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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 혹은 망상가

2회차 사운드 엔지니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남궁건
작품등록일 :
2023.08.03 04:12
최근연재일 :
2023.10.15 12:2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39,659
추천수 :
677
글자수 :
361,205

작성
23.10.05 12:20
조회
350
추천
10
글자
16쪽

EP 4. 서바이벌 오디션 국민밴드

DUMMY

영원은 공백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는 미처 보지 못한 채 공개홀로 들어가 버렸다.


-오우, 가사가 너무 센 거 아닌가요?

-아니요. 메틀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죠!

-저는 무조건 합격입니다.

-감사합니다!


모니터에는 오크로드의 평가가 이어졌다.

그리고 예상외로 5명 심사위원 중 4명의 합격만 주어졌다. 나머지 한 명은 가사가 강하다는 이유로 불합격시켰다.


“5번 영원밴드 준비하실게요.”

“우리 차례야.”


영원의 말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힘내세요.”

“메시아한테 소리칠 때 속 시원했어요!”

“파이팅! 타이거 9클럽에서 공연하는 거 유튜브로 봤어요.”


영원은 모두의 응원에 어안이 벙벙했다.


“모두 감사합니다.”

“요! 고마워요.”


선우현과 배효빈이 나서 고개를 숙였다.

오디션을 마친 오크로드가 대기실에 들어왔다.


“지안아! 가사 때문에 걱정했는데 합격한 거 같아!”

“오빠! 아직 네 명이라서 몰라요.”


오크로드는 대기길에 오자마자 나지안과 대화를 나누었다.


“휴, 심사위원이 5명이라 압박이 심해.”

“그렇다. 모두 열심히 잘 해라?”

“고마워. 누리 오빠도 수고했어.”


스태프는 초조하게 시계를 쳐다봤다.


“영원밴드 얼른 준비해주세요.”

“예!”


영원밴드가 공개홀로 입장했다.

오디션장인 공개홀의 텅 빈 객석 상석에 심사위원 5명이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카메라와 프로그램 관계자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객선 맨 왼쪽 구석에 공백과 문호, 박호은과 아카에 유미가 있었다.


‘아저씨···.’


영원은 공백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는 야속하게도 문호와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무슨 얘길 하길래 아저씨 표정이 저렇게 심각하지?’


심사위원들은 서류를 읽으며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저는 이 밴드에 큰 기대를 하고 있어요.


심사위원 중앙에 앉은 남중현이 말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선 경연만 봐도 메시아가 영원밴드를 라이벌로 지목한 게 이해가 갑니다.

-라이브로 못 본 게 아쉬울 정도네요.

-오늘 준비하신 곡이 뭔가요?


영원은 그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리퀴드 텐션 익스페리먼트(LTE)의 Acid rain입니다.”


심사위원석이 술렁였다.


-연주곡이잖아요?

-상당히 난이도가 있는 곡인데요?

-아, 저는 정말 기대가 됩니다.

-보컬 없는 곡을 경연에서··· 굳이 왜?


영원은 선우현과 눈빛을 주고받으며 히죽 웃었다.


“예, 저희 연주력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를 도발한 메시아한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따라 해볼 테면 따라 해봐!”

-오우, 이런···.

-이렇게 되면 메시아가 도발한 거 편집하면 안 되겠는데요?

“안 해도 됩니다.”

-그렇군요···? 아무튼,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준비해주세요.


영원은 공백을 쳐다봤다.

공백은 그제야 영원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저씨도 똑똑히 지켜보세요! 나는 메시아도 박호은한테도 지지 않아요!’


영원의 기타와 나지안의 베이스가 동시에 시작되고, 이내 배효빈의 키보드와 선우현의 드럼이 이어졌다.

심사위원이 보는 기준으로 오른쪽에 있던 영원이 앞으로 서서히 나섰다.

그리고 페달을 밟아 톤을 조정한 나지안도 앞으로 나섰다.

선우현의 드럼과 배효빈의 키보드는 여유 있게 시선을 주고받았다.

심사위원 의견처럼 이 곡은 상당한 난이도를 가진 연주곡이다. 하지만 이미 작년 동이제 축제에 이 곡을 염두에 둘 만큼 영원밴드는 자신이 있던 상태였다.


짧은 영원의 기타 솔로가 이어지고 나지안의 베이스와 배효빈의 키보드, 선우현의 드럼이 이어졌다.

그리고 절정을 알리는 때가 오자, 영원이 앞으로 깡충 뛰어오르며 기타 솔로를 시작했다.

그녀는 제대로 즐기는 듯 허리를 좌우로 흔들며 기타를 연주했다.


“젠장, 너무 귀엽잖아?”

“형? 영원이 좋아하는 거 맞죠? 영원이 보니까 완전 귀여워서 미칠 거 같죠? 네?”

“지랄하네. 슈퍼스타라서 봐줬더니, 너 진짜 뒤질래?”


공백은 문호를 보며 정색했다.


“대박! 춤추면서 기타를 연주해?”

“춤추면 대박입니까? 그럼 호은짱은 언제 춤추실 겁니까?”


박호은이 놀라자 아카에 유미는 어리둥절해 했다.

공백은 영원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영원은 기존 Acid rain만 준비한 게 아니라 자신만의 기타 솔로 애드립도 만들었다.

그녀는 기타리스트 존 패트루치에 빙의한 듯 필에 취해 연주를 이었다.


-이제 보니 7현 기타네요?

-기타 연주가 정말 대단합니다.

-베이스도 좋아요. 키보드 드럼은 말할 필요도 없고.

-보컬 없이 이런 곡을 준비하다니.

-자신 있다는 거죠.


심사위원석도 술렁였다.


“잠깐! 영원 기타 설마 7현이야?”

“예? 형, 7현이 뭔데요?”

“7줄···.”


공백은 그제야 영원의 기타가 기존에 연주하던 깁슨 레스폴이 아닌 걸 깨달았다.

자신의 기타 킹브이와 달리 짝이 맞지 않아 짝브이라 불리는 잭슨 RR7이었다.


“굉장합니다. 역시 호은짱이랑 전혀 다른 패턴의 기타리스트입니다.”

“음···. 확실히 잘하긴 하네.

“연주력도 연주력이지만 필링이 특히 좋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박호은은 아카에 유미를 앵 꼽게 쳐다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그녀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영원의 기타 연주는 자신의 것과 틀림없이 전혀 결이 달랐지만 대단하다는 것을.


영원의 기타 솔로 애드립에 이어 배효빈의 키보드가 이어졌다.

이어 영원은 나지안에게 다가가 연주를 주고받으며 연주를 끝냈다.


“감사합니다!”


영원밴드는 일제히 심사위원석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대단한 연주였습니다.

-음, 굉장하긴 한데···.

-마이크 꺼주세요. PD님? 잠시 저 좀 봅시다.


심사위원들은 보컬 없는 연주곡을 어떻게 심사해야 할지 저마다 대화를 주고받았다.

PD와 조연출까지 출동해 긴급하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연주곡이라 평가가 갈리는 듯 했다.


잠시 후, 심사결과가 발표됐다.


-됐습니다. 저는 그냥 합격입니다.

-저도 합격입니다.

-국민밴드의 진정한 다크호스라고 생각합니다. 합격!

-저도 합격드릴게요.

-죄송하지만 저는 보컬 없는 밴드는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불합격입니다.


오크로드와 마찬가지로 영원밴드도 4명의 심사위원에게 합격을 받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영원은 만족한 듯 다시 고개를 숙였다.



***



지금 하는 고민은 단순했다.

내가 가진 자금으로 언론사 하나를 인수해버릴지, 아니면 언론사를 매수해 버릴지.

화를 못 이겨 그랑컴퍼니를 도발한 것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당장이라도 정면 승부를 하고 싶었다.

이미 재산은 수천억대를 돌파했다.

더 이상의 주식 투자는 의미 없다고 판단한 나는 여유분인 500억을 제외하고 모든 재산을 비트코인에 몰방했다.


차준석, 차지연 두 남매가 살려달라며 울부짖고 있다.

나는 좀 더 울부짖어보라며 낄낄거리며 조롱하는 걸 상상했다.

배트맨의 조커로 빙의해 휘 번뜩한 미소를 지으며 차준석과 차지연을 드럼통에 잡아넣은 후 공구리치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이긴 하지만 내게는 충분히 그럴 만한 힘이 있었다.

하지만 결론은 그런 치킨 게임은 즐길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혼자의 몸이 아니다.

내게는 엄마와 친구, 책임져야 할 식구가 있기 때문이다.


영원밴드와 오크로드는 본선 1차에 합격했고, 나머지 본선 경연 촬영이 이어지고 있다.

그 후, 슈퍼위크 일정이 발표될 예정이다.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언론이었다.

과거에 나와 영원을 가장 먼저 공격당한 건 언론이었다.

미디어의 힘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진실에 관심이 없는 대중들은 언론에 쉽게 휘둘린다.

물론 휘둘리지 않는 이들도 존재한다.

팩트체크도 하지 않고 언론에 휘둘리는 이들을 바보라 단정하고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그들 나름대로 일상생활과 더불어 먹고 사는 것에 바쁜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선동을 일삼는 언론이었다.


‘그랑컴퍼니가 언론을 움직이겠지?’


이 불길한 예감은 반드시 현실로 다가올 거 같았다.

짧은 준비 기간이었기에 언론에 대해서 대비하지 못한 게 패착이었다.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홍예화였다.

하지만 그녀는 곧 사법시험 2차 시험을 한 달여 앞두고 있었다.

괜히 연락해서 그녀를 흔들고 싶지 않았다.


결국, 기자는 건너뛰고 김현욱 변호사에게 연락했다.

그는 친한 변호사와 함께 왔는데, 방송에서 자주 보던 얼굴이었다.


“너는 왜 일요일마다 부르는 거야?”

“죄송합니다. 잘 좀 부탁드릴게요.”


김현욱과 함께 온 사람은 이진혁이라는 같은 법무법인 변호사였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근데 유튜브하고 계시죠? 안 그래도 보고 있었어요. 채널 구독자입니다.”

“정말입니까?”

“타이거 9라는게 대체 뭘까 궁금했는데, 호구 뮤직으로 채널명이 바뀌었더라고요.”


그는 우리 유튜브를 초창기부터 구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 저도 유튜브 한번 해보고 싶은데 시도조차 못 하고 있어요.”

“관심 있으면 알려드릴게요. 세팅도 다 해드릴 수 있습니다.”

“오! 제가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요. 역사 관련 유튜브를 해보고 싶은데.”

“법률상담이 아니라요?”

“네, 하하하. 역사라니까 좀 의외인가요?”


이진혁과 대화를 주고받는데 김현욱의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다.


“왜 놀부 같은 표정이세요?”

“언론은 갑자기 왜? 소속 가수들 홍보하려고?”

“아니요. 조만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일이 많이 생길 거 같아서요.”

“명예훼손?”

“그리고 언론사 하나 인수해버릴까 싶은데요. 대책 좀 세워주시죠.”

“뭐, 언론사? 인터넷 신문 말하는 거야?”


두 사람은 언론사 인수 이야기를 꺼내자 놀란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아니요. 선비일보가 곧 시장에 나온다면서요?”

“선비일보 말씀이신가요···? 인수가격이 최소 300억은 나올 텐데요?”

“공백, 너 진심이야!?”

“그럼 진심이죠. 인수 전략 좀 짜주세요.”

“우리 둘이서?”

“아니요. 노들 법무법인에서 나서주셔야죠.”

“우리 로펌에 맡기겠다는 거야?”

“당연하죠. 회계사 쪽도 알아봐 주세요.


김현욱은 이진혁과 파랗게 질려버렸다.


“선비일보 제가 먹겠습니다.”


어쨌든 이제 내가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



김현욱 변호사를 만나고 스튜디오로 돌아가는 길에 반갑지 않은 사람을 만났다.

그는 만복성 빌딩 입구에 차를 세우고 주변을 돌아보고 있었다.

지나간 일이지만 만복성 빌딩을 구입하고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하던 주위 상가주인과 큰 마찰을 빚었었다.

특히 주차장 바로 옆 상가 건물주는 상당히 호전적인 꼰대 영감이었다.

알고 보니 그는 이 근방에 여러 채의 상가를 소유하고 있었다. 더불어 이 지역의 오래된 유지로서 대부업계의 큰손이라 불렸다.


그가 바로 눈앞에 있는 지정주다.

이름만 대도 강남 일대에서 알아주는 괴짜 영감이었다.

그동안 그를 철저하게 무시했던 게 사실이었다. 별로 얽히고 싶지도 않았고 그에게 잘 보일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그에게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뭐야 인마? 너 뭐라 그런겨?”

“안 그래도 어르신께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저 부탁이 있습니다.”

“이게 미쳤나? 안 하던 짓거리를 하네?”


지정주는 여비서와 함께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뒤에 있던 수행원까지 아니꼬운 표정으로 인상을 구겼다.

그동안 ‘싸가지 없는 새끼, 호랑말코 새끼, 대통령보다 나쁜 새끼’라면서 온갖 욕을 퍼부어도 무시하던 내가 굽신거리니 낯선 모양이었다.


최근 호구엔터의 식구들이 불어나고 있다. 박호우가 본격적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녀석과 충분한 상의를 거친 결과 주차장 공간을 줄이고 상가를 짓기로 결정했다.

어쩔 수 없이 예정에도 없던 일이 늘어나고 있었다.


“어르신, 대부업계의 큰 손이시라던데요?”

“뭐? 누가 그래? 나 정당하게 사업하는 사람이여!”

“대부업계라는 말이 나쁜 말은 아닌데요.”

“음···. 너 혹시 돈 필요혀?”

“사실은 좀 필요한데요.”

“호오?”


지정주는 돈 냄새를 맡았는지 흥미를 보였다. 그러나 곁에 있던 여비서에게 귀띔받은 후 안면을 싹 바꿨다.


“안 돼! 너같이 싸가지없는 놈한테는 한 푼도 못 빌려줘!”

“100억인데요.”

“뭐! 100억이라고!? 100억이 좀이여?”

“네. 100억만 꿔주십시오.”


꼬장꼬장한 영감과 비서, 수행원의 표정이 돌변했다.

그들은 표정 관리를 하며 눈알을 굴렸지만 ‘웬 호구가 굴러왔냐?’는 얼굴이었다. 특히 지정주는 땡잡았다는 표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나는 곧장 그의 수행원에게 납치당하듯 차에 태워졌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전혀 예상 밖의 장소였다.


“왜 한옥이 아닙니까!?”

“드라마를 너무 본 거 아녀?”

“여기가 사무실이 아니라 어르신 집이라고요?”

“왜! 그럼 안된다는 법 있어?”


놀랍게도 김상무의 초원정식 상가 3층이 지정주의 집이었다.

그것도 놀라운 데 집이 너무 허름해서 믿기지 않았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암흑계의 큰손은 한옥에 살며 온갖 골동품과 비싼 도자기가 가득한데 지정주의 집은 병풍 하나 없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살림살이였다.

그는 비서에게 서류를 건네받았다.


“어디 보자. 공백이라···.”

“네? 설마 제 뒷조사했습니까?”

“그래. 젊은 놈이 하도 싸가지없어서 조사해봤다. 왜? 경찰에 신고라도 할겨?”

“아, 아닙니다.”


재수 없는 영감탱이였지만 굽힐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나에 대해 여러모로 조사했는지 신상을 조목조목 파악하고 있었다.

검도 국가대표 상비군이었다가 사고를 치고 교도소를 다녀온 것까지.


“아주 흥미로운 놈이여. 엄마가 이사장인 복지재단에서 돈이라도 횡령한 겨?”

“아닙니다. 그럴 리 없지 않습니까?”

“그럼 어디서 돈이 생긴 겨? 그 빌딩 네 거잖아? 친구란 놈을 바지로 내세운 거 내가 모를 거 같어?”

“맙소사?”

“됐어. 아무튼, 신원은 확실한 놈이여.”


침 발라가며 서류를 넘기던 지정주는 유심히 내 얼굴을 관찰했다.


“늑대 상이고 싸가지 없는 게 틀림없는데 이런 재력이 있다라? 어디서 사기라도 친 거 아녀?”

“음···. 저 싸가지 있습니다.”

“지랄하네그려?”


무려 100억을 빌리겠다는데 무슨 말이 이렇게 많은지.

부글부글 끓는 분노를 겨우 진정시켰다.


“나한테 돈 빌리려는 이유가 뭐여? 은행 통하면 훨씬 금리가 낮을텐데!”

“이미 영끌해서 추가 대출이 힘듭니다.”

“정말이지?”

“정말입니다.”


나는 지정주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좋아. 이자는 이렇게 하면 되겠지?”


그는 33프로의 이자를 제시했다.

나는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었지만, 그는 완강했다.

하지만 지지 않겠다는 듯 어떻게든 이자를 깎는 흥정이 시작됐다.


“어르신, 이자 조금만 더 낮춰주십시오. 젊은 청년이 한번 해보겠다지 않습니까?”

“이 싸가지없는 놈이 어디서 청년을 들먹여!? 너 같은 부자가 청년을 팔아먹어? 27%도 엄청 싸게 준거야?”

“24%로 해주십시오.”

“하, 이런 날 강도 같은 놈! 너 도장 찍고 안면 몰수하기 없기다. 알았는겨?”

“당연하죠. 저는 은혜를 아는 인간입니다.”

“개뿔! 그래서 그동안 인사도 안 했냐? 앞으로 생 까면 아주 그냥 죽는겨!”


내가 이 노인네 비위를 맞추며 돈을 빌리는 이유는 하나였다.

건축시공은 인허가부터 설계부터 착공, 마무리까지 1년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주차장 바로 옆에 지정주의 상가가 존재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

이 꼬장꼬장한 노인네의 심기를 건드리면 공사에 차질을 빚을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어르신, 제 신상정보는 어떻게 파악하셨습니까?”

“그건 왜? 다 아는 법이 있는 겨!”

“음, 안 그래도 뒷조사시킬 사람이 필요했는데 잘 됐습니다. 그 사람, 저도 소개 좀 해주십시오.”

“뭐!? 그 뒷조사가 설마 나는 아니지라?”

“그럴 리가요. 연예계 쪽입니다.”


지정주는 내 끈기를 시험하려는 듯 몇 번이고 이유를 캐물었다.

결국, 모든 걸 이실직고 하는 수밖에 없었다.


“좋아. 김양아. 똥물 좀 불러라.”

“알겠습니다.”


지정수의 지시를 받은 여비서는 핸드폰을 꺼냈다.


‘똥물’이라니?


남에 뒤를 캐는 인간이 어떤 쓰레기길래 그렇게 불리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 영감과의 인연으로 의외의 정보력을 얻을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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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P 1. 과거와 현재 +1 23.08.26 1,318 22 14쪽
6 EP 1. 과거와 현재 +1 23.08.25 1,429 17 15쪽
5 EP 1. 과거와 현재 +1 23.08.24 1,519 23 14쪽
4 EP 1. 과거와 현재 +1 23.08.23 1,586 27 14쪽
3 EP 1. 과거와 현재 +4 23.08.22 1,686 28 16쪽
2 EP 1. 과거와 현재 +2 23.08.22 1,828 27 15쪽
1 EP 1. 과거와 현재 +4 23.08.22 2,374 3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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