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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를 지피는 아궁이

나는 영혼을 팔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큰불
작품등록일 :
2012.08.11 00:15
최근연재일 :
2013.04.19 04:23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350,066
추천수 :
2,275
글자수 :
193,430

작성
13.02.20 03:54
조회
1,062
추천
13
글자
7쪽

4권 - 탐문 11

DUMMY

“사실 물어볼 것도 몇 없어.”

잔뜩 움츠려 떨던 남자가 두려움 섞인 시선을 보냈다. 소년의 말이 이어졌다.

“카미를 죽여주길 바라나?”

뒤에서 지켜보던 잠옷 사내는 사기꾼이란 단어를 떠올렸지만 입이 틀어 막힌 탓에 말이 되어 나오진 못했다. 들썩거리는 턱을 느낀 신영이 입가에 손가락을 세웠다.

상실은 공포감에 대답도 못하고 있는 상대를 닦달하지 않았다. 대신 보다 은밀하고 매력적인 음성으로 구슬리듯 말했다.

“내가 해주지. 나라를 위해 버리려는 그 목숨만 내게 준다면.”

이득수는 망설였다. 놈의 목적이 뭔지 모르는 이상 무작정 승낙할 수는 없었다. 내놓은 목숨이긴 했지만 괴물의 제의가 수상쩍었다.

“아니면 개죽음을 당하던가. 시간은, 삼십 초면 충분하겠지?”

벽에 걸린 시계를 가리키며 말하자 득수의 눈이 흔들렸다. 개죽음과 조국을 위한 희생. 어느 것이 옳은가. 무엇이 더 이득일까.

“십.”

상실이 지나간 시간을 알려준다. 득수는 눈을 감아버렸다. 시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갔다.

“이십.”

뒤엉킨 생각의 타래가 풀리지 않는다. 머릿속으로 남은 시간이 흘러간다. 구, 팔, 칠, 육.

남자가 눈을 떴다. 그는 이대로 개죽음 당할 수는 없었다. 이 자리까지 어떻게 올라왔는가. 썩은 위정자들과 타협하지 않으며, 오직 자신의 신념을 관철한 탓에 미운털이 잔뜩 박혔음에도 아득바득 기어 올라왔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뭐 하나 이룬 것도 없이 이 자리에서 개죽음 당할 수는 없었다. 그럴 바엔 차라리…….

“삼, 이, 일.”

“하겠다.”

이를 악물며 말하는 그에게 상실이 대수롭잖게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지.”

엇 하는 순간 소년의 팔이 그의 가슴을 찔렀다. 단박에 영혼을 뽑아 날름 삼켜버리자 득수는 내부가 텅 비어버린 듯 공허함에 몸부림쳤다.

“동생이 많이 생겼구나.”

구멍 난 가슴에 힘을 불어넣으며 상실이 말했다. 신영이 히죽 웃는다.

“너무 늙은 동생인데요?”

“그럼 동생 하던가.”

아무렇게나 말하는 사이 득수의 몸이 검게 물들었다. 두 괴물의 시선이 몰리자, 잠옷 사내는 자신의 차례가 왔음을 직감하곤 몸부림쳤다. 신영은 아랑곳없이 그림자의 앞에 제물을 던져주었다.

“으아악!”

사내가 도망가려다 털썩 주저앉는다. 힘줄이 잘려나간 사지에선 여전히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괴물이 그를 향해 입을 벌리고, 핏물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괴물의 추적을 맡은 조사팀은 오늘도 지지부진했다. 윗분들은 뭔가 제대로 된 증거가 나오길 바랐지만 지문도 없는 대상을 추적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신나게 쪼이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팀장은 요즘 열심히 돌아다니는 강섭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조사는 잘 되어 가?”

웃으며 말을 걸던 팀장은 갑작스레 느껴지는 오한에 팔짱을 끼며 에어컨을 바라보았다.

“누가 온도 낮췄어?”

건드린 바가 없는 직원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고장 났나 중얼거리는 그를 강섭이 멀뚱히 바라보았다.

“찾았습니다.”

“아, 그래? 뭐라고!”

깜짝 놀란 그가 강섭의 팔을 잡는다. 안경 너머로 휘둥그레 뜬 눈이 심경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언제, 언제 찾았나?”

“오늘 새벽쯤이었죠.”

“잘 했어! 정말 잘 했어. 이제 이 지겨운 작업도 끝이군. 다들 들었나?”

팀원들을 돌아보며 묻자 일동이 잔뜩 상기 된 얼굴로 환호했다. 그들로서도 끔찍한 일이었다.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와 다르지 않은 지긋지긋한 임무. 드디어 그 일이 끝난다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어디 있나, 그 괴물은.”

자신도 기쁘다는 듯 웃는 강섭에게 묻던 팀장의 표정이 괴상하게 변했다. 그가 잡고 있는 강섭의 팔에서 손이 시릴 정도의 냉기가 느껴졌다.

강섭이 손가락을 들어 자신을 가리켰다.

“여기.”

“어?”

팀장이 의문을 표하는 순간 검정은 뭔가가 솟아올랐다.

콰직

팀장의 머리가 산산조각 났다. 피와 두개골 조각, 뇌수와 뇌의 파편, 찌그러진 안구, 박살 난 치아가 수류탄의 파편처럼 비산한다. 사무실 천장과 벽면이 순식간에 붉게 도색 되고, 머리를 잃어버린 팀장의 목에서 꿀럭꿀럭 혈액이 샘솟는다. 머리 없는 시체가 허우적거리며 쓰러졌다. 경련을 일으키는 그것을 팀원들이 멍하니 바라보았다. 현실감 없는 광경에 그들은 숨 쉬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강섭의 팔이 쭉 늘어나 크게 원을 그린다. 열댓 명의 머리가 일거에 터져나갔다. 뒤늦은 비명이 터졌다.

“꺄아아아!”

“으아, 으아악!”

“씨발, 뭐야, 뭐야 이게!”

재빨리 납작하게 엎드리고, 은폐물로 몸을 날리는가하면 사무실 밖으로 내달리는 이들로 내부는 혼란의 도가니다. 피칠갑을 하고 비명을 내지르는 몸이 순식간에 반으로 쪼개졌다. 문으로 도주하던 남자를 따라잡은 강섭의 주먹이 등을 뚫고 들어가 척추를 잡아 뜯었다. 즉시 몸을 돌려 누군가의 심장을 꿰뚫고, 바닥을 기다가 눈을 마주한 자의 머리를 밟아 깨트린다. 양손을 휘저어 인간과 사무용품, 기기 따위를 한 번에 짓이겼다.

아비규환, 피로 물든 옷을 입고, 피와 사체의 조각을 밟으며 생존자들은 강섭이 없는 곳으로 내달렸다. 누군가 의자를 던져 창문을 깨트렸다. 강섭은 빠르고 단순하게 움직이며 하나하나 생명을 꺼트렸다. 얼굴에선 일체의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무표정을 유지하며 개미 밟듯 사람을 죽이는 모습은 지독하게 섬뜩했다.

타앙

총성이 울린다. 거침없이 움직이던 강섭의 고개가 팩 젖혀지고, 이를 악문 남자가 그의 몸통에 연달아 방아쇠를 당긴다. 몸에 구멍이 뚫리고 주춤주춤 물러나는 강섭을 보는 사격자의 눈에 절망이 맺혔다. 구멍 난 어디서도 피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고통에 의한 신음도 없었다. 곧 실탄이 바닥나 찰칵찰칵 공이가 헛돌았다.

얼굴에 구멍이 뚫린 강섭이 그자를 노려봤다. 빈 공간에 진흙이 스며들 듯 상처가 사라졌다.

“아아아…….”

기가 질린 남자가 총을 떨어트렸다. 어느샌가 그의 앞엔 강섭이 나타나 크게 팔을 휘둘렀다. 퍼엉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몸뚱이가 폭죽처럼 튀어나갔다. 피와 장기가 비처럼 쏟아졌다.

“아아악!”

창문을 깨트린 누군가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밖으로 뛰어내리며 비명을 지른다. 총을 주워든 다른 이는 방금 전의 광경을 보곤 입안에 총구를 넣곤 방아쇠를 당겼다.

강섭은 혼돈에 가득 찬 광경을 보며 웃었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인간이었을 적엔 상상할 수 없던, 엄청난 힘에 취해, 사방에 떠다니는 공포와 비명에 취해 한껏 웃어젖혔다.

영혼도 인성도 사라졌지만 후회되지 않았다. 이 힘은 그럴 가치가 있다.

“하하하하하!”

그의 전신에서 불길이 솟아올랐다. 빠알간 혀를 날름거리며 사방으로 옮겨간 화마는 탐욕스럽게 재료를 먹어치우며 순식간에 사무실을 점령해버렸다.

강섭이 불길을 헤치며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직 할 일이 많았다. 죽여야 할 자들이 더 남아있었다.



작가의말

이제부터는 전부터 상상했던 대로 한껏 날뛰게 될 듯 합니다. 너무 오래 끌었군요. 언제 이 부분을 쓰나 안달하다가 지쳐서 나가 떨어져서 글이 멈췄던 것 같기도 하고요.

 

잘 알고 계시겠지만 이 족속들은 악마입니다. 상실이가 유해 보였던 건 제가 오래 쉬었던 것도 있고, 엄마라는 고삐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 고삐를 신경쓰지 않을 상황이라면 상실이도 크게 다를 바가 없죠. 다른 놈들이 얌전한 건 순전히 눈에 띄여 잡아먹히지 않기 위함이니까요.

 

생각 같아서는 끝까지 다 쓰고 싶지만 연재는 이번 챕터까지만 해야되겠습니다. 더 날뛸 장면은... 책으로 보시면 될 거에요. 혹시나해서 한 마디 더 붙이자면 아직 탐문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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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4권 - 탐문 12 +3 13.02.21 1,418 14 11쪽
» 4권 - 탐문 11 +4 13.02.20 1,063 13 7쪽
48 4권 - 탐문 10 +3 13.02.19 897 12 7쪽
47 4권 - 탐문 9 +5 13.02.19 1,071 14 8쪽
46 4권 - 탐문 8 +3 13.02.19 1,436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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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권 - 탐문 5 +2 13.02.16 1,176 11 8쪽
42 4권 - 탐문 4 +1 13.02.05 1,326 12 11쪽
41 4권 - 탐문 3 +4 13.01.24 1,136 12 8쪽
40 4권 - 탐문 2 +1 12.12.31 1,443 10 13쪽
39 4권 - 탐문 +3 12.12.30 2,101 14 12쪽
38 4권 - 심연 +6 12.08.11 2,066 12 2쪽
37 3권 7 +11 12.06.20 2,100 20 8쪽
36 3권 6 +6 12.06.18 1,808 27 8쪽
35 3권 5 +7 12.06.18 1,923 23 9쪽
34 3권 4 +7 12.06.17 1,795 20 9쪽
33 3권 3 +5 12.06.17 1,939 20 9쪽
32 3권 2 +7 12.06.15 2,208 21 7쪽
31 3권 1 +12 12.05.30 2,727 24 8쪽
30 그림자의 밤 5 +13 12.04.30 3,224 37 8쪽
29 그림자의 밤 4 +15 12.04.26 2,816 39 6쪽
28 그림자의 밤 3 +23 12.04.17 3,425 40 9쪽
27 그림자의 밤 2 +36 12.03.25 4,328 45 7쪽
26 그림자의 밤 1 +34 12.03.15 5,135 62 9쪽
25 심화 6 +30 12.03.14 5,203 55 9쪽
24 심화 5 +33 12.03.13 5,263 6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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