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니그라토 서재

니그라토 기타 단편 모음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니그라토
작품등록일 :
2017.06.25 11:55
최근연재일 :
2024.05.21 10:58
연재수 :
288 회
조회수 :
60,055
추천수 :
11
글자수 :
746,320

작성
17.06.26 16:19
조회
166
추천
0
글자
6쪽

모모지세 - 2009[SF]

DUMMY

모모지세



수아는 눈을 깜빡였다.


수아의 각막엔 -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이 - 감시장치가 이식되어 있었다. 수아의 고막 바로 안에도 감시장치가 이식되어 있었다. 수아의 코 안에도 감시장치는 있었다. 이들 감시장치에는 다른 모든 이들이 언제든 얼마든지 접속할 수 있었다. 지금 누가 자신의 감시장치에 접속하고 있는지 언제든 알 수 있었다. 이들 감시장치의 성능은 기본적인 감각 보다 뛰어났다.


감시장치를 수리나 개선 밖의 일로 끄는 것은 불법이었다. 화장실을 갈 때에도, 샤워를 할 때에도, 중요한 업무를 처리할 때에도, 예술 작품을 창조해낼 때에도, 사람들을 만날 때에도, 감시장치는 결코 끌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감시장치에서 쌓인 정보는 나노 초 단위로 로그화되어 별도의 저장매체에 무선으로 이동되어 영구 보존되었다.


수아는 22살의 생기발랄한 미녀였기에 접속하고 있는 이들은 결코 적지 않았다. 하지만 남의 시시콜콜한 사생활에조차 눈독을 들이는 이들은 대체로 관음증에 걸린 사회부적응자일 경우가 많았으므로 수아는 마음을 놓았다. 평소에 언제나 공권력이 감시를 할 수는 없었으므로, 평소의 감시 업무는 컴퓨터 시스템이 맡고 있었다. 컴퓨터 시스템은 이상이 생기면 신고를 했다. 물론 본인이나 주변 인물이 신고할 수 있었다.


수아는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에서 나와 사람들과 기분 좋게 인사를 했다. 수아의 미소는 눈부셨다. 오늘날의 세상을 사람들은 모모지세라 불렀다. ‘모두가 모두를 지켜보는 세상’의 약자였다. 몇몇 이들은 보다 긍정적으로 모모지세를 파악했다. ‘모두가 모두를 지켜주는 세상’의 약자로 본 것이다. 수아는 그런 해석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수아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지구 연합은 성립되어 있었고, 모모지세를 펼쳤으며, 입법부 역할은 지구인 모두가 하는 직접 민주주의 체제였던 것이다.


인공위성과 연결된 컴퓨터 자동 조종 시스템이 수아의 바이크를 신나게 달리게 했다. 자동 항법 장치로 인해 운전의 긴장감이 없었다. 수아의 기분은 최고였다. 출퇴근길엔 마땅히 이래야 했다. 한동안 달려서 직장에 이르렀다.


수아는 평범한 수준의 지능을 갖추고 있었다. 즉 거의 대부분의 일을 별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적성을 갖추었다. 이는 뇌생리학을 바탕으로 뇌를 스캔해서 얻어진 정보였다. 민주 시민을 육성하기 위한 목적 아래 심리학, 정신분석학, 뇌생리학, 신경학, 사회 생물학 등등이 지배 체제에 동원되고 있었다. 개인이 일을 잘 못 하는 것도, 게으른 것도,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모두 사회가 개인을 잘 책임지지 못 했기에 생긴 일들로 받아들여졌다. 이는 사실이기도 했다. 어떤 개인도 사회 보다 오래되지는 못 하다. 심지어 최초의 호모 사피엔스조차 그 이전 인류의 사회에서 양육된 것이 아니던가.


수아는 강화복을 든든히 차려입고 로봇들을 연결시켰으며 자동기계에 탑승했다. 점검할 사안들을 꼼꼼히 챙겼다. 나름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수아를 무장시켰다. 이공계가 대우받는 세상이었다. 수아는 비록 돈 잘 버는 화이트칼라 이공계 즉 지식 노동자는 아니었지만, 중하층 생활은 기본으로 누릴 수 있는 블루칼라 이공계였다. 수아의 직업은 거창하게 말하면 유기물 자원을 인류와 생태계로 되돌리는 일이었고, 옛날식으로 대놓고 말하면 똥퍼였다. 이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인류가 활용할 수 있는 유기물의 총량엔 한계가 있는 법이다. 이를 재활용하는 것은 인류 생존에 이바지했다. 수아가 퍼올린 오물들은 처리 공장으로 보내지고 난 뒤엔 농장들로 갔다. 때문에 수아는 보람을 느꼈다. 일을 하기 앞서 수아는 후각을 마비시키는 처리를 했고, 적외선과 자외선도 볼 수 있게 하는 고글을 썼다.


수아의 일은 수익이 높았고, 나중에 일을 끝내고 나서도 괄시받지 않았다. 작업장엔 5성 호텔 수준의 샤워실이 있었고, 영양가가 높고 맛있는데다 값도 적당한 구내식당도 있었다. 모모지세는 처음엔 공직부터 적용되었다. 그 뒤엔 남의 돈 가지고 장사하는 일인 금융업과 주식회사에 적용되었다고 한다. 일반 사원 뿐 아니라 임원급에게도 적용된 건 물론이었다. 처음엔 모모지세는 법치주의가 더욱 잘 적용되도록 하는 증거로서 작동했다. 장 자크 루소가 말했듯이, ‘강자와 약자 사이에선 자유가 억압이고, 법이 해방’인데 법에 대한 증거로서 작동했던 것이다. 정치권력은 법치를, 경제권력은 평판을 제공하는데, 법치와 평판으로 인류 사회가 지탱되어 왔다고 모모지세 사람들은 믿었다.


더욱 많은 이들에게 적용될수록 동정심과 양심이 인류를 채웠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아픈 사연들에 공감했다.


비로소 사람들은 공산주의자들의 큰 뜻 가운데 일부를 이해하게 되었다. 어떤 사상이든 그 사상이 틀린 것들만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닌 법이다. 인민(人民)이라고 왜 공산주의자가 사람들을 불렀는지 알 수 있게 되는 일들이 일어났다. 양심(인류와 우주에 대한 애정과 의무감), 윤리(남의 고통과 불행에 대한 감수성), 사회성(서로가 서로에게 친절하고 배려할수록 더 잘 발휘되는 덕성) 등등이 발현되었다. 악당들에 대해서는 그들의 모든 삶을 검증해서 인민재판과 마녀사냥이 벌어졌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인민재판이고, 마녀사냥이라고 수아는 생각했다. 증거가 충분하게 제공되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작업 시간은 하루 8시간으로 정해져 있었다. 나머지 시간은 자유였다. 일하는 동안 정말 열심히 집중해서 한 뒤 샤워하는 시간은 아주 행복했다. 수아는 저축을 빠르게 하기 위해 이 일을 골라잡았다. 화이트칼라 이공계가 되어 인류 사회에 더욱 이바지하는 삶을 살겠다고 수아는 결심한 상태였다. 그러려면 수업비가 어느 정도 있었던 것이다.



Fin


[2009.06.16]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니그라토 기타 단편 모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8 [제 글 패러디]빅 거세가 인류를 멸종시킨다 17.07.01 291 0 2쪽
87 [제 글 패러디]럼프랏자(트럼프 팬픽) 17.07.01 198 0 3쪽
86 [제 글 패러디]후타랏자 17.07.01 367 0 3쪽
85 [제 글 패러디]요리 폭력배 제거론 17.07.01 278 0 2쪽
84 [제 글 패러디]니그라토를 쓰러뜨리려는 소년의 모험 17.07.01 339 0 9쪽
83 [제 글 패러디]요리일진의 승리 17.07.01 199 0 6쪽
82 [제 글 패러디]빅 메이드 이즈 커밍 17.07.01 293 0 2쪽
81 [제 글 패러디]유딩 요리 폭력배 17.07.01 164 0 2쪽
80 [제 글 패러디]악마 미식가 인류멸망 예상 17.07.01 195 0 2쪽
79 [제 글 패러디]양박사와 공산주의 17.06.30 199 0 23쪽
78 [제 글 패러디]엘더 갓 17.06.30 183 0 2쪽
77 [제 글 패러디]으따랏자 17.06.30 99 0 3쪽
76 [제 글 패러디]비서 돌려막기 17.06.30 184 0 3쪽
75 [제 글 패러디]하루 34000명의 아이가 죽는 것보다 더 끔찍한 세계 17.06.30 252 0 5쪽
74 [제 글 패러디]나는 니그라토다[intro] 17.06.30 188 0 3쪽
73 [제 글 패러디]벙커 안의 메딕 17.06.30 267 0 6쪽
72 [제 글 패러디]메갈리안 전체주의 17.06.30 248 0 4쪽
71 벙커 속의 메딕 - 2002[스타크레프트 패러디] 17.06.30 275 0 14쪽
70 메딕의 출정 - 2007[스타크레프트 패러디][미완] 17.06.30 282 0 8쪽
69 진 은하영웅전설 - 2016[은영전 패러디] 17.06.30 256 0 3쪽
68 아르케르 정권기 - 2016[SF] 17.06.30 183 0 20쪽
67 유딩 공갈 - 2016[현대] 17.06.30 239 0 1쪽
66 엄마는 옥황상제 - 2016[현대][브릿G큐레이션] 17.06.30 264 0 15쪽
65 살인 피라미드 정신분열증 - 2016[역사] 17.06.30 191 0 4쪽
64 대륙 한국 촛불 판타지 - 2016[SF 판타지] 17.06.29 338 0 6쪽
63 리쟈드맨 - 1997[일반] 17.06.29 223 0 6쪽
62 Dead of white - 1996[일반] 17.06.29 263 0 11쪽
61 초딩 우가우가 - 2015[현대] 17.06.29 227 0 2쪽
60 천년전쟁 - 2015[현대] 17.06.29 45 0 1쪽
59 일진에겐 마음이 없다. - 2015[현대] 17.06.29 207 0 2쪽
58 코끼리 바다표범 - 1998[현대] 17.06.29 61 0 23쪽
57 어느 86세대의 초상 - 2015[현대] 17.06.29 325 0 5쪽
56 경국지색 - 달기 - 2015[역사] 17.06.29 168 0 8쪽
55 국민 오우거 - 미상[패러디] 17.06.29 254 0 2쪽
54 신자유주의자 - 2015[일반] 17.06.29 236 0 2쪽
53 보편적 열정 페이 - 2015[일반] 17.06.29 230 0 1쪽
52 니체 초인 - 2015[일반] 17.06.28 235 0 1쪽
51 카이퍼 대공사 - 2014[SF][미완] 17.06.28 63 0 12쪽
50 착하게 살자 - 2014[역사&종교] 17.06.28 269 0 5쪽
49 한국의 멸망 - 1999[SF] 17.06.28 232 0 3쪽
48 노인을 왜 존경 - 2014[현대] 17.06.28 311 0 8쪽
47 지존파의 재림 - 2014[현대] 17.06.28 611 0 8쪽
46 끝없는 여독 - 1998[SF] 17.06.28 228 0 8쪽
45 아프로디테와 인간 - 2014[판타지] 17.06.28 226 0 8쪽
44 개 아기를 뜯다 - 2014[SF] 17.06.28 159 0 2쪽
43 나는 작아 - 연대 미상[SF판타지] 17.06.28 274 0 4쪽
42 판타지 워즈 에피소드 1의 237제곱 - 1999[SF판타지] 17.06.28 387 0 6쪽
41 아테네 - 1999[SF] 17.06.27 221 0 6쪽
40 님프의 동굴 - 1998[판타지][미완] 17.06.27 280 0 55쪽
39 파워풀가이 - 2014[SF] 17.06.27 219 0 3쪽
38 브레이브 블러드 - 1999[판타지](미완) 17.06.27 262 0 32쪽
37 라제드 마왕 전설 - 1997[판타지](미완) 17.06.27 283 0 57쪽
36 사이좋은 가족 - 2014[로맨스] 17.06.27 255 0 10쪽
» 모모지세 - 2009[SF] 17.06.26 167 0 6쪽
34 암살자 - 1997[판타지] 17.06.26 212 0 11쪽
33 쇼펜하우어의 지행일치 - 1995[역사] 17.06.26 260 0 6쪽
32 우주 폭력배 : 악의 현현(미완) - 2013[SF] 17.06.26 243 0 4쪽
31 리치 킹(미완) - 2008[무협] 17.06.26 181 0 8쪽
30 넝마주이의 죽음 - 2차판 - 2014[현대] 17.06.26 330 0 32쪽
29 노예주와 노예 - 2014[현대] 17.06.26 230 0 5쪽
28 살인자 지망생 - 2014[현대] 17.06.26 234 0 10쪽
27 인육교실(人肉敎室) - 2014[현대] 17.06.26 168 0 3쪽
26 악녀와 요술사 - 2013[판타지] 17.06.26 199 0 13쪽
25 영혼 결혼식 - 1999[SF] 17.06.26 198 0 3쪽
24 넝마주이의 죽음 - 2012[현대] 17.06.26 176 0 30쪽
23 김은 노숙자다 - 2012[현대] 17.06.26 156 0 2쪽
22 신림역 살인마 - 2011[현대] 17.06.26 135 0 30쪽
21 헤이 파리마왕 - 1995[판타지] 17.06.26 171 0 19쪽
20 히키코모리 방콕기 - 2011[현대](작은 상 탐)[문장 소설집] +1 17.06.26 162 1 30쪽
19 세이브 - 1998[SF] 17.06.25 71 0 11쪽
18 속도의 절대자 - 1997[SF] 17.06.25 409 0 10쪽
17 나이팅게일 - 1996[현대] 17.06.25 49 1 27쪽
16 호모 사피엔스의 탄생 - 2008[SF] 17.06.25 117 0 2쪽
15 피자는 구토 - 2009[SF] 17.06.25 105 0 3쪽
14 사반트 후작국 - 2010[판타지] 17.06.25 57 0 3쪽
13 경국지색 - 말희 - 2009[역사] 17.06.25 61 0 16쪽
12 새로운 하늘 - 1차판 - 1999[SF] 17.06.25 402 1 47쪽
11 달은 살아있다 - 1999[SF] 17.06.25 150 0 5쪽
10 목에 달린 입 - 1997[스릴러] 17.06.25 95 0 15쪽
9 지옥의 법칙 - 1997[SF] 17.06.25 72 0 13쪽
8 시간세무서 - 1999[SF] 17.06.25 125 0 6쪽
7 미래에 굶어죽다 - 1998[SF] 17.06.25 95 0 5쪽
6 프림 커피 - 1995[현대] 17.06.25 188 0 17쪽
5 후조의 마왕 석호 - 2009[역사] 17.06.25 71 0 23쪽
4 생명주의자 - 1999[SF] 17.06.25 78 0 6쪽
3 돼지 멱따기 - 1997[현대 + 역사] 17.06.25 103 0 6쪽
2 천막 노인의 말 - 1998[현대] +1 17.06.25 267 1 5쪽
1 동급생 - 1998[현대] +1 17.06.25 823 3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