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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 혹은 망상가

2회차 사운드 엔지니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남궁건
작품등록일 :
2023.08.03 04:12
최근연재일 :
2023.10.15 12:25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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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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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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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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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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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EP 1. 과거와 현재

DUMMY

내 물음에 이지후는 생각하는 듯 잠시 말이 없었다.


”기억 안 나세요?“

-쓰-읍, 네가 나랑 함께 있었지 아마?

“아마 말고 확실하게요.”

-확실···히 있었어. 맞아, 있었어. 그 문호란 녀석이 너를 요상한 표정으로 봤었지. 근데 그건 왜 물어?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 아닙니다.”

-왜? 문호란 녀석이 데뷔 엎어졌다고 뭐라 그래? 설마 찍새라고 무시하기라도 하디!? 어?


이지후 실장이 흥분한 듯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데뷔가 엎어져요? 왜요···?”

-그건 나도 모르지? 말해봐. 왜 그러는 건데?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다시 전화 드릴게요.”

-야!


나는 통화를 끊고 역사로 내려갔다.


‘나 때문인가···?’


내가 김영수 팀장을 조지려고 한 행동에 애꿎은 아이들이 데뷔도 못 하고 엎어졌다.

그런 생각을 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때는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틀림없이 나는 과거로 돌아와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감상에 젖는 동안 지하철이 도착했다.

나는 지하철 좌석에 앉아 핸드폰을 쳐다봤다.

통화 목록에 홍예화에게 걸려온 많은 전화에 수신차단 마크가 찍혀있었다.

아무래도 찹쌀떡 상자에서 현금을 확인한 듯했다.

그런데 그동안 소식이 뜸했던 메신저 앱에 알람이 떠 있었다.


[당신 진짜 뭐야? 돈이면 단 줄 알아?]

[누가 돈 달라고 했어?]

[너 우리 민성이한테 다 이를 거야!]

[설마 메신저도 차단했어?]


홍예화에게 온 메시지를 읽은 나는 눈을 감았다.

딱히 보답을 바라고 도와준 건 아니지만, 어찌 됐든 지금 나는 그녀의 인생을 바꾸고 있다.

그런데 앞서 파이브 스틸러가 엎어진 걸 생각하니 홍예화에게도 ‘내가 정말 잘하는 짓인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



나는 박호우의 집으로 향했다.

앞으로는 명확한 선을 긋기로 했다.

도움을 주고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건 오직 내 사람으로 한정한다.

반대로 차준석같이 응징해야 할 존재에게는 가차 없이 내가 가진 정보를 이용한다.


나와 관련 없는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건 홍예화가 마지막이 될 것이다. 아무래도 지금 홍예화의 반응은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거 같았기 때문이다.


‘자꾸 나한테 집착하는 거 같아. 잘못하면 비수가 되어 돌아올 수도···.’


그녀가 오롯이 사법고시에 전념할 수 있게 할 필요할 필요가 있었다.

답장하려고 핸드폰을 본 나는 전혀 예상지도 못 한 메시지를 확인했다.


[답장 안 하면 나랑 결혼하는 줄 알 거야. 그리 알아!]


“이런 친년이가!?”


나는 바로 그녀에게 답장을 보냈다.


[헛소리 그만하고, 제발 공부에 전념하세요. 불합격하면 다신 안 볼 거에요.]


그런데 이 여자, 핸드폰을 보고 있던 모양이다.


[당신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겠어!]


“이런 씨발!”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아 머리를 긁던 중 누군가 다가왔다.


“친년이가 누군데 욕을 해?”

“어, 정도야.”


마정도는 뭔가를 들고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친년이가 누구냐고? 왜 부자 동네에서 소리를 질러?”

“아무것도 아냐. 그건 뭔데?”

“아이스 아메리카노···.”

“헐, 웬일?”


마정도가 뭔가를 사 오다니 낯설기 그지없었다.


박호우 역시 나와 같은 반응이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내가 마정도와 박호우의 지하실에 들어가자 나온 반응이다.

박호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생경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런 눈으로 보냐? 뭐 하고 있었어?”

“아, 그냥 백이가 사 온 장비 공부하고 있었지.”

“장비 뭐?”

“이 오디오 인터페이스라는 거 말이야. 신기하더라.”


박호우는 나름대로 공부한 오인페에 대해 설명을 늘어놨다.

나와 마정도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가만히 설명을 들었다.


“어때? 대단하지?”


박호우의 설명을 경청한 나는 연주실로 두 녀석을 데리고 왔다.


“자 이제 이걸 어떻게 활용하는가인데···.”


나는 UAD 번들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오인페를 활용하려면 프로그램도 필수거든. DAW(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라고 하는 데 큐베이스, 에이블톤 라이브, FL STUDIO, 로직 정도가 있지. 나는 UAD의 콘솔을 사용해 볼 거야. 잘 보고 배워.”


나는 아폴로 트윈에 잭을 연결한 후 레코딩 설정을 만지작거렸다.

박호우는 마정도와 눈빛을 주고받더니 액션캠을 켰다.

나는 이내 기타를 연주했다.


Helloween- Mr. Torture


내가 연주를 시작하자 두 녀석은 놀라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공백이 헬로윈 싫어하지 않았나?”

“왠지 연주 실력도 는 거 같은데?”

“기타는 여기 처박혀 있었는데 어떻게 늘어?”


40초 정도의 리듬기타 파트 연주가 끝나고 DAW로 트랙을 설정했다.


“자, 전에 잡아 놓은 메트로놈을 시작 카운터로 쓸 거야. 이제 조금 전 연주해서 만든 트랙을 재생함과 동시에 레코딩 할거야.”


똑똑똑똑!


카운트가 시작되고 나는 리드기타 파트를 연주했다.

두 녀석은 진지하게 나를 지켜봤다.


“방금 연주한 부분도 트랙 설정할 거야. 이제 2개의 트랙이 생겼지? 이 두 개의 트랙을 재생해 보자.”


내가 처음 연주한 리듬기타 파트와 다음에 연주한 리드기타 파트가 합쳐지진 사운드가 재생됐다.


“백킹 트랙을 만든다. 이렇게 생각하면 쉽겠지?”


마정도와 박호우는 대답 없이 눈만 깜빡거렸다.


“이해 간 거지?”


두 녀석은 고개를 끄떡였다.


“여기까지가 레코딩이고 이제 간단하게 믹싱을 해볼거야. 지금 아웃풋에 스테리오 설정된 걸 모노로 바꾸고 첫 번째 트랙은 L로 두 번째는 R로 바꿀 거야. 그리고 믹서메뉴에서 Sub 1과 2를 인풋 L과 R로 나눠서 설정하는 거야. 자 소리를 들어보자.”

“자, 잠깐만! 이해가 안 가? L, R은 왜 나누는 거야?”


마정도는 다급하게 내게 끼어들었다.

어차피 정답은 나와 있었다. 귀로 들어보면 결과를 알게 될 테니.


“L은 Low part, R은 High part로 반대로 해도 크게 상관없는 부분이야. 호우가 촬영하고 있으니까 나중에 보면서 공부해. 일단 사운드를 들어봐.”


조금 전 간단하게 믹싱한 사운드를 재생하자 두 녀석은 입을 벌리며 놀라워했다.


“스··· 스피커 좌우로 사운드를 분리한 거구나.”

“그래.”

“대박이잖아!?”

“이런 거 왜 진작 안 알려줬어!?”

“알려달라고 한 적 없잖아?”


마정도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쭈욱 빨아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왜 네가 드럼 녹음까지 준비했는지 이제 이해가 간다. 여기에 드럼을 합치면? 아니, 호우 베이스까지 합치면 되는 거네?”

“그래. 거기에 보컬까지 레코딩하면 곡이 완성되는 거지.”


박호우도 대화에 끼어들었다.


“녹음이 이렇게 쉬운지 몰랐어. 그럼 라이브 공연 같은 거도 오디오 인터페이스로 녹음 하는 거야?”

“옛날에는 아날로그 신호를 컨버터로 디지털 전환해서 공연 실황 라이브 땄는데 요즘은 다 이 녀석이 하는 거지.”

“대박이다···.”

“근데 우리는 오디오 인터페이스 두대 샀잖아!? 동시 녹음은 안 되는 거야?”

“맥이라서 오인페 두대 연결하면 돼.”


맥의 장점이라면 디바이스 설정이 수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짧은 지식이고 윈도우도 아마 가능(?)할 것이다.


“기타 연주한 거 영상 올려도 돼!?”


나는 박호우의 물음에 마음대로 하라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잠깐,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저번에 찍은 영상이랑 이어지게 기타 리뷰하자.”

“기타 리뷰?”

“대충 어떤 기타인지 소개는 해줘야지?”

“척 보면 알지 않나?”

“장난해? 일렉 기타 전혀 모르거나 리스너도 있을 거 아냐?”


마정도의 말도 일견 타당해 보였다.

박호우도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게 맞는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지금 구독자 몇 명이야?”

“나랑 호우 둘 뿐이지.”

“일단 나도 구독할게.”


나는 유튜브에 접속해 TIGER 9 채널 구독을 눌렀다.

전에 올렸던 하나뿐인 영상의 조회수는 51회, 댓글은 하나도 없었다.


‘어차피 보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나는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매만졌다.


“근데 백아, 영원이라는 애 말인데.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응?”


박호우의 뜬금없는 질문에 뭐라고 답해야 할지 머리를 굴렸다.


“그냥 뭐, 어찌어찌···?”

“음 당당하게 파마하고 다니는 거 보면 좀 문제 있는 애 아냐? 좀 불량한···.”


나는 박호우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시선을 피했다. 갑자기 이 자식이 왜 영원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문제는 박호우의 질문에 내가 뭐라고 답하기도 난감한 상황이었다.


“호우야. 내가 파마해서 머리가 이래?”

“아니? 너 곱슬이잖아.”

“······.”

“잠깐 그럼 영원도 곱슬머리란 말이야? 너 어떻게 알았어?”

“그··· 그냥 어림짐작이지. 됐으니까 그만 촬영이나 하자!”

“알았어. 화내긴···.”


박호우는 입이 툭 튀어나와 액션캠을 만지작거렸다.

마정도는 뭔가 자극받았는지 헤드폰을 낀 채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오인페에 잭을 꽂은 후 앰프와 연결했다. 그제야 마정도는 헤드셋을 벗어 날 쳐다봤다.


“뭐하게?”

“하던 거나 하셔.”


나는 콘솔로 레코딩을 시작했다. 그리고 기타를 세운 후 고개를 끄떡였다.

박호우도 준비가 됐다는 듯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믹싱 엔지니어 공백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전에 연주했던 세 가지 기타에 대한 리뷰입니다.”


나는 기타를 잡아 자세를 잡았다.


“우선 이건 제 기타구요. 깁슨 레스폴 클래식 89년식입니다.”


나는 기타 잭을 앰프에 꽂은 후 코드를 짚었다.


지징!


“보시다시피 에보니 컬러고, 정식 명칭은 모르겠습니다. 친구가 얼마 전에 새로 스트링을 갈고 세팅을 해줬습니다. 아! 참고로 절대 방출 생각은 없습니다.”


박호우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듯 인상을 구겼다.


“에··· 그럼 제가 쓰는 이펙터는 오버 드라이브 계열인데···.”


박호우는 역시 하지 말라는 듯 빠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 이펙터는 건너뛰고, 그럼 소리를 들려드릴게요.”


녀석은 얼른 그렇게 하라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젠장, 저 자식이···.’


나는 미간을 잠시 찌푸리다 이내 연주를 시작했다.


Ozzy Osbourne - Crazy Train


짧은 하이라이트 부분의 연주가 끝나자 박호우는 입을 벙긋벙긋했다.


“아, 이 곡은 오지 오스본의 크레이지 트레인입니다. 그럼 다음 기타로 갈까요?”


나는 내 기타를 내려놓고 박호은의 기타를 꺼냈다.


“이 기타는 친구 여동생 기타입니다. 탐 앤더슨 드롭탑 클래식이고 정식 명칭은 모르겠습니다.”


나는 기타를 뒤집어 넥을 살폈다.


“음, 년식은 2014년이군요. 상당히 비싼 하이엔드 기타입니다. 소리는··· 음, 아무튼 좋은 기타입니다.”


이내 똑같은 연주를 한 나는 세 번째 기타를 집어 들었다.


“이 기타는 제 친구 형 기타입니다. 기타히어로를 운영하는 사장님이기도 하죠. 낙원상가 2층 기타히어로 많이 이용해주세요. 하하, 보시다시피 펜더 YJM 잉베이 시그니쳐 입니다.”


솔직히 이 기타에 대해서는 탐 앤더슨 보다는 잘 알기에 아는 지식을 설명했다.


“일단 가벼워요. 엘더 바디겠죠? 이 기타는 스캘럽 된 넥이 특징이에요. 그래서 속주 연주가 편합니다. 대신 프렛을 정확히 짚어야겠죠? 명심해야 할 건 21 프렛입니다. 구입하시려면 유의하세요.”


내 멘트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박호우가 또 인상을 구겼다.

나는 서둘러 기타를 뒤집어 넥을 살폈다.


“어··· 2011년식인데 재팬이네요? 하하, 이거 미펜이 아니라 일펜입니다! 저도 처음 알았어요! 완전히 속은 기분인데요? 그럼 바디가 엘더가 아니라 애쉬인가?”


박호우는 고개를 빠르게 가로 저었다.


“아··· 아무튼 아니, 어쨌든 소리는 죽입니다.”


나는 다시 똑같은 연주를 끝냈다.


“됐어?”

“마지막 인사!”

“지금 NG 상황 아님?”

“편집하면 되니까 마지막 인사해.”

“이 새끼가 근데 진짜···.”

“화내지 말고···.”


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다시 촬영에 임했다.


“그럼 궁금한 점은 댓글 남겨주세요!”

“컷! 좀 더 보태서!”

“여···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구독, 좋아요, 해주세요!”


어디서 본 거 있어서 ‘구독, 좋아요’는 잊지 않았다.


“고마워, 수고했어.”

“이 자식이 날 제대로 부려먹네.”

“히히.”


10분도 되지 않는 촬영에 나는 혼이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이건 이거대로 보통 일이 아니군.’


그때 촬영한 데이터를 맥북으로 옮기던 박호우가 내게 다가왔다.


“백아, 할 말이 있는데?”

“응?”


나는 의자에 늘어진 채 녀석을 쳐다봤다.


“우리 모레 동이제에서 영원밴드가 연주하는 거 녹음하면 안 돼?”


박호우의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영원밴드 공연을 레코딩하자고?


작가의말

에피소드 1이 다소 길어졌습니다.

다음 영원밴드 편 기대해 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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