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는 구토 - 2009[SF]
피자는 구토
피자는 맛이 좋다.
한 조각이 웬만한 밥 한 끼를 뛰어넘는 고 칼로리 음식이지만 피자의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게 현실이니 맛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2012년이 막 시작되었다. 내 옆에 당장 있는 건 자취방에 놀러 온 친구 녀석뿐이다. 마침 오늘이 친구 생일이기도 하고, 생일잔치 여는 셈 및 친구 선물 사주는 셈 쳐서 랍스터와 명태 알이 들어간 피자를 둘이서 반씩 돈을 부담해서 시키게 되었다.
맛있게 먹으라는 배달원의 의례적인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아니 문을 잠그기 무섭게 나와 친구는 허겁지겁 피자를 먹었다. 둘 다 꽤 배가 고팠나 보다. 친구가 말했다.
“야, 나 재밌는 거 생각났다.”
“뭔데?”
“다 먹고 말할게.”
“어, 그거 말하고 하나 더 먹기냐?!”
피자 한 판은 금방 없어졌다. 두둑해진 배를 두드리면서 난 친구한테 물었다.
“아까 재밌는 이야기가 생각났다며? 그게 뭐야?”
“이 피자, 본사에서 냉동되어서 오는 걸 거 아냐. 사실 피자는 외계인들이 토해서 만드는 게 아닐까?”
“에라, 이 새끼야, 피자 잘 먹고 무슨 소리냐?”
“먹고 나니까 하는 얘기지.”
“못 먹을 뻔했다.”
그때였다. 분명히 잠겼던 문이 열리면서 배달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와 친구는 한꺼번에 문 쪽을 보았다. 배달원의 정수리에서부터 쟈크가 생기면서 인간의 거죽이 단숨에 벗겨져 내렸다. 남은 건 흔히 우리가 상상하는 외계인의 모습이었다.
“뭐, 뭐야!”
외계인이 우리에게 말했다.
“너희는 피자 회사의 비밀을 알았으므로 실종된다. 이 나라는 1년에 수 만 명이 실종되는 나라지.”
외계인의 손에서 무언가가 번쩍했고 난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 보니 난 침대에 묶여 누워 있었다. 실험대 위인 거 같았다.
외계인들이 나타났다.
외계인들은 머리에서 빛을 반짝거렸다. 그렇게 자신들끼리 대화하는 거 같았다. 한 외계인이 내게 말을 붙였다.
“인간들은 사실 우리의 조작 대상에 지나지 않아. 예를 하나 들어볼까? 인간들은 자신이 다 쓰지도 않을 돈을 벌고 죽곤 하지. 그런데 그 돈을 물려받은 자식은 돈 낭비하다가 죽는 경우가 많아. 얼마나 불합리한가? 1년에 120억이 하루에 2700칼로리씩 먹을 식량이 생산되는 데도 8억 5000만이 영양실조로 고통 받고 하루에 10만씩 굶어 죽어. 그 모두가 돈 모으기를 숫자 놀음 하듯 하는 생활 태도 때문이지. 다 쓰지도 않을 돈을 단지 숫자가 크기 때문에 모으는 게 인간이야. 우리가 뒤에서 조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걸 인간은 몰라. 그러니 우리의 토사물인 피자를 맛있게 먹지!”
그리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그 외계인이 내게 말했다.
“자, 우리가 너에게 한 일은 어차피 말해도 아무도 안 믿을 테니 우리는 기억 조작 같은 건 하지 않는다.”
“그럼 난 어떻게 되나요?”
“친구랑 술 먹다가 하룻밤 필름이 끊긴 것으로 될 것이다!”
-200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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