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 노숙자다 - 2012[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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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 노숙자다
김은 노숙자였다.
무엇이 그를 겨울이면 죽음과 마주하는 노숙 생활로 밀어 넣었는지는 사실상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없다.
김은 부자로 태어나고 절륜한 근성을 가졌지만 사업 실패와 지인들의 배신에 치를 떨고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은 것일 수도 있다.
김은 태어날 때부터 가난했고 끈기가 없어서 지속적으로 돈을 까먹고 지인들도 그를 저버려 결국 길거리로 나앉은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사실은 사회와 국가가 노숙자를 구제해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국가와 사회가 쉼터를 제공하고 각종 복지 혜택을 준비하는 등 할 만큼 했다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자발적인지 비자발적인지는 사실상 모호하다. 마음은 그저 물질 현상의 한 연장선상에 놓여 있을 뿐이다.
김은 자신을 지키고 싶어서 직업을 구하러 다니지 않았다.
노숙자를 구한다는 구인꾼들 가운데서는 섬 노예로 노숙자를 팔아먹거나, 대포 통장을 만들려는 범죄꾼들이 수없이 있기 마련인 것이다.
길은 없었다.
그냥 있어도 노숙자는 평균 수명이 40대에 불과한 고단한 직업이다.
김은 교도소에 갈 수도 없었다.
노숙자들끼리 싸워도 경찰은 그냥 풀어주기 일쑤였다.
범죄꾼들이 교도소에서 사는 게 왜 노숙자 생활 보다 편한지 김은 납득할 수 없었다.
물론 이해했다.
약함은 유일한 죄악이고, 살인 강도 횡령 사기 배임 따위의 죄를 저지르는 무리는 최소한 노력은 해 본 종자들로 사회는 보고 있는 것이다.
간수 없는 죄수 노숙자.
그것이 김이었다.
201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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