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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 혹은 망상가

2회차 사운드 엔지니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남궁건
작품등록일 :
2023.08.03 04:12
최근연재일 :
2023.10.15 12:2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39,364
추천수 :
677
글자수 :
3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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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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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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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EP 2. 영원밴드

DUMMY

언젠가 영원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물어본 적 있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중2 때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전국학생검도대회에서 중학교 개인전 우승을 차지했을 때였다.

3학년을 제치고 우승한 덕분에 그때부터 나는 상당히 주목받았다.

하지만 검도를 하던 시절을 회상하자마자 죽도에 묻은 붉은 피가 떠올랐다.

나는 검도 수련자라면 지켜야 할 예의와 품위를 저버리고 검도복을 입은 상대가 아닌 일반인에게 죽도를 휘둘렀다.


‘오빠, 갑자기 왜 무서운 표정을 지어?’


영원의 물음에 나는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지금이 가장 행복해’라고 대답했다.


“이 새끼, 아직도 처자고 있네.”

“쉿. 그냥 놔둬.”

“당장 일어나! 알콜 쓰레기.”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꿈꾸던 나는 눈을 떴다. 그리고 영원이 아닌 환장의 콤비가 몹쓸 표정으로 나를 맞아줬다.


“뭐야···? 나 왜 여기 있어?”


박호우의 지하실임을 확인한 나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너 이 씨발, 한 번만 더 술 처마시면 진짜 죽을 줄 알아!”

“정도야···.”

“으휴, 진짜 저 새끼 봐봐. 지가 어제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르는 표정이잖아.”


눈을 비비던 나는 기지개를 켰다.


“미안, 하나도 기억 안 나. 그럼 잘 있어.”

“미친놈아! 어디가?”

“집에 가야지?”

“환장하겠네. 저 봐! 아무것도 기억 못 하잖아!”


집에 가려던 나를 마정도가 소리치며 붙잡았다.


“아 왜?”

“아니다. 일단 집에 가서 씻고 옷 갈아입고 와.”

“그게 좋을 거 같아. 얼른 다녀와.”

“뭐? 왜?”


마정도와 박호우는 나를 한심한 표정으로 쳐다보다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네가 오늘 영원밴드 여기로 집합시켰잖아!”

“뭐!?”

“아예 기억 안 나!?”


순간 기억의 파편이 하나하나 내 머릿속을 헤집었다.


‘영원한테 뭐라고 한 거 같긴 한데, 대체 왜 끌어안고 있었던 거지?’


영원이 나에게 안겨 있었고, 배효빈이 그걸 보고 있었다. 그리고 뭔가 기억날 듯 말 듯했으나,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애를 울렸어?”

“그래. 어제 영원이 울고불고 완전 난리 났었어.”


두 녀석을 보며 나는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



집으로 돌아와 샤워하면서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내가 영원을 울렸다는 것과 모두를 집합시켰다는 것.

그리고 나는 완전히 망했다는 것이다.


“젠장, 왜 이렇게 된 거야!”


애꿎은 화장실 벽만 때려봐도 주먹만 아플 뿐이었다.

나는 외출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 계단을 내려왔다.

그런데 왠지 낯익은 아주머니가 나를 한심한 눈초리로 째려보고 있다.


‘뭐지?’


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아주머니를 그냥 지나쳤다.


“학생!”

“네?”

“이제 인사도 안 해?”


아주머니는 몹시 화가 난 듯 내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저번 달은 그러려니 했는데 이번 달에도 월세 입금 안 하고! 모른 척 지나가기야?”

“아하?”

“아하?”


이 아줌마 내 원룸 주인이었다.


“몰랐어요. 입금할게요. 그럼 바빠서 이만.”

“어딜 가!?”

“네?”

“이번에는 그냥 못 넘어가. 5월부터 월세 올리는 것도 봐줬는데 이런 식이면 곤란하지.”

“아···.”


보증금 1000에 월 55에 살고 있던 나의 작은 원룸.

주인아줌마는 주변 시세가 올랐음에도 3년 넘게 산 나를 배려해 월세를 전혀 올리지 않고 있었다.


“이제 기억났네요. 죄송합니다.”

“죄송하고 말고가 어딨어!”

“월세 10만 원 더 올려서 입금해드릴게요. 그리고 3개월만 더 살다 이사하겠습니다.”

“응? 갑자기?”


씩씩거리던 아줌마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감사했어요.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하··· 학생, 갑자기 왜 그래?”

“그럼 전 바빠서 이만.”


나는 아줌마를 보며 웃으며 발길을 돌렸다.


“학생! 삐졌어? 아줌마가 미안해. 응?”


아줌마가 뭐라고 했으나 가던 길을 멈추지 않았다.

원래 이곳에서 6년을 채우고 이사를 갔지만, 나는 예정대로 삶을 살 수 없게 됐다.

이제는 정말 그럴 수 없다.

더 나은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 후, 박호우의 집을 찾자 웬일인지 어머님이 나를 맞아주셨다.


“안녕하세요.”

“어서 와. 아줌마랑 잠시 얘기 좀 할래?”

“그럴까요?”


집으로 들어온 내게 어머님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셨다.


“백아, 큰일 났어.”

“네, 무슨···?”

“우리 호우가 지금 지하실에 여자를 끌어들였어.”

“네에!?”

“어떡하면 좋으니? 아줌마 심장 떨려 죽을 거 같애.”

“미친놈이!? 헉?”


어머님의 장단에 맞춰 깜짝 놀랐던 나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


“아, 어머님. 그게 아니고 걔들 밴드 하는 애들이에요.”

“밴드?”

“네. 호우가 지금 하려는 일이 거기에 관련된 일이라서요.”

“밴드라면 음악 말하는 거니?”

“네···.”


나는 어머님께 박호우가 하려는 일에 관해 설명했다.

물론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나 차근차근 설명을 들은 어머님은 고개를 끄떡였다.


“우리 호우가 그런 걸 하려고 하다니.”

“제가 뒤에서 돕겠습니다.”


어머님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는지 작게 미소 지었다.


“근데 너는 왜 어제 기절해서 실려 왔어?”

“아··· 죄송합니다. 술 마셔서···.”

“그랬구나. 과음하면 못 써.”

“네, 저도 새삼 느끼고 있어요. 걱정 끼쳐서 죄송합니다.”

“아니야. 우리 호우랑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네.”


나는 어머님께 인사드리고 지하실로 내려왔다.

마침 연주실에서 아이들의 목소리와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마정도와 아이들은 피아노를 연주하는 배효빈을 둘러싸고 있었다.


“아···?”


아이들은 나를 보더니 못 볼 걸 봤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의 등장으로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다.


“안녕하세요.”

“오빠, 안녕!”

“아, 응···.”


다행히 인사를 받았으나 배효빈만 빼고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박호우와 영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영원은 안 왔어?”

“영원은 안 와요. 특히 엔지니어님은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데요.”

“뭐? 정말이야!?”


선우현의 말에 나는 경악했다.

그때 마정도가 나를 밀어내며 연주실 문을 닫았다.


“이제 좀 기억났어?”

“아니, 전혀···.”

“진짜 인간이 맞긴 한 거냐?”

“젠장··· 나도 짜증 나니까 그만해라?”

“헐?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호우는 어디 갔어?”


마정도는 나를 소파로 이끌었다.


“애들 먹을 거 사러 나갔어. 근데 너 대체 쟤들 왜 부른 거냐?”

“기억이 없다니까? 씨발, 이거 몰래카메라 아냐? 니들 새로운 콘텐츠 찍는 거지!?”

“하···. 어이가 없어서.”

“몰래카메라라고 해줘. 제발!”


나는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영원이 다신 나를 안 보고 싶어 하다니.

그럼 영원밴드는 어떻게 되는 거지?”


끼익!


그때 박호우와 영원이 지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

“안녕하세요.”

“영원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을 맞았다.

하지만 영원은 내 눈길을 피한 채 연주실로 달려갔다.


“아, 저 잠깐만···.”


내가 그녀를 쫓아가려 하자 박호우가 나를 붙잡았다.


“그냥 놔둬.”

“둘이 어디 다녀온 거야?”

“서브웨이 다녀왔어. 애들 마음 편히 먹게 그냥 두자.”

“내꺼는?”


내 말에 마정도는 정말 극혐하는 표정으로 이마를 긁적였다.


“우린 짬뽕이나 시켜 먹지 뭐.”

“나도 서브웨이!”

“으휴 진짜! 처맞을래?”


결국, 우리는 짬뽕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아이들은 우리가 식사를 마친 후에도 연주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서 견딜 수 없었다.


“아, 제발! 다리 좀 그만 떨어!”

“젠장, 왜 아무것도 기억 안 나는 거지?”

“네가 마신 거 맥주가 아니라 배효빈이 소맥 말아 놓은거였데.”

“뭐? 친년이가!? 당장 맞짱 뜨자고 해야겠어.”


내가 발끈하자 마정도가 나를 붙잡았다.


“여자랑 무슨 맞짱이야!?”

“너 안 그래도 지금 쟤들한테 완전 찍혔다고.”

“내가 찍혀?”

“그래. 쟤들한테 넌 완전 빌런이야.”

“내가 빌런이라고···?”


빌런이란 말에 나는 망연자실한 채 소파에 누웠다.

마정도는 결국 어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배효빈이 마시려고 말아 놓은 소맥을 마시고 가게를 뛰쳐나간 나를 마정도와 박호우가 다시 끌고 왔다.

영원이 자청해 맛이 간 나와 가게 앞에 한참 있었는데 갑자기 울면서 들어왔다.

따라서 들어온 내가 ‘내일 점심 전에 전부 지하실로 집합!’이라며 생떼를 부렸다.

더불어 이 말도 덧붙였다고 한다.


‘너희 앞으로 개같이 굴릴 거니까 각오해! 누가? 바로 이 몸께서! 으하하!’


마지막에 완전히 뻗어버린 나를 마정도가 업고 지하실로 왔다.


“이제 조금 생각이 남?”

“전혀···.”


여전히 영원이 내게 안겨 있었던 것과 그 모습을 배효빈이 가게에서 봤다는 것만 기억났다.

나는 화장실에 가 찬물로 얼굴을 헹궜다.


‘내가 빌런이라고?’


나는 얼굴도 제대로 닦지 않고 박호우를 보며 말했다.


“어제 공연 영상 찍은 거 어쨌어?”

“맥으로 옮겨놨어.”

“좋아.”

“지금 당장 연주실로 집합.”

“집합!”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는 빌런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로 했다.

내가 연주실로 들어가자 아이들은 박호우의 낡은 베이스 기타를 만지며 웃고 있었다.


“나 삼익 베이스는 처음 봐.”

“너 이걸로 실기 시험 치러가. 국산 명품 베이스 쓴다고 높은 점수 받을 거야.”

“진짜?”


나지안은 삼익 베이스 기타를 신기한 듯 쳐다봤다.


“에헴, 내가 왔다.”

“앗···!”


아이들은 나를 보며 마치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부터 공연 영상 보면서 이야기할 테니까, 모두 잘 듣고 깊이 새겨둬.”

“예.”

“목소리가 작다?”

“예!”


빌런답게 나만 자리에 편히 앉아 있고 모두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영상을 재생하자마자 한숨이 터졌다.


“나지안?”

“예, 옛!”

“내가 좀 물어보자. 데이트인지 뭔지, 애니에 나오는 캐릭터 복장을 예쁘게 차려입었는데 넌 대체 뭐 했지?”

“예···? 아 저는···.”


다시 영상을 재생하다 나지안이 흔들리는 부분에서 멈췄다.


“아저씨 색소폰 애드립 한방에 베이스가 흔들렸어. 베이스는 밴드의 허리야!”

“······.”

“영원이 안 잡아줬으면 첫 곡부터 엉망이 됐을 거야. 그 이후부터는 어떻게 됐지?”

“죄송합니다.”


아이들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너는 드럼인 선우현에게 시선을 고정시켰어. 그리고 당연히 선우현의 시선도 너에게 고정되어 버렸지. 그런데도 몇 번의 실수와 엇박이 있었지만, 선우현이 가까스로 커버치는 모습을 보였어.”


나는 멍한 표정을 짓던 배효빈을 노려봤다.


“오빠··· 저도?”

“배효빈, 너는 건반만 보고 연주하니? 지금 너희 모습을 봐. 드럼과 베이스는 마주 보고 있고, 키보드는 혼자 심취해서 연주 중이야.”

“······.”


나는 모니터에 비친 영원을 가리켰다.


“관객은 거짓말처럼 영원에게 시선이 고정됐을 거야. 영원 말고 너희한테는 아무도 관심 없었을걸? 반론할 수 있는 사람?”

“······.”

“영원은 프론트맨 인데도 일부로 맨 우측에 자리를 잡았어. 너희를 배려한 거야. 알긴 해?”

“죄송합니다···.”


결국, 나지안과 선우현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할 거 없어. 너희 공연이고, 앞으로 잘하면 되니까.”

“예···.”


아이들은 자신들의 연주가 담긴 영상을 보며 안절부절못했다.

조금 전 내가 지적한 부분과 정확히 일치하는 자신들의 모습에 아무런 말도 내뱉지 못했다.

첫 곡이 끝나고 내가 선우민 아저씨를 구했다며 축하받는 부분은 빠르게 스킵했다.


“이딴 건 볼 필요 없어.”

“푸훕···.”

“웃어?”

“아닙니다!”


이어서 두 번째 곡 스트라토바리우스의 피닉스.

나는 2절 부분이 끝나고 영원이 키보드인 배효빈에게 이동하는 순간 영상을 멈췄다.


“자, 이 부분. 배효빈과 솔로를 주고받으려고 영원이 이동하고 있어. 관객들 함성소리 들어봐.”


영원이 배효빈에게 다가가는 것만으로 함성이 터졌다.

건반만 보며 키보드를 두드리던 배효빈이 다가온 영원과 솔로를 주고받자 관객들의 환호는 더욱 커졌다.


“이 부분에서 배효빈은 영원과 마주 보며 연주를 주고받았지?”

“네···.”

“뭔가 퍼포먼스를 하기만 해도 관객은 즉각 반응해. 왜? 그전에는 연주만 했거든.”

“퍼포먼스···.”

“관객과 소통하는 건 영원 말고는 없었어.”


영상은 이어지고 오리지널 곡으로 향했다.


“자, 키보드가 인트로를 장식하고 기타에 이어 드럼, 베이스가 동시에 시작하지? 그리고 키보드 연주를 마친 배효빈이 기타를 메고 무대 앞으로 나왔어.”


그때 거짓말처럼 함성이 터져 나왔다.


“키보드가 기타를 메고 나오자마자 관객들이 반응했어. 아직 기타를 연주하기도 전인데.”

“······.”

“뭔가 하는구나? 기대감에 반응한 거야.”

“······.”

“영원에게 물어보자. 왜 배효빈에게 하이를 맡겼지?”

“그건, 초킹때문에···.”


초킹이란, 일본에서 쓰는 표현으로 벤딩이 맞는 말이다.

벤딩이란 기타 줄을 손가락으로 잡아당기거나 밀어 올려 음을 높이는 주법이다.

배효빈에게 벤딩은 무리라고 판단한 것은 어쩌면 옳은 판단일지도 모른다.


“배려해준 건 좋은데 하이톤이 뭉개지면 소리가 엉망이 돼. 곡을 수정할 필요가 있어. 배효빈은 아직 기타가 많이 서툰 거 같거든.”

“예···.”

“제가 좀 더 열심히 연습해보겠습니다!”


배효빈은 자신은 해 낼 수 있다는 듯 나섰다.


이런 반응은 긍정적이다.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지적하는데 못 받아들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그런 인간에게는 다시는 어떠한 피드백을 하지 않는다.

물론, 영원밴드는 예외지만.


“그래? 그럼 좀 더 연습해.”

“옙!”


영상은 마지막 앵콜 곡으로 이어졌다.

이 곡은 여러모로 너무나 지적할 것이 많았다.

처음부터 묵직하게 시작하는 멜로디와 잠시 이어지는 키보드.

베이스는 손가락이 아닌 피크로 연주하고 같은 루프를 반복한다.

곡의 구성도 훌륭하고 영원의 기타 테크닉도 훌륭하다.

중간중간 들어가는 핑거스냅은 마이클 로메오(Symphony X의 기타리스트)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딱히 곡의 구성을 지적하고 싶지는 않아. 근데 숨 쉴 틈도 없이 계속 달리고 있고, 곡의 변화도 너무 심해. 난이도가 너무 높다는 게 문제야.”


아이들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이 곡은 드럼한테 완전 지옥이야. 선우현 어땠어?”

“솔직히 좀···. 근데 괜찮아요.”

“몸 상한다.”


나는 중반에 키보드 솔로 부분에서 영상을 일시 정지했다.


“여기서 키보드 솔로 후에 약간 쉬는 타임을 가졌어야 했어. 나지안이 피크를 입에 물고 솔로잉을 한다든지 해서 드럼에게 쉴 틈을 좀 주면 어땠을까 싶네.”


나는 다시 영상을 재생했다.


“키보드 솔로 후, 다시 바로 달리잖아. 베이스 솔로, 다시 키보드 솔로, 기타 솔로 하면서 선우현이 약간 회복할 시간을 벌면 좋을 거 같은데?”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영원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이어지는 영상에서 선우현의 괴로운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선우현 힘들어 죽으려고 하잖아.”

“······.”

“근데 영원은 좋아서 막 헤드뱅잉하고.”

“아, 관객 중에 남학생들이 하길래 저도 모르게 그만···.”

“잘했어. 그건 좋은 거야.”


영상은 막바지에 다다랐다.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지던 선우현이 갑자기 웃으며 페이스를 끓어올 리는 모습이 재생됐다.


“이건 왜 그런 거야?”

“아···. 지안이가 갑자기 혀를 내밀어서···.”

“나지안 잘했어. 앞으로는 관객들한테 그런 모습 보여줘. 그럼 더 좋을 거 같아.”

“명심할게요.”


내가 이들에게 할 조언은 끝났다.

그런데 갑자기 선우현이 내게 허리를 숙였다.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그리고 리더를 따른다는 듯 다른 아이들도 내게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잘하겠습니다!”


악역을 자처하긴 했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건 마정도도 마찬가지인듯했다.


“얘들 정말 착하네···. 내 친구긴 해도 이 자식이 작심하고 말하면 정말 싸가지없이 하거든. 나도 할 말이 있긴 했는데 공백 때문에 못 하겠어.”

“괜찮아요. 언제든지 하셔도 돼요.”


마정도의 말에 아이들은 긴장이 풀렸는지 그제야 웃었다.

나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연주실을 나왔다. 그런데 박호우가 연주실을 따라 나오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나랑 얘기 좀 하자. 너한테 해야 할 말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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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P 1. 과거와 현재 +1 23.08.29 1,105 16 13쪽
9 EP 1. 과거와 현재 +1 23.08.28 1,183 19 14쪽
8 EP 1. 과거와 현재 +2 23.08.27 1,261 21 14쪽
7 EP 1. 과거와 현재 +1 23.08.26 1,304 22 14쪽
6 EP 1. 과거와 현재 +1 23.08.25 1,422 17 15쪽
5 EP 1. 과거와 현재 +1 23.08.24 1,512 23 14쪽
4 EP 1. 과거와 현재 +1 23.08.23 1,580 27 14쪽
3 EP 1. 과거와 현재 +4 23.08.22 1,679 28 16쪽
2 EP 1. 과거와 현재 +2 23.08.22 1,821 27 15쪽
1 EP 1. 과거와 현재 +4 23.08.22 2,357 3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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