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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 혹은 망상가

2회차 사운드 엔지니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남궁건
작품등록일 :
2023.08.03 04:12
최근연재일 :
2023.10.15 12:2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39,419
추천수 :
677
글자수 :
361,205

작성
23.09.1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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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5
추천
10
글자
16쪽

EP 3. 호구엔터

DUMMY

“나가자. 빨리!”

“아저씨···?”

“모두 수고하세요.”


나는 영원과 선우현을 끌고 무료급식센터를 나왔다.


“타, 호우 집에 데려다줄게.”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차에 올라탔다.


“아저씨, 갑자기 분위기가 왜···?”

“아저씨도 잘 모르겠어. 엄마 만나서 물어봐야 알 거 같아.”

“예···.”


나는 곧장 박호우의 집으로 차를 몰아 아이들을 내려줬다.


“정도한테 점심 사달라 해. 알았지?”

“예,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세요.”


영원과 선우현은 걱정되는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



박호우의 지하실에 온 영원은 불안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원아, 무슨 생각해?”

“응?”

“공백 오빠 어머니, 너 보육원 있을 때 만났던 분이라며?”


선우현은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지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응. 분명히 보육원에서 만났던 분인데, 복지재단 이사장이셨다니.”

“어떻게 된 거야?

“나도 황당해. 그분이 아저씨 어머님일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우와 어머님이래. 너 완전 공백 오빠한테 시집가기로 작정했구나?”

“칫, 장난치지 마.”


영원은 웃으며 손을 가로저었다.


“근데, 아무래도 이상해. 공백 오빠 어머니가 이사장이라니까 급식소 분위기가 갑자기 싸해졌잖아.”

“나도 그렇게 느꼈어.”


선우현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별일 아니겠지?

“그렇겠지···.”

“아무튼, 인연은 인연이다. 그치?”

“그러게.”


영원은 공백과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를 떠올렸다.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표현이 다소 거칠지만,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해주는 그가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간혹 소리를 지르고 눈물 날 정도로 혼낼 때는 너무너무 미웠다.


마침 마정도가 잔뜩 뭔가를 사 들고 지하실로 들어왔다.


“나 기다렸냐?”

“예!”


영원과 선우현은 마정도가 사 온 비닐봉지에서 포장해온 떡볶이와 튀김을 꺼냈다.


“오빠, 왜 이렇게 많이 샀어요?”

“전화하니까 효빈이랑 지안이도 오고 있다길래. 공백이 자식은 너희들 데리고 봉사 가놓고 점심도 안 먹였냐?”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기셨데요.”

“뜬금없이 공백은 봉사하러 다니고 호우도 자꾸 밖으로 싸다니고, 이 자식들 나만 빼놓고 뭔가 꿍꿍이가 있어.”


마정도는 찡그리며 불만을 토로했다.


“저희 왔숑.”

“하이!”


배효빈과 나지안도 지하실에 도착했다.

이내 영원밴드가 모두 모여 떡볶이와 튀김, 샌드위치를 먹었다.


“오빠도 좀 드세요.”

“난 괜찮아. 짬뽕 먹었으니까.”


마정도는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노트북 화면에 집중했다.


“영원이 잉베이 맘스틴 커버 영상은 17만 조회수를 뚫었는데 우리 영상은 1만을 못 넘기네.”

“또 유튜브 봐요?”

“매일 체크해야지!”


모두 마정도를 보며 웃었다.


“그래도 구독자 1100명 넘겼잖아요.”

“야, 나지안. 너만 아직 개인 영상이 없어!”

“저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대학 입학하기 전에 무조건 찍어야 해!

“옙!”


나지안은 무사히 실용음악과에 합격했다.

멤버 중 유일하게 대학교에 진학한 기특한 친구다. 무엇보다 최근 너무 예뻐졌다.


“아무튼, 모두 너희 덕이다. 그나저나 공백이 영상은 진짜 가관이네.”

“또 새로운 댓글 달렸어요?”

“응. 여기 특이한 게 하나 달렸어.”


영원은 마정도의 옆으로 와 호기심 넘치는 표정으로 모니터를 쳐다봤다.

공백이 처음 올린 영상은 1만 조회수를 앞둔 댓글 놀이터였다.

특이한 점은 세 가지 기타 사운드라는 영상과 전혀 상관없는 댓글이 대다수였다.


└뭐지, 서린고 양아치들 참교육했던 친군데?

└불알친구가 서린고 일진들한테 삥 뜯긴 거 알고 죽도 들고 쳐들어가서 뚝배기 깬 게 팩트.

└10명이랑 싸워서 이긴 거로 알고 있음.

└ㄴㄴ 12명임.

└도장이 아니라 뚝배기를 깬 거냐?

└죽도 든 건 반칙 아님?

└죽도 들면 UFC 선수한테도 이기겠다.

└죽도 들어도 제대로 된 무도가한테 걸리면 바로 털린다.

└검도 국가대표 출신임.

└복싱부 친구가 먼저 참전했는데 개털려서 죽도 들고 서린고 찾아간 거로 암.

└여기가 거기냐?

└댓글 보는 게 더 웃기네.

└기타 연주에 대한 댓글은 1도 없네?


영원은 차근차근 댓글을 읽었다.

공백에게 이런 엄청난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영원과 아이들은 최근에서야 알았다.

더구나 그 사건으로 2년 가까이 교도소에 복역했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랐다.

개 털렸다는 복싱부 친구는 대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선우현과 집요하게 물어봐도 절대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마정도는 이 일을 공백 앞에서 입 밖에도 꺼내지 말 것을 신신당부했다.

그가 사실을 아는 날에는 자신은 뒷감당이 안될 거라는 말을 덧붙이며.


“새로운 댓글이 어딨어요?”

“응? 여기 있네.”


마정도는 손가락으로 댓글을 가리켰다.


└제가 아는 최고의 사운드 엔지니어입니다. 근데 저 이분 때문에 아이돌 그룹 데뷔 엎어졌어요! 당장 책임져주세요!


댓글을 읽은 영원과 마정도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영원아, 이게 무슨 말일까?”

“그, 글쎄요.”


영원도 궁금했다.

대체 이 댓글을 무슨 의도로 쓴 건지.


‘이제 25살밖에 안 된 아저씨가 최고의 사운드 엔지니어라고?’


그때 마정도가 손뼉을 두드렸다.


“자자, 이제 연습이다. 연습!”

“히잉···.”

“어허! 이러면 나 공백한테 혼나. 연습하고 휴식시간은 지켜줄게. 열심히 하자!”


마정도의 연습 알림에 아이들은 모두 연습실에 모여 각자 악기를 챙겼다.

영원은 공백이 선물해준 하얀색 깁슨 레스폴 기타에 스트랩을 끼우며 히죽 웃었다.



***



복지재단은 다양한 사업이 존재한다.

주로 아동, 장애인, 여성, 다문화, 노인으로 나눌 수 있다.

엄마가 이사장인 라온 복지재단은 노인과 아동에 집중되어 있었다.

크지 않은 재단이었지만 두 가지만 집중했기에 꾸준하게 지역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장애인 복지관과 요양병원 건립까지 추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라온 복지재단은 다양한 사업을 벌이며 정치인의 비자금 창구로 전락했다.


“엄마 앞에 두고 무슨 생각해?”

“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들이랑 카페도 함께 와보고 엄마는 너무 좋은데 딴생각이나 하고 말이야.”


엄마는 못마땅한 듯 나를 쳐다봤다.


“이사장한테도 임기가 있다는 건 난생처음 알았어요.”

“쯧쯧, 하나뿐인 아들 녀석이 이렇게 엄마한테 관심이 없어요. 아이고 내 팔자야.”


엄마는 임기를 코앞에 두고 있었다.


“십 년 넘게 계속하셨잖아요.”

“재단이 엄마거니? 그동안 계속 재신임 됐던 거지.”

“그러셨구나.”


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다.

9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는 내가 시험을 잘 쳤다며 짜장면을 사주셨고, 간혹 동물원에 데리고 갔고, 생일을 축하해주며 선물을 사주셨다.

퇴근하며 아이스크림을 사 오신 게 아버지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어떤 심정으로 나를 혼자 키우셨는지, 어떤 마음으로 재단에서 일하게 됐으며 이사장까지 됐는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과거는 물론이고, 과거로 돌아온 지금도 엄마에게 여전히 관심이 없었다.

그저 회계사를 하나 두게 하는 거로 앞으로 벌어질 일을 사전에 대비했다며 안심하고 있었으니.


“혹시 아까 무료급식센터 찾은 건···.”

“엄마 원래 여기저기 잘 다닌다.”

“그렇게 추리하게 입고요?”

“그래야 못 알아보지. 근데, 이제 너 때문에 거긴 못가겠다. 푸훗.”


엄마는 콧잔등을 찡그리며 장난기 가득 웃었다.


“혹시 재신임 때문에 간 거 아니에요?”

“에휴, 재신임 안 되면 어떠니? 그냥 명예이사로 재단 일 도와주면 되는 거지.”

“그냥···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재단 일 그만하시면 안 돼요?”

“그럼 엄마는 뭐 하라고?”


엄마를 보며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나이 오십이 다 된 엄마에게 재혼하라고 할 수도 없고, 아들이 돈 많이 벌었으니 평생 여행이나 다니라고 할 수도 없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엄마는 재단 일을 놓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저 짐 싸서 집에 들어갈게요.”

“아이고! 됐습니다. 엄마도 혼자가 좋네요.”

“왜요!? 혹시 애인 생기셨어요?”

“맙소사, 너 엄마한테 얻어터질래?”

“맙소사···.”


엄마는 자꾸만 나를 보며 웃었지만, 왠지 죄송스러운 마음에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우리 아들은 엄마 연락이나 잘 받고, 보고 싶다 하면 집에 오기나 하십시오.”

“네···. 근데 엄마, 영원이는 어떻게 아세요?”

“영원···? 그래. 특이한 애였지. 그렇게 예쁘게 컸을 줄 상상도 못 했어.”


엄마는 영원과 알게 된 사정을 설명했다.

그리고는 이내 ‘너는 어떻게 영원을 아느냐?’며 꼬치꼬치 캐물었다.

결국, 나는 급한 약속이 있다며 도망쳤다.


‘이런 불효막심 한 놈···.’


엄마에게 미안하지만, 영원에 대해 달리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저 우연히 만나서 앨범 제작을 도우려고 한다고 적당히 둘러대면 될 것을.

나는 여전히 거짓말이 서툴다.


카페에서 나온 나는 차를 몰아 박호우가 불러준 주소로 향하고 있다.

이내 엄마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사장이 된 지 얼마 안 돼 보육원을 찾았는데 붉은 기가 도는 머리색과 흰 피부에 눈이 큰 여자아이가 유독 눈에 띄었다.

처음엔 그녀가 외국 아이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아이는 원생들 사이에서 벙어리라고 놀림 받고 있었고, 실제로 아무리 불러봐도 큰 반응이 없었다.

결국,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는데, 청각부터 모든 게 전혀 이상이 없었다.

집에 돌아오고도 그 아이가 눈에 밟혀 관심을 가져달라고 보육원에 부탁했다.

다시 보육원을 찾았을 때 다행스럽게도 말도 하고 보통의 아이로 돌아와 있었다.

그 후 보육원에 갈 때마다 아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런데 돌아가신 아버지의 친구가 데리고 가며 소식이 끊겼다.


엄마는 영원을 이렇게 기억하셨다.


선우민은 영원 아버지의 친구였고, 어려운 결정이었을 텐데도 보육원에 있던 그녀를 거두었다.

영원은 좋은 사람을 만나 힘든 유년 시절을 잘 극복했던 거 같다.


‘앞으로 꽃길만 걷게 해줄게.’


그래. 이제부터 시작이다.



***



약속장소가 가까워지고 대로변에서 우회전하자마자 바로 사진에서 봤던 상가가 나를 반겼다.

클럽거리와는 떨어져 있었지만, 박호우 말처럼 대로변 이면 코너라 위치는 상당히 좋았다.

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고개를 들어 꼭대기부터 아래까지 건물을 살폈다.


‘젠장, 통으로 비어있잖아?’


어쩐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간판 하나 없이 건물이 통째로 비어있었다.


“백아!”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마침 박호우와 중개사가 왔다.


“이거 신축 건물인가요?”

“작년 봄에 지어졌는데, 신축이나 다름없죠.”


나는 ‘뭔 개소리냐?’는 표정으로 공인중개사를 쳐다봤다.


“아니, 통째로 비었지 않습니까?”

“사연이 좀 있는데, 건물주가 갑자기 사망하셨습니다. 아무튼, 임대도 한번 안 나간 신축입니다.”

“음···. 그래도 신축은 아니죠. 가격도 좀 비싸지 않나요? 시세라는 게 있는데.”

“미국에 있는 아들이 상속받았는데 별로 아쉬울 게 없는 사람이라 에누리는 1원도 안 된답니다.”

“하, 참나. 누군 아쉬운지 아나?”


뭐, 나도 딱히 아쉬울 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 급한 상황이다.

영원과 아이들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라이브 클럽을 오픈해야만 한다.


“사장님께 들었는데, 투자 용도는 아니라고 들었습니다만···.”

“네, 대부분 저희가 사용하긴 할 건데···. 임대도 줘야죠. 5-6층은 주거공간인가요?”

“그렇습니다. 천천히 둘러보실까요? 보시고 나면 정말 마음에 드실 겁니다.”


입구로 들어가자 특이하게도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이지 않았다.


“지하는···?”

“지하는 밖에 개별 출입구가 따로 있고, 내부 엘리베이터 이용하면 되십니다. 이 건물의 장점이죠. 헤헤”

“아, 네.”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랐다.

먼저 6층에서 옥상으로 올라온 나는 탁 트인 전경에 시원한 개방감을 느꼈다.


“사장님, 대로변 쪽은 빌딩으로 막혔지만, 뒤로 전경이 아주 좋죠? 이 건물이 층고가 높아서 웬만한 건물 9층 높이입니다.”

“아, 네.”


그렇지않아도 그 점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 벤트하우스가 옥탑방이나 다름없습니다. 사실상 7층에 있는 집이죠. 하하하!”


박호우는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 중개사와 작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박호우, 뭐? 왜?”

“아, 아니.”


우리는 곧 주거공간인 6층과 5층을 내리 살폈다. 테라스가 있고 맞바람도 잘 통하는 괜찮은 집이었다.

특히 5층 주택은 앞마당처럼 있는 30평이 넘는 공간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4층부터 2층은 모두 동일했다.

하지만 4미터가 넘는 높은 층고는 정말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보시다시피 층고가 높죠? 아주 쾌적한 환경으로 임대인들의···”

“저기요. 조용히 좀.”


나는 중개사의 말을 중간에 끊으며 나직하게 말했다.


“아, 네.”


우리는 1층으로 내려왔다.

이 상가 건물의 하이라이트였다.

층고가 상당히 높았다.


“1층은 층고가 6.5m입니다. 여기 임대 내놓는 순간 스타벅스 이런 거 바로 들어옵니다.”

“좀! 야부리, 아니 조용히 좀 해주세요! 제가 알아서 찬찬히 살펴볼 테니까!”


나는 더는 참을 수 없어 중개사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 예. 죄송합니다.”

“층고 높아봤자 임대인들 인테리어 비용만 더 들지 않습니까? 스타벅스? 스타벅스가 대로변 말고 들어오는 거 봤습니까?”

“사장님, 흐··· 흥분을 가라앉히시고.”


결국, 박호우가 끼어들었다.


“그래서 제가 말 너무 많이 하지 말라고 미리 말씀드렸잖아요···.”

“흑···.”


우리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지하를 찾았다.


“사장님, 어떻습니까? 하하.”

“솔직히 제 마음에 쏙 듭니다.”


나는 지하를 보고 만족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사장님이 원하시는 전기, 수도, 배수까지 완벽합니다. 거기에 층고까지 6.5m입니다. 청담동이 아니라 서울 어딜 찾아봐도 대형 상가 건물이 아닌 이상 이런 지하는 못 찾아요!”


실제로 평수가 큰 지하는 창고용도라서 배수가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수도가 없는 경우도 허다했다.


“중개사님 입터는 게 아무리 봐도 좀 모사꾼 스타일인데요?”

“아닙니다. 저는 언제나 정직과 신용을 바탕으로 일하는···”

“네네.”


공인중개사는 스마일을 잊지 않았다.

박호우는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툭툭 쳤다.


“백아, 지하가 너무 크지 않아?”

“호우야. 사나이는 포부를 크게 잡아라고 했다.”

“일단 여기 보고 다음 상가 보자.”


나는 공인중개사에게 저리 가라는 듯 손짓하고 박호우에게 말했다.


“여기보다 좋은 곳 있었어?”

“아니? 여기가 최고야.”


박호우가 인간관계에서나 찐따지 일 처리에서는 아니었다. 오히려 보는 안목은 나보다 나을지도 모른다.

녀석은 최근 몰라보게 어른스러워졌다.


“됐어.”

“아니, 그래도 180억···.”

“나흘 넘게 청담동 뒤지느라 수고했다.”


아무리 박호우라도 180억이란 금액은 버겁다고 느낀 거 같았다. 하지만 녀석은 더는 토를 달지 않았다.


여기저기 살펴본 결과 나는 이 건물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건물이 통째로 비어있는 건 어쩌면 다행이었다. 이상한 인간이 임차인으로 들어와 진상 부리는 꼴을 나는 수없이 목격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건물주가 별로 아쉬운 게 없어서 그런지 주차장은 오픈되어 있었고, 덕분에 비싼 외제 차들이 어지럽게 주차되어 있었다.


“여기 주차장 없어지면 이 동네 사람들 불편할까요?”

“네, 아무래도 좀 그렇겠죠?”

“지금도 20대가 넘게 주차되어 있는데, 깔끔하게 주차하면 30대도 가능할까요?”

“더 이상도 가능할 겁니다. 하하하!”

“확실?”

“아마도?”


그동안 마음 좋은(?) 건물주 때문에 이곳은 사실상 무료 주차장으로 이용되었다.


‘당장 주차장을 막아버린다면 난리가 나겠구나? 으흐흐’


가격이 비싼 게 흠이지만 대지가 넉넉하니 마음만 먹는다면 건물을 하나 더 올리고 100평만 주차장으로 써도 별 무리 없어 보였다.

그러나 건물을 올릴 일은 없을 것이다.


“좋습니다. 계약하겠습니다.”


작가의말

지금부터 정말 재미있을 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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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P 1. 과거와 현재 +1 23.08.25 1,424 17 15쪽
5 EP 1. 과거와 현재 +1 23.08.24 1,514 23 14쪽
4 EP 1. 과거와 현재 +1 23.08.23 1,582 27 14쪽
3 EP 1. 과거와 현재 +4 23.08.22 1,681 28 16쪽
2 EP 1. 과거와 현재 +2 23.08.22 1,823 27 15쪽
1 EP 1. 과거와 현재 +4 23.08.22 2,364 3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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