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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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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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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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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6화

DUMMY

생각해보면 이상하긴 했다.

정체불명의 뼈 흉갑.

그리고 그곳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기운.

도적이 지닐만한 물건과 힘이 아니었다.


아무튼 퀘스트가 완료되자 그는 나에게 증표를 하나 건넸다.


“날갯짓 요새에 가시면 그곳 길드 관리소에 이 증표를 보여주십시오. 그러면 좋은 선물을 하나 내어 줄 겁니다.”


“선물이요?”


“네. 미리 말하면 재미가 없으니, 어떤 선물인지는 그곳에 가서 직접 확인해 보십시오.”


예전에 레이너에게 받은 증표로는 대장간에서 무기를 하나 고를 수 있었다.

하지만 길드 관리원이 내준 증표이기에, 나는 어떤 것을 보상으로 받을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이로써 당장 끝낼 수 있는 퀘스트는 모두 마무리했다.

마지막 남은 것은 목공소 NPC의 퀘스트.

다만 퀘스트 템을 구하기 위해서는 제법 시간이 걸리기에, 이는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할 생각이었다.


NPC라 해서 모두 히든 퀘스트를 주는 것은 아니었다.

성형술사와 잡화점 NPC의 퀘스트는 없었다.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했다.

성형술사는 그렇다 쳐도, 잡화점 퀘스트는 왜 없을까?

태초의 마을에선 미소바에게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었는데, 사실 그것은 내가 금안을 얻기 전의 일.

해서 완료하긴 했지만, 사실 지금도 그 퀘스트 발동 조건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하여튼 마지막 퀘스트를 위해, 나는 건물 밖으로 나와 손바닥 위에 검은 새를 소환했다.


“트롤의 숲에 가면 기둥이 크게 세 갈래로 뻗은 나무가 하나 있을 거야. 어딨는지는 나도 모르니까 니가 좀 찾아줘야겠다. 할 수 있지?”


이에 검은 새는 내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로니가 말하기를 이 새는 아주 영리해서 우리가 하는 말을 사람처럼 다 알아듣는다고 했다.

해서 간단한 심부름 같은 것도 잘 해낸다고 하니, 나는 이 새를 활용하기로 했다.

기특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여, 나는 반대쪽 손으로 녀석을 살살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는 하늘 위로 손바닥을 올리자 녀석은 재빠르게 창공을 향해 날아갔다.


.

.

.


며칠 후.

블러드 나이트 길드를 비롯한 몇몇 길드 및 무소속 플레이어들이 힘을 합쳤다.

날갯짓 고원으로 향하는 길을 뚫기 위해 트롤의 숲의 토벌을 감행한 것.

나는 이에 굳이 끼지 않았다.

내심 내가 등장할 거라는 사람들의 기대가 있었지만, 참여하면 괜히 피곤해질 것 같아 패스.

모인 사람만 2백이 넘었기 때문에 내가 없어도 길을 뚫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아무튼 길은 뚫렸고, 많은 이들이 그 길을 통해 날갯짓 고원으로 향했다.


나 역시 곧 그곳으로 가겠지만, 그 전에 마무리해야 할 일이 하나 있었다.

얼마 전 검은 새가 내가 부탁한 나무를 찾아냈다.

해서 숲속으로 들어와 새의 안내를 따라 그 나무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중간중간 트롤과도 마주쳤다.

제법 강한 몹인 데다, 재생력도 원체 좋은 녀석이라 그리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었다.

물론 일반 플레이어들에게 말이다.

압도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는 로니와 나의 마법이 더해지니, 재생이고 말고 할 것도 없이 트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게다가 룬석까지 착용하고 있으니, 사냥의 지속력이 더욱 늘어나 어지간해선 쉴 필요도 없었다.


룬석이 비싼 이유는 단순히 회복력을 늘려주는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기본적인 자연 회복은 전투 모드가 아닐 때만 이루어지는 데 반해, 룬석으로 인한 효과는 전투 모드중에서도 적용이 된다.

즉, 싸우는 와중에도 HP와 MP가 조금씩 찬다는 말.

피의 룬석은 로니가, 마나의 룬석은 내가 착용하고 있었다.


드문드문 트롤들이 체액을 떨구었다.

이는 C급 힐링 포션의 재료.

제임스에게 갖다 줄 생각을 하며 나오는 족족 인벤에 집어넣었다.


그렇게 숲에 들어온 지 30분이 넘어가던 무렵.


“이거였구나.”


마침내 내가 찾던 그 나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세 갈래로 갈라진 나무.

마치 커다란 삼지창을 땅속에 꽂아 놓은 것 같은 형상이었다.


새는 미리 그 나무 위에 앉아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녀석에게 이리 오라고 말했다.

가볍게 활강하며 새는 내 어깨에 안착했다.

그리고 나는 지팡이를 들어 곧바로 파이어 볼을 소환해 그 나무에 날려 보냈다.


화염이 활활 타오르며 나무와 그 주변의 것을 모두 집어삼켰다.

점차 재가되어 부스러지는 나무.

머지않아 불길이 완전히 꺼지자, 가운데에 있는 기둥만이 새까맣게 그을린 채 남아있었다.

이에 다가가 나는 나무 지팡이로 기둥을 치기 시작했다.

칠 때마다 숯이 된 파편이 힘없이 떨어져 나갔다.

그렇게 수십 차례 숯덩이를 떼어내자.


“이거였구나.”


신기하게도 나무의 심에 해당하는 부분은 전혀 타지 않고 온전히 남아있었다.

키가 사람만큼 자라 오른 죽순 같은 느낌.

진홍색의 이 나무 심이 바로 퀘스트 완료 템이었다.

내가 로니에게 뽑아달라고 부탁하자, 로니는 양손으로 이를 움켜쥐더니 단번에 뿌리까지 뽑아냈다.


“디오. 이제 마을로 귀환하는 건가.”


“아니. 그 전에 들릴 데가 있어.”


목적은 달성했지만, 꼭 이것만을 위해 온 것은 아니었다.

맵을 켜서 위치를 확인해 보니, 공교롭게도 근처에 연못이 하나 있었다.

미소바가 명당으로 집어주었던 또 다른 연못.

방향을 확인한 후, 우리는 연못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도착하고 보니 이전 연못과 크기는 비슷했지만, 그 느낌은 사뭇 달랐다.

좀 더 청량하고 기운찬 느낌이랄까.

주변에 의자 삼아 앉을만한 돌덩이는 보이지 않았다.

이럴 때를 대비해 나는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작은 나무 의자 두 개를 미리 인벤에 넣어왔다.

하나는 내가 앉고 하나는 로니에게 건넸다.

곧 자리를 잡은 후 낚싯대를 드리우자 어깨에 있던 검은 새가 낚싯대 위로 옮겨갔다.


“로니. 얘는 뭐 이름 없어?”


“없다.”


“왜?”


“굳이 붙일 필요가 없었으니.”


무뚝뚝한 로니의 성격상 그럴 만도 했다.


“그럼 내가 이름 붙인다?”


“마음대로.”


나는 새를 살살 쓰다듬으며 어떤 이름이 좋을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이름.


“데미안.”


그러자 새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이제 네 이름은 데미안이야. 알겠지?”


새는 그 이름이 마음에 들었는지, 다시 내 어깨 위로 올라와 머리를 내 목에 비벼댔다.


“데미안은 무슨 뜻인가?”


“내가 사는 세계에서 유명한 소설 제목이야.”


“그렇군. 사람 이름인가?”


“응. 그 책의 주인공이지.”


사실 따지자면 주인공은 싱클레어다.

그런데 그게 뭐 어떤가.

대부분 사람들이 기억하는 인물은 데미안인데.


우리는 말 없이 각자의 낚싯대를 바라보았다.

한참 침묵이 흐르고 로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디오. 이세계에서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남들이랑 비슷해. 일하고, 먹고, 자고. 그리고 시간 날 때 이쪽 세계로 오는 거고.”


“일은 어떤 일을 하는 것인가?”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어.”


“편의점?”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식료품점이랑 잡화점을 섞어 놓은 거라고 보면 돼.”


“흠... 아주 따분하겠군.”


“그렇기도 한데, 이젠 적응돼서 괜찮아.”


“평생 그 일을 하는 것인가?”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갑자기 게임 속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니 기분이 묘했다.


“뭔가 준비를 하긴 해야 되는 데, 그게 쉽지 않네. 일단 먹고 사는 게 중요해서 당분간은 이 일을 계속해야 돼.”


“그렇군.”


“나도 돈만 많으면 일 안 하고 맨날 놀고먹고 싶다. 이놈의 돈이 원수지.”


“후후. 계급이 낮나 보군.”


“계급? 우린 그런 거 없어. 물론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계급이 없다? 그게 무슨 뜻인가?”


나에겐 민주주의가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로니에겐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신분제라는 것이 폐지된 것은 채 200년도 되지 않았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


“말 그대로 계급 같은 게 없어. 신분제도 이런 게 없는 거지. 물론 우리도 옛날엔 다 있었어. 근데 요즘은 없지. 실질적으로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요즘은 어느 수저를 물고 태어났느냐가 그 계급을 나누는 것 같다.


“그럼 왕도 없는 것인가?”


“왕... 이라기보다는 그 비슷한 건 있어. 대통령이라고 하거든. 근데 그걸 5년마다 국민들이 뽑아. 그러니까 백성들이 왕을 뽑는 거지.”


“......”


그 말이 너무 충격적이었는지, 로니는 자신도 모르게 턱이 살짝 벌어졌다.

나는 로니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동안,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낚싯대만 바라보았다.


“...정말로 신기하군. 그런 세상이 있다니...”


사실 우리가 게임에 익숙해서 그렇지, 따지고 보면 게임 속 세계도 우리 입장에선 만만치 않게 신기한 세계다.

마법을 쏘아대지 않나, 마시면 바로 회복되는 포션이 있질 않나, 언데드가 있질 않나.

하지만 이런 이야기까지 했다간, 로니가 더욱 혼란스러워질까 봐 나는 말을 아끼기로 했다.


한참 침묵이 찾아왔다.

입질이 오고 있었으나, 로니는 낚싯대를 당길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고요한 분위기가 이어지던 무렵.


“...또 다른 세계는 내가 전혀 상상치도 못한 곳이군.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디오, 앞으로 종종 너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겠나?”


“그래. 이야기해줄게. 그게 뭐 대수라고.”


충격을 받은 로니지만, 눈빛을 보니 나쁜 쪽으로 충격을 받은 건 아닌듯했다.


“너도 가끔 이야기 좀 해줘. 나도 아직 여기 세계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많거든.”


“그러지.”


그렇게 우리는, 서로가 사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기로 약속했다.

정신이 다시 돌아왔는지, 로니는 낚싯대를 끌어당겼다.

펄떡이며 몸부림치는 물고기.

그가 손을 대자 물고기는 곧 화이트 울프의 가죽으로 변했다.


내 낚싯대 역시 조금 있자 입질이 왔다.

잠시 기다린 후 힘껏 당기자 역시나 물고기가 딸려왔다.

잡자마자 물고기는 펑 하고 리큐르로 변했다.

곧장 인벤에 챙겨 넣으려던 순간.


“...어?”


연못 반대편에서 무언가가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실버 그렘린] [중급]

HP / MP : 100 / 0

공격력 / 마법력 : 0 / 0

방어력 / 저항력 : 60 / 120


부화의 땅에서 활동한 지 한참 됐지만,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녀석.

그런데 여기서 만날 줄이야...

방어력도 미쳤지만 저항력은 아예 부모님이 안 계신 수준이었다.

결국 잡으려면 로니의 도움이 필요했다.

허나 내가 말하기도 전에 로니 역시 녀석을 발견하곤 곧바로 창을 집어 들었다.


우리를 보며 다가올까 말까 머뭇거리는 녀석.

나는 손에 들린 리큐르를 앞에 던져놓았다.

하지만 녀석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유인하려면 더 값이 나가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잠시 고민 후, 나는 후드를 벗어 바닥에 던져놓았다.

이에 오히려 질색하는 표정을 짓는 녀석.

템이면 다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만 꼭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그러면 어떤 게 좋을까?

일단 만만한 것은 골드.

이에 나는 통 크게 1천 골드를 바닥에 뿌릴 생각이었다.


허나 갑자기 눈을 번뜩이는 녀석.

무언가를 보고는 마음에 들었는지 아주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연못 위를 가로질러 달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무협 고수들이 수상비를 쓰는 것처럼.

뭐가 저리도 흥분하게 했나 싶어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로니의 발 앞에 피의 룬석이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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