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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 혹은 망상가

2회차 사운드 엔지니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남궁건
작품등록일 :
2023.08.03 04:12
최근연재일 :
2023.10.15 12:25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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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35
추천수 :
677
글자수 :
3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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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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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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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EP 4. 서바이벌 오디션 국민밴드

DUMMY

-거슬리기까지 합니까?

-예. 못생긴 걸 커버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화장 떡칠한 여자들 개인적으로 혐오하거든요. 실력도 형편없더군요.

-영원밴드 실력 좋던데요?

-하하, 영원밴드 얘기는 여기까지 해야겠군요. PD님 이 부분은 꼭 편집하셔야 합니다.

-하하하!


심사위원들은 별일 아니라는 듯 웃어넘겼으나, 이건 명백한 도발이었다.

3집 앨범까지 낸 메이저 밴드가 겨우 EP 앨범만 발매한 20살 햇병아리 밴드를 이렇게 모욕하다니.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저 새끼가 뭐라는 거야?”

“문호야? 말 가려서 해.”

“짜증 나요. 완전 미친 새끼 아니에요?”

“슈퍼스타가 될 사람은 욕하면 안 돼.”

“칫, 맨날 그 소리··· 대체 언제 슈퍼스타 만들어 주실 건데요?”


분노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웬만해선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문호까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음···? 원수지간이야?”

“그렇습니다. 저들과 원수지간입니까?”


박호은과 유미도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문호는 입술을 깨물다 나를 쳐다봤다.


“백이 형, 설마··· 저 때문에 그런 건 아니겠죠?”

“문호야? 너 또 왜 그래?”

“메시아는 그랑컴퍼니잖아요. 저번에 대기실에 절 알아보고 그런 게···?”

“설마 그러겠어? 쉽게 단정 짓지 마.”

“아니요. 형, 왠지 기분이 이상해요. 차지연이란 여자 소름 돋게 치밀한 구석이 있다고요. 보통 사악한 게 아니에요.”

“······.”


좋게 마무리했다고 생각했지만, 차지연이 영원밴드가 국민밴드에 참가한 걸 알게 되면 자연스레 내가 레이블 대표인 것도 알게 될 것이다.

아니,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뿐 아니라 모욕감도 들었을 것이다.


‘이래서 호텔 라운지까지 갔던 건데.’


메시아의 연주가 시작됐다.

경연이 시작됐지만, 머릿속은 차지연 생각뿐이었다.

정말 그녀가 메시아에게 영원밴드를 언급했다면 이 상황이 이해가 간다.


“형? 백이 형?”

“조용해 봐. 저딴 새끼들 실력은 안 봐도 다 아니까.”

“혹시 저 때문에 화나신 건···.”

“아니야. 나 스스로한테 화났어.”


문호는 내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화가 난 이유는 나 자신 때문이었다.

진작 싸울 대비를 해야 했는데 그동안 피했던 게 사실이었다.

아직은 힘이 부족하다는 이유도 아무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면 맞설 수밖에 없다.


“쟤들 별거 없어. 메이저 스케일도 똑바로 못 잡잖아.”

“맞습니다. 저들이야말로 외적인 거 말고 볼일 없습니다. 그리고 감히 나의 영원을 모욕했습니다.”


박호은과 유미는 메시아를 보며 냉정한 평가를 했다.

거기다가 악담까지 퍼부었다.


“저 보컬 흐느적거리는 거 너무 싫어.”

“맞습니다. 허벅지도 너무 가늘어 부러질 거 같습니다.”

“허벅지는 정도 오빠가 최곤데.”

“그렇습니다. 그 오빠는 힘이 좋습니다. 클럽으로 무거운 장비 옮길 때 봤습니다. 혹시 호은짱 그 오빠 좋아합니까?”

“미쳤어? 우리 오빠한테 빈대 붙던 인간이야! 진짜 너무 싫어!”


박호은을 보며 경악했다.

그녀는 메시아보다 마정도를 더 싫어하는 표정이었다. 마정도가 자신을 좋아하는 걸 알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 같았다.

우리의 평가와 별개로 메시아는 5명의 심사위원에게 모두 합격을 통보받았다.


“저 메시아한테 한소리하고 올게요.”

“문호야? 어차피 다 편집될 거야.”

“그래도요! 저 새끼들이 영원밴드 모욕하는 거 못 보셨어요?”

“됐어. 실력으로 이기면 돼.”


가까스로 흥분한 문호를 말렸다.

그때 무대 위로 오크로드가 등장했다.


“휴, 오크로드네.”

“공상,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크로드도 상당히 잘합니다.”

“흠, 난 모르겠네. 저 오빠들 하는 걸 못봐서. 오빠? 저분들 잘해?”

“내 취향은 아닌데 잘하긴 해.”


박호은은 나를 올려다보며 웃었다.

전형적인 미인이고 귀염상인 그녀는 밝게 미소지었다.

영원이 최근 훌쩍 크지 않았다면 비슷했을 작은 키의 그녀는 오스트리아로 가지 않으려고 어머님과 분투 중이다.


“오빠? 오랜만에 나 보니 좋지?”

“응? 뭐···.”

“나 오빠랑 결혼해버릴까? 힛, 그래서 임신이라도 해버리면 오스트리아 안 가도 되잖아.”

“장난치지 마?”

“그렇습니다. 공상은 따로 좋아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뭐야? 그게 설마 유미짱은 아니겠지?”

“아니, 호은아. 미안한데 잠시만.”


마침 국민밴드 메인 PD가 촬영기사와 얘기하기 위해 내려왔다.

나는 당연히 항의하기 위해 다가갔다.

그런데 어디 숨어있었는지 갑자기 차준석과 여동생 차지연이 먼저 PD 앞에 나타났다.


‘저것들이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걱정과 염려가 현실이 되듯 그랑컴퍼니의 대표와 여동생이 등장했다.

그렇다고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오랜만입니다.”

“어라? 너 청담동 주차장 새끼잖아?”


차준석은 나를 알아보고 개차반처럼 입을 놀렸다.

성질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수도로 울대를 쑤셔 박고 싶었다.


“말이 심하시군요. 여기서 처맞고 개망신 당하고 싶으면 계속 그렇게 입 놀려보십시오.”

“뭐야? 이런 십새끼가?”

“한 번만 더 욕하면 정말 뒤진다 너?”


내가 눈을 부라리자 차준석도 지지 않겠다는 듯 이를 갈았다.

흥분한 차준석 앞에 차지연이 끼어들었다.


“뭐죠? 왜 우리 오빠한테 시비 거십니까?


차지연도 독기를 품은 표정이었다.

처음 봤을 때는 몰랐지만 문호의 말을 듣고 보니 그녀에게 악녀의 얼굴이 보였다.


“오랜만이군요. 차지연 팀장.”

“동네 아저씨라고 하더니, 저한테 제대로 한 방 먹이셨더군요. 엄연히 레이블의 대표면서.”


이미 차지연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다.


“무슨 말씀입니까? 저희 같은 영세한 레이블을 선택한 건 그 아이들이었습니다. 무려 상장까지 된 그랑컴퍼니에서 그런걸 마음속에 담아두셨을 줄이야.”

“계속 저희 자극하셔서 좋을 거 없으실 텐데요?”

“아니요. 너무 마음이 태평양같이 넓으셔서 감탄했을 뿐입니다. 메시아 시켜서 영원밴드 도발한 거 당신 생각이죠? 오빠는 머저리라 그런 대가리 없는 거 잘 알거든요.”


차준석이 눈을 부릅뜨고 달려들었다.


“뭐 이 존만한 새끼가!?”

“오빠! 나서지 마!”


차지연은 다시 한번 차준석을 말렸다.

PD는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몰라 눈알만 굴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차준석의 배후가 두려워 피해온 게 사실이었지만 싸움을 피할 이유는 사라졌다.

나에게는 더 성장할 정보가 있다.

차준석의 마약 관련 수사자료와 문호를 폭행한 영상 역시 잘 보관하고 있었다.


“차지연 씨. 저희를 도발한 걸 반드시 후회하게 해드리죠. 문호가 오디션에서 계속 물먹는 것도 당신 짓인 거 다 압니다.”


차지연은 흠칫 놀라 뒷걸음질 쳤다.


‘네 오빠가 영원과 내게 한 짓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너도 용서할 수 없어. 눈알을 파서 꼬치구이로 만들어 버릴라.’


이렇게 말하며 당장이라도 도도한 얼굴을 짓밟고 싶은 심정이었다.

난감해하는 PD를 보며 입을 열었다.


“PD님, 메시아가 한 무례한 인터뷰 알아서 편집하십시오. 방송 그대로 내보냈다가는 가만히 안 있을 겁니다.”

“음, 당연히 편집 할 건데, 좀 기분 나쁘게 말씀하시네요?”

“지금 가장 기분 나쁜 게 접니다! 인성 좆 빻은 새끼가 저딴 식으로 도발하는데 지적도 하면 안 됩니까? 아니, 그냥 공론화 한번 해볼까요? 야? 그랑컴퍼니? 너희가 시킨 거 진짜 아니지?”

“에···?”


PD는 물론이고 차준석과 차지연도 놀란 듯 눈만 깜빡였다.


“안 그래도 SBC 악마의 편집으로 악명 높던데 방송국 한번 조지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보십시오! 호구 레이블이라고 진짜 누굴 호구 병신으로 아십니까?”

“저기요. 타이거 9 대표님···?”


PD를 무시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한바탕 소동으로 국민밴드 촬영기사와 작가 스태프 모두 나를 쳐다봤다.


저질러 버렸다.

분에 못 이겨서 할 말 안 할 말 구분 못 하고 나오는 대로 지껄여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PD에게 굽실거릴 이유도 없었다.


‘메시아가 우승하는 건 그랑컴퍼니와 PD 사이의 커넥션이 있는 게 틀림없다.’


메시아의 연주를 보니 자동으로 인상이 구겨졌다.

멀리서 지켜보던 문호와 박호은, 유미는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문호는 얼른 오라는 듯 손짓했다.


“공백 오빠, 예의는 어디 갖다 버렸어? 정말 내가 알던 오빠 맞아?”

“백이 형! 진짜 최고로 멋졌어요.”

“유미는 공상의 행동에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절대로 프로듀서를 자극해서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다시 국민밴드 PD를 쳐다봤다.

그는 차지연과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핸드폰을 꺼내 녹음 중지 버튼을 눌렀다.


‘무슨 장난을 칠지 몰라도 이번에는 호락호락 당하지 않을 거다.’


머릿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으나 최대한 빨리 비상대책을 세워야 했다.

말 그대로 비상상황이다.

그런데 여성 방송 스태프가 두리번거리더니 다급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달려왔다.



***



본선을 위해 모인 대기실.

모니터에 비친 메시아의 무대를 지켜보며 경연을 준비 중인 사람들이 술렁였다.

명백한 메시아의 도발에 모니터를 지켜보던 영원은 분을 삼키고 있었다.


“4번 오크로드 준비하세요.”

“네! 영원아, 신경 쓰지마. 알았지?”

“오빠, 제 걱정 말고 경연에 집중하세요.”

“그래!”


스태프의 지시에 오크로드는 오디션장으로 들어갔다.

마침 오크로드와 교차하며 메시아가 대기실로 들어왔다.

영원은 그들을 애써 외면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러나 선우현과 배효빈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뭐죠? 어른이 되가지고 진짜···.”

“저희가 왜 거슬려요? 진짜 웃기지도 않아! 왜 화장 가지고 태클이에요!?”

“흥.”


선우현과 배효빈의 말에 메시아는 콧방귀를 꼈다.

나지안과 눈을 맞춘 영원이 끼어들어 두 사람을 말렸다.


“됐어. 신경 쓰지마.”

“영원아?”

“넌 기분 나쁘지도 않아?”


영원의 말에 두 사람이 발끈했다.

영원은 조금 전 도발한 메시아의 프론트맨 전승규를 노려봤다.


“알지도 못하는 저희 도발할 시간에 연습이나 하세요. 아니면 곡 받아서 대중가요나 하시던지요.”

“뭐?”

“어떻게 3집까지 내셨어요? 도발해봤자 하나도 기분 안 나쁘고 그냥 같잖아요.”

“지금 하는 짓이 기분 나빠서 하는 말이구만.”

“그러게, 화장해 논 꼬라지 좀 봐.”

“뭐라구요!?”


영원과 메시아의 신경전에 대기실에서 지켜보던 밴드들은 모두 경악했다.

나지안은 완전 질린 듯한 얼굴이었다.

그때 스태프가 달려왔다.


“조용히 해주세요! 이거 전부 촬영되고 있다고요.”

“심사위원 앞에서 대놓고 도발하는데 가만있으라고요!?”

“그래도 제발 진정해주세요. 계속 소란스러우면 분리 조치하겠습니다.”


영원은 메시아를 노려보며 할 수 없이 화를 삭였다.


‘안 그래도 신경 쓰여 죽겠는데, 별것도 아닌 것들이···.’


그렇지 않아도 박호은의 등장으로 신경이 예민해져 있던 터였다.

공백과 화기애애하고 스킨쉽도 서슴지 않게 하는 그녀를 보고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던 것이다.

거기에 메시아가 기름을 부은 꼴이었다.

대기실 모니터에는 김성현이 심사위원과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예선 때도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셨습니다. 이번 본선도 기대해도 되겠죠? 들려주실 곡은요?

-저희 자작곡 Comatose입니다.

-코마토스라, 잘 부탁드립니다.


김성현이 EP 앨범으로 굳이 실리길 원치 않았던 곡 코마토스였다.

이 곡은 김성현과 누리가 작곡하고 나지안이 작사한 곡으로 장르는 멜로딕 데스메탈이었다.

기존의 얼터너티브가 아닌 앞으로 밴드의 방향을 제시하는 곡이다.

김성현은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FUCK!


강렬한 김성현의 외침과 동시에 마치 In Flames가 떠오르는 트윈기타 연주가 시작됐다.


-크아아아악!

깨어나니 혼수상태다!

눈이 부셔 뜰 수조차 없는 상태다!

매트릭스 세계가 아니라면 믿기지 않아!

이곳이 지옥이 아니라면,

제발 나를 깨워줘!


-크오오오오!


김성현의 그로울링 보컬에 대기실은 일제히 숙연해졌다.


-WAKE UP! 오오오!

언제까지 나를 개돼지 취급할 거야!?

정신들 차리고 이 세계를 봐!

언제까지 꿈속 세상에서 만족할 거야!?

지옥이 아니라면 일어나.

제발 나를 깨워줘!


김성현의 그로울링 보컬과 묵직한 트윈기타 사운드, 이남희와 권용준의 시종일관 때리는 베이스와 드럼은 완벽했다.


“됐어! 최고야!”


배효빈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영원은 메시아의 전승규를 노려봤다.


“저게 진짜 밴드죠. 어디서 가요 같은 걸 들어와서는. 쯧···.”

“미친년이··· 귀여워서 봐줄랬더니.”

“뭐? 너 방금 영원보고 미친년이라고 했어?”


선우현이 발끈했다.


“어디서 룸나무 같은 것들이 밴드를 한다고 지랄이야? 어!?”

“룸나무? 룸나무가 뭐지?”


영원밴드는 모두 어리둥절했다.

급기야 스태프가 다시 들어왔다.


“메시아! 대기실에서 퇴장하세요!”

“네? 저희가요? 먼저 말 걸면서 지랄한 건 영원이었어요!”

“퇴장하십시오. 다시 말하지만, 이거 전부 촬영되고 있습니다.”

“참나, 진짜 너무하네.”


스태프의 말에 메시아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원은 씩씩거리며 대기실을 나가는 메시아를 째려봤다.


“영원밴드, 괜찮으세요?”

“예.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스태프는 괜찮다는 듯 웃었다.

그런데 공개홀로 입장하는 구석에서 공백이 팔짱을 낀 채 미소짓고 있었다.


“아저씨?”


공백은 영원을 보며 걱정 말라는 듯 엄지를 척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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