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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 혹은 망상가

2회차 사운드 엔지니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남궁건
작품등록일 :
2023.08.03 04:12
최근연재일 :
2023.10.15 12:25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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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31
추천수 :
677
글자수 :
3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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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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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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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5쪽

EP 3. 호구엔터

DUMMY

나는 이민경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왜? 오빠는 스튜디오 차리면 안 돼? 고졸이라서?”

“아니,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정말 오빠 스튜디오예요?”

“맞아.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이민경과 이유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나도 너무 놀랐어. 근데··· 사실이야.”


이지후도 내 말에 맞장구쳤다.

그들의 반응도 이해가 간다.

어쩌면 나 역시 박호우처럼 찌질한 삶을 살고 있었다.

과거에 연연한 채 바보처럼.


“일단 계약 조건을 제시하겠습니다.”


나는 박호우 같은 호구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정도처럼 불도저 같은 바보는 더더욱 아니다.


“휴암 스튜디오에서 받았던 연봉의 110%를 제시합니다. 그리고 명절 보너스와 상여금도 지급하겠습니다.”

“예!?”

“구두가 아닌 정식으로 제대로 계약을 맺고 매년 연봉 협상을 진행하겠습니다. 언제 잘릴지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오빠···?”

“시간 외 수당까지 모두 보장합니다.”


이유주와 이민경은 마주 보며 믿기지 않는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때 이지후가 끼어들었다.


“그러지 말고 우리 공백이 스튜디오 보러 가자. 나도 너무 궁금해 미치겠으니까.”


이지후의 말에 우리는 카페를 나섰다.

나는 만복성 빌딩을 손으로 가리켰다.


“여기 4층이에요.”

“어? 여기 주차하려고 했더니 막던데?”

“아, 그러셨어요? 이제 막 주차하셔도 돼요. 주차장 알바한테 알려둘 테니까.”


나는 곧장 주차장으로 가 알바에게 이지후를 가리켰다.


“공백 씨 어떻게 된 거지?”

“공백 오빠 로또라도 맞은 걸까요?”


이유주와 이민경은 이 상황이 믿을 수 없었다.



***



“선우현, 좀 더 문호를 그윽한 표정으로 쳐다보면서 말해.”

“그, 그윽하게요?”

“응. 넌 지금 문호를 사랑하고 있어.”

“그래! 내가 이 남자를 반드시 갖고야 말겠어! 이런 표정으로!”


박호우와 마정도는 선우현을 다그쳤다.

선우현은 하는 수 없이 문호를 진지하게 쳐다봤다.


“오빠, 서류 유출 안 할 테니까 저랑 라면 먹으실래요?”

“정말이지?”

“원하시면 술도 한잔할 수 있는데···.”

“술? 오케이, 콜.”


문호는 콧구멍을 벌렁거렸다.


“캇! NG! 대사가 그게 아니잖아!”

“문호야! 왜 콧구멍을 벌렁거리는 거야? 넌 지금 거절해야 하는 처지라고!”

“흑, 죄송합니다.”


문호는 박호우에게 고개를 숙였다.


띵!


마침 4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응?”

“백아···?”

“여기서 뭐해?”


나는 촬영 중인 그들을 쳐다봤다.


“시, 시트콤 촬영.”

“이젠 하다 하다 현이까지 끌어들였냐?”

“백이 오빠, 저 좀 살려주세요.”


선우현은 정말 하기 싫다는 표정이었다.


“뭐야?”

“대체 어떻게 된 일?”


휴암 스튜디오 식구들은 낯선 상황에 어리둥절한 채 우리를 쳐다봤다.


“아, 얘들 그냥 우리랑 관계없어요. 엔터 쪽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

“엔터?”

“안녕하십니까? 호구엔터 대표 마정도입니다. 이쪽은 부하 직원 박호우고···.”

“자··· 잠깐.”


마정도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던 도중 이유주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문호를 보고 넋이 나갔다.


“이 다비드는 누구?”

“예?”

“너무 잘생겼어. 완전 내 스타일.”

“아, 만지면 안 되는데.”


이유주는 문호의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이 친구는 우리 호구엔터의 1호 계약자···.”

“조용해 봐요! 저기 애인 있어요? 네?”

“어··· 없어요. 근데 전 좋아하는 사람 있는데요?”

“상관없어요. 우리의 밤은 깊으니까. 어차피 떡은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잖아요.”

“네!?”

“실장님! 정신 차리세요!”


이민경은 급하게 이유주를 말렸다.

잠시 헤프닝이 있었지만 우리는 방문목적대로 공사 중인 스튜디오를 살폈다.


“우와···.”

“어때요?”

“대박.”

“정말 끝내줘요.”


세 사람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스튜디오를 보며 연신 감탄했다.


“안 그래도 내일 간판 달 예정인데, 이름은 블랭크예요. 블랭크 스튜디오.”

“블랭크요? 오빠 이름이네요?”

“그렇지? 역시 민경이.”

“헤헤.”


우리는 스튜디오를 모두 돌아보고 입구 소파에 앉았다.

방실방실 웃는 이민경과 달리 이지후와 이유주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역시···.’


나는 두 사람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이 세 사람, 이 씨 트리오는 제대로 된 대학 정규교육을 마치고 스튜디오에 입사한 소위 전문가다.

어쩌다 마현도의 인맥으로 입사한 나와는 다른 정통파란 말씀이다.

두 사람은 번지르르한 인테리어를 보고 틀림없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을 것이다.


“두 분은 표정이 좋지 않네요.”

“아? 그럴 리가···.”

“공백 씨, 너무 놀라서 그러니 신경 쓰지 마. 아니, 이제 대표님이라고 불러야겠죠?”


말과는 달리 이유주는 아니꼬운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냥 하던 대로 편하게 부르시죠.”


나는 박호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부 4층으로 집합.”

-엉? 우리 촬영 중인데?

“집합이라 했다.”

-네.


잠시 후, 박호우와 마정도, 문호, 영원밴드가 모두 스튜디오 입구에 모였다.


“나랑 일할 스튜디오 식구다. 호구엔터는 자기 소개한다. 실시!”


내 말에 세 사람은 고개를 숙였다.


“박호우입니다.”

“마정도라고 합니다.”

“저는 문호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나는 박호우를 가리켰다.


“이 친구가 호구 엔터테이먼트와 TIGER 9 레이블 대표입니다. 마정도는 그냥 찌끄래기니까 무시하고.”

“헉!?”


나는 문호를 가리켰다.


“우리 호구엔터의 복덩이 문호입니다. 앞으로 크게 성장할 친구입니다.”


이유주는 동의한다는 듯 손뼉을 쳤다.

나는 이내 영원밴드를 가리켰다.


“영원밴드입니다. 제 히든카드죠. 각자 자기 소개하도록.”

“리더 선우현입니다.”

“영원이라고 합니다.”

“나··· 나지안이예요.”

“저는 이쁘니 배효빈!”


모두의 소개를 받은 이 씨 트리오는 작게 손뼉을 두드렸다.


“우리 모두 한 식구고, 세 분도 이제 저희 식구입니다.”


내 말에 이 씨 트리오가 나를 쳐다봤다.


“백아?”

“공백 씨···?”

“저는 이 친구들과 더불어 세 분도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 약속드리겠습니다.”


이 씨 트리오는 모두 같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제가 못 미덥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믿음을 드리도록 노력할 테니, 아무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이지후, 이유주, 이민경, 세 이 씨 트리오에 허리 숙여 인사했다.


“백아! 나, 나도 잘 부탁한다!”

“공백 씨, 저도요.”

“오빠,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세 사람은 모두 감동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내가 지시한 대로 마정도는 웃으며 그들에게 선물을 꺼냈다.


“이거 설 명절 세트···. 받아 주실 거죠?”



***



내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반드시 엄마를 모시고 사는 여자와 하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는 철없는 아들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다.

나는 과거 영원에게 엄마에 관한 얘기를 많이 했었다.

그것은 불효자로서의 후회와 회한이었다.

영원은 이미 돌아가신 엄마를 보지 못한 게 아쉽다며 몇 번이나 날 위로했었다.


“아들, 거기 채반에 도라지 가져와.”

“네? 도다리요?”


나는 부엌 이곳저곳을 살폈다.


“도다리 말고 도라지!?”

“어? 어딨지?”


내가 허둥지둥하자 결국 엄마가 일어났다.


“거기 있잖아!”

“아, 이게 도라지였어요?”

“그냥 주방에서 나가!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 엄마가 알아서 할게.”


엄마는 결국 나를 부엌에서 쫓아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엄마, 그럼 저 과일 씻을까요?”

“됐거든?”

“그럼 밤이라도 깎을까요?”

“아, 좀!”

“왜요? 아들이 좀 하겠다는데, 어? 엄마가 돼서 말이야!”

“지랄 옆차기하네.”

“헐? 재단 이사장님께서 입이 험하시네?”

“너 오늘 진짜 얻어터질래?”


나는 설 명절 차례 준비에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나는 설날보다 더 중요한 게 추석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설도 와야 하지만 추석에도 꼭 와야 해. 그날이 아빠랑 합제니까.’


엄마의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얼마나 못난 아들이었던 걸까?


“엄마··· 정말 죄송해요.”

“······.”

“엄마 나 좀 봐.”

“······.”

“엄마?”

“좀! 엄마 일하는 거 안 보여?”


결국, 엄마는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차례를 지낸 나는 엄마와 함께 할아버지 묘비를 찾았다.


“아버님, 여보, 공백이 왔어요.”


나는 엄마를 보며 마음이 숙연해 졌다.


‘아빠, 제가 왔어요.’


망우산 입구의 작은 돌탑.

그게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묘비였다.



***



애초 4주로 약속했던 스튜디오 공사는 설날이 지나서야 끝났다. 더불어 주차장 자동화 설비공사도 끝났다.


“그동안 수고 많았어요.”

“아닙니다.”


나는 그동안 내 주차장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알바생을 쳐다봤다.


“사장님, 왜 그런 표정으로···.?”

“아니, 이제 무슨 일 하실 건가 해서요.”

“그동안 사장님께 큰 도움 받은 만큼 제가 원래 하는 일에 집중해야죠.”


그의 외모는 배효빈처럼 그냥 날림 그 자체였다. 하지만 내게는 항상 예의 바른 청년이었다.

간혹 옷을 갈아입을 때 보이는 그의 문신과 외모는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나는 영원밴드에게 3대 금지령으로 타투는 절대 금지라고 못 박아둔 후였다.

그와 별개로 겉모습과 다른 그의 예의 바름은 늘 나를 돌아보게 했다.


“원래 하던 일이 뭔데요?”

“저 배달식당하고 있어요.”

“배달식당?”


나는 호기심에 못 이겨 그의 배달식당을 찾았고, 새로운 세계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낮에는 내 주차장 알바를 하고 해가 지면 배달식당을 하고 있었다.

하루 3시간만 잔다는 그를 보며 나는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이걸? 투잡으로 하셨다고요?”

“네···.”

“정말 대단하시네요.”

“아닙니다. 저한테는 주차장 알바도 과분할 따름이었어요. 보시다시피 주방도 볼품없죠. 위생점검이라도 오면 큰일 날 거 같아요.”

“아뇨. 이 정도면 정말 깔끔합니다. 그동안 정말 고생하셨네요.”


나는 가만히 그를 쳐다봤다.

나는 막연하게 그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고 생각했고, 주차장 관리를 하는 알바일 뿐이라 생각했다.

과거였다면 이 청년을 칭찬하며 내게도 동기부여가 됐다며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겠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금 나는 고작 25세의 나이에 청담동 건물을 가진 갑의 위치고 이 친구는 28살이지만 을의 위치였다.

그런데 이 친구는 지금 눈시울이 붉어져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정말 사장님 덕분에 저는···.”

“됐습니다. 더는 아무 말씀 마세요.”

“네? 네···.”

“냉장고 구경 좀 해도 될까요?”

“네.”


나는 실례를 무릅쓰고 냉장고를 살폈다.

숙성 중인 밀가루 반죽과 깔끔하게 손질된 양파와 대파, 그리고 예쁜 꽃이 보였다.


“뜬금없이 냉장고에 왜 꽃이 있죠?”

“아, 그건···.”


그는 말하기를 망설였다.


“김상무 씨, 제가 묻잖아요?”

“아···. 제 여자친구가 준 꽃이에요.”


이 껄렁껄렁한 녀석에게 여친이 있다니.

나는 냉장고에 있는 꽃을 꺼냈다.


“상무 씨, 주차장 일하시면서 이 영업장을 운영하는데 여자친구까지 있다고요?”

“예, 그래서 저는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비결이··· 아니! 이유를 여쪄봐도 될까요?”

“여자친구가 임신 중입니다···.”


김상무는 그야말로 초인이었다.

말도 안 되는 사연을 들은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선생님, 아니! 사장님, 부탁드릴게요. 저한테 한 끼만 차려주실 수 있을까요?”

“네? 아···. 문제없습니다.”


김상무는 이내 웃으며 채소를 손질했다.

그리고 마치 중국집 주방장처럼 빠르게 내 한 끼를 위해 요리했다.

그는 정말 손이 빨랐고, 한눈에 봐도 프로의 솜씨를 보여줬다.

하루에 3시간만 자며 주차장 알바와 배달식당을 운영한다는 말을 나는 점점 신뢰할 수 있었다.


“저는 테이블에서 기다릴게요.”

“아, 네.”


보잘것없는 나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주방을 나왔다.

그리고 그의 식당을 살폈다.

깔끔한 주방과 달리 테이블 위에는 각종 포장 용기가 어지럽게 쌓여있었다.

배달식당답게 가게는 손님을 받을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나는 치열한 삶을 사는 김상무를 보며 제대로 감동받았다.

그리고 그는 이내 트레이를 끌고 테이블에 음식과 반찬을 내놓았다.


“반찬이 왜 이렇게 많아요?”

“아···. 사장님이 뭘 좋아하실지 몰라서요.”

“이렇게 장사해서 남아요?”

“배달할 때도 최대한 손님 요청사항을 반영해드리거든요. 별거 아닙니다.”


나는 눈물을 참으며 숟가락을 들었다.

이내 가장 눈에 띄는 미역국을 떠먹었다. 그런데 미역국을 맛보자마자 거짓말처럼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너무 맛있잖아. 마약이라도 탄 거 아냐?’


무생채, 콩나물무침, 계란말이, 멸치볶음, 감자전, 계란후라이, 비엔나소시지, 깻잎장아찌는 아직 맛도 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미역국만 입에 대고도 도저히 이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사, 사장님. 왜 우시는지?”

“김상무 씨, MSG 때려 부었어요?”

“아, 정말 조금 넣었는데···. 죄송합니다.”


김상무는 큰 실수라도 한 듯 반응했다.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아예 손으로 눈을 가린 채 대놓고 울기 시작했다.


“사장님, 왜 우시는지···.”


내가 울자 김상무는 안절부절못했다.

막연하게 앞만 보며 달려왔던 나는 이 친구를 보며 제대로 감동받았다.


나는 생각했다.

이 친구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어떻게 해야 그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고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렇게 맛있는데 장사가 안돼요? 왜 주차장 알바까지 한 거예요? 장사에 집중하셔야죠?”

“아···. 그게 사실은···.”


김상무는 내게 사연을 털어놨다.

처음부터 배달식당은 아니었다.

식당의 이름은 초원정식.

재작년부터 영업한 이 한정식당은 처음에는 제법 장사가 잘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26살이란 젊은 청년 사장에 직원들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는 사람을 부릴 줄 몰랐다.

잦은 직원 교체로 인해 그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토로했다.


이제 28살의 김상무는 설상가상 여자친구가 임신까지 한 상태다.

결국, 그는 나름 최선의 선택을 했다.

홀을 접고 배달식당을 하기로.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청담동에서 배달식당이라니 정말 최악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여자친구···. 아니 아내는요?”

“여기서 일하던 친구예요.”

“그 친구는 지금 뭐 해요?”

“곧 있으면 매장에 나올 거예요.”

“결국, 둘이서 배달식당을 운영 중인가요?”

“그렇습니다.”


담담하게 그와 대화를 나누던 사이 어느새 공깃밥 한 공기를 모두 비웠다.


“한 그릇 더 주세요.”

“아, 넵!”


그는 웃으며 주방으로 향했다.

이 와중에도 웃음을 짓다니.

그가 주차장 알바까지 병행한 이유는 보증금을 까먹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건물주는 3개월 이내에 상가를 비워달라고 최후통첩을 내린 상태였다.


김상무에게 남은 시간은 40여 일 뿐.

3층짜리 낡은 상가에 1층 배달식당.

나는 밥공기에 가득 담긴 밥을 쳐다봤다.


‘이런 친구는 살려야 해.’


나는 또 예정에도 없던 일을 저지르려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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