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의 탄생 - 2008[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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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의 탄생
남자는 굶어 죽어가는 자신의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그 옆엔 아이의 어미, 한때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가 쓰러져 죽어 있었다. 여자의 허벅다리 살은 크게 도려내어져 있었다. 사랑스럽던 젖가슴도 마찬가지였다. 아이가 너무 울어 쉰 목소리로 말했다.
“어, 엄마가 자신을 베서 나한테 줬어요.”
삐쩍 마른 아이는 몸을 웅크린 채 꺽꺽 울었다.
남자의 부족은 서로가 서로를 아끼면서 살았다. 아니 당시의 모든 인류가 그랬다. 뭐든지 함께 모여 나눠 먹었다. 어떤 분쟁이든 대화로 풀었다. 서로 다른 부족을 만나도 손짓 발짓으로 대화를 하고 선물을 주고받으면서 다투지 않았다. 아무도 서로를 해치지 않았다. 노인이어도 병자여도 장애인이어도 평등하게 음식을 주고 힘닿는 데까지 돌봤다. 아기가 태어나면 축복 속에서 소중하게 길렀다. 인구는 계속 늘어나 줄지 않았다.
어느 날 기근이 닥쳐왔다. 풀도 과일도 버섯도 애벌레도 없어졌다.
서로 나눌 수 있을 만큼 비축해둔 음식을 나누었다. 어느덧 모두 사라졌다.
사냥에서 허탕치고 돌아 온 남자는 자신의 가족이 그렇게 피폐해진 모습을 보았다.
남자는 사냥에서 돌아온 자신의 동료들을 바라다보았다.
비통한 눈빛들이 오갔다.
동료애와 협동심 속에서 사냥을 했던 돌도끼가 서로의 머리를 파고들었다.
남자는 이를 부딪치면서 자신이 죽인 동료들의 살점을 갈라 요리해서 아이에게 먹였다.
남자는 아이를 껴안고 말했다.
“서로 나눠 먹으니 모두 배고파서 한 명도 살릴 수 없구나. 난 너만을 살리겠다. 너도 나처럼 키우겠어.”
아이는 차츰 자라 최초의 호모 사피엔스가 되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문화를 통해 다른 인종과 차이가 난다. 가장 이기적이고 난폭한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인종들을 모두 죽이고 살아남았다.
2008.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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