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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를 지피는 아궁이

나는 영혼을 팔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큰불
작품등록일 :
2012.08.11 00:15
최근연재일 :
2013.04.19 04:23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349,940
추천수 :
2,275
글자수 :
193,430

작성
11.12.27 06:15
조회
1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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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글자
7쪽

등교 5

DUMMY

학교 뒤편에는 오래 된 창고가 있었다. 예전에는 음악실로 사용했었다고 하는데, 본관을 증축하고 그 옆에 큰 건물을 지으면서 잡동사니를 보관하는 창고로 용도변경 되었다. 전 음악실이자 현 창고인 건물의 뒤엔 이제는 쓰지 않는 오래 된 수돗가가 있다. 물도 나오지 않고, 시멘트를 부어 만든 그것은 물때와 먼지가 쌓여 검회색으로 지저분했다.

본관과도 거리가 멀고, 갈 이유도 없기에 그곳은 자연히 품행이 나쁜 학생들의 모임 터가 되었다. 간혹 담배 피는 놈들을 잡으러 순찰 도는 선생도 있었지만, 경계도 세워놓았기에 잡히는 경우는 드물었다.

상실을 안내한 동갑의 소년은 그보다 한두 살 많은 선배들에게 당도하고서야 긴장하며 말했다.

“데, 데려왔어요. 가도 되나요?”

“어, 그래. 잘했어. 가봐.”

반삭머리에 키 큰 남학생이 어색하게 담배연기를 뱉으며 손짓했다. 소년은 반색하며 꾸벅 인사했다.

“안녕히 계세요.”

“오냐.”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나는 아이에게 킬킬 웃어준 그의 시선이 상실에게 향했다. 눈매가 제법 매서웠다. 곁에서 담배피던 소녀가 상실을 힐끗 보며 남학생에게 물었다.

“얘가 걔야?”

그녀의 눈에 상실은 전혀 세보이지 않았다. 몸은 말라서 힘이라곤 없어 보이고, 키도 크지 않았다. 자신이 싸워도 이길 것 같았다.

“내가 일 학년 꼬마들 얼굴을 어떻게 다 알아, 이년아.”

“아, 씨발. 그따위로 부르지 말랬지?”

“씨발이고 지랄이고. 야.”

그가 담배를 발치에 던져, 비틀어 밟았다.

“네가 상실이냐?”

분위기 잡으며 말하는 그를 보며 상실은 내심 흡족해졌다. 학교에서 본 중 제일 먹음직한 녀석이었다. 물론 어제의 식사보다야 떨어졌지만, 워낙 입맛 떨어지는 인간들을 많이 봐서 이정도면 감지덕지다. 그 외에도 이 자리에 있는 열여섯 명의 인원들 중 셋은 먹을만해보였다. 나중에 학교에서 배가 고파지면 도시락 까먹듯 하나씩 잡아먹으면 될 거란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맞아.”

“맞아? 이 쌍놈의 새끼가. 내가 니 친구냐?”

무리의 대장인 오 신영이 욕설을 하며 분노하자, 주변에 있던 남학생들이 앞으로 나섰다. 도망갈 길부터 막는 모습이 기어오르면 린치하려고 작정을 한 모양이었다.

운동 좀 한 놈들도 끼어있고, 신체조건이 좋은 놈들도 있었다만 그래봤자 인간이다. 그것도 덜 자란. 아무것도 모르는 여학생들은 당연히 상실이 두들겨 맞겠거니 생각하며 담배를 입에 물고 구경하고 있었다.

“빨리 끝내자.”

음식들과 실랑이 벌이기도 귀찮았던 상실은 어쩌고저쩌고 말을 내뱉기도 전에 먼저 움직였다.

앞으로 다가서서 손을 뻗는다. 신영이 반사적으로 피하려했지만, 소년에겐 굼뜨기 그지없다. 그대로 교복의 옷깃을 잡아 목을 졸랐다. 숨통이 턱 막힌 신영이 상실을 쳐서 벗어나려 했지만 그 전에 상실이 배를 때렸다. 센 타격은 아니었다만 숨이 막힌 상태에서 두들겨 맞으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비명도 못 지르고 버르적거리는 사이, 다른 녀석들이 달려왔다.

“씨방새가!”

어디서 배워왔는지 저마다 나름대로의 자세를 취하며 달려들었지만 상실에겐 가소로울 뿐이었다. 사마귀가 곤충들 사이에선 왕 노릇을 할지 몰라도, 사람에겐 대적할 수도 없는 것처럼.

딱히 어떻게 상대할 것도 없이, 손에 쥔 신영을 휘두르고 왼손으로 밀치고 걷어차 버리자 모두 나동그라졌다. 손도 못 대고 나가떨어진 그들에게 질식해 눈이 돌아가려는 신영을 던져준 상실이 물었다.

“더 할래?”

아무도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다음부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알았지?”

“그, 그래.”

개중 누군가 답하자 상실은 자리를 벗어났다. 뒤를 잠깐 돌아보니 실신지경의 신영을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숨넘어갈 듯 헐떡이는 호흡이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그, 그 새끼는?”

정신 차린 신영이 제일 먼저 물어본 건 상실이었다. 그를 흔들던 남학생 중 하나가 고개를 내저었다.

“말도 마, 그 새끼 괴물이야. 쪽도 못쓰고 죄다 나가 떨어졌어.”

“아, 씨발.”

벌렁 누운 그대로 신영은 한숨처럼 욕했다. 상반신을 일으켜 졸렸던 목을 만지자 옷 자국이 선명하다. 듣기론 집안이 가난하다니까 이걸로 진단서를 끊어서 윽박질러볼까 생각하던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겨우 이딴 걸로 제대로 된 진단서가 나올 리 없었다.

“야, 어디 부러진 녀석 없냐?”

이대로 넘어가기엔 억울했기에 물었지만 다들 고개를 내저을 뿐이다. 넘어지며 생긴 찰과상이야 있었지만, 다들 일격도 견디지 못하고 나동그라졌기에 멍도 들지 않았다. 어른에게 떠밀린 애처럼 나가떨어졌을 뿐이었으니까.

“후으. 담배 좀 줘봐.”

그가 손을 벌리며 말하자 누군가 담배를 꺼내들었다. 불을 붙여 연기를 빨아들였지만 억울함이 가시질 않는지 머리를 벅벅 긁는다.

“쪽팔려서 어따 말할 수도 없고. 으아, 젠장!”

십육 대 일로 싸워서 손도 못 대고, 상처랄 것도 남지 않았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자신에게, 그것도 일이 아니라 십육에 속해서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던 그는 연기와 함께 한숨을 토했다.

“가만히 놔둘 거야?”

구경하고 있던 여학생들 중 눈치 없는 애가 묻자, 신영은 버럭 화냈다.

“아까 뭘 보고 있던 거야, 멍청한 년아!”

“깜짝아. 아니면 아니지, 왜 소리 지르고 지랄이야!”

앙칼진 목소리에 머리가 아픈지 이마에 손을 올린 그는 다시 연기를 흡입했다.

“다른 새끼들은 우리가 그 새끼 부른 거 모르지?”

“아까 그 일 학년 빼고.”

상실을 불러오려 심부름시켰던 후배를 떠올린 그는 눈썹을 구겼다.

“그 새끼한텐 닥치고 있으라고 윽박질러. 아, 근데, 방금 그 놈 말이야.”

“어, 상실인가 하는 놈?”

“하, 상실. 진짜 어이상실이다, 정말.”

허탈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여간 그 자식, 어디 가서 떠벌리고 그럴 거 같진 않지?”

“몰라, 씨발. 내가 어떻게 알아.”

“그 새끼 친구 없다며. 떠벌릴 놈도 없을 거 아냐!”

“그야, 그렇긴 그렇지.”

“그럼 오늘 일이 어디 퍼지진 않겠지? 그치?”

불안한 듯 거듭 묻는 그에게 다른 학생들이 주저하며 끄덕였다. 다들 내심 말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럼 이제, 우리만 입 다물면 아무도 모르는 거다. 알았지?”

“어, 응.”

무슨 뜻인지 알아들은 일동이 고개를 주억댔다. 친구들을 확인한 신영은 마지막으로 눈치 없는 소녀에게 말했다.

“너 말이야, 너. 어디 가서 입도 벙끗하지 마.”

“아,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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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권 - 탐문 5 +2 13.02.16 1,174 11 8쪽
42 4권 - 탐문 4 +1 13.02.05 1,324 12 11쪽
41 4권 - 탐문 3 +4 13.01.24 1,133 12 8쪽
40 4권 - 탐문 2 +1 12.12.31 1,441 10 13쪽
39 4권 - 탐문 +3 12.12.30 2,094 14 12쪽
38 4권 - 심연 +6 12.08.11 2,064 12 2쪽
37 3권 7 +11 12.06.20 2,097 20 8쪽
36 3권 6 +6 12.06.18 1,807 27 8쪽
35 3권 5 +7 12.06.18 1,921 23 9쪽
34 3권 4 +7 12.06.17 1,793 20 9쪽
33 3권 3 +5 12.06.17 1,937 20 9쪽
32 3권 2 +7 12.06.15 2,206 21 7쪽
31 3권 1 +12 12.05.30 2,725 24 8쪽
30 그림자의 밤 5 +13 12.04.30 3,222 37 8쪽
29 그림자의 밤 4 +15 12.04.26 2,814 39 6쪽
28 그림자의 밤 3 +23 12.04.17 3,423 40 9쪽
27 그림자의 밤 2 +36 12.03.25 4,326 45 7쪽
26 그림자의 밤 1 +34 12.03.15 5,133 62 9쪽
25 심화 6 +30 12.03.14 5,201 55 9쪽
24 심화 5 +33 12.03.13 5,261 61 7쪽
23 심화 4 +34 12.03.12 5,522 59 10쪽
22 심화 3 +35 12.03.10 5,869 73 8쪽
21 심화 2 +36 12.03.05 6,628 5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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