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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를 지피는 아궁이

나는 영혼을 팔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큰불
작품등록일 :
2012.08.11 00:15
최근연재일 :
2013.04.19 04:23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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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3,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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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3.20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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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5권 - 앞면

DUMMY

“이건 뭐야?”

만면 가득 웃음을 띠고 있던 성경철은 권영이 자신에게 내미는 흰 봉투를 받으며 짜증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영이 어색하게 웃었다.

“한 달 정도 쉬었으면 합니다.”

“한 달? 영영 쉬고 싶어?”

경철은 대답대신 바닥만 바라보는 그에게 못마땅한 눈초릴 보냈다. 별다른 경력도 없이, 상실을 관리하기 위해서 매니저로 올렸던 놈인 만큼 이 자리에서 잘라버려도 뒤탈은 없을 거였다.

본래라면 그랬겠지만 상실에게 시달리며 역 노예계약서를 작성한 뒤, 그는 영에 대한 평가를 수정했다.

사장인 자신도 절절 매던 놈에게 일 년이나 붙어있던 녀석이다. 매니저라고 봐줬을 리가 만무하니, 회사와 상실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버텼다는 말이 된다. 그런 상황에서, 그것도 성깔이 장난 아닌 상실에게서 버텼다는 말은 권영이란 놈이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매니저란 말과 다르지 않았다.

경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자신이라도 일 년이나 이상실 같은 놈을 뒷바라지 했다면 한 달 휴가를 낼 수도 있었을 거다. 아니, 솔직히 회사를 때려치우고 다른 곳으로 갔을 터.

“정 그렇다면 쉬다 오게.”

“예?”

아마도 잘릴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영은 어울리지도 않게 사람 좋은 얼굴로 승낙하는 경철에게 놀랐다. 원래라면 이쯤에서 욕이 바가지로 날아들었을 상황이다. 아니, 제대로 된 상황이었더라면 사장과 대면하지도 못했다.

“뭐.”

약이라도 먹은 게 아닐까 의심스런 시선을 보내던 영은 불퉁하게 날아드는 답변에 바로 눈을 내리깔았다. 무슨 바람이 불었건 좋은 게 좋은 거다.

“자네도 상실이 놈에게 시달렸었으니 휴식이 필요했겠지. 알았으니 다음 달부터 출근해.”

사장의 말에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기묘한 얼굴이 된 영은 황급히 표정을 관리하곤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휴가비는 없어.”

“……네.”

꾸벅 허리 숙이고 사장실을 빠져나온 권영은 고개 돌려 닫힌 문을 바라보다가 회사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가 어디로 가는지 알았더라면 경철은 경기를 일으키며 휴가 대신 사표를 수리했을 것이었다.


새벽같이 일어난 정순은 가장 먼저 상실의 방으로 향했다. 여느 때와 같이 아들의 방엔 불이 들어와 있었다. 공부에 방해되지 않으려 조용히 문을 열자, 펜이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책상에 앉은 아들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보고만 있어도 배부른 모습이었지만 그를 바라보는 정순의 표정은 이전과 달리 편하지 않았다. 안타까운 시선으로 아들의 등을 바라보던 그녀는 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조용히 문을 닫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공부하고 있던 소년은 엄마가 나간 자리를 바라보다가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손에 쥔 펜이 백지 위를 노닐었다.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는 정순의 손이 바쁘다. 오븐이 돌아가고, 전기밥솥에선 허연 김이 빠져나오며 따끈한 밥 냄새가 차가운 공기를 대신했다. 요리학원을 다니며 배운 것들을 총동원해 상을 차려낸 그녀는 자신이 만들어낸 것을 보고 뿌듯해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들의 방문을 바라보더니만 어두워진 안색으로 밥과 반찬을 도시락에 따로 담았다.

상실이 방문을 열어 나오자 조용한 아침식사가 시작 되었다.

“잘 먹겠습니다.”

흐뭇한 미소로,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을 복스럽게 비워나가는 아들을 바라보던 그녀는 상실이 자리에서 일어난 뒤에야 식사를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 아들이 먹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배고픈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정순이 식사하는 사이, 양치질을 하고 나온 소년은 힐끗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각은 여덟 시를 조금 넘겼다.

방으로 돌아가 가방에 책을 쓸어 담은 소년은 사복차림으로 밖으로 나왔다.

“다녀오겠습니다.”

학교를 갈 차림도 아니었지만 정순은 가타부타 말하는 대신 준비해 뒀던 도시락을 아들의 손에 들려줬다.

“공부 잘 하고. 지현이한테 안부도 전해주렴.”

“매번 감사하대요. 누워서 잘 먹느라고 살만 쪄갖고.”

투덜거리는 아들의 말에 그녀는 입을 가리며 웃다가 등을 찰싹 때렸다.

“여자애한테 못 하는 말이 없어!”

“지도 좋아하던 걸.”

맞은 자리를 문지르며 엄살을 떨던 상실이 후다닥 밖으로 나섰다.

“갑니다!”

“잘 다녀와라.”

덜컹 문이 닫히고 뛰는 소리가 이어 들려온다. 그때까지도 문 앞에 서있던 정순의 눈가에 물기가 어렸다.

“대견하다, 내 아들.”

손등으로 눈가를 훔치고는 설거지를 시작한다. 그릇들에서 반찬 찌꺼기만 닦아내고 식기세척기에 집어넣고는 버튼을 누르자 뜨거운 물줄기가 여기저기서 치솟았다.

거실의 소파에 앉아있던 그녀는 문득 한 달 전을 떠올렸다.

아들이 다니던 학교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졌었다. 학생과 교사를 합쳐 백 명도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고,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간신히 도망친 생존자들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겁에 질려 떨었고, 모두가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했다.

사건에 관한 내용은 민간에 공개되지 않았다. 보도에서는 내부를 확인하기 위해 들어갔던 베테랑 형사들도 파리하게 질려서 나올 정도였더라고 언급 할 뿐이었다. 몰래 학교에 숨어들어가서 촬영한 기자도 있었는데, 그가 찍은 필름은 전면 모자이크가 되어서 유명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왔었다.

도색이라도 한 것처럼 온통 검붉은 색으로 가득했다. 모자이크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참혹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상실과 지현은 그런 끔찍한 살육의 장소에서 가까스로 살아나왔다. 지현은 두 다리가 부러지고, 한 팔이 잘려나가는 중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해야했었다. 상실의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달려간 정순은 참혹한 상태의 딸을 보고 우는 지현엄마를 달래야했다. 놀란 것은 그녀 또한 마찬가지였으나 상실은 충격 받은 것 외에는 멀쩡해 보였으니까.

지현의 장기입원이 확정 되자, 학교를 나가는 대신 매일같이 병실로 출퇴근하던 상실은 그녀에게 조심스레 학교를 그만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아들이 받았을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도 가지 않았던 정순은 아들을 위해 그렇게 하라했다.

그간 홀로 공부하고 자신을 대신해서 가장의 노릇까지 해왔던 아들에 대한 신뢰가 쌓인 때문이었다. 그녀가 상실을 믿지 않는다면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다만 공부에 대한 걱정이 있었는데, 그건 상실의 한 마디로 해결 되었다.

‘공부요? 나 학교에서 배운 게 아니라 전부 걔한테 배웠는데. 멀리 다른 학교 갈 바에야 걔랑 공부하는 게 더 나아요. 받은 게 있으니, 갚아야지.’

확실히 상실의 성적은 혼자 공부한다고 올릴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지현이 도와줬다는 말을 들으니 그제야 성적의 상승이 납득이 되었다.

몇 달은 입원해야하는 지현과 함께 검정고시를 치겠노라 말하는 아들을 다른 부모라면 경을 쳤겠지만, 정순은 순순히 허락했다. 자신의 아들이 여자 때문에 할 일을 내팽개칠 녀석이었다면 애당초 이만큼이나 해내지도 못했을 것이기에.

상실이 병원을 다니면서 안 그래도 친해졌던 옆집의 지현엄마와도 더욱 친분이 두터워졌다. 요즘에는 미안하고 고마운 감정이 깊어졌는지 거의 친자매와 같이 살갑게 대했다.

둘이 학교를 나가지 않게 된 건 다니던 학교가 무기한 휴교를 하게 된 상황과 다르지 않았다. 살아남은 아이들 중 현장을 목격한 이들은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대부분이 정서불안 등의 정신장애를 겪으며 학교에 다닐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교사들 역시 마찬가지인데다 반 이상이 사건이 벌어지던 날에 살해당해 학교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는 지경이었다. 다른 학교로 전학 수속을 밟는 일이 당국의 지원 하에 빠르게 가능했지만 사실상 생존한 아이들 전부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상태가 아니었다.

그런 상황임에도 꿋꿋하게 지현을 신경 쓰며 공부를 멈추지 않는 아들의 모습은 과연 자신이라면 저럴 수 있었을까 싶었다.

한참을 상념에 잠겨 있다가 세척기가 다 돌아갔음을 깨달은 정순은 식기를 정리하다가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에 현관으로 향했다. 지현엄마가 와 있었다.


잠에서 깬 지현은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살아남은 게 용한 상황이었지만 두 다리가 부러지고, 잘려나간 오른팔에는 철심까지 박는 대수술이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고통에 매일같이 눈물을 쏟을 정도로 끔찍했다. 견딜 수 있었던 건 상실 덕분이었다.

지금 쓰고 있는 일인실도 상실이 넣어 준 것이었다. 보험상 괴물에 의해 벌어진 일은 재해로 인정되지 않아 보험금이 많이 나오지 않은데다, 부모님의 벌이로 일인실은 무리가 있었다.

“잘 잤니?”

곁에 있던 간병인 아줌마가 웃으며 인사했다.

“네, 잘 주무셨어요?”

지현은 말을 해놓고도 아차 했다.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이 잘 잤을 리가 없었다. 소녀의 표정을 본 아줌마는 됐다는 듯 웃었다.

“나도 잘 잤어. 몸은 좀 어떠니?”

“모르겠어요. 조금 나아 진 것 같기도 하고.”

이맛살을 찌푸리는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던 여인이 휠체어를 가져왔다.

“씻으러 가야지?”

“귀찮은데…….”

아픈 게 덜해진 뒤로 매일 아침마다 씻어왔지만 그래도 귀찮은 건 귀찮은 거 였다. 다른 환자들은 며칠 씻지 않아도 상관없었지만 그녀는 다른 환자들과는 조금 달랐다.

“남자친구 오면 잘 보여야지, 이 아가씨야.”

그제야 어쩔 수 없다는 듯 몸을 움직여 휠체어로 향한 지현은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침대에서 옮겨가는데 성공했다.

“감사합니다.”

소녀가 꾸벅 인사했다. 병수발 하는 것도 힘들 텐데 아침저녁으로 씻겨주기까지 하니, 아무리 고용된 사람이라고 해도 미안한 감이 없을 리 없다. 아줌마는 되었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왕자님 오시기 전에 갑시다, 공주님.”

일인실에는 따로 샤워시설이 딸려 있었기에 멀리 가지 않아도 되었다. 순서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문제는 돈. 하루에도 어지간한 호텔 급의 돈이 들어갔지만 그건 상실이 한 방에 해결해버렸다.

‘돈? 그까짓 거보단 네가 더 중요해.’

사랑고백 같은 말이었으나, 당시 상실은 보편타당한 진리에 대해 말하는 투였기에 감동하기에는 미묘했다. 그의 정체에 대해 알기에 사람의 기준으로 판단 할 수 없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사람이 살면서 돈에 얽매이지 않을 수는 없었다.

당장의 병실이나 간병인만 해도 돈이 없다면 꿈도 꿀 수 없다. 덕분에 편하긴 하지만 어쩐지 빚을 진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샤워실에 도착한 지현은 간병인 아줌마의 도움을 받아 씻기 시작했다. 깁스 안쪽이 근질근질한 게 샤워라도 했으면 싶었지만 아직까진 무리였다. 아쉬운 대로 머리감고 세수하는 정도로만 타협했다.

“뉘 집 딸인지 예쁘기도 하지.”

아줌마가 머리를 빗겨주며 말하자 소녀가 배시시 웃었다.

“아줌마는 딸 없으세요?”

“아들만 셋이야. 아주 징그러 죽겠어. 시커멓고 무뚝뚝한 남자가 셋이나 있는데 누구하나 살갑기나 해야지. 역시 엄마한텐 딸이 있어야 한다니까.”

“그래도 든든하지 않아요?”

“그건 그렇지. 어디서 지현씨 같은 며느리만 데려오면 참 좋을 텐데.”

“금방 그러겠죠.”

둘이 수다를 떨던 사이, 간단한 정리가 끝났다. 화장은 어림도 없기에 간단하게 스킨로션 정도만 바른 간병인은 흡족하게 지현을 바라보다가 시간을 확인하곤 손을 흔들었다.

“왕자님 오실 시간 되었네. 방해꾼은 나가 있을 테니, 좋은 시간 되세요.”

“네에.”

홀로 병실에 남은 지현은 시계와 문을 번갈아 바라보며 초조하게 기다렸다. 잠깐이라도 눈을 떼면 상실이 들이닥칠 것 같아, 문에 시선을 고정한지 한참.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아 시계를 보니 오 분도 지나지 않았다.

“시간 되게 안 가네.”

그때, 문이 열렸다.

“잘 잤냐, 돼지야?”

지현이 입원한 병실에 들어서며 상실이 외쳤다. 두 다리와 오른팔에 깁스를 한 지현이 얼굴을 붉히며 바락 소리쳤다.

“누가 돼지야!”

항의에는 아랑곳없이 가방을 한 곳으로 던져둔 소년이 히죽 웃으며 지현의 이마를 꾹꾹 눌렀다.

“너 말이야. 너, 너.”

“우씨.”

“이 팔다리 봐라. 내 두 배도 넘겠다.”

깁스 때문에 두꺼운 덩어리로 보이는 다리를 만지작거리며 말하자 소녀가 멀쩡한 왼팔을 휘둘렀지만 맞을 리가 만무하다.

“깁스거든?!”

“그러시겠지.”

낄낄 웃더니만 가방에서 두꺼운 마커를 꺼내 낙서를 시작한다. 뭐라 쓰는지가 궁금했던지 지현이 안간힘을 써서 몸을 들어 바라보니, ‘체중 70Kg’이란 글자가 쓰여 있었다.

“야!”

“뭐, 왜.”

“아니거든?!”

“뭐가.”

“몸무게 말이야, 몸무게!”

“그러시던가.”

아무래도 상관없단 식으로 대꾸하자 상실을 바라보며 뭔가 말하려던 그녀는 소년의 전신을 위아래로 훑어보곤 입을 다물었다.

“할 말 있냐?”

“으으으.”

“내가 좀 잘났지.”

“그거 반칙이잖아.”

“그래서 뭐. 꼬우면 너도 하던가.”

“음.”

잠깐 고민하던 지현이 절래절래 고개를 내저었다.

“아냐, 됐어.”

“그러든가.”

상관없단 듯 말하면서도 상실은 엷게 웃었다. 그에게 필요한 건 인간인 엄마와 장지현이었다. 동족이 된 순간 이전에 존재하던 인간으로서의 가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설혹 죽게 되어도 그 둘은 인간으로 남아야만 했다. 이기심이나 욕심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게 낫다. 그림자가 되면 힘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외형을 바꿀 수가 있고, 돈이나 권력 또한 손쉽게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행복해질 수는 없었다. 인간이었을 적 바라던 것을 손에 넣는다 한들, 이미 인간을 버렸기에 물질적인 가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람이 개미집이나 개미들의 권력을 탐하지 않는 것과 같았다.

상실이 깊이 바라보자 지현은 어쩐지 안절부절 못하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왜?”

“잠깐.”

소년이 소녀에게 상체를 밀착시킨다. 숨결이 맞닿을 만큼 얼굴과 얼굴이 가까워졌다. 코앞으로 다가온 상실을 보고 지현은 겁먹은 기색으로 몸을 뒤로 기댔다.

“뭐, 뭘 하려고.”

“잠깐만 있어봐.”

날렵한 콧날이 지현의 오똑한 코끝과 마주칠 듯 스쳐간다. 뺨을 거쳐서 목을 훑으며 내려가자 지현의 몸이 바르르 떨렸다. 상실이 손을 뻗어 지현의 가냘픈 어깨가 드러나도록 옷을 내렸다.

“아, 안 돼. 여기선…….”

새빨갛게 익은 얼굴로 미약하게 저항하는데, 오른팔을 감싼 깁스의 끝자락에 코를 박더니 냉큼 본래 자리로 돌아갔다.

“냄새 난다.”

“어? 뭐?”

소년은 능청스레 소녀의 옷깃을 올려 바르게 해주고는 방금 코를 박았던 자리를 툭툭 두드렸다.

“단단히 막아라.”

“야! 이상실!”

지현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상실은 가져온 도시락을 꺼내는데 몰두할 뿐이었다.

“밥 먹자, 밥.”

“내가 밥 먹게 생겼냐!”

“울 엄마가 해주셨는데, 이거 꽤 괜찮은 거 같아. 난 잘 모르겠지만.”

“무시하지 마!”

침대에 붙은 식탁을 세우고, 그 위에 밥과 반찬을 하나하나 올려놓던 상실에게 지현이 악악거렸다.

“시끄러운 입이구만.”

뭐라 말하려던 지현은 다음 순간 입술에 닿는 차갑고 말랑말랑한 감촉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

“이제 좀 조용하네.”

발갛게 물들인 지현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린 상실이 도시락의 뚜껑을 열려는데, 지현이 왼손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왜?”

“또, 또 시끄러워 질 거 같은데…….”

우물쭈물하며 입술을 가리키자 소년이 씨익 웃었다. 소녀의 얼굴은 더 이상 붉어질 수 없을 만큼 빨개졌다.

“거 음탕한 입술이네.”

지현은 아무 말도 못했고, 상실은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감싸고는 진하게 입을 맞춰줬다. 지현이 왼팔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아득히 긴 것 같으면서도 꿈결 같이 짧은 시간이 지나가고, 소년의 차가운 입술이 떨어지자 소녀는 멍한 시선을 보냈다.

상실이 지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밥 먹자?”

“응.”


작가의말

손발이 이사 갑니다. 으으으.

전편에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습니다. 최소 십만 명 죽은 것 같네요. 죽이려던 인물이 아득바득 살고,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놈이 죽고. 스토리엔 큰 지장은 없었지만... 여튼 궁금하면 4권 보세요. 대여점에라도 들어갈 곳이 얼마나 있을진 저도 모르겠습니다.

완결권 원고는 아마 내일 모레 쯤이면 보낼 것 같습니다. 원래 오늘이 기한이었는데, 친척 어른이 돌아가셔서 4권 마감이 좀 늦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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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4권 - 탐문 12 +3 13.02.21 1,418 14 11쪽
49 4권 - 탐문 11 +4 13.02.20 1,062 13 7쪽
48 4권 - 탐문 10 +3 13.02.19 897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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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권 - 탐문 6 +3 13.02.17 1,042 9 8쪽
43 4권 - 탐문 5 +2 13.02.16 1,176 11 8쪽
42 4권 - 탐문 4 +1 13.02.05 1,326 12 11쪽
41 4권 - 탐문 3 +4 13.01.24 1,136 12 8쪽
40 4권 - 탐문 2 +1 12.12.31 1,443 10 13쪽
39 4권 - 탐문 +3 12.12.30 2,101 14 12쪽
38 4권 - 심연 +6 12.08.11 2,066 12 2쪽
37 3권 7 +11 12.06.20 2,100 20 8쪽
36 3권 6 +6 12.06.18 1,808 27 8쪽
35 3권 5 +7 12.06.18 1,923 23 9쪽
34 3권 4 +7 12.06.17 1,795 20 9쪽
33 3권 3 +5 12.06.17 1,939 20 9쪽
32 3권 2 +7 12.06.15 2,208 21 7쪽
31 3권 1 +12 12.05.30 2,727 2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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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그림자의 밤 4 +15 12.04.26 2,816 39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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