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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 혹은 망상가

2회차 사운드 엔지니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남궁건
작품등록일 :
2023.08.03 04:12
최근연재일 :
2023.10.15 12:2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39,668
추천수 :
677
글자수 :
3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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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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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EP 3. 호구엔터

DUMMY

나는 웃으며 오른손을 펼쳤다.


“하이파이브, 얍!”


나지안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내 손바닥을 두드렸다.

나는 영원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녀는 뽀루퉁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왜?”

“힝··· 갑자기 국민밴드라니?”

“일단 하이파이브.”

“옙!”


영원은 애써 웃으며 나와 손바닥을 부딪쳤다.

과거에는 스튜디오와 집을 오가며 노예처럼 살았기에 국민밴드라는 프로그램은 보지도 못했다.


나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



초원정식에서 배달 온 도시락을 먹은 영원밴드는 배를 두드렸다.

나는 아이들을 보며 넌지시 입을 열었다.


“굳이 강요하는 건 아니니까, 혹시 다른 거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

“괜찮아요. 맛있는걸요?”

“맞아요. 반찬도 많고 좋아요.”


다행히 영원밴드는 김상무의 도시락을 마음에 들어 했다.

박호우는 내가 그를 신경 쓰는 이유를 물었었다.

나는 그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답할 수 없었다. 그저 열심히 사는 그의 모습에 반했다고 말하는 수 밖에.

하지만 며칠 동안 생각해본 결과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더 큰 가치를 위해 손해를 감수한다.’


나는 엄마 같은 복지재단 이사장은 아니지만 가능한 일이 많아졌다. 선한 영향력을 끼쳐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한다.

비록 내 기대와 믿음을 저버리는 결과를 낳더라도.


언젠가 내가 모습을 드러내 그랑컴퍼니와 전면전을 벌이기 위해.

그리고 라온 복지재단을 쑥대밭으로 만든 알 수 없는 세력을 응징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앞으로 될 수 있는 한 많은 아군을 만들어야 한다.


“근데 대표님이랑 문호 오빠는 안 와요?”


선우현은 시계를 쳐다보며 내게 물었다.


“호우는 대표님이고 나는 왜 오빠지?”

“그··· 그건?”

“이 자식들 요즘 뭐 하고 다니는 거야?”


마정도도 요즘 자꾸 밖으로 나도는 박호우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정도야. 호우한테 전화 한번 해봐.”

“어, 잠깐만.”


내 계획은 몇 시간 만에 변경됐다.

문호의 싱글앨범보다 영원밴드의 EP 앨범을 먼저 작업한다.

그리고 시간을 넉넉히 갖고 계약하려던 오크로드를 영입한다.

모두 국민밴드 참가를 위해서다.


“전화 안 받는데?”


마정도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호구엔터는 산하에 TIGER 9 레이블을 두고 있다. TIGER 9 레이블 산하에는 블랭크 스튜디오가 있고.

호구엔터와 TIGER 9는 나와 박호우가 공동대표다. 당연히 블랭크 스튜디오처럼 내 멋대로 결정할 수 없다.


“그냥 냅둬. 일단 우리끼리 얘기하자.”

“그래.”


나는 한참 영원밴드를 말없이 쳐다봤다.

무슨 말을 할지 잘 알고 있겠지만, 아이들은 침묵하며 내가 입을 열길 기다렸다.


“지금부터 영원밴드 EP 앨범 수록곡에 대한 찬반 투표를 하겠다.”

“예!?”


아이들은 놀란 토끼 마냥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가 당연히 ‘서바이벌 오디션 국민밴드’ 참가를 말할 거라 짐작한 모양이었다.


“자, 타락천사를 EP 앨범에 수록하는 거에 찬성하는 사람 손.”


아이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이내 눈치를 보던 나지안이 혼자 손을 들었다.


“그럼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영원 뜻대로 타락천사는 EP에서 뺀다.”

“예!”


혼자 손을 들었던 나지안도 군말 않고 수용했다.

오늘 해고당한 프로듀서와 영원이 부딪힌 이유는 하나였다.

그는 밝고 경쾌한 곡인 Fallen Angel (타락천사)를 타이틀 곡으로 수록하자는 의견이었다.

반면 영원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영원은 최근 ‘드라큘라’라는 음침한 분위기의 노래를 완성시켰다.

그 곡은 차후에도 타이틀로 쓸 곡으로 인트로와 드라큘라, 달빛베기로 이어지는 3곡을 EP 앨범에 수록하길 원했다.

애초 그녀는 타락천사와 달빛베기는 타이틀곡으로 쓸 생각조차 없었다.

타락천사는 얼렁뚱땅 급조해서 만는 곡이었고 달빛베기는 드라큘라를 위해 만든 곡이었던 것이다.


마침 연주실 문을 열고 오크로드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하하, 형님? 우리 또 왔어.”


오크로드는 나와 마정도를 보며 다시 인사했다.


“왔다 갔다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니요. 대표님이 부르시는데 괜찮습니다.”

“일단 앉으시죠.”


영원밴드와 마찬가지로 4인조 밴드인 오크로드.

이들이 오크로드인 이유는 밴드의 베이스 이남희와 드럼인 권용준 때문이었다.

이남희와 권용준은 마정도보다 체격이 다부진 상남자였다. 다행인 것은 우락부락하게 생긴 인상과는 달리 성격은 유순하다.

그에 비해 기타와 보컬을 맡은 리더 김성현과 기타 누리는 전형적인 미남형이다.


“정도야. 호우한테 다시 전화해봐.”

“아, 잠시만···.”


마정도는 다시 핸드폰을 꺼냈다.

당장 이들에게 우리 레이블과 계약하자고 말하고 싶었으나 참을 수밖에 없었다.


“안 받는데?”

“아이 씨···!”


육두문자가 튀어나오려던 순간 영원밴드와 오크로드가 내 입을 주목했다.


‘젠장, 마음대로 욕도 못 하겠네.’


그때 연주실 문을 열고 박호우와 문호가 들어왔다.


“왜 자꾸 전화하는데?”

“야!”


내가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자 처음 보는 두 사람이 문호를 따라 들어왔다.


“응? 이분들은 누구셔?”

“백이 형, 제 친구들이에요.”

“안녕하십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문호가 친구라고 소개한 두 사람은 우릴 보며 허리를 숙였다.

나는 이 아저씨 같은 두 녀석이 낯설지 않았다.


‘개그맨이잖아!?’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개그 프로에서 활약하다 훗날 유튜브 웹 예능 채널로 활동하던 녀석들이었다.


“머, 뭘 부탁한다는 거지?”

“임철환!”

“최규봉!”

“우리는 환장의 콤비!”


두 녀석에게 찌릿한 한방을 얻어맞았다.


‘맙소사, 이제 생각났다. 환장의 콤비 원조가 이 녀석들이다!’


마치 기뉴특전대같은 자기소개에 연주실에 있던 모두가 뜨악했다.


“자, 잠깐! 나 좀 보자!”


나는 서둘러 박호우와 문호를 끌고 연주실 밖으로 나왔다.


“왜?”

“호우야, 잠깐만.”

“응?”


나는 박호우를 쳐다보다 문호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았다.


“무, 문호야.”

“예, 형.”


나는 활짝 웃는 문호를 보고 깨달았다.

대배우가 될 이 녀석이 콩트에 집착하는 이유는 오리지널 환장의 콤비 때문이다.

반드시 아니, 당장 문호에게서 저 녀석들을 떼어내야만 한다. 그래야 미래의 한류스타 문호가 오로지 연기에 집중할 수 있다.


“문호야. 저 친구들 뭐야?”

“같이 콩트 하려고 데려왔어요. 헤헤”

“하··· 진짜 미치겠네.”

“형, 왜요?”


나도 모르게 한숨이 터져 나왔다.


“문호야. 너 내 말 똑바로 들어. 아무래도 저 녀석들 멀리하는 게 좋겠다.”

“네? 무슨 말씀이세요?”

“형 말대로 해줘. 제발 부탁이다.”


문호는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저랑 어릴 때부터 알던 친군데, 아무리 형이라도 그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해요.”

“아 친구는 친군데···. 아, 미치겠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가슴이 답답해 죽을 거 같았다.

문호는 계약 전부터 자신은 계획이 다 있다면서 자신만만해 하더니 아예 꽁트에 꽂혀 있다.


“너 원래 아이돌을 꿈꿨잖아?”

“그건 그렇긴 한데···. 연습생 시절 겪어보고 콩트가 제 길인 거 같아요.”

“호우야! 제발 이 자식 좀 말려!”


박호우는 나를 보며 어깨를 들썩였다.


“콩트 재밌는데 왜? 지금 유튜브에서 서서히 반응도 올라오는 거 몰라?”

“미친!? 쟤들 당장 데리고 가! 아니, 앞으로 문호가 쟤들 못 만나게 해! 명령이다!”


내 말을 들은 박호우와 문호는 마주 보며 코웃음을 쳤다.


“나 저 두 사람 호구엔터에 영입할 건데?”

“누, 누구 마음대로!?”

“내 맘이지?”

“나는!?”

“네 동의가 필요하냐?”


나는 박호우의 뻔뻔함에 어이가 없었다.


“나도 호구엔터 공동대표잖아!? 막말로 그럼 TIGER 9에 내 맘대로 사람 영입해도 상관없냐?”

“네 마음대로 하세요?”


이럴 수가.

이 자식이 또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나는 박호우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이 씨!? 설마 지금 결별 선언하는 거냐!?”

“각자 잘하는 거에 집중하자 이거지.”

“야! 그럼 TIGER 9 라이브클럽은!?”

“그건 같이 관리해야지?”

“미, 미친 새끼네 이거? 아무튼, 전부 다 함께하기로 했잖아?”

“어허, 같은 대표끼리 욕은 너무 한 거 아니오?”

“저도 욕은 나쁘다고 봐요.”


문호까지 박호우의 편을 들었다.


“이것들이? 오늘 그냥 제삿날 할래?”

“사, 살려줘!”

“정도야!”


두 녀석은 연주실 문을 열고 안으로 도망쳤다. 하는 수 없이 나도 따라 들어갔다.


“내 얘기 아직 안 끝났···?”


내가 연주실로 들어가자 문호의 친구 원조 환장의 콤비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시선을 피했다.


‘내가 왜 이러지···.’


선한 영향력 어쩌고저쩌고 하던 내가 그저 슈퍼스타 문호의 앞날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이들을 배척하고 있다.

나는 긴 한숨을 내쉬고 그들을 쳐다봤다.


“너희 이름이 뭐라고 했지?”


그들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임철환!”

“최규봉!”

“우리는 환장의 콤비! 입니다.”

“제, 젠장···.”


개그 프로에서 보던 자기소개 액션을 또다시 눈앞에서 보다니.

더군다나 조금 전 내가 싫어하는 낌새를 눈치챘을 텐데도 그들은 씩씩하게 자신을 어필했다.


“그래. 앞으로도 우리 문호 잘 부탁한다. 호우, 아니 대표님 말도 잘 듣고···.”

“예, 형님! 감사합니다!”


형님이라는 말에 두통이 밀려왔다.

형님이라 부르는 건 한 놈이면 충분한데.

오크로드의 누리는 내 마음도 모르고 눈만 껌뻑거리고 있었다.


“근데 왜 전화한 거야? 연락 안 받으면 알아서 바쁜지 알 것이지. 빨리 오라고 문자까지 하고.”

“응? 문자···?”


마정도는 박호우를 보며 피식 웃었다.

마정도의 표정처럼 최근 가장 변한 것은 찐따 같던 박호우였다.

요즘 박호우가 너무 낯설고 멋있다.

더불어 남 일처럼 웃고 있는 마정도도 최근 너무 열심히 하고 있고.


“아, 다른 게 아니라. 영원밴드 새로운 곡 때문에. 감평해줄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잖아?”

“그래?”

“스튜디오 식구들은?”

“거긴 지금 바빠. 오늘 마에스트로 김희성 님 오케스트라 레코딩했단 말이야.”

“왜? 좀 쉴 겸 라이브 보라 그래. 효빈아, 얼른 가서 스튜디오 식구도 오라 그래.”

“알았어. 오빠!”


배효빈은 박호우의 말을 듣고 바로 연주실을 나갔다.

이거 아무래도 호칭이 엉망이다.

정리가 필요한 거 같기도 하지만, 나 역시 이지후에게 형이랬다가 팀장이랬다가 엉망진창이었다.


이내 블랭크 스튜디오 식구들까지 연주실로 들어왔다.

나는 예의상 이지후에게 고개를 숙였다.


“팀장님, 시간 뺏어서 죄송합니다.”

“응? 뭐, 괜찮은데?”


잊고 있었다.

이지후도 대표인 나를 편하게 대한다.


“공백 오빠, 저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 꺼내먹어도 돼요?”

“아, 그래.”


나는 이민경을 보며 그냥 눈을 감았다.

우리는 족보와 계급도 없이 자유롭게 두는 게 정답인 거 같았다.

그게 정답이고 결론이다.


“영원밴드는 준비해.”

“예!”


내 말에 영원밴드는 악기를 세팅했다.

영원은 내가 선물한 깁슨 레스폴 커스텀을 들어 스트랩을 끼웠다.


‘화이팅.’


나는 마음속으로 그녀를 응원했다.


디딩, 지징!


“힘내!”


뜬금없는 누리의 응원에 영원은 성원하듯 손을 흔들었다.


투툭!


“자, 곡 소개부터 하고 시작.”

“예, 아저씨.”


영원은 입술을 앙다물었다.


“이 곡은 제가 예전부터 생각한 곡입니다. 완성할 엄두를 못 냈지만, 최근 효빈이와 함께 곡을 완성했습니다. 타이거 9와 계약해 이곳으로 온 덕분입니다.”

“짧게.”

“아, 제목은 드라큘라입니다.”

“인사.”

“모두 잘 부탁드립니다.”


영원이 허리를 숙이자 지켜보던 모두가 손뼉을 두들겼다.


딱딱딱딱!


선우현의 드럼 스틱 마찰 소리.

이어 동시에 나지안의 베이스와 배효빈의 키보드가 시작됐다.

그리고 영원의 기타 연주가 시작됐다.


‘상당히 암울한 분위기.’


나도 이 곡의 라이브를 들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개인적으로 마정도가 영원밴드를 위해 레코딩한 것을 들은 게 전부였다.

다만 그것은 보컬이 없는 인스트루멘탈이었기에 나는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보름달이 뜨면 시간이 정지해. 오늘도 누군가는 나를 부르고 있어.”


영원의 맑고 특이한 보컬.

배효빈의 낮게 깔리는 오르간 같은 키보드와 시작되는 영원의 멜로딕한 기타 선율. 이내 이어지는 하모니는 마치 어두운 밤에 뭔가 나타날 거 같은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다.

곡의 분위기는 상당히 어두웠다.


“불멸을 원하는 당신, 내게 피를 바쳐!”


내가 유달리 한글 가사를 강조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이 곡도 영어로 작사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사는 드라큘라를 공포라는 상징적인 존재가 아닌 구원의 존재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영원은 내가 지적했던 것을 염두에 뒀는지 선우현의 드럼에 대한 비중도 상당히 줄였다.

덕분에 선우현은 여유 있게 웃으며 드럼을 두들겼다.


‘이런!?’


그런데 내가 걱정하던 사태가 터졌다.

나지안이 다시 박자를 놓쳐버렸다.

그러나 이내 동시에 시작된 영원의 기타와 배효빈의 키보드에 그녀는 다행히 박자를 되찾았다.


‘나지안이 구멍이야. 어떡하지?’


사실 되도록 사람을 많이 불러들인 이유가 바로 나지안 때문이었다.

영원밴드끼리 모여 연습하거나 레코딩때의 그녀는 완벽한 연주를 보여줬다.

그러나 내가 매의 눈으로 그녀의 베이스 연주를 보면 이상하게 실수를 연발했다.

지금 타이밍에 그녀를 노려본다면 다시 실수할 게 틀림없었다.


밴드의 생명은 라이브다. 나지안은 지금 치명적인 문제를 노출하고 있었다.

베이스의 실수와 별개로 영원은 배효빈과 기타와 키보드 솔로를 주고받았다.


“나를 죽이고 싶다면 보름달을 없애버려!”


영원의 보컬과 함께 키보드를 끝으로 새로운 곡 ‘드라큘라’ 연주가 끝났다.


“와아!”

“대박, 진짜 좋아!”


지켜보던 모두는 박수쳤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숙이며 절망했다.


‘나지안, 너 도대체 뭐가 문제야?’


끼이이익!


그때 피크로 스트링을 긁는 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영원은 입이 툭 튀어나와 나를 쳐다봤다.

나는 애써 웃으며 양손으로 엄지를 척 들었었고, 그녀는 금세 미소 지었다.

영원의 표정을 보고 나는 알 수 있었다.


‘드라큘라와 달빛베기는 이어진다.’


다행인 것은 영원의 작곡 능력이었다.

이 곡은 완벽히 다음 트랙인 달빛베기와 곡의 흐름이 일치했다.

영원이 프로듀서와 의견이 부딪힌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원작자는 이미 계획이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PD랍시고 자기주장을 밀어붙였으니.


“짝짝!”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을 두들겼다.


“자, 모두 주목.”

“주목!”


모두 복창하며 나를 주목했다.


“여기 계신 여러분께 영원밴드의 신곡을 처음 선보였습니다.


나는 연주실에 모인 식구들을 가만히 쳐다봤다.

그들은 모두 나와 눈을 마주치며 이 자식이 무슨 말을 하려는가 기다렸다.


“여러분의 의견은 중요치 않습니다. 다만 우리 식구들이니 신곡의 첫 라이브는 지켜보는 게 의무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모두는 허무하다는 듯 웃었다.


“영원밴드 EP 수록할 타이틀곡입니다. 마음에 안 들던 말든 결정했으니, 뭐 이쯤하고 본론으로 말씀드리죠.”


내가 본론을 언급하자 모두 대체 무슨 일인가 나를 쳐다봤다.


“SBC에서 인디밴드 경연대회를 한다고 합니다. 서바이벌 오디션 국민밴드라고. 저는 영원밴드랑 오크로드를 거기 출전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손가락으로 영원밴드와 오크로드를 번갈아 가리켰다.


“국민밴드?”

“에? 서바이벌 오디션 국민밴드?”


처음 듣는 얘기인지 오크로드는 당황했다.


“좋아요!”

“이번 기회에 타이거 9와 우릴 알리자!”


반면 영원밴드는 기합을 다졌다.

그들은 이미 나지안을 통해 프로그램에 대해 전해 듣고 참가를 결정한 상태였다.


“대표님, 그게 뭐죠? 국민밴드라니? 거기에 저희까지 출전한다니요?”


김성현은 놀란 듯 나를 쳐다봤다.

내 손짓에 나지안은 태블릿으로 국민밴드 오디션 내용을 보여줬다.


“국민밴드?”

“서바이벌 오디션이라고요?”


오크로드 멤버들은 나지안의 태블릿을 보며 놀라워했다. 그들은 국민밴드에 대해 금시초문인 거 같았다.

한참 동안 태블릿을 들여다보던 김성현이 입을 열었다.


“근데··· 우리가 참가하는 걸 왜 대표님께서 발표하시는지?”

“설마, 형님?”


김성현과 오크로드 멤버들은 다시 나를 올려다봤다.


“TIGER 9 대표로서 오크로드와 계약하고 싶습니다.”

“네, 네!?”

“형님! 진짜? 거짓말 아니지?”


오크로드 멤버는 모두 움찔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이남희와 권용준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며 나도 흠칫 놀랐다.

하지만 이내 그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조건은 영원밴드와 동일한 매니지먼트를 포함한 전속 계약입니다.”

“예에!? 전속 계약이라고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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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P 1. 과거와 현재 +1 23.08.28 1,191 19 14쪽
8 EP 1. 과거와 현재 +2 23.08.27 1,266 21 14쪽
7 EP 1. 과거와 현재 +1 23.08.26 1,318 22 14쪽
6 EP 1. 과거와 현재 +1 23.08.25 1,429 17 15쪽
5 EP 1. 과거와 현재 +1 23.08.24 1,519 23 14쪽
4 EP 1. 과거와 현재 +1 23.08.23 1,586 27 14쪽
3 EP 1. 과거와 현재 +4 23.08.22 1,686 28 16쪽
2 EP 1. 과거와 현재 +2 23.08.22 1,828 27 15쪽
1 EP 1. 과거와 현재 +4 23.08.22 2,374 3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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