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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그라토
작품등록일 :
2017.06.25 11:55
최근연재일 :
2024.05.2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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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3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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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케르 정권기 - 2016[SF]

DUMMY

아르케르 정권기





1.은하연합의 쿠데타


아르케르는 스테이크를 통으로 삼켰다.


육즙이 아르케르의 각진 턱으로 흘렀다.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아르케르는 도착했다는 소리를 한 부관 판테라에게 눈을 돌렸다. 판테라가 말을 이었다.


“아르케르 원수님, 다시 한 번 청합니다. 전함 1척만 적진에 워프 시키십시오.”


아르케르는 탁자에 주먹을 내리쳤다. 탁자가 둔중하게 흔들렸다.


“판테라, 워프할 때엔 먼지 하나라도 있으면 위험하기에 항성 간 진공에 좌표를 맞춰야 한다는 걸 모르는가? 자네는 내 대의가 자살 공격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또 그런 말을 하면 자네를 태형에 처하겠어.”


“존명.”


아르케르는 판테라에게 윙크했다. 판테라는 다음에 아르케르가 내릴 명령을 직감했다.


아르케르는 시신경에 곧바로 쏘아져 들어가는 이미지를 통해 상황을 보았다. 제대로 도착했기에 아르케르는 만족했다. 아르케르는 거대한 근육질 몸을 일으켰다. 아르케르는 함교에 서서 두 손을 교향악단의 지휘자처럼 흔들면서 명령했다.


“움직여라, 움직여!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작전을 실시하라!”


아르케르는 100억 대군을 거느렸기에 원수였다. 100억이 실린 것 보다 좀 더 많아 보이는, 아르케르의 함대가 막막한 우주를 가로질렀다. 아니 많은 정도가 아니었다. 명백히 이는 여러 원수들의 연합 함대였다. 그 수장으로서 아르케르가 추대되어 있는 것이다.


아르케르 함대의 목표는 별들의 바다 속에 떠있는, 은하연합의 수도 인공 행성 판데모니움이었다. 판데모니움은 겹겹이 층층이 쌓인 인공 구조물로만 이루어진, 목성만한 행성이었다.


아르케르는 거리를 두었다. 판데모니움의 둘레를 도는 전투 위성들의 공격을 받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판데모니움에서 반응이 왔다.


은하연합 국방장관이 홀로그램 모니터에 떠올랐다.


“아르케르 미쳤나? 네 놈은 파면이야!”


“국방장관, 나에게 정권을 넘기지 않으면 전함 1척을 워프 시켜 판데모니움에 떨구겠어. 그럼 다 박살나는 건 알고 있겠지?”


“판데모니움은 블랙홀 발전소를 돌고 있다. 좌표 계산이 정확하지 않으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끝장이다.”


“이 은하의 미친놈은 나야!”


아르케르는 긴 팔을 펼쳐 판테라 부관을 잡아끌어 왔다.


“보다시피 여기 최고의 연산능력자 판테라가 내 부하다!”


판테라가 국방장관에게 거수경례했다. 판테라는 엄청난 미모를 가진, 군사 수학과 출신의 여자 소장이었다. 누구나 불로불사하고 있는 시대였기에 판테라는 젊어 보였다. 국방장관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아르케르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아르케르가 함대를 판데모니움을 향해 진격시켰다. 진공 축소 에너지 변환로와 시공 제어 엔진을 단, 전함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판데모니움의 궤도를 향해 진입했다.


은하연합 국방장관이 외쳤다.


“수도 방위, 수도 방위 사령관은 어디에 있나?”


“나를 찾습니까?”


수도 방위 사령관 씨피오가 아르케르 옆에서 웃으면서 나타났다. 씨피오는 아르케르에게 설득되어 거기에 있었다. 은하연합의 대혼란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아르케르의 대의에 씨피오가 설복된 것이다. 씨피오의 사이킥 능력은 염동력이었다. 씨피오는 전투 위성들을 단숨에 정렬시켜 판데모니움을 향해 포대를 겨누게 했다.


국방장관이 말했다.


“너희 반란군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지금이라도 포위를 풀고 제 자리로 돌아간다면 앞으로 죄를 묻지 않겠다. 이는 나의 권한이다.”


“은하연합은 지금 대혼란에 빠져 있다. 상인들은 자신들의 부에만 관심이 있고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 판데모니움엔 데모꾼들이 날뛴다. 우주 폭력배들이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곳곳의 군대와 결탁해도 네놈들의 정부는 통제력을 잃었다. 정권이나 내놓아라!”


돔이 열렸다. 판데모니움은 아르케르에게 항복했다.


아르케르는 그렇게 5조의 인구를 가진 은하연합의 수도를 점령했다. 아르케르는 은하연합의 다른 지배층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사이킥 능력자였다. 아르케르는 은하연합의 정부와 의회와 법원을 해산하고, 주요 인사들을 감옥에 보내고, 자신의 군사들로 이루어진 긴급 국가 위원회를 구성했다. 긴급 국가 위원회 위원장으로 아르케르가 추대되었다.


아르케르는 판데모니움의 정권 유지 장치에 접근했다.


장치는 거대한 인공지능 컴퓨터였다.




2.아르케르의 정책


판데모니움 정권 유지 장치에 아르케르가 손을 얹자 거대한 이미지가 엄습해왔다. 정권 유지 장치는 아르케르에게 제압당하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아르케르는 자신의 사이킥 에너지를 총동원하여 그 의지에 대항했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싸움이라고 아르케르는 생각했다.


판데모니움 정권 유지 장치는 고도로 정교하게 짜여 진 인공지능을 담고 있었고, 이는 은하연합 전체를 사실상 총괄하고 있었으며, 은하연합의 공화정 의지에 복종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었는데, 이를 아르케르 혼자만의 의지로 대처하려는 것이다.


아르케르는 판데모니움의 정권 유지 장치를 마인드 컨트롤하는데 성공했다.


거대한 인공지능 컴퓨터가 복속되자 아르케르에게 자신감이 생겼다.


아르케르는 스스로 은하연합의 종신 총통 자리에 올랐다. 아르케르는 청렴결백하고 강단이 있어서 군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상태여서, 긴급 국가 위원회에서 밀어주었다.


아르케르는 한국계 미국인의 후손이었다. 비록 피는 섞였지만 일찍이 역사 교육을 받은 바 있었다. 아르케르는 박정희가 집권하여 정치 깡패를 척결한 일과, 전두환이 집권하여 거리의 깡패들을 삼청 교육대로 보낸 일을 생각했다. 아르케르는 이를 더욱 큰 규모로 행하려 했다.


“이제 나의 계획을 실행할 때이다!”


인공지능 로봇들은 판데모니움의 모든 가정에 배치되어 있었다. 각종 잡일을 수행하는 로봇들이었다. 그 로봇들에게 아르케르와 판테라가 작성한 프로그램이 배포되었다.


판데모니움 정권 유지 장치는 초시공 통신망을 통해 은하연합의 모든 합법 거주지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으므로, 은하연합의 합법 로봇들에겐 모두 같은 명령이 내려졌다.


동시다발적으로 로봇들은 몇몇 인간들에게 덤벼들었다. 로봇들은 그들을 사살했다. 감옥에 있는 범죄자들 중 상당수도 간수 로봇들에게 사살되었다. 로봇들의 살상 행위에 반항하는 이들도 꽤 있었지만, 반대편에 있는 여러 사람들이 호응해서 로봇들의 살상 행위를 도와서 아르케르의 거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로봇들이 죽인 인간들은 폭력배들이었다. 폭력배는, 남의 고통과 불행을 보고 일정 수준 이상의 쾌감을 느끼는 무리였다. 그들 폭력배는 남의 고통과 불행에 공감을 느끼지 못 하는 무리이기에 남을 마구 괴롭힐 수 있다. 폭력배는 그런 뇌 구조를 가졌기에 마음껏 남에게 폭력을 휘두르고도 죄책감이 없는 것이다. 뇌 스캔을 통해 폭력배를 판별했다.


폭력배들은 범죄를 저지르기 쉬운 법이었다. 합법 거주지 내부는 항구만 단속하면 되었기 때문에 범죄율이 극히 낮은데도 아르케르는 그렇게 했다.


이유는 폭력배가 우주 폭력배가 되기 쉽기 때문이었다. 우주 폭력배들은 우주에서 활개 치면서 해적질을 자행하고, 물품을 높은 가격으로 강매하고, 은하연합의 법도가 미치지 않는 우주 건축물들을 짓고 있었다. 우주 폭력배들은 때때로 이윤이나 악의 때문에 합법 거주지를 파괴했는데, 그때마다 수억 이상씩 죽어 나가곤 했다.


지구에서 인류가 우주로 나아가기 시작했을 때부터 폭력배를 족쳐서 우주 폭력배의 싹을 잘랐어야 했다고 아르케르는 설파했다. 그렇듯 대규모 파괴를 저지르는 우주 폭력배의 싹을 자르겠다는 것이 아르케르의 정책이었다.


“악이 집중된 한 인간을 죽이는 것, 그것 보다 더한 범죄 예방법은 없다!”


그렇게 10경의 인구를 가진 은하연합 합법 거주지들에서, 만 2살 이상의 폭력배 수천 조가 죽었다. 긴급 국가 위원회 소속 군인들 중 일부도 폭력배였으므로 이들도 죽였다. 폭력배들의 행패가 나름 있었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아르케르를 지지했다.


폭력배들에게 세뇌를 하는 해결 방식도 있었지만, 그것은 모든 사람에게 세뇌를 하는 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에, 인간성 자체를 바꾸는 것이라는 반대가 있었다.


아르케르는 사회적 약자는 사회학적, 과학적, 공학적으로 함께 끌어가서 적극적인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이끌면 된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우주 폭력배에게 부모를 잃은 아르케르의 원한은 깊었다.


“우주 폭력배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내부의 폭력배들이 제거되자 아르케르가 한 일성이었다. 우선 그 전쟁에서 행한 첫 번째 성과는 도망치기 직전의 폭력배들을 곳곳에서 무더기로 잡아 즉결 처형한 일이었다.


아르케르는 군단들을 대거 이동시켰고, 점차 인기가 높아지자 선거를 행하는 것을 고려해 보았다. 역시 권력은 투표에서 나왔을 때 제대로 기반이 잡히는 법이었다.


“그런데 선거에서 이길 자신이 없단 말이지.”


아르케르는 판테라를 총통 권한 대행에 임명하고, 상급 원수 직위를 내렸다. 씨피오는 수도 방위 사령관 겸 국방장관이 되었다. 그렇게 일단 아르케르는 은하연합 의회, 정부, 법원을 재구성하고 이를 자신 아래에 두었다.




3.아르케르 출전


판테라는 아르케르에게 물었다.


“총통 각하, 어째서 절 총통 권한 대행으로 임명하시는 겁니까? 상급 원수로 임명된 거야 논공행상이니 그렇다 쳐도 말이지요.”


“자네 말고는 은하연합의 정치를 맡길 적임자가 없어. 자네의 훌륭한 연산 능력은 인공지능을 제압하고 있으니까 말이지. 난 직접 전쟁에 나설 거야.”


아르케르는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뜸을 들였다. 판테라는 아름다운 눈망울로 말똥말똥 아르케르를 쳐다보았다. 아르케르는 판테라에게 반지를 내밀었다.


“판테라, 나와 결혼해주겠나?”


“감사합니다, 각하.”


판테라가 감격에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아르케르는 판테라와 지인들만 모인 조촐한 결혼식을 판데모니움 위성 궤도에 떠 있는 자신의 기함에서 올렸다. 비밀 결혼식이었고 청렴하고 정숙하게 치러졌다. 그리곤 아르케르는 판테라와의 결혼 사실을 은하연합 전체에 공표했다. 양자역학적 우주임의 분포 방식으로 통신되는 초시공 통신망은 이번에도 아르케르의 든든한 힘이 되어주었다.


판테라는 판데모니움 정권 유지 장치의 프로그램을 새로 짜 넣었다. 은하연합은 이전부터 경제, 연구는 인공지능이 맡고 인간은 정치, 오락에 전념하고 있었다. 이를 살짝만 아르케르의 입맛에 맡게 보강했다.


판테라가 중점적으로 손 본 것은 인간의 역할 증대였다. 인간들이 대부분 놀고만 있고, 야욕 넘치는 인간은 결국 우주 폭력배가 되어 떠나버리니 큰 문제라고 아르케르는 판단했다. 우주 폭력배라고 전부 은하연합에 적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걸 아르케르는 오랜 전쟁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아르케르는 인간들도 물질을 대거 점유하고 있는 이상 이들을 일하게 하는데 집중했다. 사회의 밑바닥까지 긁어서 인간의 잠재력을 파낼 작정이었다. 판테라는 강제적인 걸 싫어하는 편이어서 인간이 활동할 여지를 최대한 늘리는 정도로 개혁을 끝냈는데 많은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판테라, 상인 연합이 반항한다고?”


“그렇습니다, 각하. 상인 연합이 총통 자리를 민간에 내놓지 않으면 물자 수송을 보이콧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판테라, 우리의 군대 장악력은 얼마나 되나?”


“확실합니다.”


“전함의 일부를 물자 수송으로 돌려. 비율은 판테라가 알아서 하고.”


얼마못가 상인 연합은 아르케르에게 굴복했다. 시련은 또 있었다.


“뭣이라!? 인권단체들이!”


아르케르는 판데모니움에서 인권 단체들의 평화 시위를 말을 탄 경찰들로 진압했다. 인권 단체들은 폭력배와 우주 폭력배에게도 인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몇몇 인권단체와 우주 폭력배와 폭력배와의 결탁이 검찰에 의해 확인되었다. 아르케르는, 일반인과 피해자의 인권은 등한시하면서 가해자의 인권만을 보호하는 인권 단체들을 힐난했다.


“탈무드에 이런 말이 있다. ‘잔인한 자에게 관대한 자는, 마땅히 너그러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잔인하다’는 말이다.”


인권 단체 총대표가 면담을 요청했다. 아르케르는 그와 TV 토론을 했다.


인권 단체 총대표가 말했다.


“총통 각하, 폭력배나 우주 폭력배처럼 강력한 이들을 제거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그대가 약자의 권리는 더욱 잘 침해할 수 있을 것임이 염려됩니다. 곧 그대는 사회 전체의 활력을 해친다면서 사회적 약자들을 모조리 죽일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일찍이 나의 멘토가 되는 20세기 아시아의 대통령들은 범죄자들에겐 무자비하면서도 사회적 약자는 아버지처럼 어머니처럼 보살폈소이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 경제적으로 비교가 안될 만큼 풍요로우니 나 또한 그들을 보다 더 잘 살게 하는 데에만 집중하겠소. 당신도 민주 공화정은 단지 행복으로 가는 길 중 하나일 뿐, 교조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알거요. 효율적이고 나라와 백성을 우선시하는 형태의 전제 정치가 민주 공화정 보다 낫다는 걸 은하연합도 알기 때문에 도덕적 인공지능에 많은 부분을 맡겨 놓았던 것이 아니겠소. 난 그걸 보다 튼튼히 하려는 것일 뿐이오.”


인권 단체 회원들을 대거 감옥에 가두었다. 아르케르 말고도 많은 사이킥 능력자가 은하연합에 있었기 때문에 함부로 인권을 탄압한다는 빌미를 줘서는 안 되었다.


얼마못가 아르케르는 연합 대원수가 되어 70조 대군을 일으켰다. 징집도 했지만, 모집으로도 많은 장병들이 몰려들었다. 아르케르가 이토록 큰 군단을 동원할 수 있게 된 것은, 우주 폭력배에게 원한을 품은 장병들이 아주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아르케르는 소수 정예로 정벌군을 꾸렸다. 이전에도 토벌 비용과 토벌 의지가 문제지 군대 숫자가 문제였던 적은 없던 은하연합이었다.


아르케르는 군사 작전 담당 부관으로 우주 폭력배와의 전쟁에서 잔뼈가 굵은 누메르 상급 원수를 임명했다. 누메르는 우주 폭력배에게 매서운 적개심을 보였고 사심이 없었다. 아르케르의 사이킥 능력인 마인드 컨트롤로 들여다 본 결과로는 틀림이 없었다. 누메르의 사이킥 능력은 순간이동이었다.



4.자유 은하 동맹의 창설


아르케르의 군단은 여러 차례의 승전보를 올렸다.


아르케르는 우주 폭력배와의 전쟁에서 모든 비열한 책략을 사용했고, 즉결 파괴를 끝없이 휘둘렀다. 승승장구해가면서 아르케르는 점점 자신에 차올랐다. 온 은하연합은 축제 분위기에 들떠 올랐다. 판데모니움에서 승리의 카퍼레이드를 하면서 아르케르는 거들먹거렸다. 아르케르는 그러면서도 과거인의 명언을 곱씹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다.’


판테라와 씨피오가 다수의 관료들과 함께 총통 관저에서 아르케르를 맞이했다.


씨피오가 말했다.


“총통 각하, 나쁜 소식이 2개 있습니다.”


“두 개 씩이나? 말해보구려.”


“우주 폭력배들이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가이우스를 중심으로 자유 은하 동맹을 만들어 뭉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자유 은하 동맹? 해적 조직치곤 거창한 이름이군. 가이우스면 소형 블랙홀 발전소까지 가진 거대한 함대의 수장이 아닌가. 커다란 위협이 되겠군. 여보, 판테라 당신이 보기에 가이우스에 대항해 싸울 정도의 에너지는 우리 은하연합이 가지고 있는 거요?”


“현재의 에너지 영토를 두고 볼 때 충분합니다.”


“계속 진공에서 에너지를 캐내면 된다는 뜻이군! 가이우스와의 타협은 없다. 씨피오, 또 다른 나쁜 소식은 뭔가?”


“놀고먹는 무리들이 ‘게으를 권리’를 주장하면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판테라! 즉시 놈들을 강제 노역 형에 처하시오.”


“그들을 잡아 가두면, 인민은 자신들이 상대적 약자가 될 때 생존을 보장 받을 수 없다고 느낄 것이고, 사이킥 능력자들을 중심으로 뭉쳐 체제 교란 세력이 될 것입니다. 폭력배를 잡아 죽일 때와는 다릅니다. 폭력배 때에는 우주 폭력배라는 체제 전복 세력이 있었지요. 히틀러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놀고먹는 놈들이 의식주만 겨우 해결할 수 있게 지원금을 깎으시오. 또한 경제 활동의 자유도를 높이도록 하시오.”


“존명.”


“그럼 난 누메르와 함께 싸우러 가야지!”


아르케르가 다시 원정을 떠난 뒤 판테라는 내우외환에 싸인 은하연합의 국민들을 단합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판테라는 ‘가이우스의 칙훈서’라는 위서를 써서 대대적인 홍보를 하면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위서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자유 은하 동맹의 수장인 가이우스가 쓴 것을 아르케르가 입수한 것으로 되어 있는 ‘가이우스의 칙훈서’의 주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었다.


“가이우스는 다음과 같은 세상을 열고자 한다. 지금은 인공지능과 로봇만으로도 모든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런 이상 모든 인간을 효율의 이름으로, 필요가 없으므로 해고하고, 쓸모가 없으므로 죽인 다음, 단 한 사람 가이우스만이 은하를 지배한다. 오직 1명의 부자, 가이우스만이 살아남는다. 가이우스는 오로지 힘만을 추구하지 인간적인 가치들을 숭상하지 않는다.”


이를 막으려면 중산층을 늘리는 정책을 펼치고 부자들에게 집중된 부를 분배해야 한다고 판테라는 주장했다. 판테라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가, 학창 시절에 사이킥 능력이 발현되어서 엘리트가 된 경우였다.


판테라는 부자에게 걷는 세율을 높이고, 은하연합을 탈출하려는 부자들은 자유 은하 동맹에 가려 한다는 죄목을 씌워 재산을 몰수했다. 판테라는 자유 은하 동맹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겨 세율을 전반적으로 올리고, 씨피오의 전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국방에 막대한 투자를 가했다.


이 같은 판테라의 정책에 힘입어 아르케르는 세 번째 원정에서는 70조가 아닌 130조의 군단을 널널하게 일으킬 수 있었다. 누메르는 막대한 전공을 세워 총참모장이 되어 있었다.




5.아르케르의 행복


아르케르는 엄청난 독서광이었다.


정권이 점차 안정되고 지지자들이 늘어나자 점점 아르케르는 심심해졌다. 아르케르는 예전의 역사서들을 더욱 꼼꼼하게 읽었다.


아르케르는 독재가 왜 해로운지 깨달았다.


독재는 필연적으로 독재세력 내부의 권력자들이 권력을 오남용하도록 만든다. 그리하여 내부 권력자들이 권력에 중독되게 만든다.


독재는 필연적으로 시민사회가 스스로 결정을 못 내리게 만들어 무능하게 만들고 때문에 활력을 저하시킨다.


‘내가 독재를 계속하면 난 편할지 몰라도 내가 꿈꾸던 강력하고 의로운 시민사회는 내 명에 볼 수 없겠군!’


아르케르는 스스로를 원로회의 의장으로 임명한 뒤, 자신과 학창 시절에 친하게 지내던 이들 중 선량하고 의협심 있던 이들을 떠올렸다. 그들의 명단을 추린 뒤 빅 데이터 기법으로 그들의 모든 인생을 추적해서 정의롭고 희생정신 있고 출세도 한 이들을 추렸다. 그들을 설득하여 정계로 입문시켰다. 그리고는 대대적으로 국민에게 발표해서 이들을 상대로 대통령 선거를 하게하고 그에게 정권을 넘기겠다고 했다.


차근차근 방책은 이루어졌다. 아르케르의 뜻대로 그들은 정계에서 입지를 다져갔다. 5년이 지난 뒤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아르케르의 한 친구가 대통령이 되었다.


아르케르는 군권만 가져간 뒤 수도 판데모니움의 한 저택에 머물렀다.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은 아르케르는 은하연합이 선량한 민주공화정을 이루는 것을 보고야 말았다. 애초에 제도는 뛰어난 은하연합이었다. 다만 우주 폭력배의 등쌀에 제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던 것인데 아르케르가 이를 잘 굴러가게 한 뒤 물러나자 시스템은 더욱 견고해진 것이다.


아르케르의 저택은 은하연합의 집 치고는 검소하고 작았다.


아르케르는 뜰로 갔다. 천장에선 자연광과 똑 같은 빛살이 전기등을 통해 비췄다. 뜰엔 숲이 우거졌고 수영장이 넓찍했다. 아르케르는 사이보그가 가져다주는 칵테일을 마시면서 아내 판테라와 나란히 누웠다.


서로가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르케르요, 판테라였다.


이런 삶을 누구나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목숨 걸고 반란을 일으켰던 그들은 자신들의 대의를 이루었다.


[201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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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메딕의 출정 - 2007[스타크레프트 패러디][미완] 17.06.30 282 0 8쪽
69 진 은하영웅전설 - 2016[은영전 패러디] 17.06.30 256 0 3쪽
» 아르케르 정권기 - 2016[SF] 17.06.30 184 0 20쪽
67 유딩 공갈 - 2016[현대] 17.06.30 239 0 1쪽
66 엄마는 옥황상제 - 2016[현대][브릿G큐레이션] 17.06.30 265 0 15쪽
65 살인 피라미드 정신분열증 - 2016[역사] 17.06.30 191 0 4쪽
64 대륙 한국 촛불 판타지 - 2016[SF 판타지] 17.06.29 338 0 6쪽
63 리쟈드맨 - 1997[일반] 17.06.29 223 0 6쪽
62 Dead of white - 1996[일반] 17.06.29 264 0 11쪽
61 초딩 우가우가 - 2015[현대] 17.06.29 228 0 2쪽
60 천년전쟁 - 2015[현대] 17.06.29 45 0 1쪽
59 일진에겐 마음이 없다. - 2015[현대] 17.06.29 207 0 2쪽
58 코끼리 바다표범 - 1998[현대] 17.06.29 62 0 23쪽
57 어느 86세대의 초상 - 2015[현대] 17.06.29 326 0 5쪽
56 경국지색 - 달기 - 2015[역사] 17.06.29 168 0 8쪽
55 국민 오우거 - 미상[패러디] 17.06.29 255 0 2쪽
54 신자유주의자 - 2015[일반] 17.06.29 237 0 2쪽
53 보편적 열정 페이 - 2015[일반] 17.06.29 230 0 1쪽
52 니체 초인 - 2015[일반] 17.06.28 236 0 1쪽
51 카이퍼 대공사 - 2014[SF][미완] 17.06.28 64 0 12쪽
50 착하게 살자 - 2014[역사&종교] 17.06.28 270 0 5쪽
49 한국의 멸망 - 1999[SF] 17.06.28 232 0 3쪽
48 노인을 왜 존경 - 2014[현대] 17.06.28 311 0 8쪽
47 지존파의 재림 - 2014[현대] 17.06.28 611 0 8쪽
46 끝없는 여독 - 1998[SF] 17.06.28 229 0 8쪽
45 아프로디테와 인간 - 2014[판타지] 17.06.28 227 0 8쪽
44 개 아기를 뜯다 - 2014[SF] 17.06.28 160 0 2쪽
43 나는 작아 - 연대 미상[SF판타지] 17.06.28 275 0 4쪽
42 판타지 워즈 에피소드 1의 237제곱 - 1999[SF판타지] 17.06.28 387 0 6쪽
41 아테네 - 1999[SF] 17.06.27 222 0 6쪽
40 님프의 동굴 - 1998[판타지][미완] 17.06.27 281 0 55쪽
39 파워풀가이 - 2014[SF] 17.06.27 220 0 3쪽
38 브레이브 블러드 - 1999[판타지](미완) 17.06.27 263 0 32쪽
37 라제드 마왕 전설 - 1997[판타지](미완) 17.06.27 283 0 57쪽
36 사이좋은 가족 - 2014[로맨스] 17.06.27 256 0 10쪽
35 모모지세 - 2009[SF] 17.06.26 167 0 6쪽
34 암살자 - 1997[판타지] 17.06.26 213 0 11쪽
33 쇼펜하우어의 지행일치 - 1995[역사] 17.06.26 261 0 6쪽
32 우주 폭력배 : 악의 현현(미완) - 2013[SF] 17.06.26 244 0 4쪽
31 리치 킹(미완) - 2008[무협] 17.06.26 182 0 8쪽
30 넝마주이의 죽음 - 2차판 - 2014[현대] 17.06.26 331 0 32쪽
29 노예주와 노예 - 2014[현대] 17.06.26 230 0 5쪽
28 살인자 지망생 - 2014[현대] 17.06.26 235 0 10쪽
27 인육교실(人肉敎室) - 2014[현대] 17.06.26 169 0 3쪽
26 악녀와 요술사 - 2013[판타지] 17.06.26 200 0 13쪽
25 영혼 결혼식 - 1999[SF] 17.06.26 199 0 3쪽
24 넝마주이의 죽음 - 2012[현대] 17.06.26 177 0 30쪽
23 김은 노숙자다 - 2012[현대] 17.06.26 157 0 2쪽
22 신림역 살인마 - 2011[현대] 17.06.26 135 0 30쪽
21 헤이 파리마왕 - 1995[판타지] 17.06.26 171 0 19쪽
20 히키코모리 방콕기 - 2011[현대](작은 상 탐)[문장 소설집] +1 17.06.26 162 1 30쪽
19 세이브 - 1998[SF] 17.06.25 71 0 11쪽
18 속도의 절대자 - 1997[SF] 17.06.25 409 0 10쪽
17 나이팅게일 - 1996[현대] 17.06.25 50 1 27쪽
16 호모 사피엔스의 탄생 - 2008[SF] 17.06.25 117 0 2쪽
15 피자는 구토 - 2009[SF] 17.06.25 106 0 3쪽
14 사반트 후작국 - 2010[판타지] 17.06.25 58 0 3쪽
13 경국지색 - 말희 - 2009[역사] 17.06.25 62 0 16쪽
12 새로운 하늘 - 1차판 - 1999[SF] 17.06.25 403 1 47쪽
11 달은 살아있다 - 1999[SF] 17.06.25 150 0 5쪽
10 목에 달린 입 - 1997[스릴러] 17.06.25 96 0 15쪽
9 지옥의 법칙 - 1997[SF] 17.06.25 73 0 13쪽
8 시간세무서 - 1999[SF] 17.06.25 126 0 6쪽
7 미래에 굶어죽다 - 1998[SF] 17.06.25 95 0 5쪽
6 프림 커피 - 1995[현대] 17.06.25 188 0 17쪽
5 후조의 마왕 석호 - 2009[역사] 17.06.25 71 0 23쪽
4 생명주의자 - 1999[SF] 17.06.25 79 0 6쪽
3 돼지 멱따기 - 1997[현대 + 역사] 17.06.25 104 0 6쪽
2 천막 노인의 말 - 1998[현대] +1 17.06.25 268 1 5쪽
1 동급생 - 1998[현대] +1 17.06.25 823 3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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