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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그라토 기타 단편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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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그라토
작품등록일 :
2017.06.25 11:55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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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6,320

작성
17.06.2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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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리쟈드맨 - 1997[일반]

DUMMY

리쟈드맨





일본에서 있었던 실화다. 집주인과 그의 신변잡기는 완전한 허구로 재구성했다.


시마무라는 잠깐 눈을 붙이기 위해 오른손을 이마에 가져다 대었다. 입사 동기인 야마다가 어께를 툭툭 건드렸다. 머리를 쳐들자 야마다의 날카로운 안경 속에 동정 서린 눈길이 있었다.

시마무라, 지금 졸고 있을 때가 아니네. 대학을 졸업한지도 십몇년이 얼추 되었어. 길다면 길고 짦다면 짦은 기간이지만 명예 퇴직을 하기엔 충분한 날짜들이 채워진 것이지. 쉴때가 아닐세.

고맙네. 자네도 열심히 하라고.

시마무라는 야마다의 어께를 두드려주며 동변상련을 나누고자 했다. 야마다가 걸친 양복이 가짜 상표인지 결이 껄끄러워 불쾌감을 주었다.

시마무라는 점심 시간이 되자 싸온 도시락을 건성으로 먹고 사내 휴계실로 갔다. 유리창 너머로 눈부시고 깨끗한 오사카 거리가 또렸히 비췄다. 더 이상 그것들의 주인이 될수없다. 얼마 전 이혼했고 위자료 소송 중이다. 아내는 명예 퇴직은 노린 것이 분명하다. 십수년동안 버겁게 번 돈을 홀라당 벗겨 가려고 준비하다 알맞은 때를 고른 것이다. 주머니를 뒤적거려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 금연 지역이다. 담배와 라이터가 안식처로 돌아간다. 시마무라는 담배가 부러워졌다.

오늘이나 내일 명예 퇴직 대상자의 책상이 빠질 것이라 한다. 야마다도 그도 명예 퇴직 대상이 되는 나이가 되었다. 빌어먹을. 시마무라는 서른 여섯에 지나지 않는다. 저축이라도 해뒀으면 좋으련만 홀어머니 아래서 쓸쓸하게 자란 시마무라에게 충실한 통장을 꾸려갈 여력이 있었을리 없다.

아, 딸아. 그 천사같은 딸애는 세 살밖에 안 되었다. 마녀같은 아내는 그 아이를 마지못해 데리고 있으면서 무기삼아 시마무라를 협박하고 있다. 잘도 웃음 머금는 미국인 가운데선 정부와의 결혼을 위해 자기 배로 태어난 아들 둘을 죽인 어머니가 있다 했다. 명예 퇴직을 당하면 양육 권리를 영원히 빼앗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설혹 열심히 노력하여 자립의 바탕을 닦더라도 그새 아이는 시마무라의 얼굴을 잊고 말 것이다.

그날 시마무라의 책상은 빠지지 않았다. 스스로의 발등에 불붙어 동정조차 느끼지 않는 직원들은 야마다의 눈물을 건성으로 보았다.

시마무라는 곡예하 듯 운전을 했다. 몇 차례나 교통 순경이 제지를 했지만 번호판조차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백이십 킬로미터의 속도로 차들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시마무라는 학창 시절 모터 사이클을 즐기던 스피드광이었다. 조종 실력이 몹시 좋아 지금껏 사고 한번 없던 그였다.

그는 곧바로 집에 가지 않았다. 교회에 들어가 찬송가를 부르고 나왔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지만 당장 보이는 개신교 교회에 들어갔다 나왔다.

그는 갈등의 현실로 되돌아왔다. 애잔한 감정을 느꼈다. 그날은 일찍 끝나는 날이었다. 아직 해는 중천에 걸려 전통식 가옥 기와을 깔끔하게 보이게 했다.

가족이 모두 떠난 적적한 집을 보면서 시마무라는 수리할 생각을 했다. 지은지 십년이 꽉 차 비만 내리면 축축해져 왔다. 딸을 아내로부터 빼앗아 올 그날을 위해 집을 제대로 치장해놓고 싶었다.

시마무라는 전화를 걸어 수리를 부탁했다. 득달같이 달려온 수리공은 나무로 안팎을 짜 흙을 겉에 바른 벽, 오가베를 뜯어내었다. 수리공은 작업을 시작했다.

뜰에만 비추던 눈부신 햇살은 뚫려진 구멍을 통해 집안까지 들어갔다.

오가베의 텅 빈 속에서 윤기나는 도마뱀 머리가 드러났다. 도마뱀은 갑자기 쏟아지는 빛에 놀랐던지 온몸을 꿈틀거리고 사지를 버둥거렸다. 하지만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실명했을지도 모른다. 실명은 어둠 속 생활이 까닭이 아니라면 지금 들어온 빛 때문일 것이다.

시마무라는 곁에 서서 작업을 지켜 보다가 도마뱀 꼬리에 못이 박혀 있는 것을 보았다.

잠깐, 작업을 멈추시오.

뺀치를 든 체 시마무라는 못을 뽑으려 했다. 수리공이 제지했다. 그는 몹시 흥미있어하는 눈치였다.

무슨 일이죠?

이 못을 보십시오. 생산 연도가 쓰여 있어요. 자그마치 십년 전입니다. 그리고 여기 잔뜩 빨간 녹이 쓴 것 보이죠.

십년 전 이집이 만들어졌다고 전 집주인에게 들었답니다. 강산이 한번 바뀌기 전부터 이 못에 박혀있었다는 이야기군요.

시마무라는 공포와 전율에 잠겨 성호를 그었다. 집안에 거주하여 사람을 가난하게 만든다는 민담 속 가난뱅이 신령이나 성경 속 사탄이 바로 저놈인 듯싶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못에 박힌 도마뱀이 십년간 살아있을 수 있겠는가. 전 주인은 중소기업 사장이었는데 부도가 나서 이 크고 좋은 집을 헐값에 팔았다. 때마침 공인 중개업소에 집을 내놓으려는 그를 만나 내력까지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운이 좋았다.

남의 집에 들어와 행복을 빨아먹어 통통하게 살이 오른 도마뱀을 보자 시마무라는 지금까지의 가여움과 호기심은 싹 가시고 뺀치로 도마뱀의 머리통을 날려버리고 싶어졌다.

시마무라는 뺀치를 치켜들었다. 햇살이 뺀치에 비춰 눈부신 단검같았다. 수리공은 흥미진진한 영화를 보는 양 방관하였다.

벽 틈 어딘가에서 다른 도마뱀 한 마리가 벌레를 물고 나타나더니 못에 박혀있는 도마뱀에게 준다. 다른 도마뱀은 십년을 하루같이 눈이 오든 비가 오든 먹이를 가져다 주었을 것이다.

시마무라는 그의 생물관을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인간이 다른 생물보다 우월한 것은 과도한 지성 뿐이며, 그 지성마저 인간이 생태계의 절대 폭군으로 군림하는데 도움을 줄 뿐이다.

시마무라는 한 번 치켜든 뺀치로 도마뱀 꼬리에서 못을 빼었다. 자유로워진 도마뱀이 풀덤불로 떨어지더니 다른 도마뱀과 더불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라진다.

시마무라는 생각하였다.

아내는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딸 뿐 아니라 아내도 덤으로 다시 찾아 오도록 하자.


*이범석의 수필 도마뱀의 사랑 에서 발췌하여 극화.

*제목 리쟈드맨 은 도마뱀 인간을 뜻하는 말로 서양 판타지에 등장하는 혐오스러운 종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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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쟈드맨 - 1997[일반] 17.06.29 223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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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프림 커피 - 1995[현대] 17.06.25 187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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