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 살자 - 2014[역사&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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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살자
내 살결은 까무잡잡하다.
내 몸엔 검은 털이 잔뜩 나있다. 거대한 몸집에 억센 팔다리. 모두들 나를 장사라 부르고 이는 사실에 기초한다. 그런 별명이 난 좋았다. 힘세다는 데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난 어릴 적엔 그리 힘이 세지 못 했다. 아버지를 비롯한 어른들에게 온갖 욕과 잔소리를 들어가면서 우직하게 뱃일을 배우다 보니 지금처럼 되었다.
내가 힘 약한 어릴 적에 조금 당했듯이 또래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애들이 오늘날에도 역시 많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만 같다. 왕따 당하는 그런 애들은 살해당하거나 미치거나 외톨이 바보가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개중엔 이런 예도 있음직했다.
왕따 당했던 애가 청년이 된 뒤, 자신을 왕따 시킨 애가 집을 비운 사이, 왕따 시켰던 애의 어린 아들을 붙잡아 항문을 개통한 뒤 목 졸라 죽인다는 상상을 했다. 그 뒤 왕따 당했던 애는 재판에 넘겨진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그 왕따 시켰던 애는 사람 괴롭히기 좋아하는 버릇을 못 버리고 실은 자신의 아들의 항문을 언제나 강간하고 있었고 자신의 아내도 도구를 가지고 이를 도왔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쓸쓸히 묻힌다.
뭐 그런 말이다. 경을 칠 소리지만, 성실하게 사는 나도 그런 식으로 막 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곤 한다. 세상에 신이 있다는 증거는 없고, 온통 사탄의 악다구니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는 것이다. 의심할 수 없는 건 내가 어떤 형식으로든 간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어떤 형식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데도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난 조금 밖에 안 하지만, 노름 규칙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한 번 절대자에 관해서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본다.
이 우주에 얼마나 대단한 존재가 있는 지는 난 모른다. 하지만 그게 어떤 존재든 간에 위험에 빠질 요소가 있고, 닿을 수 없는 지점이 있고, 믿음으로만 헤쳐 나가야 하는 경우가 있고, 알 수 없거나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면 그는 절대자가 아니다. 인간 세상엔 아직 그런 불확실성이 많이 있고 그렇다면 문제 해결을 위해 조금이라도 힘을 모아야 할 일이고 그것이 착함의 정의일 것이다. 절대자는 논리를 뛰어넘고 그의 의도는 알 수가 없다. 절대자가 착한지 나쁜지는 알 수가 없다.
그렇다면 내가 착한 사람일 경우와 악당일 경우를 생각해 보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죽고, 세상은 악에 물들어 있는 듯 보이니, 절대자는 세상일엔 관여 안 하는 거 같으니 사후세계를 따져야 할 것이다. 상술했듯이 절대자가 아니면 자신이 죽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사후세계는 절대자가 보장할 것이다.
일단 절대자가 없다면 상관없으니 둘 다 똑 같다.
절대자가 있을 경우엔 어떨까. 절대자가 착하면 착한 사람은 상주고 악당은 벌하고 싶어 할 수도 있다. 절대자가 나쁘면 착한 사람에게도 마음대로 하겠지만 악당이라고 잘 대해줄 리가 없다. 악당은 악당을 봐주지 않는다.
물론 난 그래서가 아니라 내 성격상 착한 걸 선호한다. 그래서 다행이다.
난 물고기를 구워서 든든히 배를 채운 바였다. 사람은 먹고 살아야 한다. 절대자가 있고 착하다면 그는 부득이한 악행은 봐줄 것이다. 그 정도 너그러움은 있을 것이라 본다. 물론 그 악행엔 수많은 경우가 있을 것이다.
난 돈을 주고 몇몇 도구를 사들였던 바 있었다. 돈은 목숨 보다 무겁다는 말이 있다. 거부감이 느껴지지만 맞는 말이라 본다. 돈은 물질이 사회에서 거래될 때의 상징이고, 물질은 지극히 오래되었고 중요한 것이다. 말은 돌면 커지고, 물건은 돌면 준다. 절대자가 있는지 그가 착한지 어떤지는 알 수가 없으니 그런 말의 성찬은 미루고 지금 확실한 물건을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말도 중요하지만, 물질이 더 중요하다. 물질이 좋아지면 확실히 생활수준이 올라간다. 난 내 생활수준이 만족스럽지 않다.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다. 물질로 내가 이바지할 수 있는 바는 크지 않을 것이고 나도 인간이기에 이상이 있다. 더욱이 난 착한 성격이라 자부하지 않은가.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오늘도 손님을 배에 태우는 날이다.
내 이름은 시몬이고, 오늘 태우는 손님들 중 우두머리 되는 이는 예수라고 한다.
[201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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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쓴 종교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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