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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를 지피는 아궁이

나는 영혼을 팔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큰불
작품등록일 :
2012.08.11 00:15
최근연재일 :
2013.04.19 04:23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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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931
추천수 :
2,275
글자수 :
193,430

작성
13.02.17 22:11
조회
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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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8쪽

4권 - 탐문 7

DUMMY

누군가 자신의 뒤를 캐고 있다는 건 매우 불쾌한 일이다. 상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체가 밝혀지면 매우 귀찮아진다. 대한민국 정부가 그를 잡으려들건, 적대하건 스스로에겐 문제가 없다. 몰려들어봤자 벌레 떼에 불과하다. 개미떼가 무섭다고도 하지만 깡그리 불태워버리면 그뿐. 벌레는 날고 기어봤자 벌레다. 단지 그 사실이 엄마에게 알려지는 게 꺼려질 뿐이었다. 소년은 모친이 자신의 정체를 모르길 바랐다. 지금 그대로 아무것도 모르고, 근심걱정 없이 행복하기만을 원했다.

그것을 깨려는 어리석고 멍청한 놈들에겐 크나큰 대가를 줄 것이다. 선악도 중요하지 않고, 맛있고 없고도 중요치 않다. 맛없는 먹이를 놔둔 건 실리적으로 생각했을 때의 일이고, 방해한다면 상대가 그 무엇이라도 쳐 죽이리라. 그게 몇 명이라도.

“바보, 멍청이.”

상념에 잠겨있던 소년은 옆에서 종알거리는 지현에게 힐끔 시선을 줬다. 오전에 상담실 앞에서의 일은 전교로 뻗어나갔고, 상실은 무섭기에 대신 그녀에게 몰려든 부러움과 앙심어린 시선에 하루 종일 불편해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 안다는 투로 말했다.

“다 받아줄게. 속에 쌓아두지 말고 오빠한테 말하렴.”

“누가 오빠야, 누가!”

“물론 나.”

뻔뻔하게 씨익 웃자, 소녀는 멍하니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달아오른 얼굴을 감추기 위함이었다.

“내가 어쩌다가…….”

상실이 대답대신 머리칼을 흩트린다.

“하지…….”

번쩍 고개를 들던 지연은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이 가다온 얼굴과 마주하곤 어어 하고 말을 더듬었다.

“말도 더듬고, 귀엽네.”

“으으.”

날뛰는 심장 탓에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인다. 소년은 낄낄 웃더니만 지현의 뺨을 한 차례 쓰다듬고는 일어났다.

“나 잠깐 갔다 올게, 울지 말고 있어.”

“어디가?”

울지 말라는 말이 신경을 건드렸으나 그보다 상실이 자리를 비우는 게 중요했는지, 동그랗게 뜬 눈으로 바라본다. 소년이 어깨를 으쓱였다.

“같이 갈래?”

“어딘데?”

“화장실.”

“야!”

벌떡 일어나 덤벼들려는 그녀에게 소년이 한 마디 툭 던졌다.

“같이 가려고?”

“우으으.”

지현은 멈칫 하다가 스르르 자리에 앉았다. 상실이 손을 흔들며 밖으로 나갔다.

“그래야 착한 아이지.”


꾸역꾸역 점심을 해치운 진혁은 속이 더부룩했다. 아까 상실과 마주쳤던 것도 그렇고, 눈치 없이 무슨 일이었냐며 물으려드는 동료 여선생 덕분에 얹힌 느낌이다. 담배 한 가치 피면 원이 없겠다고 생각하며 커피나 한 잔 들어 옥상으로 가려는데 상실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밝게 웃는 얼굴이었으나 눈은 웃지 않는다. 빨아들일 듯 어둡게 가라앉은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한 순간 진혁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아, 어. 공부는 자, 잘 되니?”

“아뇨,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서 말이죠.”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뭐라 답해야 할지 맹렬히 고민하던 그는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니?”

“일학년 때 담임선생님께 상담 할 게 있어서요.”

일학년을 강조하는 음성에 진혁의 안색이 창백해진다.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연기하지만 수전증이라도 온 듯 커피를 든 손이 벌벌 떨렸다.

“그, 그래? 근데 선생님이 조금 바쁜데…….”

“괜찮습니다.”

웃으며 끄덕인 상실이 그의 앞으로 바싹 다가선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학생이 차가운 얼굴로 내려보고, 잔뜩 긴장한 선생이 두려운 눈길로 올려본다. 소년은 잠시 정색했던 게 거짓말이었던 듯 웃으며 말했다.

“알지? 내가 누군지.”

나직하고 서늘한. 선생에 대한 학생의 어투라곤 생각할 수 없는 음성에 진혁의 손에 들린 커피가 쏟아진다. 갈색 액체가 바닥을 적시고, 하얀 종이컵이 덩그러니 나뒹군다. 소년은 그것을 밟아 찌그러트리며 공손하게 교사의 손을 잡았다.

“몸이 안 좋으세요? 잠깐 앉아서 쉬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남들에게 들으란 듯 말하곤 나직한 목소리로 진혁의 귓가에 속삭였다.

“따라와. 아니면 전교생과 함께 죽던가.”

진혁은 따라나설 수밖에 없었다.


“개새끼.”

이득수와 통화를 끝낸 강섭은 빠득빠득 이를 갈았다. 이렇게 될 줄은 알았지만 설마하니 이리 노골적으로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뭐? 위험하지 않은 범위? 그딴 게 어딨어, 쌍놈의 새끼야.”

분통을 터트려봤자 바뀌는 건 없다. 하지만 샘솟는 울화는 어딘가에 풀어야했다. 침대를 걷어차고, 의자를 집어던진다. 차라리 뭐라도 깨져서 와장창 소리가 나면 조금 나아질 것 같은데, 숙소에는 기본적인 것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씨발!”

분을 못 이겨 냉장고를 걷어찬다. 냉장고가 나동그라지며 문이 열리고, 가득 들어있던 캔맥주가 쏟아져 여기저기로 굴러갔다. 그 중 하나를 힘껏 차려던 남자는 한숨을 내쉬며 굴러다니는 것들 중 하나를 주워들었다.

“이게 뭐하는 짓이지.”

그가 자조하며 맥주를 목구멍으로 들이부었다. 몇 개인지 모를 수의 캔맥주를 털어 넣은 그는 벌게진 얼굴로 현관을 나섰다.

“씨발, 그래. 죽기밖에 더 하겠냐. 개 같은 이득수 새끼.”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자가용에 앉아 조수석의 자료를 뒤졌다. 나온 건 상실의 소속사에 대한 정보였다.


상담실에는 선객이 있었다. 모여앉아 수다를 떨고 있던 여선생들이 진혁과 상실의 등장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죄송한데, 제가 상담 할 게 있어서요.”

잔뜩 긴장한 진혁 대신 나선 소년이 처연하게 웃으며 부탁하자, 그녀들은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들끼리 눈치를 주고받은 그녀들이 나가자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하던 상실이 문을 걸어 잠갔다. 진혁의 안색이 시커멓게 죽는다.

“얘기 좀 할까? 작게 해야 되지만.”

연기를 집어치운 상실이 으르렁거리며 진혁을 앉힌다. 맞은편으로 의자를 끌어온 소년이 바닥만 바라보고 있는 상대에게 물었다.

“언제부터 알고 있었지?”

진혁은 눈을 질끈 감았다. 설마하니 이렇게 빨리 들킬 줄은 몰랐다. 차라리 모른 척할 걸. 아니, 모르는 척했더라도 그 여선생 때문에 들켰을 거다.

오전에 이곳으로 상실을 불러왔던 여선생을 떠올린 진혁이 벌벌 떨며 물었다.

“나, 날 주, 죽일 거니?”

“선생, 선생님. 원진혁 선생님.”

소년은 사내의 고개를 억지로 잡아 올려 눈을 마주쳤다. 가라앉은 목소리가 육중한 짐승처럼 깊게 울린다.

“내가 먼저 물었잖아요. 그렇죠? 그럼 대답을 해주셔야죠. 응?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이학년 초부터 짐작했다.”

상실이 눈썹을 치켰다.

“그럼 또 누가 알고 있지?”

진혁은 두려움으로 굳어버린 머리를 최대한 굴렸다. 어찌 답해야 살아나갈 수 있을까. 혼자 알고 있다면 죽여서 영원히 입을 막으려 할 수도 있었고, 다른 누군가도 알고 있다하면 조금 더 살 수도 있었다. 반면에 혼자 알고 있다고 하면 혹시나 입을 다물라는 협박으로 끝날지도 모르고, 다른 누군가 알고 있다고 말해도 모조리 죽여 버릴지 모른다.

그는 조심조심 눈을 들어 상실을 바라봤다. 검게 번뜩이는 두 눈의 어디에서도 최소한의 연민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사람 같지 않은, 노한 맹수와 같은 섬뜩한 살의만이 맴돌았다.

“대답.”

상실의 말에 움찔 몸을 움츠린 진혁이 입술을 깨물었다.

“몇 명이나 아는지는, 나도 몰라.”

“단 하나도 아는 놈이 없어?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당장이라도 숨통을 물어뜯을 듯 앞으로 몸을 숙이며 묻는다. 진혁이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알려주면 살려줄 거니?”

소년이 그에게 웃어보였다.

“이봐, 네겐 선택권이 없어. 지금 너는 선생님이 아니고, 나도 학생이 아니야. 나는 괴물이고, 너는 먹이지. 아주 나약한.”

명백한 비웃음에 진혁의 눈에 절망이 스친다. 소년이 흉흉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 기회를 주지. 말해. 너는 분명 알고 있어. 나는 그걸 직감 할 수 있거든. 후회하기 싫으면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아내가, 자식이 돼지처럼 잘려나간 꼴을 보기 전에.”



작가의말

연재 초기가 떠오르네요. 그땐 연참도하고 그랬었는데, 어느새 쌓인 글과 설정에 깔려서 주기가 불규칙해지고, 연중도 하고. 지금은 첫 연재하던 그 때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글이 어렵지가 않아요. 일단 잠들기 전까지 하나 더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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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권 - 탐문 3 +4 13.01.24 1,133 12 8쪽
40 4권 - 탐문 2 +1 12.12.31 1,441 10 13쪽
39 4권 - 탐문 +3 12.12.30 2,093 14 12쪽
38 4권 - 심연 +6 12.08.11 2,064 12 2쪽
37 3권 7 +11 12.06.20 2,097 20 8쪽
36 3권 6 +6 12.06.18 1,807 27 8쪽
35 3권 5 +7 12.06.18 1,920 2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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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권 3 +5 12.06.17 1,937 20 9쪽
32 3권 2 +7 12.06.15 2,206 21 7쪽
31 3권 1 +12 12.05.30 2,725 24 8쪽
30 그림자의 밤 5 +13 12.04.30 3,222 37 8쪽
29 그림자의 밤 4 +15 12.04.26 2,814 39 6쪽
28 그림자의 밤 3 +23 12.04.17 3,423 40 9쪽
27 그림자의 밤 2 +36 12.03.25 4,326 45 7쪽
26 그림자의 밤 1 +34 12.03.15 5,133 62 9쪽
25 심화 6 +30 12.03.14 5,201 5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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