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피라미드 정신분열증 - 2016[역사]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살인 피라미드 정신분열증
이 소설을 쓰는 나는 정신분열증(조현병) 환자다. 난 경증이고 약만 먹으면 일상생활을 소화할 수 있다. 즉 난 약만 먹으면 좀 모자라긴 해도 정상인 범주 내에 든다. 내가 왜 이 점을 밝히나 하면 이 소설은 정신분열증과 관련된 글이고 내 경험을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글이기 때문이다.
++++++++++++++++
나일 강은 굽이굽이 흘렀다.
번성하던 인류는 나일 강을 뺀 모든 사하라 강물을 마르게 했다. 인류는 불을 지르고 나무를 베고 동식물을 잡고 거름을 쌓아 밀을 키웠기 때문이었다. 인류는 석기를 사용했지만 물산이 풍부한 곳을 점유했기에 곧 인구는 문명의 임계점에 도달했다. 인류는 곳곳에 성읍을 올렸다. 사람의 맨 처음 가축은 같은 사람이다. 사람이 사람을 먹고 부렸다. 개, 고양이, 물소 등등이 뒤이어 가축이 되었다. 처절한 싸움이 도시 국가들 사이에 반복되었고 이는 실상 인류 문명 초창기의 똑 같은 모습들이다.
나일 강변에서 인류는 신들을 숭배했다.
인류는 필요에 따라 신들을 자아냈다. 메마른 날씨에 나일 강은 힘이었다.
태초에 인류 중 많은 이들은 정신분열증 환자였다.
그때 약이 있을 리 없으니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거듭 거듭 중증으로 치달았다. 그래도 상관은 없었다. 죽어 나자빠지는 하층민들의 수를 인류는 세지 않았다.
정신분열증 환자는 부리기 더 좋은 측면도 있었다. 이집트의 신관이 주문을 주억거리면 그것은 정신분열증 환자의 마음속으로 들어와 환각으로 폭격되었다. 남은 못 듣고 못 느끼는 환각이었지만, 정신분열증 환자의 내면에선 폭풍과도 같은 환각은 지배층의 도구였다.
정신분열증 환자는 정상인 보다 간단한 행동들만을 할 수 있다. 점점 짧아져 가는 제 정신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차치하더라도, 정신분열증 환자는 발작 중에도 먹을 수 있고 반복적인 동작들로 일할 수 있다. 정신분열증 환자는 정상인의 지도 아래 채찍을 맞아가면서 밭을 갈았고 물길을 텄고 돌들을 쌓아올렸다. 다른 사람들처럼 정신분열증 환자도 농번기엔 농사짓고 농한기엔 건물을 쌓았다.
정신분열증 환자는 비참한 자들이 많을수록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것 정도는 당대의 지배층도 파악했다. 지배층은 그것을 고칠 생각이 없었다. 그저 난삽하게 과학 기술을 전개하면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집트의 지배층이 더 이상 정신분열증 환자가 정상인 보다 다수인 상황을 참아낼 수 없게 되는 날이 왔다.
이집트의 지배층은 이제 제법 정교하게 만들어진 수학을 가졌고 이를 피라미드를 비롯한 건축물에 투사하는 법을 익혔다. 이제 이집트의 지배층에겐 정신을 다잡을 줄 아는 더욱 많은 정상인들이 필요할 뿐이었다. 이집트는 노예 제도를 폐지하고, 부를 축적할 자유를 가진 평민들로 피라미드 인부를 채우는 등의 개혁을 단행했다. 물론 이 개혁은 반란의 욕구로부터 하층민과 피지배 민족을 달래려는 생각에도 빚진 바 있었다.
평민이 되어 자신만의 시간을 갖자 정신분열증 환자들 중 나아지는 자들이 늘어났다.
[2016.02.25.]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