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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 혹은 망상가

2회차 사운드 엔지니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남궁건
작품등록일 :
2023.08.03 04:12
최근연재일 :
2023.10.15 12:25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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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49
추천수 :
677
글자수 :
3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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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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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EP 3. 호구엔터

DUMMY

열흘 정도 시간이 흘렀다.

나와 영원은 청담동의 한 호텔 라운지를 방문했다.


“체리 케이크 작은 거랑 딸기 아이스크림, 아포가토.”

“알겠습니다.”

“셋 다 이 친구고 저는 아메리카노 주십시오.”


주문받은 직원이 돌아가자 영원은 동그랗게 눈을 뜬 채 벙찐 표정을 지었다.


“아저씨, 무슨 가격이···.”

“신경 쓰지 마.”


사악한 가격에 놀란 듯한 영원은 메뉴판을 바로 덮었다.


“근데, 어떻게 제가 좋아하는 걸 고르셨어요? 체리 케이크랑 딸기 아이스크림.”

“······.”


호텔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꾸미지도 않았다. 나는 평소처럼 입고 있었고, 영원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일부로 약속 시간보다 일찍 이곳에 도착했다.

호텔 라운지를 찾은 이유는 끝맺음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다.


“비싸기만 하고 별거 없는데요?”


말과 달리 영원은 순식간에 체리 케이크를 다 먹었다.


“큰 거 시킬 걸 그랬나?”

“아니요!”

“입에 크림 묻었다.”

“앗.”


나와 박호우는 TIGER 9이라는 이름으로 레이블을 설립했다.

당연히 1호 계약은 영원밴드였고, 계약서는 아이들과 부모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현욱 변호사의 동행하에 진행됐다.

그랑컴퍼니에게 당한 걸 생각하면 이럴 이유가 없지만, 영원과 아이들을 생각하면 깔끔한 마무리가 필요했다.

혹시나 하는 불안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저씨, 기타 정말 감사해요.”

“신경 쓰지 마.”

“피···. 아무튼, 저 열심히 할게요.”

“그래. 뭐 좀 더 시켜줘?”

“아니요!”


영원은 기겁하며 손을 저었다.

약속 시간이 되자 차지연과 직원이 호텔 라운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왜 또 직접 온 거지?’


차지연은 굳이 자기가 오지 않아도 되지만 이번에도 몸소 등장했다.

나는 계약서의 부당함이나 조건 같은 얘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그저 밴드 음악이라는 특이점과 여러 상황이 맞지 않음을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계약은 어려울 거 같습니다.”

“훗, 아쉽지만 할 수 없죠.”

“죄송합니다.”

“마음에 두지 마세요.”


차지연은 괜찮다고 했으나 표정은 절대 그렇지 않았다.

영원은 감히 그녀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했다.


“그럼 저희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그러시죠.”


호텔 라운지에서 보자고 할 때부터 무슨 꿍꿍인지 속이 들여다보였다.

기를 죽여놓겠다는 심산이었겠지만 나는 일부러 평소와 다름없는 복장으로 이곳에 와 보란 듯이 주문한 디저트로 받아쳤다.

하지만 왠지 후련함보다는 알 수 없는 찜찜함이 남았다.

나는 영원과 함께 계산을 마치고 호텔 라운지를 빠져나갔다.


쾅!


팔짱을 끼고 있던 차지연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테이블을 내려쳤다.


“팀장님···.”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


직원은 눈치를 보며 시선을 피했다.


“영원··· 정말 아깝네···.”


차지연은 잔뜩 찡그린 채 한숨을 내쉬다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제가 쉽지 않을 거라 말씀드렸죠?”

“너···?”

“앞으로도 쭉 당신 뜻대로 되지 않을 겁니다.”


차지연은 그를 올려다보며 부르르 떨었다.


“시건방진 새끼···.”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 이제 저도 그만 놓아주시죠?”

“절대 못 놔줘! 두고 봐! 너 따위··· 두 번 다시 연예계에 발도 못 붙이게 할 테니까.”

“그럼 기대하겠습니다.”


입꼬리를 말아 올린 그는 그대로 호텔 라운지를 나갔다.



EP. 3 호구엔터



우리는 2016년 새해를 맞았다.

영원밴드 멤버들은 20살 성인이 되었고 나는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었다.


나 스스로는 세월을 더 살다 과거로 왔고, 경험과 지식도 충분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미성숙한 존재였다.

나는 영원밴드를 개같이 굴리겠다고 말했으나 실상은 그러지 못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오히려 심한 감정 기복을 보여줬다.


이유는 주식 때문이었다.

예정대로라면 벌써 건물을 매입해 라이브 클럽 준비를 하고 있어야 했지만, 계획은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

계획대로 내가 점 찍어둔 주식 MMM(Mines Merchant Marine)이 2300원으로 떨어지기 전 미리 3000원부터 손해를 감수하고 서서히 매입에 들어갔다.

혹시나 내가 20억이 넘는 돈을 한방에 매수하면 MMM 측에서 눈치챌 것에 대비한 것이다.

그런데 2300원으로 빠져야 할 주가는 하락하지 않고 보합세를 유지하다 3050원에서 갑자기 급등해서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나로 인해서 역사가 바뀐 걸까?’하는 의문도 잠시 상한가를 기록하며 43000원까지 가야 할 주식이 36000원에서 주춤하더니 다음 날 하한가를 기록했다.

하루아침에 80억 이상 손실을 떠안은 나는 공포에 질려 전량 주식을 매도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주식은 다시 상한가를 치며 날아올랐다. 그리고 동시에 나의 멘탈도 뚜껑을 열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미 당시 확보한 자금으로 건물을 사고도 남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예상의 반도 안 되는 자금에 만족하지 못하고 눈에 불을 켜고 예정에도 없던 종목까지 발굴해 투자에 몰두했다.


결과는 300% 이상의 수익을 실현했지만 나는 만족하지 못했다.

TIGER 9 레이블도, 영원밴드도 잊은 채 탐욕에 눈이 멀어 더욱 투자에 몰두했다.


나는 주식 장이 마감돼서야 뒤늦게 지하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이미 평정심을 잃었고 애꿎은 영원밴드 아이들에게 화살을 돌렸다.

그리고 유독 영원에게 그런 경우가 많았다.

덕분에 나는 사랑하는 그녀를 몇 번이나 울렸다.


“왜 또 울게? 울어도 소용없어!”

“아저씨는 나만 싫어해···.”

“싫어해는 반말이잖아!?”

“싫어해···요.”


지금도 영원은 입이 툭 튀어나와 불만 섞인 표정을 지었다.


“네가 왜 거길 따라오려고?”

“저도 해 보고 싶다고요. 아저씨 따라갈래요.”

“오빠, 그냥 영원이 데리고 가라.”

“맞아요. 오빠.”

“저렇게 가고 싶어 하잖아요.”


영원이 떼를 쓰자 보다 못한 아이들이 거들고 나섰다.

엔지니어님이라고 깍듯한 호칭을 쓰던 선우현과 나지안은 나를 오빠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처음부터 오빠라고 했던 배효빈은 이제 대놓은 말을 놓고 있다.

그런데 영원은 왜 아직도 나를 아저씨라고 부르는 건지 모르겠다.


“그럼 내일 아침에 데리러 갈게.”

“좋아요!”


나는 마지못해 그녀를 데려가기로 했다.



***



내가 최근 정신을 차렸을 때 어느새 자산은 600억을 돌파해 있었다.

시간은 어느새 두 달이 흘렀고 영원밴드는 나를 빌런이 아닌 폭탄으로 여겼다.

무엇이 중요한지도 잊은 채 촛불을 향해 돌진하던 나를 멈춘 건 박호우였다.

탐욕의 종점으로 향하던 내가 위태위태한 걸 녀석이 눈치챈 것이었다.

이후 나는 며칠째 엄마의 복지재단에서 봉사활동 중이다.

겨우 나흘이지만 봉사활동을 하며 처음 깨달은 건 하나 였다.


‘이분들이 봉사 받아야 하지 않나?’


봉사하러 오신 분들이 대부분 60대 이상 어르신이었다.

그다지 삶이 여유로워 보이지도 않는 평범한 그들을 보며 나는 서글픈 마음이었다.

이런 봉사활동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며 대한민국의 청년과 중년들은 삶의 굴레에 갇혀 생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리고 은퇴한 어르신들은 조금 더 여유가 있다는 이유로 같은 세대의 소외된 이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봉사자들은 나의 방문을 반기셨다. 그렇게 분명 어제까지는 내가 주인공이었는데 오늘은 아니다.

어르신들은 20살의 젊은 두 아가씨를 보며 놀라워했다.


“아이고···. 기특한 애들이네.”

“얼굴도 너무 예뻐.”

“헤헤, 감사합니다.”


영원과 선우현은 어쩔 줄 몰라 했다.

봉사자들이 요리하고 반찬 통에 담아주면 나는 독거노인의 집을 찾아 전달한다.

그게 우리가 할 봉사의 전부였다.

나와 배달을 위해 나온 영원과 선우현을 손에 입김을 불어 넣었다.


“혹시 모르니까 너희는 둘이서 해. 끝나면 바로 센터로 돌아가고.”

“아저씨가 양이 많잖아요?”

“어젠 이것보다 더 많이 했어. 추우니까 빨리하고 점심같이 먹자.”

“예!”


바늘이 가는 데 실이 가는 법이라며 선우현도 영원을 따라나섰다.

덕분에 나는 오늘 일감이 줄었다.

어제는 모두 배달하고 나니 오후 두 시가 넘었고, 점심 대신 남은 반찬을 선물 받았다.

덕분에 영원밴드는 내가 봉사하러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어느새 일이 익숙해져 있었고, 일감이 준 덕에 12시가 조금 넘어서 반찬을 모두 독거노인에게 전달했다.


“센터에 있어? 그래. 나도 곧 갈게.”


나는 선우현과 통화한 후 센터로 향했다.

그때 박호우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응, 호우야.”

-괜찮은 곳 찾았다. 사진 확인해봐.

“그래? 얼만데?”

-좀 비싸. 180억.

“너무 비싼데?”

-일단 확인해봐. 마음에 들 거야.


나는 통화를 끊고 사진을 확인했다.


‘지하 1-6층이라···.’


건물의 외관이나 층수는 중요치 않았다.

내가 박호우에게 부탁해서 알아봐달라고 한 건물의 조건 첫 번째는 높은 층고와 100평 정도의 지하가 있어야 할 것.

두 번째는 되도록 5층 이하에 가격이 저렴할 것이었다.

나는 문자 내용을 살폈다.


『대지면적 346평

지하 1층 152평

1층 소매점 근린생활시설 (96평)

지상 주차장 225평

2~4층 근린생활시설 (96평)

5층 주택 (64평)

6층 주택 (51평)』


높은 층고를 가진 지하와 넓은 평수는 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대지면적이 제법 컸다.


‘지하가 150평? 지상 주차장 225평에 5, 6층은 주택이고.’


바로 박호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확인했어?

“괜찮긴 한데 너무 비싼데?”

-대로변 바로 진입해 이면 코너야.

“주차장은 필요 없는데.”

-뭐 아무튼 내가 봤을 때 여기만 한 곳이 없어. 아예 다른 동네를 찾던가.

“일단 알았다. 수고했어.”

-봉사 끝났···.


박호우가 뭐라고 말하려던 거 같았지만 나는 통화를 끊었다.

마정도에게는 비밀로 했으나 건물을 매입하는 것도 문제가 있었다.

내 단독명의로 하는 것보다 TIGER 9 레이블로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와 박호우의 공동명의 사업자였고 지분율을 대충 설정해둔 게 마음에 걸렸다.


‘출자금액별로 분할등기를 해야 하나?’


나는 막상 건물을 매매하려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박호우는 상관없으나 마정도는 자칫하면 수십억이 공짜로 얻어걸리기 때문이었다.

할 수 없이 건물 계약 전에 김현욱 변호사를 다시 만날 필요성이 있었다.


올겨울은 유난히 춥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서둘러 센터로 향했다. 그런데 센터에는 전혀 예상도 못 했던 사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


영원과 선우현은 엄마와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여기서 널 만날 줄 몰랐네?”

“저도요. 아줌마 잘 지내셨죠?”

“그러엄. 우리 영원이 완전 다 컸네.”

“헤헤.”


웬일인지 허름하게 차려입은 엄마는 영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엄마?”


내가 다가가자 잔뜩 미소를 머금던 엄마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어머, 대관절 누구신데 절 엄마라고 부르시는 거죠?”


엄마는 내게 섭섭한 게 많았는지 고개를 돌리며 콧방귀를 꼈다.


“여긴 웬일로 오셨어요?”

“내가 못 올 곳 왔니? 그나저나 괜히 아는 척하지 말아 주실래요?”

“아, 엄마!”


나는 서둘러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듯 양손을 포갰다.


“미안해요. 요즘 너무 바빴어요···.”

“확 그냥! 동지 때 팥죽 먹으러 오라 해도 무시하고, 새해에도 집에 오지도 않고!”


엄마는 나를 보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곧장 주위를 돌아보더니 급하게 품위를 유지하려는 웃었다.


“어머, 나 좀 봐. 호호호, 얘가 바로 우리 아들입니다. 여기서 볼 줄은 몰랐네요”

“아이고, 정말 훌륭한 아드님 두셨어요.”

“벌써 5일째 여기서 봉사하고 있어요.”


엄마의 말에 급식센터 봉사자들은 저마다 나를 칭찬했다.


“호호, 그랬나요? 너는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고 그러니? 집에는 오지도 않고.”

“아야!”


엄마는 주위 시선을 신경 쓰다 내게 속삭이며 옆구리를 꼬집었다.


“아줌마가 아저씨 어머니셨어요?”


멍하니 지켜보던 영원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아저씨? 우리 아들이랑 아는 사이니?”

“그럼 아줌마가 라온 복지재단 이사장님?”

“어머, 얘는 그게 무슨 소리니?”


엄마는 머쓱한 듯 머리를 쓸어넘겼다.

영원과 선우현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너 우리 엄마랑 아는 사이였어?”

“아··· 사실 아줌, 아니 이분은···.”


영원이 뭔가 말하려던 순간 엄마가 끼어들며 막았다.


“그냥 우연히 아는 사이야. 그렇지?”

“예?”

“그렇지?”

“아, 예···.”


영원은 시선을 어디 둬야할지 몰라 눈을 굴리며 입술을 달싹였다.

엄마는 내게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봉사자들한테 내가 이사장인 거 들킨 거 같다. 엄마 갈 테니까 바로 전화 좀 해.”

“아··· 알겠어요.”


엄마는 급하게 인사하며 급식센터를 나갔다. 그런데 호의적이던 봉사자들이 우리를 보는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나는 달갑지 않게 쳐다보는 봉사자들을 보며 당황스러웠다.


‘이거 아무래도 뭔가 있구나.’


그들은 엄마가 이사장임과 동시에 내가 아들인 걸 알고 태도가 바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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