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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그라토
작품등록일 :
2017.06.2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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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6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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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리치 킹(미완) - 2008[무협]

DUMMY

리치 킹






“나 보다 더 강한 자가 되어라. 그래야만 너희는 내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 거다. 오직 한 사람만이 내 뒤를 이어 황제가 될 수 있다.”


양자강 변의 거대한 궁전에서 대오황제(大吳皇帝)는 자신의 아이들을 굽어보며 말했다. 한 황제의 핏줄인 남매들은 무릎 꿇고 앉아 있었다. 남매들은 한결같이 건강했고 똘똘한 눈매를 갖고 있었다. 다른 어머니를 둔 자녀들도 많았다. 황제의 처첩들은 서로 이간질했고 그 영향은 자녀들에게도 이어졌다. 황제의 아이들은 대체로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황제 앞인지라 기척도 없이 조용했다.


북소리가 크게 울렸다.


황제의 등 뒤에서 울린 북소리는 궁전 내부의 벽을 타고 흘렀다. 지평선 너머까지 길게 뻗친 붉은 양탄자의 양옆에 도열한 창병들이 창들로 이루어진 벽을 열었다.


황제의 자녀들이 뒤돌아섰다.


황제의 목소리가 그들의 뒤에서 우렁차게 울렸다.


“가거라, 내 아이들아. 강해져서 돌아와라.”


같은 어머니를 두고 있더라도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일도 있다는 걸 황제는 잘 알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미련은 없었다. 자신의 정권이 후계자가 있음으로서 더 단단해지는 의미만 없었다면 황제는 결코 자식을 낳지 않았을 것이다.


오나라 3대 황제 진국성(辰國成)은 그렇게 매년마다 하는 의례적인 행사를 끝냈다. 동년배인 아이들이 매해마다 수련을 위해 황궁을 떠났던 것이다. 황제 진국성은 거꾸로 치솟아 오른 턱수염을 슬쩍 매만지곤 자리를 떳다.


황제의 자녀들에게 환관들이 왔다. 어릴 때 남성을 거세당한 젊은 환관들이 황제의 자녀들에게 따라붙었다. 한 사람당 한 환관씩 따라붙었다.


황자(皇子)들 가운데 진성헌(辰星獻)이 있었다. 진성헌은 함께 떠나는 다른 황제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만 13세였다. 중요한 맥인 임맥과 독맥이 뚫린지 오래였고 공청석유와 만년설삼을 여러 차례 먹은 바 있었다. 13세 치고는 당당한 육체였다. 진성헌의 온몸엔 기운이 넘쳤지만 눈에는 쓸쓸함이 깃들어 있었다.


20세까지 황궁을 떠나 변방에서 백성을 다스리고 군대를 지휘해야 한다. 그것도 하급 지휘관으로 신분을 속인 채 그렇게 해야 했다. 밑바닥에서부터 세상을 배우고 익히라는 취지인 것이다. 지금껏 황궁 안에서만 살아온 이들에겐 낯선 운명이었다.


그렇지만 진성헌에겐 다가온 운명을 피할 생각은 없었다. 오직 달려들어 뛰어넘어 볼 뿐이었다.


진성헌은 옆에 따라붙은 환관을 믿음직스럽다는 눈빛으로 올려다보았다. 환관 서문혜(西門彗)는 고환에서 성장을 방해하지 않은 덕분에 키가 7척(약 210cm) 가까이나 되었다. 가슴도 둥그스름하면서도 앞으로 기운차게 벌어져 있었다. 늠름한 체격이었다. 어릴 적부터 진성헌을 돌봐 온 환관이었다.


“혜, 인피면구를 썼네.”


“예, 황자님. 보다시피 턱수염도 붙어 있어 다소 험악하게 보이는 인상입니다. 제 잘 생긴 얼굴이 완전하게 가려지지는 않지만 말이지요. 전 황자님을 감시하는 임무를 맡은 것입니다. 대부분의 일은 황자님께서 처리하셔야 합니다. 전 그저 멀찍이서 지켜보고 경과를 황궁에 보고할 것입니다.”


진성헌은 서문혜가 낯설어 보였다.


“혜가 내 곁에 있으면 안 되나?”


“성헌 황자님, 저 또한 비밀감찰에게 감시를 받고 있는 처지입니다. 함부로 어명을 어기신다면, 제가 죽는 걸 황자님께서 바라고 계신 걸로 알겠습니다. 황궁 밖으로 나가면 일단 저와 황자님은 여행을 떠나는 무사 형제입니다. 아시겠지요? 그때엔 황자님이 제게 존대를 하셔야 합니다.”


"알았어, 혜. 아니, 알겠어요, 혜형.“


“감사합니다, 황자님. 아직 궁전 문도 채 안 지났으니 벌써부터 말을 올리실 필요는 없습니다.”


서문혜는 한시름 놨다고 생각했다. 어릴 적에 워낙 장난이 심했던 진성헌이었지만 이젠 이 정도는 가릴 정도로 성장했다고 생각하니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또한 그 같은 성장에 자신도 이바지했다고 회상하니 자신감이 자리 잡혔다.


붉은 양탄자 길이 끝났다. 진성헌과 서문혜는 정문이 아닌 그 옆에 있는 비교적 작은 문으로 옮겨갔다. 정문은 황제와 그 일행만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법도가 정해져 있었다. 여러 거대한 건물들이 황금 도금이 된 기와를 뒤집어쓰고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건물들 사이사이는 넓었고 그 틈으로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진성헌은 어머니 화양빈에게 아침에 문안 인사를 올린 바 있었다. 진성헌은 어머니가 그리웠다. 이제 오래도록 볼 수 없다.


“혜, 어머님을 다시 뵐 순 있을까?”


“20세 때 뵈실 수 있습니다.”


“첫째인 누님은 17살 때 외지에서 돌아가셨어. 먼저 가는 불효녀의 죽음이었지만 어머님은 정말 서럽게 우셨었지. 둘째인 형은 태어날 때부터 머리가 나쁘고 몸이 뒤틀려서 사람 구실을 못 하니 내가 몹시 그리우실 거야. 한 번만 몰래 뵙고 가자.”


“들키기라도 하면 죽음을 당할지도 모릅니다. 폐하께선 엄격하신 분입니다. 황자님은 어리광 피울 나이는 지났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폐하께는 수많은 자식들이 있고, 황자님은 별로 총애하지도 않는 후궁의 아들일 뿐입니다. 폐하에게 황자님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인물인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죽음을 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자신의 처지와 약점을 똑바로 바라보셔야 합니다. 성헌 황자님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오는 것이 효도하는 길입니다.”


“알았다, 알았어.”


두 사람은 대화를 마쳤다. 미로처럼 얽힌 길옆으로 건물들이 끝이 없는 것처럼 무수히 지나갔다. 중원(中原)의 지배자인 오나라의 궁궐은 거대했다. 진성헌은 궁전 밖으로 나간 적이 아직까지 없었다. 나름대로 무예는 출중하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세상 경험은 없었다. 세상의 권력이 집중된 황궁에 무공서와 무인이 모이기 마련이었고 덕분에 진성헌은 훌륭한 스승들로부터 단련을 받을 수 있었다. 진성헌은 주변 풍경을 잊지 않기 위해 장면 장면을 기억하려고 애썼다.


금위병들이 열을 맞춰서 걸어가고 있었다. 경공술을 쓸 준비가 언제든 되어 있는 그들의 발걸음은 조용하고 절도가 있었고 무기에서는 윤이 났다. 궁전 안에선 경공술은 비상 상황 외에는 쓰지 못 하도록 되어 있었다.


한 번 더 진성헌과 서문혜는 지평선 너머까지 걸어갔다.


비로소 외성의 성곽이 모습을 드러냈다. 광활한 평지에 세워진 궁궐의 성벽은 높고 가팔렀다.


성문 밖으로 넓디 넓은 대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대로 양옆으로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시장 또한 몹시 컷다.


“궁궐 밖이구나. 난생 처음이야!.”


“소리를 낮추십시오, 황자님. 그리고 궁전 밖에서는 제가 형 노릇을 해야 합니다. 아니 황... 성헌 어디가는 거야?!”


진성헌은 시장으로 나오자마자 경공술을 발휘해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바람을 사뿐히 밟으면서 진성헌은 공중을 날았다. 상승의 경공이었다.


진성헌에겐 모든 게 신기하기만 했다. 시장은 넓었고 수없이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너무나 떠들썩했다. 허공을 가르는 진성헌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흥정과 구경에 정신이 팔려 있거나 흔한 광경이어서 그럴 것이다.


서문혜는 상점들의 지붕 위로 최대한 낮게 뛰면서 진성헌을 쫓았다. 진성헌처럼 높이 떠서 허공을 밟을 수도 있었지만 서문혜는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한 인영이 폭사되어 올라와 진성헌에게 달겨들었다. 화려한 옷을 입은 사내였다. 그 뒤로도 여러 사내들이 따라붙었다.



2008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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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지존파의 재림 - 2014[현대] 17.06.28 611 0 8쪽
46 끝없는 여독 - 1998[SF] 17.06.28 229 0 8쪽
45 아프로디테와 인간 - 2014[판타지] 17.06.28 227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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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판타지 워즈 에피소드 1의 237제곱 - 1999[SF판타지] 17.06.28 387 0 6쪽
41 아테네 - 1999[SF] 17.06.27 222 0 6쪽
40 님프의 동굴 - 1998[판타지][미완] 17.06.27 281 0 55쪽
39 파워풀가이 - 2014[SF] 17.06.27 220 0 3쪽
38 브레이브 블러드 - 1999[판타지](미완) 17.06.27 263 0 32쪽
37 라제드 마왕 전설 - 1997[판타지](미완) 17.06.27 283 0 57쪽
36 사이좋은 가족 - 2014[로맨스] 17.06.27 256 0 10쪽
35 모모지세 - 2009[SF] 17.06.26 167 0 6쪽
34 암살자 - 1997[판타지] 17.06.26 213 0 11쪽
33 쇼펜하우어의 지행일치 - 1995[역사] 17.06.26 261 0 6쪽
32 우주 폭력배 : 악의 현현(미완) - 2013[SF] 17.06.26 243 0 4쪽
» 리치 킹(미완) - 2008[무협] 17.06.26 182 0 8쪽
30 넝마주이의 죽음 - 2차판 - 2014[현대] 17.06.26 331 0 32쪽
29 노예주와 노예 - 2014[현대] 17.06.26 230 0 5쪽
28 살인자 지망생 - 2014[현대] 17.06.26 234 0 10쪽
27 인육교실(人肉敎室) - 2014[현대] 17.06.26 169 0 3쪽
26 악녀와 요술사 - 2013[판타지] 17.06.26 200 0 13쪽
25 영혼 결혼식 - 1999[SF] 17.06.26 198 0 3쪽
24 넝마주이의 죽음 - 2012[현대] 17.06.26 177 0 30쪽
23 김은 노숙자다 - 2012[현대] 17.06.26 157 0 2쪽
22 신림역 살인마 - 2011[현대] 17.06.26 135 0 30쪽
21 헤이 파리마왕 - 1995[판타지] 17.06.26 171 0 19쪽
20 히키코모리 방콕기 - 2011[현대](작은 상 탐)[문장 소설집] +1 17.06.26 162 1 30쪽
19 세이브 - 1998[SF] 17.06.25 71 0 11쪽
18 속도의 절대자 - 1997[SF] 17.06.25 409 0 10쪽
17 나이팅게일 - 1996[현대] 17.06.25 50 1 27쪽
16 호모 사피엔스의 탄생 - 2008[SF] 17.06.25 117 0 2쪽
15 피자는 구토 - 2009[SF] 17.06.25 106 0 3쪽
14 사반트 후작국 - 2010[판타지] 17.06.25 58 0 3쪽
13 경국지색 - 말희 - 2009[역사] 17.06.25 62 0 16쪽
12 새로운 하늘 - 1차판 - 1999[SF] 17.06.25 403 1 47쪽
11 달은 살아있다 - 1999[SF] 17.06.25 150 0 5쪽
10 목에 달린 입 - 1997[스릴러] 17.06.25 95 0 15쪽
9 지옥의 법칙 - 1997[SF] 17.06.25 73 0 13쪽
8 시간세무서 - 1999[SF] 17.06.25 126 0 6쪽
7 미래에 굶어죽다 - 1998[SF] 17.06.25 95 0 5쪽
6 프림 커피 - 1995[현대] 17.06.25 188 0 17쪽
5 후조의 마왕 석호 - 2009[역사] 17.06.25 71 0 23쪽
4 생명주의자 - 1999[SF] 17.06.25 79 0 6쪽
3 돼지 멱따기 - 1997[현대 + 역사] 17.06.25 104 0 6쪽
2 천막 노인의 말 - 1998[현대] +1 17.06.25 267 1 5쪽
1 동급생 - 1998[현대] +1 17.06.25 823 3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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