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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 혹은 망상가

2회차 사운드 엔지니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남궁건
작품등록일 :
2023.08.03 04:12
최근연재일 :
2023.10.15 12:2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39,406
추천수 :
677
글자수 :
361,205

작성
23.10.1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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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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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3쪽

EP 5. 불청객

DUMMY

“혹시 시타르 연주자 아는 분 계세요?”

“난 몰라.”

“저도요. 그런 악기도 처음 알았어요.”


예상대로였다.

나도 생경한 악기니 만큼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민경이한테 혹시 물어봤어요?”

“아뇨. 민경이가 어떻게 알겠어요?”

“······”


이유주는 이민경이 실용음악과 출신인 걸 잊은 걸까?

사무실을 나와 바로 호구엔터를 찾았다.

박호우와 마정도는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아!?”

“야, 인마? 왜 이제 왔어?”

“애들 입원한 병원 들렀다 왔지.”


박호우는 이상 없어 보였지만 마정도는 아직 흉이 남아 있었다.

그나저나 마정도의 표정을 보니 괜히 의심한 거 같아 미안한 마음이었다.


“도라희라고 어딨어?”

“도라희가 아니라 동라희야.”

“그거나 그거나.”

“작가실 가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두 녀석을 번갈아 쳐다봤다.


“야, 너희 혹시 시타르라고 알아?”

“아니?”

“그게 뭐냐?”


역시는 역시였다.


“모르면 됐어.”

“아, 근데 아카에 유미 말이야.”

“알고 있어.”

“어떻게 알아?”

“문자 확인했으니까.”


나는 바로 작가실을 찾았다.

문을 열자 세 여자는 화들짝 놀라 서류를 숨겼다.

이민경은 발끈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빠 노크해야죠!?”

“어? 미안. 근데 나도 여기 대표야.”

“어쨌든!”

“민경이는 방송국에 영원밴드 자진 하차한다고 통보해. 이유는 말하지 말고.”

“아···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이민경도 올 것이 왔다는 얼굴이었다.


“도라희가 누군데?”

“저, 전데요? 근데 동라희에요.”


역시 사건이 일어난 날 블랙스완이라고 소리쳤던 여작가였다.

나는 얼빠진 듯 쳐다보는 나머지 한 명을 쳐다봤다.


“그쪽은 누군데?”

“저, 저는 얼마 전부터 새, 새로···.”

“왜 더듬어?”


그녀는 심하게 말을 더듬었다.


“철환이 오빠 동생이에요.”

“임철환!?”

“이··· 임정음입니다.”

“임정음? 근데 왜 그렇게 더듬냐···.”


환장의 콤비 임철환의 동생이라니.

오빠를 닮아 정말 환장하게 생겼다.

그녀는 홍당무처럼 얼굴이 달아올라 어쩔 줄 몰라 했다.


“호구엔터에서 오빠가 끝판왕이라고 소문나서 그래요.”


뜬금없는 말에 이민경을 쳐다봤다.


“오빠가 젤 무섭대요. 요주의 인물···.”

“참나, 아무튼 민경이는 방송국에 연락하고, 그 시타르 연주자 좀 섭외해봐.”

“시타르요?”

“그래. 임정음? 너도 잠시 나가. 도라희랑 할 얘기 있으니.”

“예···.”


두 사람이 나가고 혼자 남은 그녀는 나를 경계하듯 내려다봤다.


“앉아.”

“예, 근데 저는 동라희입니다.”

“알았어. 도라희.”

“예, 근데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지···?”


그녀가 자리에 앉자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날 애들이 블랙스완에 끌려간 거 어떻게 알았어?”

“예?”

“네가 그때 블랙스완으로 끌려갔다고 소리쳤잖아.”


의심하는 게 나쁘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정체 모를 불청객 때문에 미치기 직전이었다.

그리고 올드보이를 통해 결정적인 증언을 지시한 것이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대체 왜 나를 도와준 것일까?



***



박호은은 소파에 앉아 속 편하게 티비를 보는 아카에 유미를 쳐다봤다.

유미는 시선을 느꼈는지 넌지시 입을 열었어.


“도시타노?”

“아무리 그래도 주인도 없는 집에서 이러는 건 좀 아닌 거 같아.”

“괜찮습니다. 공상에게 문자로 일러뒀습니다.”

“우린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잖아. 더구나 영원과 선우현은 아직 입원 중이야.”

“배효빈은 오케이 하지 않았습니까? 괜찮으니 걱정 마십시오.”


박호은은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도쿄 집에 들러 짐을 싸서 돌아온 유미는 이곳에서 생활하기로 했다.

공백이 문자에 대해 아무런 응답이 없었기에 허락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막무가내로 구는 행동도 문제였지만 진짜는 따로 있었다.


‘나도 여기 들어오려고 했는데··· 이참에 확 짐 싸서 와 버릴까?’


박호은도 자꾸 부딪히는 엄마 때문에 집에서 나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카에 유미가 먼저 선수를 쳐버렸다.


“앞으로 어쩌려구?”

“유튜브 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하···.”

“왜? 호은짱도 끼워주겠습니다?”

“됐어!”


마침 배효빈과 나지안이 집에 왔다.


“언니, 짐은 다 풀었어요?”

“아닙니다. 가구가 오면 풀겠습니다.”

“제 방 쓰셔도 되는데···. 어차피 원이랑 현이는 같은 방 쓰고 있거든요.”

“싫습니다. 방이 많지 않습니까?”


단칼에 거절하는 유미를 보고 박호은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곧장 일어나 양손을 모아 고개 숙였다.


“미, 미안해요! 유미짱? 효빈 씨는 너 배려해서 한 말이야.”

“아하, 그렇습니까? 하지만 저는 태어나면서부터 혼자 방을 써 왔습니다.”

“효빈 씨, 이해해주세요. 일본에서는 각자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편이라.”


박호은은 유미와 함께 일어나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스미마셍! 스미마셍!”

“아니에요. 유미 언니! 근데 호은 언니도 말씀 편히 하세요.”


배효빈은 양손을 들어 괜찮다고 했다.

박호은은 그녀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저 그럼 실례가 안 된다면 효빈이 방에 내가 들어가면 안 될까?”

“예?”

“뜨악···?”


모두 기겁하며 눈이 커졌다.


“아무래도 집에 있으면 엄마랑 싸우기만 해서···. 제발 부탁드립니다.”


박호은은 다시 배효빈에게 고개 숙였다.

당사자가 아닌 나지안은 그대로 굳었다.


“아···? 식구가 늘어나네. 좋겠다?”

“지안아··· 부탁이 있는데?”

“뭐어?”


배효빈은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다 나지안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원이한테 전화해서 물어봐. 현이도 같이 있을 테니까.”

“뭐라고···?”

“두 분··· 집에 들여도 되냐고.”

“너는?”

“공백 오빠가 허락했다니 나도 괜찮다고 생각해. 아무튼, 네가 물어보는 게 좋겠어.”


박호은은 배효빈을 보며 긴장했다.

결국, 나지안은 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삐약이!

“영원아, 뭐하구 있어?”

-나 책보고 있는데?

“저··· 대표님 동생이랑 유미 님 있잖아. 너희 숙소에서 함께 살아도 돼?”

-뭐어!? 갑자기 그건 왜?

“사실은··· 유미 님이 도쿄에서 짐 싸서 왔거든. 공백 오빠는 이미 다 알고 계셔. 그리고 대표님 동생도 같이 살아도 되냐고···.”


나지안의 전화를 받은 영원은 잠시 망설이며 선우현의 눈치를 봤다.


“난 괜찮아. 어차피 빈방도 많잖아. 그 큰 집에 셋만 있으니 허전하기도 했고.”

“다 들렸어?”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괜찮다고 말씀드려.”

-정말!?

“현이도 괜찮데.”

-알았어. 내일 병문안 갈게.


통화를 끊은 영원은 선우현을 쳐다봤다.


“현아?”

“우리 이럴 때일수록 식구도 많고 왁자지껄한 게 좋지 않을까?”

“그래···. 현아, 아직도 많이 힘들어?”


선우현은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솔직히···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어. 되도록 생각 안 하려고 노력 중이야.”

“문호 오빠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어···.”

“아니야. 차라리 그냥 술 한잔 따라줘 버렸으면 어땠을까 싶어. 그랬으면 오빠도 나도 다치지 않았을 텐데···.”

“현아···. 그건 잘못된 생각이야. 술 따라줬으면 또 뭘 요구했을지 모르잖아.”

“하긴···.”

“우리 잊자. 앞으로 그런 일 없을 거야.”

“그래야지.”


선우현은 애써 미소지었다.

영원은 박호은과 유미를 받아들인다고 했으나 마음이 편치 않았다.

공백과의 사이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전에 아저씨가 좋아하는 여자 있다고 했었잖아. 그게 혹시 박호은 아닐까?”

“아닐걸?”

“네가 어떻게 알아?”

“너 바보니?”

“뭐가···?”


선우현은 읽고 있던 책을 덮었다.


“공백 오빠가 그분 편하게 대하잖아.”

“그게 어때서?”

“그냥 친구 여동생일 뿐이야. 좋아하는 사람 앞이면 엄청 경직되고 불편하거든.”

“네가 어떻게 알아?”

“문호 오빠가 처음에 나한테 그랬으니까. 나도 문호 오빠 처음에 엄청 부담스러워서 대하기 힘들었거든.”

“아···.”

“대표님 동생이 공백 오빠한테 막 팔짱 끼고 그래도 아무 반응이 없다는 건 그만큼 편하다는 거야.”


선우현의 말에 공감할 수 없었다.


‘난 왜 아저씨가 편하지?’


영원은 처음부터 공백이 편했다.

처음부터 가슴을 만져서 그런 걸까?


“표정이 영 아니네?”

“아, 아니야.”

“이제 같이 살면 알 거야. 함께 있다 보면 확실히 감이 올걸?”

“역시 그렇겠지? 적일수록 가까이 둬라!”

“응. 전혀 신경 안 써도 된다고 봐. 난 공백 오빠가 누구 좋아하는지 알 거 같거든.”

“뭐야! 좋아하는 사람이 존재하긴 하는 거구나? 당장 말하는 게 좋을 거야!”

“넌 모르는 게 나을걸? 알면 또 난리 칠 거잖아.”

“아 왱? 제발 알려줘. 우우응?”


영원의 애교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얄밉게도 모든 걸 다 아는 눈치였지만 절대 말하지 않았다.


‘설마 나만 모르는 거야?’


영원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시 책을 읽었다.



***



5층을 찾은 나는 새 가구가 들어오는 모습을 구경 중이다.

박호우의 어머님은 9월까지만이라고 못 박으셨으나 표정은 그렇지 않았다.

딸이 출가하는 것을 두고 보신 거로 보아 아마 거의 포기하신 거 같았다.

박호은이 웃으며 다가왔다.


“오빠? 애들 데리러 안가?”

“어, 이제 가야지.”

“조심해서 다녀와.”


곧장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주차장으로 갔다.

차에 올라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남오수는 그날 소동을 일으킨 깡패들과 그랑컴퍼니의 접점을 확인했다.

금전이 오간 흔적은 없었으나 통화기록과 만난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부탁이니 그랑컴퍼니를 자극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의심했던 세 사람은 모두 혐의가 풀렸다.

동라희도 아무 문제 없어 보였다.


‘지켜본다는 것은 허세인가?’


가장 의심스러웠던 박태양은 열심히 팁을 노리는 블랙스완의 웨이터였다.

그에게 보상을 지급한 것도 CCTV가 없는 구간의 물품보관소로 확인됐다.

결국, 빌런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상당히 치밀하고 용의주도한 놈이다.

다만 어떤 식으로 올드보이에게 접근해서 날 도와준 것인지, 어떻게 내 시나리오를 알고 진술을 지시한 것인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곧장 차를 몰아 한국대 병원을 찾았다.

병실에 들어가자 영원과 선우현은 분주하게 퇴원 준비 중이었다.

문호는 입이 툭 튀어나와 있었다.


“너는 아쉽지만, 최대한 여기서 버텨.”

“네. 저도 그럴 참이었어요.”

“이참에 확 군대 빼줘? 사고 충격으로 대가리가 맛이 갔다면서.”

“아니요? 저 당당하게 군대 갈 겁니다.”

“그래. 역시 나만의 슈퍼스타다!”


문호는 아직 가해자 측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문호는 내가 합의금으로 돈을 뜯긴 만큼 최대한 깡패들을 괴롭힐 생각이라고 이진혁 변호사가 귀띔해줬다.

의외로 독한 구석이 있는 녀석이다.


“오빠, 전화할게?”

“아, 응.”


영원과 선우현을 데리고 병원을 나왔다.


조수석에 앉으려는 영원을 겨우 말렸다.


“뒤에 타.”

“아, 왜요?”

“현이 손 꼭 잡아줘야지?”


다시 만복성 빌딩으로 돌아가는 길.

신호에 걸리자 룸미러로 두 사람을 봤다.


“경연은 참가할 수 없게 됐지만,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경연에 참여하자.”

“어떻게요?”

“현이는 유튜브에 영원밴드 채널 개설해. 수익은 내가 3, 나머지는 N분의 1 하도록 해. 세팅은 민경이가 도와줄 거야.”

“예? 말도 안 돼. 유튜브 개설도 감사한 데 수익도 저희가 7이라고요?”

“그런 거 신경 쓰지마. 내가 허락하면 다 되는 거야.”

“오빠! 정말 감사해요!”

“아저씨, 최고예요!”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이내 운전을 하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 국민밴드 경연처럼 곡을 올리는 거야. 호구 뮤직 채널에도 따로 공지할게.”

“감사합니다! 스튜디오 도착하자마자 얼른 만들게요.”

“그리고 영원에게 부탁이 있어.”

“뭔데요 아저씨?”


영원은 운전석으로 고개를 쑥 내밀었다.

그녀를 조수석을 태우지 않은 이유가 이것이었다. 틀림없이 운전하는 내게 안길 거 같았기 때문이다.


“똑바로 앉아서 벨트 해!”

“옙!”

“곡 좀 써줘. 오크로드가 결승에서 부를 노래.”

“예? 결승이요?”

“그 곡으로 오크로드를 우승시킬 거야. 나지안한테는 미리 말해뒀어.”

“옙!”


씩씩하게 대답하는 모습을 보니 또 웃음이 나왔다.


“곡은 어떤 방해를 받더라도 나는 반드시 이겨내겠다는 내용으로.”

“아···.”

“제목은 에피소드 내셔널 밴드다.”

“예! 잘 알겠습니다!”


똑똑한 아이라 이내 내 의도를 파악한 얼굴이었다.

영원과 선우현은 마주 보며 즐거워했다.


이민경은 내 지시대로 국민밴드에 영원밴드의 불참을 선언했다.

그 후 작가부터 시작해 PD까지 엄청나게 많은 전화가 걸려왔다.

하지만 영원밴드가 왜 불참을 선언했는지는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PD 새끼 표정이 어떨지 기대되네.’


그랑컴퍼니 사주로 악마의 편집을 하려던 인간의 표정이 궁금했다.

영원밴드의 불참 이유를 밝히는 순간이 내 반격의 신호탄이 될 것이니.


‘모조리 증거를 수집해 탑3 결승이 열리기 전에 폭로해버리겠어.’


그랑컴퍼니는 건드리지 말라고 했지만, 국민밴드 PD는 별개의 이야기다.

그리고 이를 폭로하면 메시아가 우승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과거 나와 영원이 당한 걸 똑같이 느껴보면 알 것이다.

마녀사냥당하는 기분이 얼마나 좆같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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