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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 혹은 망상가

2회차 사운드 엔지니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남궁건
작품등록일 :
2023.08.03 04:12
최근연재일 :
2023.10.15 12:2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39,690
추천수 :
677
글자수 :
361,205

작성
23.08.22 16:22
조회
1,686
추천
28
글자
16쪽

EP 1. 과거와 현재

DUMMY

나의 5억 배팅에 아버님은 당황하기보다는 그저 작게 미소 지으셨다.

하지만 어머님은 혹 떼려다 혹이 하나 더 붙은 것처럼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이어지다 아버님이 입을 열었다.


“5억이면 되는 거니?”

“네···.”


다시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아버님은 고개를 떨구더니 무슨 의미인지 모를 콧방귀를 끼며 헛웃음 짓다, 이내 ‘낄낄’거리며 소리 내 웃기 시작했다.


“고맙다. 아저씨가 이제야 조금 숨통이 트인다. 너만 보면 정말 죄지은 기분이 들었거든.”

“그런 생각 하신 줄 몰랐어요. 이제 안 그러셔도 됩니다.

“정말 고맙구나.”

“차용증 진짜 안 쓰셔도 돼요?”

“차용증은 무슨, 더군다나 너는 확실한 보증인이 있잖아. 하하”


확실한 보증인이라, 아마 엄마를 말씀하시는 거겠지.


“엄마에겐 비밀로 해주세요.”

“음···. 그러마.”

“1년··· 아니, 6개월 안에 꼭 갚겠습니다. 이자까지요.”

“하하, 대체 뭐 할 생각인지 궁금하구나.”


사업을 하는 사람답게 당황하지 않는 아버님과 달리 어머님의 표정은 어두웠다.

하고 싶은 말은 많겠지만, 사업가의 아내답게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다.


“제가 뭘 하려는지 곧 알게 되실 거에요. 대신 호우는 제가 제대로 인간 만들어 드릴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버님은 상체를 일으켜 내 손을 꼭 쥐었다. 내색하지 않으셨지만 긴장하셨는지 내 손에 축축함이 전해졌다.


“믿는다. 공백!”

“네!”


아버님은 미소 지으셨고, 어머님은 걱정되는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두 분께 인사하고 현관을 나서 다시 지하실로 향했다.


‘두 분이 싸우진 않겠지?’


시드머니를 확보한 나는 지하실에 들어가기 전 잠시 생각했다.


‘만약 엄마에게 말하면 어떡하지?’


걱정도 잠시, 정답은 나와 있었다.

아마 엄마가 알게 된다면 바로 연락이 올 것이다.

그럼 그때 가서 부딪혀 보면 알 일이다.


지하실로 온 나는 말 없이 두 환장의 콤비를 쳐다봤다.

이놈들 고새를 못 참고 맥주를 마시고 있다.


“엄마가 뭐라셔? 아빠도 오셨던데?”

“어떻게 됐어?”


저절로 한숨이 나옴과 동시에 울화가 치밀었다.

나는 성큼성큼 걸어가 박호우의 맥주잔을 빼앗아 벌컥벌컥 마셨다.


“야··· 너?”

“공백··· 너 알쓰잖아. 술은 왜 마셔?”


내가 알콜 쓰레기였던 건 맞지만, 맥주 한잔에 ‘뿅’ 가지는 않는다.

목구멍으로 넘어간 시원한 맥주가 빈속을 채우며 찌릿찌릿한 게 끝내주는 느낌이다.


“미친 새끼들, 뭐? PC방을 해? 개 같은 소리하네!”


다짜고짜 지른 소리에 두 녀석은 정신이 번쩍 드는 표정을 지었다.


“절대로 너희는 뭐 할 생각하지마. 알았어?”

“왜 그래? 언제는 빨리 백수 청산하라고 노래를 부르더니?”

“차라리 백수를 해라. 사업은 절대 안 돼. 특히 마정도! 호우 부추기지 마라.”

“뭐?”

“그리고 앞으로 호우 보고 호구라 하지마라! 했다간 네 뚝배기 깨지는 날인 줄 알아! 알았어?”

“······.”


주먹을 불끈 쥐던 마정도는 이내 내 시선을 피하며 맥주를 단숨에 비웠다.

자기편이 되어줄 거라 기대한 두 녀석은 망연자실한 채 입을 닫았다.

이대로 둘을 내버려 두면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다.


이 환장의 콤비는 잠실에서 PC방을 개업한다.

제대로 돈을 투자해 화려하게 인테리어를 하고 운 좋게 괜찮은 알바를 구해 PC방은 승승장구 했다.

박호우는 알바한테 빠져 호구 짓에 열중이고, 마정도는 코인으로 큰 재미를 본다.

당연히 PC방은 뒷전이 되고 점점 영업은 엉망이 되어간다.

결국 PC방은 폐업하고 원래 용도를 잃어버린 그곳은 코인 채굴장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정도가 잠적 해버리고, 박호우는 큰 빚을 떠안은 채 자살한다.


내가 자세한 내막을 알게 된 것은 마정도가 잠적하고 난 후였다.

그때 박호우를 어떻게든 다독였다면 자살만은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뻔히 벌어질 일을 방관할 수는 없다.

과거를 아니, 앞으로 일어날 미래의 판도를 바꾼다.

그게 내가 과거로 돌아온 이유일 테고, 해야 할 일이다.

이게 정녕 꿈이 아닌 현실이라면 말이다.


나는 마정도의 옆에 앉아 어깨를 두드렸다.


“정도야 말이 좀 심했다. 나 믿지?”

“그래. 공백, 널 못 믿으면 누굴 믿냐?”

“우리 서로에게 좀 더 솔직해 지자. 꿈이라는 게 있잖아. 돈 버는 거 말고 하고 싶은 거 말이야.”

“나야 뭐 기계 만지는 거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형이랑 악기점 하는 건 싫고···.”


마정도는 코인 채굴장을 만들 정도로 손재주가 좋다.

드럼을 했지만 내 기타와 박호우의 베이스 튜닝, 장비까지 튜팅한 건 녀석이다.

마정도는 근본적으로 형이랑 사이가 좋지 않은 것부터 해결하는 게 좋을 듯했다.


“호우는?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난 아무 생각 없는데? 빨리 AI 기술 발달해서 휴머노이드랑 놀고 싶어.”

“미친 새끼야! 제일 하고 싶은 거 말하라고 했지?”

“왜 화를 내고 그래? 난 그냥 아이돌 팬클럽 회장이나 하며 사는 게 꿈이지. 잘 알고 있잖아?”


박호우, 이 자식을 그냥 두면 영원히 호구로 살게 될 것이다.

스트리머에게 후원이나 하며 ‘회장님’이라고 불리는 게 마냥 좋아 평생 호구 짓 할 것이 눈에 선했다.


“근데 공백아. 오늘 진짜 왜 그래?”

“그래. 공백, 너 진짜 무슨 일 있어? 완전히 딴 사람 같잖아···.”


두 녀석이 나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런데 갑자기 왜 이렇게 머리가 핑핑 도는 거지?



***



‘오빠, 우리 영원히 헤어지지 말자. 알았지? 약속해.’


영원의 목소리.

내가 정말 사랑했던 단 한 사람.


병실에서 혼자 사경을 헤매고 있을 그녀를 생각하니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야, 이 새끼 자면서 운다. 아 진짜 이 알쓰 이거···.”

“정도야. 놀리지마···. 오늘 백이 진짜 이상하다. 상태가 안 좋아.”


두 녀석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아이고, 놀래라!”

“깼어? 괜찮아?”


나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앉았다.

환장의 콤비는 걱정되는지 계속 말을 걸었지만, 나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영원의 목소리였어. 꿈이야?’


센티 해진 내 마음은 극으로 치달았다.

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을 순 없겠지만, 만약 완치되어 소식을 듣게 된다면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이기적이었다는 건 잘 알지만, 그땐 정말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병원에서 그렇게 자살 시도를 해버릴 줄은 나 역시 상상도 못 했다.

아마 나를 습격한 헬멧남 말처럼 영원도 자신이 버림당했다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결과는 그렇게 돼버렸고, 그 벌로 인해 나는 그렇게 헬멧남의 칼에 찔려 사망했다.

그런데 영원의 팬인 거 같은 그 헬멧남은 왜 나를 찌르고 투신했던 걸까? 그리고 나는 어쩌다가 과거로 돌아온 것일까···.


속죄라도 하라는 것일까?

그러지 않고서야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영원과 만나기 전인 이 시점으로 올 이유가 없다.


“어이, 공백아. 제발 그만 울어라. 나까지 눈물 나려고 그런다.”


말과는 달리 마정도는 실실 웃고 있다.


“이거 영상으로 좀 찍, 읍! 읍!?”


마정도의 입을 박호우가 틀어막았다.


“너희들 말이야. 연예인이 사귀자고 하면 사귈 거야?”


갑작스러운 내 질문에 두 녀석이 놀란 토끼마냥 눈을 동그랗게 뜬다.


“누구냐에 따라 다르지?”

“난 다 좋아.”


두 녀석의 반응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작고 아주 예뻐. 싱어송라이터고, 너무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어. 사귈 거야?”

“말이야 방구야? 그럼 무조건 사귀지!”

“상상만 해도 좋아. 헤헤”


실없는 두 녀석의 말에 조금 전 울었던 게 쑥스러워졌다.

이 친구들이 내가 힘들 때 곁에 있어 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좋아. 그럼 사겼다 치자. 근데 연인이 된 후에 그 사람이 소속사와 부당계약으로 힘들어해. 그럼 어떡할래?”

“도와줘야지.”

“어떡하지?”

“결국, 그녀는 극도의 정서불안으로 힘들어해. 헛것이 보이고, 공황장애도 있고, 근데 돌봐줄 수가 없는 상황이야. 그럼 정신병원에 입원시킬래?”

“미쳤냐?”

“말도 안 돼.”

“···그렇구나.”


두 녀석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근데 그건 뜬금없이 왜 물어?”

“정도야. 호우야. 만약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면 그 사람 심정은 어땠을까?”

“아니 그건 왜 묻냐고···?”

“꼭 네 얘기처럼 말한다? 나 소름 돋아.”

“대답이나 해!”


고분고분 말하던 두 녀석이 갑자기 발끈했다.


“미쳤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잖아?”

“당연히 못 견디지! 버림받은 기분 아닐까? 아마 나 같으면 죽어버릴 거야.”

“그렇겠지?”

“그래. 생각만 해도 우울해진다.”

“슬퍼.”


내 선택이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땐 너희들이 내 곁에 없었다.

나 역시 1심 패소 후 기자들에게 시달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시절이었다.

내 주변에 아무도 없었기에 그래도 어떻게든 보호하기 위해 그런 선택을 했는데, 그녀는 버림받았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생각을 하니 견딜 수 없었다.


“만약 자신을 버린 사람이 너무 원망스러우면 그 사람을 죽일 수도 있을까?”

“그런 거 왜 물어? 상상도 하기 싫잖아?”

“공백아. 너 오늘 진짜 이상하다.”

“그냥··· 아무것도 아니야.”


다시 눈물이 터져 나올 거 같았다.

나는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기타 어딨어?”

“응? 연주실에 있겠지?”


연주실에 들어오자 낯익은 내 기타케이스 말고 다른 기타케이스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호기심에 기타 케이스를 열어보곤 눈을 의심했다.


“호우야! 빨리 이리 와 봐!”


두 녀석이 허겁지겁 연주실로 달려왔다.


“이 기타 새로 샀어? 탐 앤더슨이잖아?”

“아? 그거 호은이꺼야.”

“호은이가 일렉을 쳐? 이거 완전 비싼 건데···.”

“나도 몰라. 연주하는 거 본 적 없어서.”

“음···.”


탐 앤더슨을 케이스에 넣고 바로 내 기타를 꺼냈다.


깁슨 레스폴 클래식 89년식.

오랜만에 이 녀석을 잡으니 기다렸다는 듯 눈물이 다시 터졌다.


“영원아, 내가 잘못했어···.”


고개를 떨군 채 작게 속삭였다.

당장 잭을 앰프에 연결해 연주하고 싶었으나 그럼 정말 미쳐버릴 거 같았다.


“저 새끼 신종 술주정인가?”

“좀 이상하지?”

“많이··· 아주 많이.”

“안 하던 짓 하면 죽는다던데···.”


내가 고개를 들자 환장의 콤비는 얼른 시선을 피했다.


“닥쳐, 이 새끼들아! 다시 말한다. PC방 꿈도 꾸지 마! 내가 말할 때까지 그냥 놀고먹고 있어. 알았어?”

“어엉?”

“대답해!”

“알았어···.”

“목소리 봐라!”

“네!”

“딴짓하는 순간 너희 환장의 콤비 뚝배기 깨지고 나는 다시 징역 간다. 알았나!?”

“알았다고!”


박호우에게 액션캠을 받은 후 지하실을 나왔다.

맥주 때문인지 영원 때문인지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다만 확실히 깨달았다.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



모든 일에는 책임이 따른다.

선택은 자유지만 그로 인해 일어나는 결과는 오롯이 본인이 져야 한다.

하지만 세상은 불공평하고 권력자는 책임을 회피하고 화살을 다른 쪽으로 돌린다.

세상은 결코 정의롭지 않다.

결국, 책임은 삭제되고, 애꿎은 사람이 피해를 본다.


“이 씨발 놈이 진짜 간땡이가 부었나? 너 이 새끼 개기는거지?”

“······.”

“아쭈 이제 대답도 안 해!? 어!? 대답! 대답! 대답!”


사운드 엔지니어답게 박자를 쪼개듯, 말하는 템포에 맞춰 주먹을 날린다.


나는 지금 김영수 팀장에게 맞고 있다.

그를 막을 생각도, 반항할 생각도 전혀 없다.

그저 무방비 상태로 구타당하고 있다.


“하아하아, 이 새끼···. 너 대체 무슨 생각이야?”


김영수는 숨을 헐떡이며 입술을 달싹였다.

나는 이 한 줌 찌끄레기 같은 인간에게 맞았다는 사실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다 때렸냐?”

“뭐!?”

“흐, 흐흐흐”


김영수 팀장이 갑자기 날 미친놈처럼 쳐다본다.

이제 충분하다고 판단한 나는 스피커 옆게 숨겨둔 액션캠을 꺼냈다.


“다 찍혔어. 이 돼지 새끼야.”

“뭐? 이 개새끼가? 이리 내!”


빡!


“으악!”


주먹 한 방에 김영수가 코를 부여잡으며 주저앉았다.


“아프냐?”

“너··· 너··· 이 새끼가? 무슨 짓이야?”

“내려다보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나는 김영수를 내려다보며 히죽 웃었다.


“온종일 영상을 확보하면 널 어떻게 조져버릴지 생각했어. 경찰서에 신고할지 아니면 업계에 죄다 까발려 발도 못 붙이게 할지.”

“너··· 너 이 새끼?”

“이지후 실장이랑 통화해서 너한테 맞았다는 거도 녹취 땄다.”


김영수는 코피를 닦더니 코웃음 쳤다.


“그렇게 협박하면 누가 겁낼 거 같아? 같이 죽자 이 씨발 놈아!”

“그래? 그럼 같이 죽지 뭐. 너 마누라 출산 앞두고 있지? 내가 친절하게 다 알려줄게.”

“뭐라고?”

“너희 부모님도 너 그렇게 사는 거 아냐? 장인어른은? 그래도 자식이고 사위라고 편들어주시겠지?”

“미··· 미친 새끼가···.”

“미친 건 너 아님? 사운드는 네가 뽑아! 정답을 모르면 같이 머리를 싸매던지. 네 귀가 만족할 때까지 가이드도 안 주고 계속 뽑으라는 게 말이 되냐? 내가 뽑은 자료도 다 백업해놨다. 네 말대로 같이 업계에서 매장당하자. 이제 만족하지?”


김영수는 이를 덜덜 떨며 자세를 고쳐 무릎을 꿇었다.


“미··· 미안하다. 부탁이니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아줘.”


무릎 꿇은 녀석은 분한지 고개를 떨군 채 부르르 떨었다.

상황 파악을 한 거 같지만 절대 아니다. 그저 이 위기를 모면하려는 거겠지.


“내가 종일 고민한 결과는 이게 아니야.”

“아악!”


김영수 팀장의 머리채를 잡고 작업실 문을 열었다.


“이··· 이러지 마! 제발 부탁이다!”

“닥쳐 이 개새끼야!”


내가 맞는 걸 차마 말리지 못한 채 밖을 서성이던 스튜디오 직원들은 질질 끌려 나온 김영수를 보며 아무 말도 없었다.


“지금부터 이 인간 기절할 때까지 팰 거니까, 신고하려면 신고하세요.”


나는 직원들이 모두 지켜보는 앞에서 김영수 팀장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날렸다.


한대, 두대, 세대.

네 대를 먹이기도 전, 정신을 잃었다.

폭행이 끝날 때까지 나를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공백 씨···. 괜찮아요?”

“오빠 어떡하려고요···.”

“공백···. 사장님이 아시면···.”


직원들은 정신을 잃은 김영수가 아닌 나를 걱정했다.


“지금까지 정말 감사했습니다.”


고개 숙여 인사한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스튜디오를 나섰다. 당연히 아무도 붙잡는 직원도 없었다.


예전이라면 이런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을 거다.

그저 학폭으로 징역을 살다 온 게 부끄러웠고, 혹여 내 과거를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 봐 주위 시선을 두려워했다.

덕분에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것 자체를 극도로 꺼렸다.

죗값은 교도소에서 치른 것만으로 충분했고, 피해자와 충분히 합의한 상태였다.

허나 그때는 그렇게 너무나 어리석었다.


지금은 다르다.

학폭 가해자라고, 전과자라고, 이의를 제기해도 받아칠 수 있다.

수많은 기자들의 펜에 마구잡이로 난도질당했고, 네티즌의 수많은 악플도 받았다.

견디기 힘든 일을 경험했고, 재판에서 두 번이나 패소했고, 갑자기 죽음을 맞았지만 운 좋게 과거로 돌아왔다.


결국, 엄마가 입버릇처럼 하신 말씀이 옳았다.


‘아들,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 없어. 당당하게 사는 거야.’


믹싱 엔지니어답게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제대로 된 삶을 살 기회를 다시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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