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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 혹은 망상가

2회차 사운드 엔지니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남궁건
작품등록일 :
2023.08.03 04:12
최근연재일 :
2023.10.15 12:2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39,417
추천수 :
677
글자수 :
361,205

작성
23.09.1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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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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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4쪽

EP 3. 호구엔터

DUMMY

김상무에게 내가 느낀 점을 말했다.

아니, 이것은 어쩌면 그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말이었다.

나는 그에게 이 가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애초에 청담동에서 배달식당을 하는 거 자체가 잘못됐어요.”

“네?”

“이 황금 같은 동네에서 누가 배달음식을 시켜 먹습니까? 그럴 거면 아예 초원정식 말고 가게 이름도 바꾸고 고급화 전략으로 가격을 높게 책정하든가.”

“네···. 그렇군요. 사장님 말씀이 맞는 거 같습니다.”


배달 식당을 하려면 비싼 월세를 내고 청담동에 있을 이유가 없다.

내가 무슨 말을 하던 받아들이는 건 그의 몫이었다.

못 받아들이면 다시는 안 보면 그만이니까.


“군대는 다녀오셨죠?”

“당연하죠. 저 취사병 출신입니다. 헤헤.”

“저는 미필입니다.”

“아···?”

“배달도 하면서 홀도 다시 돌리세요.”

“아···.”


나는 김상무의 타투를 언급했다.


“앞으로 그 타투 숨기세요. 못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물론 그렇죠. 근데 요리하다 보면 자꾸 소매를 걷게 돼서.”

“아니면 오픈형 주방을 포기하시던지.”

“옳은 말씀인 거 같습니다.”


나는 과거로 돌아오기 전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음반 작업을 했다.

내가 타투에 대한 선입견을 갖는 건 몇몇 힙합 뮤지션 때문이었다.

번지르르하게 포장된 겉모습과 달리 그들은 너무나 뻔뻔했다.

내가 마약을 혐오하는 것도 그들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미국이 아니다.

그들은 마치 자신이 대단한 아티스트인 양 착각한 채 마약을 필수적인 징검다리처럼 여겼다.

반드시 한번은 맛을 봐야 하는 것처럼.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병역 문제였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남자라면 반드시 필수적으로 거쳐 갈 관문이 군대다.

그들은 대부분 이런저런 핑계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나처럼 징역을 다녀온 것도 아니고 다채로운 이유로 입대를 기피했다.

심지어 정신질환까지 들먹이면서.


그런 인간들이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가사를 쓰며 노래하는 게 얼마나 모순적인가?


나는 가게 메뉴판을 쳐다봤다.


‘정식 말고도 메뉴가 너무 많아.’


나는 김상무를 보며 손가락으로 메뉴판을 가리켰다.


“저거 다 준비할 수 있어요?”

“네? 네,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다 준비해주세요.”

“네? 지금요?”

“테이블 위에 있는 포장 용기부터 싹 다 치우세요. 오늘 여기서 회식할 거니까.”

“아, 알겠습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박호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지금 내 밑으로 싹 다 집합시켜서 주소 찍어주는 데로 데리고 와.”

-응? 네 밑으로?”

“그래. 스튜디오 식구까지 싹 다.”

-스튜디오? 그걸 내가 어떻게 말해?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아니, 그럼 정도한테···.


통화를 끊은 나는 김상무를 쳐다봤다.

황당할 만도 하지만 그는 놀랍도록 침착하게 테이블을 정리했다.


‘손이 빠르군.’


지금 내가 우리 식구들을 여기로 모이라고 한 이유는 하나다.

이 사람에게 사람을 다루는 방식을 가르쳐주기 위해서다.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한다. 일 할 때는 확실하게 하고, 뒤끝이 없어야 한다.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지시는 칼같이 해야 한다. 후에 섭섭한 마음을 달래는 건 보상으로 해결한다.


내가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했다면 진작 영원을 데리고 한국을 떠났을 것이다.



***



김상무는 빠르게 반찬을 준비했다.

미리 만들어둔 반찬 말고 새로운 반찬이 완성되자마자 나는 기미 상궁이라도 된 듯 맛을 봤다.


‘맛있어.’


나는 요리에 재능도 없거니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밥을 사 먹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기에 잘 몰랐지만 이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김상무는 손도 빠르고 요리에 대한 감각이 남달라 보였다.


“김치도 안 사고 직접 담습니까?”

“예, 겉절이로 바로바로 만들어둡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오빠···.”


출근한 김상무의 여자친구는 불만 섞인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마치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나를 노려봤다.


“이분 좀 너무하신 거 같은데!?”

“음···.”


결국, 내 예상대로 그녀가 폭발했다.


“건물주면 건물주지 남의 식당 주방에서 뭐 하는 거예요!?”

“그러지 마. 오빠한테 잘해주신 분이야.”

“그래도···.”


김상무는 자신의 여자친구를 말렸다.

나는 그에게 한 번도 잘 해준 적 없었다.

그저 다른 곳보다 조금 높게 알바비를 책정했을 뿐이었다.


“빚이 얼마죠?”


나는 팔짱을 낀 채 두 사람을 쳐다봤다.


“일억··· 삼천 넘었습니다.”

“까먹은 보증금이 얼만데요?”

“1500이요···. 월세 5달 밀렸습니다.”

“오빠, 그런 말 막 해도 돼?”


김상무는 다시 한번 여자친구를 말렸다.


“오빠 도와주신 분이라고 했지? 내 요리 맛보고 우신 분은 처음이야. 그러니까 끼어들지 말고 조용히 해.”

“···미안.”


나는 두 사람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젊디젊은 한 쌍의 보기 좋은 커플이다.

결국, 이 친구는 1억 3천이라는 빚이 감당이 안 되는 것이다.

이자를 메꾸는 것까지 상당히 벅찰 테고 이대로는 빚은 늘어만 갈 것이다.


“1억을 모으는 것도 힘든데, 1억을 갚는 건 진짜 힘든 일이에요.”

“안 그래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김상무를 보던 나는 여자친구에게 고개를 돌렸다.


“여자친구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저는 공백입니다.”

“하잔디요···.”

“잔디 씨, 잠깐 자리 좀 비켜주실래요?”

“예···.”


하잔디가 주방을 나가자 나는 그를 쳐다봤다.


“돈지랄한다고 생각하시면 거절하시죠. 제가 얼마 빌려드리면 될까요? 양심껏 말씀해보세요.”

“예······?”

“얼마를 빌려드릴까요? 이자는 없는 대신 정확히 1년 안에 갚으셔야 합니다.”

“사장님···?”

“떼먹을 생각은 안 하시는 게 좋아요. 그러니 1년 안에 갚을 수 있는 금액을 부르세요.”


김상무는 백지장처럼 얼굴이 창백해졌다.

전혀 예상 못 했다는 듯 그렇게 한참 넋을 잃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싫으시면 말고요.”

“사··· 사장님.”


그는 내게 무릎을 꿇었다.


“이러지 마세요. 당장 일어나시죠.”

“2천··· 2천이면 충분합니다. 염치없지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나 같으면 1억을 불렀을 것이다.

총알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데 겨우 2천을 부르다니.

나는 그를 일으켜 세우며 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오천, 1년 안에 갚으세요.”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김상무는 결국 잔뜩 얼굴이 일그러져 울먹였다.


“울지 마세요. 잔디 씨가 보면 태교에 좋지 않아요.”

“흑···. 네.”


딸랑딸랑!


그때 가게 문이 열리고 기다리던 식구들이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하잔디는 마정도와 줄줄이 들어오는 영원밴드를 반겼다.


“자, 이제 메인요리 시작하시죠.”

“알겠습니다. 잔디야! 오늘 배달 주문받지 마!”

“응? 왜?”

“오늘은 사장님 손님한테 집중하고 싶어.”

“알았어!”


스튜디오 식구들도 웃으며 들어왔다.


“우리 첫 회식이야?”

“오빠, 왜 여기서 회식이에요?”

“나 소고기 먹고 싶었는데.”


이지후와 이민경에 이어 마정도까지 끼어들었다.


“여기 음식이 맛있으니까 부른 거지. 다들 앉으세요. 오늘 드시고 싶은 거 다 시키세요.”

“예!”

“문호는 선우현이랑 같이 앉아.”

“아, 형···.”


문호는 내 말에 얼굴을 붉히며 선우현 옆에 앉았다.

나는 스튜디오 식구와 호구엔터, 영원밴드를 번갈아 쳐다봤다.


“나지안은 어딨어?”

“지안이 오늘 약속 있다고 일찍 갔어요.”

“그래? 할 수 없지 뭐. 효빈이는 오크로드한테 전화해서 시간 되면 오시라고 해.”

“그래도 돼?”

“응. 잔디 씨, 저 좀 잠시만.”


나는 배효빈을 쳐다보다 하잔디를 불렀다.


“예, 사장님···.”

“가게에 버너랑 불판도 있죠?”

“그럼요, 있죠.”


나는 그녀에게 카드를 건네 소고기를 부위별로 넉넉하게 사 오라고 말했다.


“잔디 씨 드실 거까지 넉넉하게 사 오세요. 임산부한테 소고기가 좋잖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일단 검은 봉지에 담아와서 냉장고 넣어두세요.”

“예.”


잠시 후, 테이블에 밑반찬이 차려지고 닭볶음탕부터 꽃게탕, 갈비찜 요리가 나왔다.


“밥 먹을 사람은 밥 먹고, 술도 마음껏 드세요. 대신 취하지 않을 정도로 마십시다.”

“술은 너만 안 마시면 돼.”


나는 마정도를 보며 인상을 구겼다.

마침 김상무가 부침개를 접시에 담아 왔다.


“어라? 주차장 아저씨잖아?”

“어, 주차장 아저씨다!”

“안녕하세요.”

“아저씨가 여기 요리사예요?”

“뭐, 그렇죠. 하하.”


모두 김상무를 알아보고 반가워했다.


“요리 넉넉하게 됐으니 상무님도 함께 드시죠.”

“네. 혹시 드시고 싶은 거 있으면 말씀하세요. 돼지고기 등심 밑간해놓은 거 있는데 탕수육도 할 수 있어요.”

“우와 탕수육!”


나는 김상무를 내 옆에 앉혔다.

다행히 모두 입맛에 맞는지 맛있게 차려진 음식을 먹었다.


“음식 솜씨가 좋은데?”

“맛있어요.”

“진짜 맛있지? 상무님 여기 마약 탄 거 아니죠?”

“아닙니다. 하하”

“주차장 아저씨 이름이 김상무였어요?”


우리는 화기애애하게 회식을 즐겼다.

그리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슬슬 술을 곁들이기 시작했다.


“지후 팀장님.”

“응?”

“실력 있는 프로듀서 접촉 좀 해보세요.”

“영원밴드 앨범 작업하려고?”

“네. 괜찮으면 레이블에 스카웃도 하고요.”


나는 마정도를 쳐다봤다.


“정도는 이유주 실장님이랑 이민경 엔지니어 좀 백업해줘.”

“알았어.”

“호우는 오크로드 오면 라이브클럽 공연 섭외해.”

“아? 그래서 부른 거야?”

“응.”


나는 핸드폰을 꺼내 인테리어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사장님.

“사장님, 공백입니다.”

-네네.

“제가 문자 찍어둘 테니 남은 공사 기간에 일하는 분들 거기서 식사하게 해주세요.”

-아, 잘 알겠습니다.


통화를 끊은 나는 영원을 쳐다봤다.


“작곡은 어떻게 됐어?”

“거의 다 됐어요.”

“너희 EP 앨범에 실을 곡 목록 빼놔.”

“예.”

“문호는 싱글앨범 발매 준비할 거니까 영원이랑 같이 작업해.”

“형, 감사합니다!”


문호는 내 말에 선우현과 기쁨을 나눴다.

나는 다시 옆에 앉은 김상무를 쳐다봤다.


“내일부터 홀도 돌리는 겁니다. 직원 알아봐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다시 한번 시작해 보겠습니다.”

“내가 왜 이걸 보여주는지 아시겠죠?”

“네. 알 거 같습니다.”


잠시 후 오크로드 멤버들까지 가세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형님, 오랜만!”

“다들 식사 안 했죠? 상무님 이 친구들 식사 좀 준비해주세요.”

“네.”


오크로드를 쳐다보던 마정도가 젓가락을 입에 문 채 불만을 토로했다.


“나 뭐 구워 먹고 싶은데?”

“뭘 구워 먹어? 그냥 있는 거 처먹으면 되지.”

“소고기 같은 거 사줘!”


하는 수 없이 부탁하려던 순간 하잔디가 미리 눈치채고 소고기를 내어왔다.


“소고기 나왔습니다.”

“잔디 씨, 고마워요. 정도야 됐냐?”

“안주는 구워 먹어야 제맛이지!”


모두 회식을 즐기며 내가 던져둔 화두를 주제로 각자 알아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식사를 내어 온 김상무를 다시 내 옆에 앉혔다.


“디테일하게 간섭할 필요 없어요.”

“네···.”

“큰 지시만 던져주면 됩니다. 그래도 말귀 못 알아들으면 디테일하게 쪼으세요.”


김상무도 잘 알겠다는 표정이었다.

나도 그에게 크게 디테일하게 간섭하지 않았다. 반찬이나 요리라던지 그런 것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오지랖이 도지긴 했지만 그가 앞으로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라이브클럽은 공사 마무리까지 2주를 앞두고 있었다.

이지후가 섭외한 프로듀서는 영원을 지도했다. 영원은 EP 앨범 준비와 더불어 문호의 싱글앨범도 준비 중이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네.”


나는 과거 함께 작업했던 청아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찾았다.

블랭크 스튜디오에 새로운 일감을 주기 위해서였다.

더불어 나는 높은 난이도인 오케스트라 믹싱 작업을 통해 스튜디오 식구들에게 오너로서의 믿음을 줄 필요가 있었다.

내가 아무리 그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더라도 실력으로 믿음을 주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깐깐하고 고지식한 마에스트로 김희성을 구워삶아야 한다.


나는 초조하게 그를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삼십여 분, 드디어 김희성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나는 그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지휘자님, 안녕하십니까?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나는 그에게 깍듯하게 허리를 숙였다.

김희성은 내가 알던 것과 달리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게 초췌한 모습이었다.


“앉으시죠.”

“지휘자님 먼저 앉으십시오.”

“그럼···.”


그는 내가 건넨 팜플렛을 읽어내려갔다.


“음···. 왜 오셨는지는 알겠는데, 저희는 딱히 새로운 스튜디오와 작업 할 이유가 없는데요.”

“그래도 인사드릴 겸 찾아왔습니다.”


김희성은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아래위로 훑었다.


“대표치고는 너무 젊어 보이는데···.”

“나이와 실력은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훗, 그렇긴 하죠.”

“지휘자님은 지금 스튜디오 믹싱 결과에 만족하십니까?”


내 말에 그는 흠칫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혹시 날 알고 있나?”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혹시 내가 아는 인맥이라도?”


나는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믹싱 결과가 하나도 마음에 안 들지만, 차선책이 없어 답답해하고 계시죠?”

“뭐?”


김희성은 웃음기 가신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저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신다면 지휘자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믹싱해보겠습니다.”


나는 다시 한번 일어나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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