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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 혹은 망상가

2회차 사운드 엔지니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남궁건
작품등록일 :
2023.08.03 04:12
최근연재일 :
2023.10.15 12:2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39,405
추천수 :
677
글자수 :
361,205

작성
23.08.2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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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EP 1. 과거와 현재

DUMMY

누구나 한방에 대한 욕심이 있다.

부동산, 암호화폐, 카지노 등 한번 맛을 보면 벗어나지 못하는 한방.

그 한방에 대한 욕심이 커져서 결국 불행의 씨앗이 되고 최악의 경우 파멸한다.


돈이 많은 사람보다 욕심이 적은 사람이 행복하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하다.


나도 막노동을 해본 것은 처음이다.

구경할 기회는 많았는데, 각자 맡은 일을 땀 흘려 일하는 게 제법 멋있어 보였다.

엄마가 이사장으로 있는 복지재단의 체육관을 새로 지을 때는 거의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흰머리가 성성한 분이 무거운 벽돌을 등에 짊어지고 아무렇지 않게 계단을 오르거나, 시멘트를 두 포나 등에 짊어지고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저절로 마음이 숙연해지곤 했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어린 시절 바라본 일꾼들의 모습은 실로 충격적이고 대단해 보였다.

하지만 일이 끝나면 밝게 웃으며 옷을 갈아입고 퇴근하는 그들을 보며 나도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었다.


나는 한방에 대한 욕심을 없애고, 땀 흘려 일하는 경험을 위해 두 녀석을 노가다판에 끌여들었다.

나의 버킷리스트라는 핑계로.


“호우야···. 도··· 도망가자.”

“나도 정말 죽을 거 같아.”


겨우 일 시작한 지 두 시간도 안 지났는데 마정도와 박호우는 추노를 준비 중이다.

10월이 오고 쌀쌀한 아침이었지만 내 셔츠는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었다.

오전 참이라며 준 빵과 바나나 우유는 도저히 먹히지 않았다.

그건 두 환장의 콤비도 마찬가지인지 반도 먹지 않고 우유만 비우고 있었다.


안전모와 안전화.

특히 안전화는 익숙지 않았다.

두 녀석이야 군대에서 전투화를 신어봐서 괜찮다고 했지만, 미필인 내게는 이 딱딱한 착용감은 큰 이질감을 줬다.


“이게 뭐야? 체험 삶의 현장이야?”

“그게 뭐야?”

“그거 있잖아. 진실의 종아 울려라.”

“그건 진실게임 아냐?”


마정도와 박호우는 뭐라고 하는지 모를 소리를 주고받았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단순했다.

아파트에 설치된 호이스트카 라는 엘리베이터 같은 것에 폐기물이 실려 내려오면 그것을 지정한 곳에 옮기는 일이다.


나는 두 녀석을 어떻게든 잡아두려 했다.


“해보자. 까짓거 오늘 하루잖아.”

“백아···. 내가 50 만원 줄게. 도망가자.”

“그래. 우리 튀자.”

“이 씨···발···. 혹시라도 도망가면 내 손에 뒤질 줄 알아. 분명 말했다.”


내 표정을 읽었는지 두 녀석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마대에 폐기물을 주워 담았다.


“저렇게 나이 드신 어르신들도 하잖아.”


나는 어깨에 긴 파이프를 얹고 이동하는 사람을 가르쳤다.


“쩐다···.”

“저렇게 긴 걸 어깨에 얹고···.”


두 녀석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속으로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50대는 돼 보이는 어르신은 아무렇지 않게 쉴 새 없이 파이프를 옮겼다.


호이스트카에서 내려오는 건축폐기물 중에는 박스나 스티로폼도 있었으나, 대부분이 콘크리트 부스러기였다.

이 콘크리트를 마대에 담아 옮기는 것은 생각보다 힘에 부쳤다.


박호우는 일찌감치 체력이 바닥났다.

하는 수 없이 역할을 나눠 박호우는 폐기물을 마대에 담는 일만 시켰다.

그렇게 마정도와 몇 번을 부지런히 마대에 담은 폐기물을 옮기고 있을 때, 담배를 문 아저씨가 내게 다가왔다.


“어이, 이 구르마 써.”


30대 후반 혹은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는 내게 인심 쓰듯 외발 수레를 건넸다.


“써도 되나요?”

“당연하지.”

“감사합니다.”

“대가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이다. 사람은 머리를 써야 덜 고생이지. 쯧쯧.”

“에에···?”


돌아서는 아저씨를 보며 살짝 기분이 나빴지만 어쨌든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는 마정도에게 외발 수레를 양보하고, 구석에 처박혀 있는 카트를 챙겼다.

덕분에 요령이 생겨 한결 수월했다.


그때 하늘이 어두워지며 비가 쏟아졌다.

수많은 인부가 지하 주차장으로 보이는 공간으로 대피했다.

박호우와 마정도는 그대로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주저앉았다.


“아, 살았다.”

“다리가 후달려.”


나도 힘에 부치던 찰나에 잠시 쉰다는 생각에 기분 좋았다. 하지만 비를 피하던 공사장 인부들의 표정은 대부분 어두웠다.

그들은 핸드폰을 꺼내 자기들끼리 대화를 주고받거나 어딘가 전화하기 바빴다.


그렇게 비를 피해 있은 지 30분.


“비 와서 철수!”


우리를 아파트 공사현장으로 데려온 반장이 오늘 일은 끝임을 알렸다.


“나가리?”

“시발, 지랄 같네.”

“그만 철수하라신다.”

“아오, 반 대가리네.”


인부들은 저마다 탄식과 욕을 섞어가며 각자 이동했다.

굳이 소리치진 않았지만, 마정도와 박호우는 크게 기뻐했다.

인부들은 저마다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겨 삽시간에 뿔뿔이 흩어졌다.


“응? 영원아. 수업 중 아니야? 아, 오늘 토요일이구나.”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시선을 돌렸다.


‘영원이라고?’


내게 외발 수레를 줬던 아저씨였다.

안전모를 썼을 때는 머리를 묶었는지 몰랐으나 긴 머리에 외모도 눈에 띄게 잘생겼다.


“우리 영원이 비 와서 전화했구나? 걱정하지마. 뭐··· 어쩔 수 없지.”


갑자기 미친 듯이 심장이 뛰었다.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아저씨에게 다가갔다.


“그래. 점심 먹고 들어갈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으응? 영원이도 화이팅!”


아저씨를 보며 나는 확신을 얻었다.

내가 아저씨에게 정신이 팔려 다가가는 사이 마정도가 어깨를 잡았다.


“뭐해? 가자.”

“미안···. 내 일당까지 받아서 너희 둘이 맛있는 거 사 먹어.”

“뭔 소리야? 우리 백방 몸살 예약이야.”

“아무튼, 알았지?”

“야!?”


마정도를 뒤로한 나는 그대로 통화를 끝낸 아저씨에게 말을 걸었다.


“아저씨!”

“응?”

“저 방금 통화한 영원요. 혹시 이름이 영원인가요?”


아저씨는 나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좌우로 흔들더니 팔을 쭉 펴 스트레칭을 했다.


“원이 이름인데? 성이 영이고.”

“아, 아저씨는 영원이랑 무슨 사이신지?”

“내 딸인데? 너 영원이 알아?”


내가 그녀를 안다고 하면 미친놈 취급을 당할 게 분명했다.


“아뇨···.”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아저씨를 보며 고개를 좌우로 가로 저었다.


“이상한 놈이네?”


아저씨는 나를 한참 이상하게 쳐다보다 가던 길을 갔다.


이럴 수가.

내 이름처럼 흔치 않은 성과 이름, 영원.

태어나서 어머니는 본 적도 없고, 아버지는 어릴 때 돌아가셨다고 들었다.

근데 영원이 자기 딸이라고?


나는 홀린 듯 아저씨의 뒤를 밟았다.

당연히 우산 따위 챙기지 않았기에 아저씨도 나도 비를 쫄딱 맞으며 걸었다.

한참을 터벅터벅 걷던 아저씨는 편의점에 들러 막걸리를 사 온 후, 파라솔이 펼쳐진 테이블에서 나발을 불었다.


‘안주도 없이 막걸리를···.’


나는 적당히 거리를 둔 채 지켜보며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이대로 계속 뒤를 쫓아 집을 파악할지, 아니면 말을 걸어서 핸드폰 번호라도 알려달라고 할지, 그게 아니면 다시 이 아파트 현장에 일하러 와 아저씨의 신상을 파악해야 할지.

별의별 생각을 하던 와중에 아저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다시 뒤를 쫓았다.


그렇게 목적지도 모른 채 그를 따라 걸었다. 그런데 경사진 언덕을 내려가던 순간 비틀거리던 아저씨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빈속에 마셔서 취하셨나···.’


나는 아저씨가 일어나길 기다렸다.

그런데 막걸리에 취해서 쓰러졌다고 생각한 아저씨가 한참이 지나도 미동이 없었다.


“아저씨!”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어 달려갔다.

내가 흔들어 깨웠으나 아무 반응도 없다.


‘술에 취한 게 아니야. 설마···!?’


영원이 말했던 아버지는 어릴 때 돌아가셨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


“아저씨! 정신 차리세요. 네?”


여전히 미동도 없는 그를 보며, 나는 핸드폰을 꺼내 119에 전화했다.


-예, 119입니다.

“죄송한데요! 여기 사람이 쓰러졌어요!”

-예, 선생님. 잠시만 침착하시고요. 쓰러지신 분 상태가 어떠신가요?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저씨가 지금 흔들어 깨워도 반응이 없어요! 어떡하죠?”

-예, 선생님. 일단 침착하시고요. 호흡은 있으신가요?


나는 즉시 심장에 귀를 가져다 댔다.


“지금 비가 많이 와서요! 잘 모르겠는데요?”

-선생님. 제가 선생님께 영상통화를 걸게요. 괜찮으시죠?

“네네! 빨리요!”


통화를 끊자마자 이내 핸드폰으로 영상통화가 걸려왔다.


-선생님, 쓰러지신 분 숨을 쉬시나요? 코에 손을 가져다 보세요.

“수··· 숨을 안 쉬는 거 같은데요?”

-선생님, 쓰러지신 분 벨트 풀고 심폐소생술 해주세요. 하실 줄 아시죠?

“CPR 말하는 거죠? 미, 민방위에서 배우긴 했는데···.”

-지금 되게 중요한 순간이에요. 서둘러주세요.


정신없는 와중 한가지는 분명했다.

지금 이 사람을 살리지 않으면 영원은 고아가 된다.

다시 그녀를 불행하게 만들 순 없다.

나는 최대한 정신을 차려 심폐소생술을 위해 민방위에서 배웠던 자세를 취했다.


“저··· 저기요?”


때마침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여자가 말을 걸며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갑자기 쓰러지셨어요. 지금 119에 전화해서 여기 위치 좀 설명해주실래요?”

“네? 저 여기 위치 잘 모르겠는데···.”

“제발 부탁이에요! 네? 빨리요!”

“죄송합니다···.”


여자는 주뼛주뼛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자리를 벗어났다.

쓰러진 사람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나를 보고서도 모른 체하다니.


“저런 개···쌍년을 봤나.”


당장이라도 달려가 ‘네 가족이라도 외면할래?’라며 죽통을 날려버리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선생님, 심폐소생술 잘하고 계시나요? 거기 위치를 알 수 있을까요?

“저 여기 아파트 공사하는 곳에 일하러 와서 잘 모르겠어요. 개포동이에요.”

-개포동 아파트 이름 알 수 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광동토건이에요.”

-광동토건이요. 정확한 위치는 모르시고요?

“모르겠어요. 거기 현장에서 어느 방향으로 나오긴 했는데요···. CS 편의점요! 거기 아래 내리막길이에요.”

“푸하!”


그때 쓰러진 아저씨의 입에서 흰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지금 입에서 뭔가 뿜어져 나왔어요! 숨을 쉬어요!”

-선생님, 바로 현장으로 달려갈 테니까. 호흡 확인 부탁드려요.

“숨 쉬는데요?”

-의식은 있습니까?

“의식은 없어요.”

-정확한 위치 파악이 힘드니 큰길가로 나와 주실 수 있을까요?

“업고 가야 하나요?”

-호흡은 안정됐나요?


나는 아저씨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막걸리는 계속해서 닦아냈다. 그리고 이내 호흡에 지장이 없음을 확신했다.


“괜찮아요. 조금씩 막걸리를 토해내긴 하는데 숨 쉬고 있어요!”

-막걸리요? 업고 조심해서 대로변으로 나와 주세요. 현장 출동했습니다.

“네!”


나는 아저씨를 둘러업었다.

하필 노가다를 경험해 본 첫날에 이런 일을 겪으니 허벅지가 터질 거 같은 게 죽을 지경이었다.

쏟아지는 장대비에 흠뻑 젖은 채 대로변으로 나온 나는 건물 벽에 붙은 도로명 주소를 불렀고, 이내 재빠르게 도착한 119차량에 아저씨가 실리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한국대 병원 응급실이었다.


“워낙 응급처치를 잘 해주셔서 회복하는 데 무리 없어 보입니다.”

“아··· 네.”


응급실 의사는 나를 칭찬했지만, 정신은 온전히 다른데 쏠려 있었다.

이대로 있으면 영원과 만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영원의 아버지를 살렸고,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지금 이런 비 맞은 초라한 모습으로 그녀와 만나는 것은 싫었다.

아니, 두려웠다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나는 그렇게 응급실을 나왔다.



***



주말을 온전히 집에서 쉬었지만, 여전히 온몸이 욱신거렸다.

박호우와 마정도 역시 나를 원망하며 몸살로 앓아누웠다. 하지만 나는 주말을 시체처럼 누워서 보낸 것만은 아니었다.


나는 2015년에도 핸드폰으로 모바일 주식거래(MTS)가 가능하단 것과 자동감시주문(Stoploss)도 가능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나는 정리한 내용을 추려 종목을 선정 후, 자동감시주문을 걸었다.


어느 정도 할 일을 마치자 박호우에게 연락을 했고, 우리는 오랜만에 만날 수 있었다.


“정도는?”

“응? 연락 없던데?”


박호우는 지하실로 내려가며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린다며 내게 핀잔을 늘어놨다.


“이것도 경험이다.”

“이제 이걸로 된 거야?”

“살면서 노가다도 한 번 해봐야지. 버킷리스트 하나 해결했다고 생각해.”

“버킷리스트? 부탁이니 두 번 했다가는 사람 죽겠네. 다신 하자고 하지 마!


박호우는 그날이 끔찍했는지 쉴 새 없이 불만을 토로했다.


“밥이나 먹자.”

“짬뽕시켜 먹을까?”

“음···. 짬뽕?”


중화요리는 질리도록 먹었다.

지금 가장 먹고 싶은 건 엄마가 해주는 밥이었다.


때마침 문이 열리고 마정도가 들어왔다.


“어? 우리 밥 시켜 먹으려고 했는데.”

“야! 공백! 우리 형한테 얘기 들었어. 너 이 새끼 제정신이야?”


마정도는 박호우를 무시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내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현도 형? 형이 뭐라고 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정도는 나를 거칠게 밀었다.

나는 그대로 마정도에게 밀려 넘어졌다.


“정도야! 뭐 하는 거야?”

“호우, 너는 빠져!”


나는 그대로 마정도를 올려다봤다.

마치 죽일 것처럼 쳐다보는 마정도를 보며, 괜히 형제 사이에 끼어들었다가 일이 틀어진 게 아닌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야 이 새끼야···. 너 진짜 미친 거야? 일어나 이 새끼야.”


마정도는 제대로 열이 받았는지 내 멱살을 쥐고 오른팔을 뒤로 끌어당겼다.


나는 본능적으로 눈을 질끔 감았다.

내 딴에는 상황을 수습하고자 나선 행동이 친구를 더 자극한 결과를 초래했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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