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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그라토
작품등록일 :
2017.06.2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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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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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프림 커피 - 1995[현대]

DUMMY

@1995년에 썼습니다. 딴 글들도 창고용인게 많지만, 이 글이야말로 창고용이지요... 1980년생인 제 기억으로는 중3 때 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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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림커피



나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대학 졸업자이다. 직업을 구하기 위한 공부를 시작한지 3개월 즈음되는. 월요일 오후 버스를 타고 친구를 만나서 돌아 오는 중에 나는 차창 밖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지나가고 있었다. 즐거운 얼굴, 슬픈 얼굴, 경직된 얼굴. 우리나라 사람은 보통 경직된 얼굴을 갖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있다. 저들은 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차가운 시멘트 위를 거닐고 있을지.


그 모습을 보다가 나의 존재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연상되었다.

이 질문은 사회, 국가, 인류에 대한 물음으로 확대되었다. 그것은 상당히 많은 명상을 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고 메모지를 꺼내 쓰기 시작했다. 오늘 밤에 명상을 해 보기로 말이다.


버스에서 내려 가방을 어께에 둘러메고 길을 걷기 시작했다.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내 얼굴만을 응시하고 있다는 착각이 간간히 들었다. 어리석은 생각 그만해라. 저것들은 자기네들 일밖에 관심없다. 내가 웬만큼 이상하게 안 보이면 눈길조차 안 줄 자들이다. 하지만 그래도 신경 쓰이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순전히 내 성격 탓이었다. 어째서 이런 성격밖에 가질 수가 없었을까.


마침내 오늘 밤이 왔다. 나는 평소에 하던대로 메모지를 꺼내 보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쓴 글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것이 있음을 본 나는 침대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명상을 시작했다. 나는 보통 그렇게 생각을 했다. 내가 그것을 왜 하는지는 나 자신도 몰랐다. 그저 버릇 탓인가. 그것을 안 하면 왜그런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이러다가 불면증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닐까하고 걱정도 많이 해 보았었다. 건강 염려증 환자라는 생각도 들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난 피식 거리며 혼자서 웃었다. 남들이 그것을 보았었다면 실없는 웃음이라고 생각했었으리라. 그러나 이유없는 것이 어디에 있는가? 인과관계야말로 전 우주의 가장 위대한 법칙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나는 왜 사는가? 나는 직업도 없고 삶에의 의욕도 불확실하다. 이미 직장도 구하고 결혼도 한 동창들을 보면 질투가 끓어 오른다. 아직 나이가 얼마 안되어 노총각신세는 아니나. 글세. 이대로 나가면 노총각 신세가 될것은 뻔한 것이다. 내가 지금껏 이루어 놓은 것이 뭐가 있나?


이렇게 생각하니 나는 나의 존재가 그렇게 비참하고 불쌍해 보이기 까지 해 견디기가 힘들었다.


난 고뇌했다. 부정적인 것으로 꽉 채워진 나의 뇌리는 끔찍했다. 부정적이 아닌 긍정적인 사고를 하려는 또다른 자아가 고개를 든다. 글쎄 그것을 긍정적이라고 볼 수가 있을까.


우주는 아무것도 없는 세계, 즉 시간도 공간도 없고 물질과 에너지도 없는 세계에서 나타났다. 우주가 그럴진데 우주가 왜 필요하며 우주를 지탱하고 지배하는 네가지 힘은 왜 있나? 우주가 만들어진 이상 그것을 보존할 이유는 있는 것이다. 그래야만 풍성하고 다양성을 이루는 세계가 나온다. 무의 세계는 단 하나이다. 그러나 시간, 공간, 물질, 에너지가 파생되어 다채로운 세계가 형성된 것이다. 인류도 다양성을 이루는 우주의 한부분이며 이 국가와 사회와 나는 인류의 다양성을 이룬다. 다양성이 있음으로서 그 존재는 창조성과 보존성과 재창조성을 얻는다.


내가 생각해낸 <긍정적 사고>라는 것이 고작 저 정도였다. 정말 빌어먹을이었다. 내가 불쌍해 견딜 수가 없었다. 상당한 자기학대 및 자기연민 및 자기비하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의 명상은 어느새 사랑에 대한 것으로 미쳤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남에게 아낌없이 주고 남이 주는 것을 고맙게 받는 것이다. 남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행동할 때에 진정한 사랑이 나온다. 지금의 사랑은 위선적이고 정략적이다. 이런 것을 사랑이라 부를 가치도 까닭도 없다. 이것은 사리 사욕의 한 부분이다. 사랑도 욕망의 하나이나 그 욕망은 전체적이고 조화적인 욕망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그것이 옳은 것인가? 나의 사랑관은 내가 보기엔 하나의 이상일 뿐이었고 현실성이라곤 없었으며 남의 눈엔 유치하게 보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명상을 돕기 위해 채근담을 펼쳤다. 펼치자 마자 다음과 같은 격언이 나를 일깨운다.


세인들은 부질없는 공명과 욕심에 자신을 얽메고서 세상을 부질없다거나 괴로움의 바다라 하며 한탄한다. 그러나 보라! 푸른 산, 흰 구름, 즐겁게 노래하는 새, 아름다운 자연으로 가득찬 이 세계를 어찌 괴로움의 바다라 일컬을 수 있겠는가? 사람들이여 깨달아라. 이 세상은 괴로움의 바다가 아니며, 세상을 건넘이 괴로움은 스스로의 장애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나는 그 말에 처음엔 어느 정도의 감동을 느꼈다. 그러나 좀 지나자 허망함이 닥쳐왔다. 그 말은 공허한 산울림이었다. 그것도 여러번 오는 것이 아닌 단 한번으로 끝나고 마는 메아리였다.


나는 그때 뭔가 아름답고 훌륭한 세계가 없을까 하고 생각했다. 나의 눈앞에 새롭고도 장엄한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처음 보았을 때에 그것이 환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그것은 분명한 현실이었고 내 단조로운 삶의 해방이기도 했다. 이 멋들어진 기분이여!


나의 온 몸은 황홀감에 뒤덮이고 나의 육신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다. 기쁨과 즐거움만이 나의 마음 속에 점점 충만해 올라왔다. 이 벅찬 감동을 글로 제대로 나타낼 수 있을까. 의심스러운 일이었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보드라운 풀이 깔린 어느 들판에 서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주변을 휘휘 둘러 보았다. 둘레를 휘감은 따사로운 공기와 하늘에서 내려오는 따쓰한 햇발, 사방에 충만한 꽃내음과 맛깔스러운 과일들, 온갖 색깔의 꽃들, 그리고 오솔길, 그 오솔길 위에 오락가락하는 길앞잡이와 그 위를 스치듯 날아가는 이름모를 곤충들.


그곳에 내가 있었다. 극히 상쾌한 기분이 나의 온몸을 감싸고 나의 모든 감각은 흥분하고 나의 뇌는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행복한 것만이 확실한 따름 이었다.


난 앞으로 한발 한발 나아갔다. 만약 감촉이 느껴지면 이건 환상이 아닐 것이다. 발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놀라 아래를 쳐다보니 난 잠옷을 입고 있었고 양말을 신고 있지 않았다. 난 계속 걸었다.


갈수록 처음의 행복감은 덜어져 갔다. 조금도 피곤하지 않았다. 여전히 상쾌했다. 무료함이 날 휘감았다. 난 내 평생 제대로 만족해 본 적이 없었다.


곧 싫증을 내는 성미 탓이었다.


지겨움이란 감정만이 자꾸만 강해져 갔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둘레엔 아무도 없었다. 사방은 고즈넉하고 아름다웠다. 이런 숲에선 흔히 들릴 새소리 하나 매미 소리, 귀뚜라미 소리 하나없었다. 답답해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 지긋지긋하기만한 도시에서 사람들 틈새에서 부대낄때 난 이런 답답함을 맛보았었다. 이제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런 맛을 또 보다니.


그땐 세상에 나 혼자만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젠 또 옆에 아무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나다니. 정말 난 못난 놈인가 보았다. 난 그래도 계속 걸었다. 피로는 없었다. 방향도 없었다. 그저 하염없이 걷기만 했다.

잘도 못부르는 노래를 난 흥얼거렸다. 아무도 없으니 날 경멸의 눈초리로 쳐다볼 이 - 그런 이가 과연 있을지. 난 지금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도 없었다. 남이 쳐다보면 난 항상 남이 안 쳐다보면 뭐든지 할수있을 거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뭔가 내 안에서 내 양심 - 아니 그것을 어떻게 양심이라 부를 수가 있을까. - 내 깜냥이 날 계속 가라막고 께름직하게 만들고 있었다.


정말 괴롭다. 정말 괴롭다. 날 제발 그대로 놔 주오. 날 제발 그대로 놔 주오. 아 정말 이 세상 하직하고 싶다. 내가 그토록 꿈꾸던 세계인데 그 세계에서도 나의 파랑새를 찾지를 못 하다니.


난 끝까지 행복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내 평생토록 아무에게도 어떤 계기로든 절대 행복을 느끼지 못하리라.


회색의 평평한 바위위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아 하늘을 쳐다본다. 하늘엔 새털 구름이 길게 뻗치고 뭉게 구름이 듬성이 듬성이 있고 햇님이 노오란 수염을 말아 올리며 껄껄거리고 있었다. 해가 날 조롱하고 있는 것만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바람이 흘러 나의 이마에 어느새 송글송글 맺혀 있었던 땀들을 닦아 주었다. 순간적으로 기분이 상쾌하고 좋았다.


난 순간순간 기쁨과 즐거움을 느꼈지만 지속적인 행복을 느끼지 못했다. 이 기쁨과 즐거움이 얼마나 가랴에 마음이 미치면 착 가라앉아 버리는 것을 나는 느끼곤 했다.


젊음의 피가 혈관을 타고 뜨겁게 끓어올라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몸을 달구었을 때에도 그에 마음이 미치면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시체나 다름없었다, 그런 상태는. 그럴때마다 불쾌감이 날 휘감았다. 난 이젠 만성이 되서 그런 것을 별로 불쾌히 생각치 못하고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것 자체가 병임도 알고 있었다.


채근담, 그 빌어먹을 책엔 흥얼거리는 잔치 자리에서 술잔을 수없이 기울여도 그 잔치가 끝나고 고독한 시간이 올 것을 생각하면 흥이 깨어져 버린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런 철학은 절대 청년의 철학이 아니다. 오히려 나중에 그렇게 되더라도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고 즐겁게 노는 것이 청년다운 것이 아닐까. 하긴 채근담은 노인의 철학이라는 말도 있긴 있었다. 나는 지금은 그 말이 과연 맞을까 틀릴까에 대해 생각 중이지만 맞는다는 쪽에 걸고있다.


<이 세계에서 나가고 싶다. 이 세계에서 나가고 싶다. 이 세계에서....>


그렇게 몇번이나 되내었는지 모른다. 시나브로, 느낌이 상쾌함에서 무거움과 침침함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땅이 잿빛으로 둘레의 나무들은 검은 빛으로 오솔길은 지진으로 갈라진 도로로 하늘은 희뿌옇게 변했다. 공기도 무섭게 혼탁해졌다.


나는 마구 달렸다. 왜 달리는 지도 모른체로. 다리엔 느낌이 없었다. 다리는 하나의 기계장치처럼 건성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거센 바람이 내 목덜미를 탁탁 쳤다. 숨이 가뻣다. 처음 온 곳이라고 생각되는 곳에서 난 멈추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은 순전히 착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허리를 구부리고 손바닥을 무릎위에 올려놓았다.


새로운 상쾌감이 밀어닥쳤다. 숨은 차올랐으나, 달리기를 한 후엔 항상 느끼곤 했던 상쾌감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곳을 보았다. 망치가 내 뇌를 후려쳤다. 그곳엔 처음보았던 것들이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절벽이었다. 절벽너머에 희뿌연 안개가 보였다. 안개 아래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안개가 나를 향해 성큼 성큼 걸어오는 듯 하더니. 사악 사라져버린다. 희미하던 것이 이젠 보인다.


거대한 암회색 휘장이 브론톤사우루스처럼 거창해보이는 도시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 휘장, 그 장막은 몽고제국의 칭기즈칸의 파오도 아니고 알렉산더대왕이 탈취한, 다리우스 3세의 온갖 보물로 장식된 장막도 아니었다. 그것은 밀턴의 실락원 에 나오는 카오스의 장막 즉 에레보스와 가까운 것이었다. 절로 구역질이 나오는 스모그였다.


수많은 빌딩들이 아스라히 공중을 향해 고개를 쳐들고 그 아래로 사방 팔방으로 무분별하게 도로가 뻗치고 그 위엔 수많은 자동차들이 빵빵 거렸다. 회색 도시 바로 그것이었다. 희뿌연 스모그가 공중을 휘감고 그 아래 온갖 소음이 목을 터져라 외치고 있는 곳. 바로 그곳이었다.


현기증이 인다. 아 나에겐 빈혈기가 약간 있었다. 어지럽다. 목이 말라온다. 새로운 고통의 추가다. 갈증 갈증 갈증.


하늘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아니 땅도 돈다. 아니 나도 돌고 있다!

마구 돌아가고 있다. 온 천지가 믹서기안에 들어간 것처럼 돌고 또 섞이고 있다. 가공할 혼란이다. 혼돈이다. 색깔이 잘 섞인 프림커피와 같아진다.

내가 다시 눈을 뜬다. 아니 나의 눈이 뜨여졌다. 공포가 꿈을 파괴하고 나를 잠에서 탈출시킨 것이다.


위엔 방의 천장이 있고 내 몸은 방바닥 위에서 아무렇게나 뒹글고 있었다. 어께, 옆구리, 허리가 저릿저릿했다. 자던 도중에 굴러떨어진 모양이었다. 침대에 올라가 참담한 기분으로 걸터앉았다.


그저 꿈이었다. 일장춘몽이었고 남가일몽이었다. 그토록 생생했고 현실이라고 믿어 마지 않았던 것이 고작 꿈이었다.


꿈이란 걸 알고나니 현실도 꿈과 큰 차이없다는 생각이 내 뇌리에 쏟아졌다. 난 지금 취생몽사의 상태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없이 초라해 보였다.


허무감, 허탈감이 날 휩쓸었다. 아무렇게나 휩슬리고 싶었다. 가을 바람에 마구 날리는 낙옆처럼 난 아무렇게나 휩슬리고 싶었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부랑아가 되고 싶었다. 아무렇게나 살다가 그냥 길바닥에 쓰려져 죽는 부랑아가 되고 싶었다.


레밍이 되고 싶었다. 수가 늘어나면 정처없이 나돌아다니다가 강을 만나도 많은 수덕에 멈추지도 못하고 물에 빠져 떼죽음당하는 레밍이 되고 싶었다. 레밍의 이 행동은 분명히 자살은 아니었다. 아무튼 난 자살하고 싶었다. 내가 선택 가능한 자살법은 각양각색이었다.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것은 멋진 경험이 될 것같았다. 시원한 바람이 귓전을 가를 것이고 눈을 떴다 감았다하며 계속 다가오는 것처럼 보일 바닥을 바라보면서 나의 머리가 어떻게 어떤 모양으로 깨질 지를 생각하면서 수박이 옥상에서 떨어질때처럼 산산조각으론 안 날 것임을 잘 알고 있음에 떨어진 후 머리가 어떤 꼴이 될것인지도 상상하면서 그렇게 비명을 질러대며 내려간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가도 생각했다.


손목 깊숙히에 앉아, 심장의 피를 받아 주기적으로 흔들리는 동맥을 잘라 버릴까도 생각했다. 면도칼로 아주 깊숙히 찔러넣어야 실패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고 그럴만한 의지가 내게 있는지 의심하면서, 그리고 동맥에서 나의 미지근한 피가 줄줄줄 빠져나가 욕조의 물을 온통 시뻘겋게 물들이기까지 그 가공할 쓰라림을 어떻게 감당하며 온 몸에 힘이 빠져 꼬꾸라질때에 몸의 수많은 마디마디 근육 하나 하나가 나의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 오게 될 무기력감과 괜스레 일을 벌였다는 자책감 그리고 이젠 되돌려놓을 수 없다는 후회를 느끼게 될 것을 상상하면서 정말 끔찍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죽음이란 과연 완전한 끝일까 하니면 뭔가 새로운 세계가 나타날 것인가도 생각했다. 둘 다 두려운 것이다. 정말 끔찍하구나. 죽음이 무언가를 모르기에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과연 인간이란 한 번 멈추면 작동 불능이 되어버리는 기계일까, 영원한 생명을 지닌 영혼을 가진 유일한 생물일까.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내 머리에 베게를 대주었고 내 몸위에 이불을 덮어 주었었다. 과연 누굴까.


어머니께서 들어오셨다. 아직도 이런 쓸모없고 무능한 놈에게 정성을 기울여주시는 어머니.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아니 나를 위해서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죽었다는 흔적 그 아주 조그마한 흔적을 극히 조금이라도 크게 하기 위해 난 인생을 포기하지 않겠다. 자살도 하지 않겠다.


사회에 대한 화해가 너무 빠르다는 생각도 들것이다.


나는 이름을 남기려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라도 충분히 행할 기분이었던 것이다. 우선 총기 사용을 허가받은 다음에 공기총으로 대통령을 암살한다. 그런다음 도망치고 자살한다. 그러면 숱한 의문이 뿌려질 것이고 온갖 소문이 난무할 것이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어쨋든 난 그런 기분일만큼 공명심이란 것에 집착하고 있었다. 왜 그렇게 공명심에 침착하는지는 나도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영웅심리인가? 정신병의 상태까지 밀려가지 않도록 하기위한 마음의 발버둥질인가? 아니면 그도 저도 아닌 또다른 그 무엇인가? 모르겠다.


아니다. 내가 잘 못 생각했다. 사회에 대한 화해는 공명심에서 온 것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왔다. 복잡한 감정인 두려움에서 그것은 온 것이다. 어지럽다.


어머니께서 커피와 빵을 권하신다. 나는 고맙게 두손으로 쟁반위에 도사리고 있는 그것을 받았다. 프림 커피였다. 그 커피를 보자 믹서기 안 천지가 다시 생각난다. 프림과 설탕을 겯들인 커피같은 혼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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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암살자 - 1997[판타지] 17.06.26 212 0 11쪽
33 쇼펜하우어의 지행일치 - 1995[역사] 17.06.26 260 0 6쪽
32 우주 폭력배 : 악의 현현(미완) - 2013[SF] 17.06.26 243 0 4쪽
31 리치 킹(미완) - 2008[무협] 17.06.26 181 0 8쪽
30 넝마주이의 죽음 - 2차판 - 2014[현대] 17.06.26 330 0 32쪽
29 노예주와 노예 - 2014[현대] 17.06.26 230 0 5쪽
28 살인자 지망생 - 2014[현대] 17.06.26 234 0 10쪽
27 인육교실(人肉敎室) - 2014[현대] 17.06.26 168 0 3쪽
26 악녀와 요술사 - 2013[판타지] 17.06.26 199 0 13쪽
25 영혼 결혼식 - 1999[SF] 17.06.26 198 0 3쪽
24 넝마주이의 죽음 - 2012[현대] 17.06.26 176 0 30쪽
23 김은 노숙자다 - 2012[현대] 17.06.26 156 0 2쪽
22 신림역 살인마 - 2011[현대] 17.06.26 135 0 30쪽
21 헤이 파리마왕 - 1995[판타지] 17.06.26 171 0 19쪽
20 히키코모리 방콕기 - 2011[현대](작은 상 탐)[문장 소설집] +1 17.06.26 162 1 30쪽
19 세이브 - 1998[SF] 17.06.25 71 0 11쪽
18 속도의 절대자 - 1997[SF] 17.06.25 409 0 10쪽
17 나이팅게일 - 1996[현대] 17.06.25 49 1 27쪽
16 호모 사피엔스의 탄생 - 2008[SF] 17.06.25 117 0 2쪽
15 피자는 구토 - 2009[SF] 17.06.25 105 0 3쪽
14 사반트 후작국 - 2010[판타지] 17.06.25 57 0 3쪽
13 경국지색 - 말희 - 2009[역사] 17.06.25 61 0 16쪽
12 새로운 하늘 - 1차판 - 1999[SF] 17.06.25 402 1 47쪽
11 달은 살아있다 - 1999[SF] 17.06.25 150 0 5쪽
10 목에 달린 입 - 1997[스릴러] 17.06.25 95 0 15쪽
9 지옥의 법칙 - 1997[SF] 17.06.25 72 0 13쪽
8 시간세무서 - 1999[SF] 17.06.25 125 0 6쪽
7 미래에 굶어죽다 - 1998[SF] 17.06.25 95 0 5쪽
» 프림 커피 - 1995[현대] 17.06.25 188 0 17쪽
5 후조의 마왕 석호 - 2009[역사] 17.06.25 71 0 23쪽
4 생명주의자 - 1999[SF] 17.06.25 78 0 6쪽
3 돼지 멱따기 - 1997[현대 + 역사] 17.06.25 103 0 6쪽
2 천막 노인의 말 - 1998[현대] +1 17.06.25 267 1 5쪽
1 동급생 - 1998[현대] +1 17.06.25 823 3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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