람조차 섬뜩한 예감에 입을 다물었다.

“받아봐.”

상실이 길게 찢어진 입으로 웃으며 말한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자루 마력의 창이 허공을 꿰뚫었다.

섬전이란 말이 무색하리만치 빠르게 날아든 창을 괴물이 다급히 피한다. 하나의 창이 단번에 아스팔트를 짓뭉개며 땅속으로 파고들어 폭발을 일으켰다.

아스팔트와 인접한 건물이 수면처럼 출렁이는가 싶더니 붕괴되어 산산이 흩어진다. 폭죽처럼 비산하는 파편들 속에 괴물은 다급히 공간도약을 시도했다. 하지만 늦다. 시차를 두고 날아온 창이 괴물의 몸뚱이를 관통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캬아악!”

악다구닐 지르며 튕겨나가는 괴물의 감각에 빠르게 다가오는 상대가 잡힌다. 급하게 공간도약을 통해 십여 미터 떨어진 곳으로 이동한 그는 반격을 준비하다 퍼뜩 놀라 뒤를 돌아봤다. 이미 상실이 그 자리에 있었다.

칼날 같은 관수가 단박에 창에 맞아 찢겨진 상처를 헤집는다. 괴물의 신체 일부가 찢겨져 허공으로 흩어진다. 그 와중에 두 손을 휘둘러 반격하지만 상실은 몸에 닿는 충격을 무시하며 빈손으로 괴물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무지막지한 힘에 괴물의 머리통이 터지며 몸뚱이가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홀로 허공에 남은 상실은 이층 건물의 천장을 박살내며 떨어진 괴물을 향해 오른손으로 총의 모양을 흉내 내어 내밀었다.

“빵.”

총이라도 쏘듯 손목을 꺾어 올리는 순간 괴물이 떨어진 건물을 중심으로 폭발이 일었다.


작가의말

매우 간만에 뵙습니다.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글에 잠시 손을 놨더니, 페이스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네요. 아마 원고는 5월 7일쯤 출판사에 보내게 될 것 같습니다.
책이 나오는 건 오월 중순 내지는 말에 나올 것 같고요.
후딱후딱 써서 후딱후딱 나오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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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4권 - 탐문 +3 12.12.30 2,100 14 12쪽
38 4권 - 심연 +6 12.08.11 2,066 12 2쪽
37 3권 7 +11 12.06.20 2,098 20 8쪽
36 3권 6 +6 12.06.18 1,808 27 8쪽
35 3권 5 +7 12.06.18 1,922 23 9쪽
34 3권 4 +7 12.06.17 1,794 20 9쪽
33 3권 3 +5 12.06.17 1,938 20 9쪽
32 3권 2 +7 12.06.15 2,208 21 7쪽
31 3권 1 +12 12.05.30 2,727 24 8쪽
30 그림자의 밤 5 +13 12.04.30 3,223 37 8쪽
29 그림자의 밤 4 +15 12.04.26 2,815 39 6쪽
» 그림자의 밤 3 +23 12.04.17 3,425 40 9쪽
27 그림자의 밤 2 +36 12.03.25 4,328 45 7쪽
26 그림자의 밤 1 +34 12.03.15 5,135 6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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