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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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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26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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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370화 – 맹자와 고자, 갑자와 부자(2)

DUMMY

“사람다움의 가치를 지킬 이들. 노력의 가치를 몸소 체감하는 이들. 쉽지 않은 고행을 걸어갈 이들. 힘들 때 콩 한 쪽이라도 나눠 먹으며 서로의 생존과 안위를 챙기며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다 못해 서로의 항산마저 보증하여 서로에 대한 공감과 공존을 가능케 하는 이들. 그러한 이들이 사는 신세계, 유가의 이상. 항산의 세상. 대동 사회의 바탕이 되는 이 땅에 자리한 모두의 존립을 가능케 하는 중농주의의 향촌 사회. 예, 좋습니다. 실로 겉보기에는 부정할 수 없이 좋지요.”


뭐, 그래봤자 인생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그 실상은 그 몸뚱이 존나게 굴려서 몸으로 세상 이치를 체감하면서 그 고통을 씹고 즐기면서 딴에 어떻게든 발버둥 치고 살려고 하는 와중에도 딴에 노동력도 필요하고 생존에 유리한 부분이 있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 본성을 자극해 남을 챙기는 모습을 만들어내는, 모순적인 모습들이 만들어지고 규범화되어 돌아가는 작은 생태계 하나를 만든 것과 다를 바 없겠지만 그럼에도 이것이 시대를 뛰어넘어 해석되는 그 의미는 꽤나 깊다.


소위 가장 원시적이나 가장 생존확률이 높으며 그 안에 인생의 가치가 담겨 사람다움을 절로 실천할 수밖에 없는 삶, 그들이 말하는 유교적 이상과 그에 따른 깨우침과 고찰을 그 삶에 녹아있는 고행을 통해 일상에서 체험할 수 있는 신세계, 가장 이상적인 보다 작은 사회라 할 수 있는 소규모의 완성형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최초의 표본이자, 인간이 꿈꾸던 이상을 실제 현실로 이식시켜 현세에 강림하는 것이 가능케 한 지상낙원의 실존 모델이라고나 할까?


이것을 키우고 키워 큰 세상을 이룩하면 그것이야말로 대동의 세상이 되는 것이고 그리 물든 세상은 더 이상 머리가 아닌 유학의 이상과 가치를 몸으로 자연스럽게 체득해 배우며 느끼고 살아가는 세상이 된다는 소리인데, 이게 어째 마냥 좋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저 멀리 사회주의 이상낙원, 소비에트 협동농장, 공산주의 집단농장 등과 같은 시대상이 아른거리지 않은가?


“어째 그 말에 뼈가 있구나?”


“남과 나의 차이를 스스럼없이 없앨 수 있는 이들, 남과 나의 격차가 은연중에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대상, 남과 나의 격차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 아름다운 사회상. 그렇기에 내적 욕구와 감정마저 숨겨야 하고, 이것이 드러나면 질타를 받으며 서로가 그 모든 것을 탐욕이라 치부하는 공산. 탐욕을 빙자한 인간의 솔직함과 자유로움이 허락되지 않는 세상. 서로가 서로를 향한 감시와 눈치 속에 원치 않는 가난을 지속하여야 하는 고통스러운 이상. 언제든 스스로의 부유함을 숨기고 전전긍긍하여야 하며 언제 빼앗길지 이를 두려워하며 걱정해야만 하는 형상. 모두를 위한 베품과 공존을 위해 스스로의 것을 내놓지 아니고서는 스스로의 존립마저 보증할 수 없는 삶들. 이게 수백 년의 세월을 거쳐 그토록 바라고 바랬던 우리내 이들이 꿈꿨던 이상입니까?”


“..........”


근데 이거 사실 달리 말하면 그리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


애초에 포홍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아온 부간이라고 한들, 마냥 현대적 개념으로 이를 이해한 것도 아니요, 무의식중에 제 스승인 부간의 주장에 반발하고자 이러한 개념을 밀어붙인 것은 아주 가까이에 이를 이해하기 쉬운 예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포홍을 기준으로 약 이천 년 전인 작금에도 존재하는 사회상이자, 부간을 기준으로 약 이천 년 후에도 존재하는 사회문제였으니 이를 간단히 나열해 보자면 이러한 것들이 될 것이다.


궁벽한 벽촌, 배를 타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섬, 음험하고 음습한 시골, 귀농, 귀촌, 향촌자치(이하 향촌카르텔), 마을 사람, 동네 사람, 동향 사람, 텃세, 무단침입, 지역사회, 통행료, 대동계, 기금 등등.


거기에 이 시대에 어울리는 요소들, 소위 난세에 어울리는 시대적 요인과 문제를 비롯한 야만성까지 생각한다면 그리 배웠다는 이들이 매양 교화를 외쳐댄 것을 생각한다면 실로 이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적인 반박 사례였다.


가뜩이나 기존의 것들도 역겨운데 그 위로 시대의 야만성이 더해진 겁간, 명예살인, 생매장, 납치, 희롱, 감금, 무당, 사이비, 인신매매, 불법노예, 인육섭취, 인신공양 등을 생각한다면 이 또한, 아. 실상 이 또한 이천 년의 세월을 넘나들며 그 이후에도 존재하니 상관이 없으려냐?


여하튼, 이러한 것들의 나열은 결국 갑훈으로 하여금 한숨을 내쉬게 만들었다.


“것 참, 그래도 딴에 많은 것을 준비했구나. 세상 볼 줄 아는 눈도 있고 그 속을 들춰 볼 줄도 아니 제법이다.”


“감사합니다.”


“허나 이 제자의 의문은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아주 임자 만난 셈이로구나, 그래. 또 뭐가 문제더냐?”


“어째 공맹의 가르침으로 귀결되는 유가적 이상은 결국 인세의 풍요가 아닌 가난을 강제하는 듯 보여서 말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뭣 모르고 몸소 가르침을 받고 이를 지켜온 백성들이 그리 가난했고, 정작 이를 가르치면서도 지켜오지 않았던 유자를 비롯한 사족의 이들이 그래서 부유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거기서 그치면 좋은데 아예 비수를 꺼내 이미 죽고 사장된 가치나 다름이 없는 유학을 또다시 난도질해버린 것이 문제였다.


“암, 슬프고도 옳은 말이다.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맞는 말이야. 유가의 모순이자 사족의 무능과 부패이며 사대부의 원죄요, 한조가 멸망한 연유가 바로 그것이다.”


결국 이 또한 위선이었다.


불평등이고 불공정이자 불합리였다.


정의를 가르치고 정의를 가리키며 정의를 수호하고 정의를 외치는 이들은 정작 그 정의를 책으로 채, 입으로만 이를 부르짖었을 뿐이다.


정작 몸소 이를 지켜오고 실천한 이들만 병신이 되었다. 몸으로 정의를 배우니 그 정의에 반하고 반발하는 이들이 되었다.


이를 지키지 않아야 그 제약이 없어야 성공하는 법이거늘, 괜스레 이를 지켜 실패자를 비롯한 아랫것들이자 피지배층으로 남았다.


이제 세상은 더는 옳음을 논하지 않으며 옳아서는 성공할 수 없음을 뼈저리게 깨우쳤다.


옳음은 우리의 목을 옥죄는 목줄이요, 옳지 않음은 우리의 성공과 번영을 위한 자유라, 그래서 들고 일어났고 그래서 쪼개지다 못해 그 하늘이 무너져 내려 세상이 바뀌었다.


이 모든 걸 모를 이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 이상을 놓지 못하시니 제자의 우려는 거기서 나옵니다. 결국 스승님조차, 스승님께서 우려하신 사형처럼 과거와 다를 바 없는 우를 범하시는 게 아닐까 하여 제자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유가적 이상을 위해서는 풍요로워서도, 부유해서도 아니 됩니다. 설사 그러한 이들이 있다면 그러한 이들을 해체시켜 더 많은 이들을 부양해야지요. 고로 부의 희생을 강제로 야기시키는 방향뿐입니다, 그것이 극에 달하면 부의 소멸이지요. 그리고 이는 작금의 진나라에서 상공업을 바탕으로 새롭게 부를 쌓아 성장한 신흥 계층의 몰락을 원하시는 스승의 바램과도 같습니다.”


“그렇구나, 그래. 그렇지. 허나 이를 달리 말하면 모두의 생존을 위함이다. 모두가 힘든 난세의 시절을 겪었고, 그 속에 수많은 이들의 죽음과 그에 따른 방치를 겪은 세월이 수백 년이야. 그 속에 공맹과 같은 이들이 품은 큰 뜻이 무엇이었겠더냐? 그들이 꿈꾸던 이상향이 무엇이었겠더냐? 결국 하나라도 더 많이 살리겠다는 것이야. 고로 그 사회에 속한 모두가 생존이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선 모두가 굶지 않아야 하지, 이를 위한 부의 희생이다, 아닌 말로 세상 귀한 것이 사람인데 허면 그 사람을 위해 부가 희생이 되어야지, 반대로 부를 위해 사람이 희생되어야 하느냐?”


“너무나도 부정할 수 없는 원론입니다. 허나 한 가지는 알겠습니다. 어찌 사형께서 이상과 현실이 혼재하는 과도기를 부추기셨는지. 설사 스승님처럼 그 끝을 알아도 왜 직접 이러한 일을 벌이셨는지 말입니다.”


“어째서냐?”


“지독한 현실의 끝에 부를 위해 사람의 희생될 것이요, 대다수의 이들이 가난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지독한 이상의 끝에 사람을 위해 부가 희생될 것이요, 마찬가지로 대다수의 이들이 가난할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이상과 현실이 혼재하는 양 극의의 끝에는 그리도 도망치려고 했던 서로가 가장 멀어지려 했던 우려의 그림자가 자리하는 법이라, 서로가 서로를 향한 결말이 정해져 있음과 같습니다. 결국 그 어딘가에 멈춰선 세상만이 오직 그 모순으로 얼룩진 세상만이 인세를 풍요롭고 가치 있게 만들 수 있음에, 세상이 변하는 것이 두려워 이를 변치 않는 것으로 놔둔다 하면 그 또한 요원하겠지요. 그러나 이 또한 방향을 다를지언정 노력이고 실천 아닙니까?”


극과 극은 통하며, 극과 극은 그 끝에 서로를 불러오니 이는 달리 말하면 태극이라 결국 이 시대에 만들어진 말은 아니나 후대의 무극필반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말이었다.


한쪽으로 치우치면 그 반대로 흘러가려 하나 그렇기에 그리 돌아가는 환류 속에 그 끝에 달한 모습은 닮아있다.


난세가 치세가 되고 치세가 난세가 된다. 그 때의 노력은 부정이 되고 그 부정은 새 시대를 준비할 이들의 노력을 낳는다.


그때그때 주어진 환경에 따라 노력하면 되는 것 그 처음에 비롯된 선함도 후대로 갈수록 덧없는 것, 허나 그리 덧없다 하여 나아가서는 아니 되는 것이니 그렇기에 부간의 사상은 점점 맹자가 아닌 맹자의 반대편에 선 이를 향해 기울어지며 그 정체성이 확고해지고 있었다.


“이제 보니 제자는 공손추가 아니라 고자였던 모양입니다.”


“그러는 이 스승은 맹자라도 되더냐?”


“그럴지도요. 생각해보니 재미있는 것이 어쩌면 맹자 또한 고자를 만나 그 생각이 깨이지 않았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실로 그렇지 않습니까? 맹자께선 성선을 논하였으나 정작 그분께서 설파하신 대동 사회로의 길은 그 이상을 현실로 펼쳐내는 방도가 담긴 현실론이었지요. 하여 그 방도인 왕도와 그에 따른 여민동락 그리고 민본 등의 완성을 위해 항산을 논했고 중농주의를 논했으며 농본을 중심으로 한 다수의 생존을 보장하는 중농주의 향촌사회를 그 바탕이자 지향점으로 삼았습니다. 아, 그에 따른 노력과 실천, 공감, 연민 등도 있고 인의예지도 있는데, 이게 어째 아무리 생각해봐도 신신당부에 가까운 느낌이라서 말입니다.”


“신신당부?”


“실상 사람은 착하다 했지만 그럼에도 불안하다는 소리지요. 가르치지 않고서는, 계속하여 습관을 들이지 않고서는, 하여 그리 교화시키지 않고서는 정작 인간이 그리 선해지지 않음을 아니까 노력을 하고 실천을 하고, 계속하여 공감하라 하고 긍휼이 여기라, 연민을 느껴라 하는 것 아닙니까?”


“그거야 군주가 무겁게 여겨야 할 백성을 가벼이 여길까 봐 그러는 것 아니냐?”


“허면 군주는 뭐 사람 아니랍니까? 같은 성선에 속한 이가 아닌지요. 그저 몰라서, 무지해서, 유학을 배우지 않아도 내재된 선함을 이끄는 이들이라면 애초에 그들이 사는 세상이 이리도 악독해질 연유가 있습니까?”


“그야 사람이.........”


“고자는 결국 환경을 이야기했습니다. 사람을 결정짓는 환경적 요인 때문이요, 이는 동물적 본성에 입각해 제게 유리한 결과를 그때 그때 선택하는 것뿐이다. 고로 사람의 본성은 물이 동서로 나뉘어 흐르지 않는 것 같이 선과 불선이 나뉘어있지 않으니 그렇기에 인간은 성무선악한 것이다.”


“그러했지.”


“그에 비해 맹자는 흐름을 이야기했다지요. 어찌 사람의 본성이 그 어떠한 이치도 담겨있지 않고 무지하겠는가? 결국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은 이치, 자연스러운 것이자 당연한 것처럼 순리대로 흐르길 원함에 바르고 옳으며 선함을 표방하는 것이라. 허나 현실이 이를 허락지 않으니 세상을 바르게 잡으면 그 본성이 나오는 것. 고로 이에 따른 노력과 실천인데 이 또한 환경이 아닌지요? 아니, 애초에 맹자가 고자를 인정한 것 또한 결국 자신의 설파한 그것과의 접점이 환경임을 알기에 이를 위한 노력과 실천을 강조한 것 아닙니까? 개개인의 노력이 그 주변의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것도 또 반대로 그러한 환경이 크니 이를 옳게 바꾸기 위해 그리 노력과 실천을 해야 하며 교화를 시켜야 한단 것도 결국 같은 바가 아닙니까?”


그러니까 지금 고자를 자처한 부간의 말은 결국 맹자나 고자나 어쩌면 큰 갈래에서 하나나 다름이 없는 것을 굳이 구분지어 이야기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스승님이나 나나 또 그 화두로 떠오른 사형(포홍)의 정책이나 다 같이 사람 잘사는 세상을 위한 건데 결국 그 다른 것조차 하나로 귀결되는데 이해 못 해주냐는 것이고 말이다.


“맹자가, 고자를 인정하기는 했지. 그래, 그렇게 해서라도 이를 전하고 싶었구나.”


“스승님........”


따악-


“아아악!”


그리고 그렇게 돌아온 답은 실로 익숙하디 익숙한 마른 붓의 영롱한 타격음이었다.


“에잉, 아주 제 사형 놈 닮아서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어.”


“아픕니다!”


그와 더불어 두 사람의 관계는 다시금 맹자와 공손추도, 고자도 아닌 갑훈과 부간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잘했다.”


“아..........!”


그와 더불어 진실로 그 스승에게 인정도 받은 부간이었다.


그 얼굴이 감동으로 붉게 물들고 눈시울에 여린 물기가 서리는 것이 이때만큼은 실로 그 전신에 기쁨의 희열이 감도는 듯 보였다.


“농이 아니야. 제법이다. 실로 많이 준비했어. 물론, 여전히 이를 기우라 부르는 주장을 증명하기에는 부족한 것들이 많으며 이리저리 빙빙 도는 듯한 이야기에 중심이 없었지. 그래도 내 직접 화두를 이끌지 않고 네가 이끄는 것에 반발만을 해온 것조차 쉽지만은 않았다. 어쩌면 맹자가 고자를 인정한 것도 이러한 측면에서 자신의 사고의 한계와 부족함을 느끼지 않았나 싶구나. 또한 결국 모두가 같은 것을 바람에 그 방식과 사고가 다른 것에 불과하단 생각도 어쩌면 그래서 드는 것일 수도 있어.”


“그렇지요! 그렇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아닌 말로 사형께서 왜 제자백가를 허락하셨겠습니다! 일전에 사형께서 말씀하시길 나라를 떠받드는 기둥은 많을수록 좋다 하셨습니다! 그 모든 것이 다 나라와 백성을 위한........”


딱-


“아흑! 이번에는 정수리를!”


“이놈아, 추종과 신봉이 마냥 좋은 게 아니다. 저 홀로 잘 자란 듯 싶어 오냐오냐 하려 했더니, 또 잘못된 길로 들어서려 해? 이참에 그 머리통이 깨져봐야 정신을 차리지, 아휴, 이걸 어쩌누그래? 어? 에잉, 쯧쯧쯧.”


그러나 암만 기분이 좋아도 급발진도 정도껏 해야 하는 거라고, 그 와중에 하필 포홍에게 당부했던 맹목적인 추종과 신봉을 비롯한 문제를 꼬집히게 된 부간이었다.


“아오, 아파라. 그래도 사형의 정책이 틀린 건 아니라 생각합니다만.”


“사람 무서운 것이 마음이라 했다, 이성보다 앞서는 것이 감정이야. 차라리 내릴 판단이고 받아들일 이해라면 적어도 이상 앞에 이성을 들먹이며 판별하고, 맨 마지막까지 감정을 숨겨라. 그 반대로 이미 기울어진 감정과 그에 따른 결정의 당위성을 위해 이성을 끄집어내 네 자신을 설득하며 그리 기울어진 감정에 자발적인 당위성을 부여하지 말고.”


“예.......”


“풀 죽은 강아지 새끼마냥 그러고 있는 꼴도 우습다. 아닌 말로, 작금의 네가 벌인 행위를 돌아봐. 딴에 학문적 사고와 설득을 비롯한 성장을 이루어냈을지언정 결국 네 사형의 정책을 믿어주고 존중하고 싶은 네 마음이 스승인 나에 대한 반발을 부추겼고, 이를 위해 뒷받침된 이성이 그에 따른 합당한 반론을 내려놓으며 그에 따른 지지를 확고히 하려 했어. 그래서 너도 아직은 멀었다는 게야.”


“치, 그래도 이번엔 이 제자가 이긴 것 아닙니까?”


“이성은 세상과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지만, 반대로 감정은 세상과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지. 그런 의미에서 맹자의 성선설과 공감을 앞세운 선정과 왕도를 비롯한 민본은 다시금 옳다는 설득력을 가진다. 그것도 너와 포홍 놈의 사례를 통해서.”


“예?”


“맹자의 가르침을 축약해보면 이러하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란 것은 주나라의 질서와 권위도, 춘추전국의 군사력과 이익도 아닌, 수많은 다수 소위 백성이라 하는 이들과의 공감을 통해 사람과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니 그에 측은지심과 연민을 통한 왕도와 성선이 이상적인 형태로 부합하게 되는 것이라. 그렇기에 정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것이 되었고 이는 마음이 맞고 뜻이 맞아 함께하는 이들이 늘어만 가는 이상이니, 고로 만백성의 마음을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는 원론의 개념 또한 바로 여기서 나왔다. 그 공감의 자세야말로 그들의 실생을 돌볼 수 있으니 이 또한 좋은 정치로 귀결되며 그렇기에 공감은 정치에 가장 주관적인 원동력이자 이를 통해 만들어진 정책은 그에 공감하는 다수를 어우르기에 가장 객관화된 제도가 된다는 것이다.”


“............!”


순간, 부간은 소름이 돋아나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이어진 그의 행보가, 사람을 얻고 나라를 세우며 백성들의 지지를 이끌어낸 그 모든 정책들과 제도를 비롯한 개혁, 개벽, 계몽과 같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 예시만 따져도 여럿이지. 허나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최근의 일들만 살펴도 그러해. 포홍 놈은 자신들의 생존과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백성들의 처우와 현실에 공감했다. 그들의 아픔을 알고 그에 따른 측은지심과 연민을 통한 왕도를 위한 성선의 정책을 펼쳤지. 겉으로는 나라를 위한 것이라 하나 실상 그리 겨우 아낀 것이나 다름이 없는 식량과 물자를 비롯한 부를 축내는 이주경쟁, 이민정책을 시행했고 순장을 폐지하고 노예제의 부활을 허락지 않으며 이를 단속하는 제도를 관장했다. 그에 수많은 백성들이 그를 지지하였고 그런 그의 노력에 관동을 벗어나 관서로 향했지. 끝도 없을 행렬의 유민들이 몰려들었고 그 수는 물경 수백만에 달한다. 그들은 진나라에 안착해 구제받았고 삶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일자리까지 얻고 임금을 제공 받으며 이를 통해 식량마저 배급받아 정착지를 마련하고 가정을 일궈 항산을 이루어냈다. 사람의 마음을 얻은 게지. 이에 수많은 이들이 진나라를 찬양했고 천하대전이 끝난 뒤로 진국의 이름을 드높이 부르짖었다. 천하에 제일가는 강성대국, 작금에 이르러 한조의 반을 일으킨 이 진을 두고 이를 욕보이는 백성이 있더냐? 없다. 고작해야 반란군 주제에, 그 정통성을 천하의 만백성에게 인정받은 나라는 작금의 진국이 유일하지. 그리 백성을 얻은 진국은 실로 그간의 부족한 약점으로 자리매김했던 관서와의 인구 격차마저 해결하며 진정으로 천하의 중심이 되었다. 제도는 실용적이고 국고는 부유하며 굶주리는 이들이 없고 모두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국본이 민본이 바로서며 왕도가 자리하고 선정이 펼쳐졌다. 그 결과는 부정할 수 없는 지금까지 이어진 재생의 치겠지. 근데 이건 포홍 놈의 사례고. 어디 너의 사례는 어떠하더냐?”


“그,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제가........”


“네놈은 포홍 놈에게 마음을 빼앗겼지. 포홍 놈은 일찍이 너라는 사람의 마음을 얻었고 그것이 이 자리에 이르러 네 스스로, 네 자발적으로 네 감정에 이끌려 감히 스승인 내게 반기를 들며 놈의 입장을 비호하게 만든 게다. 그 뒤처리로 사용된 것은 모순적이게도 내게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하고 자라나 깨인 네놈의 이성이지. 고자를 자처하고 성무선악을 논함에 사람은 무릇 짐승과 다를 바 없는 본성을 두고 그에 환경을 비롯한 요인을 바탕으로 제게 득이 되는 쪽으로 기울어진다고 했지만, 네가 사형을 편든 것이 과연 순전히 네게 득이 되는 선택지이기 때문이었더냐? 그도 아니면 그저 네 마음이 가 있는 이에 대한 반발이 당장에 너를 움직여 그 이성마저 이를 비호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게 만드는 것이었더냐? 아, 거기에 기어코 나를 설득시켜 포홍의 정책에 더는 반발할 수 없도록 만들었으니, 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정치가 되었다. 마음이 맞고 뜻이 맞아 함께하는 이들이 늘어만 가는 이상에도 부합하지. 어디 이뿐이랴? 고로 만백성의 마음을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는 원론적인 개념에도 부합하겠지?”


“하........”


그리고 그 순간 모든 것이 허망해졌다.


“하, 하하......., 하하하.........”


그렇게 자신이 성공시킨 일은 돌고 돌아 맹자였다.


어째 맹자의 색채를 지우려고, 그 모든 것에 반박을 하려 했건만 정작 지금까지의 노력과 발버둥 위로 더해진 맹자의 그림자는 실로 저 하늘 아래 자리한 거대한 구름과도 같았다.


손오공이 아무리 도망치고 난리를 쳐도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는데 이러한 개념이 없는 작금에도 부간은 문득 실로 맹자라는 거인의 손바닥 위에 자리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은 고자와 맹자를 떠올려 고자로부터 받은 영향, 그 작은 것 하나를 물고 늘어지며 이를 맹자의 사고만으로 결부시킬 수 없다 주장했는데, 그에 비해 작금에 제 스승은 아예 이를 주장하는 자신의 현 행보와 작태를 그대로 맹자의 관점으로 결부시켜 아주 쉽게 그의 가르침이 세상에 증거함을 증명한 셈이다.


“설마, 지금까지 일부러 봐주신 겁니까? 들어주고 굳이 반론을 안 하신 것이구요?”


“그저 선진의 족적을 쫓았을 뿐이다. 아닌 말로, 그 맹자조차 고자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며 그에 영향을 받고 그를 인정하였음을 숨기지 않았는데 그보다 못한 내가 뭐라고 그분의 가르침이 완전하다 멋대로 재단하여 그 두 귀를 막고 타인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겠더냐?”


스승조차 이리 오만하지 않을 진대, 그러한 스승 아래 대저 얼마나 가르침을 받았다고 벌써 멋대로 이를 제게 맞는 규격에만 우겨 넣고 그에 맞지 않는 부분만을 고집하며 이는 틀렸다, 문제가 있다만을 주장하는 자신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 부끄러움과 창피함, 쥐구멍에라도 들어가 숨고 싶은 이 비참한 심경이 어떠한가?


마치 영롱한 밤하늘 위 자리한 보름달 아래 보잘 것 없는 반딧불이와 제가 그리도 밝은 빛을 낸다며 엉덩이에 힘을 주고 미친 듯이 어둠 속을 날아다니며 주제 파악도 아니 된 채 설치는 것 같지 않은가?


“너무나도 거대하여 보지 못했사옵니다.”


그래서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어디 맹자만 그러하더냐? 고자 또한 네놈이 확신한 바가 전부는 아니겠지.”


“여태껏 헛배웠습니다.”


“그래서 내 누누이 이야기하지 않았누? 그 머리 깨져봐야 한다고 말이다.”


그 눈가에 눈물이 맺혔는데, 정작 그런 스승과 눈을 마주할 자신이 없다.


“맹자는 좋은 것은 쉽고 분명한 것이라 했다. 그에 비해 너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장황하고 길구나.”


스윽-


그렇게 맹자와 고자가 되고 싶었던 부간의 바램이 담긴 대담이자 논쟁은 스스로를 맹자가 아니라 하는 갑자와 주제도 모르고 스스로를 부자라 칭하고자 했던 보름달과 반딧불이의 이야기로 끝이 났다.


갑훈은 자리를 털고 일어섰고, 부간은 앉아있는 자리에서 더더욱 그 몸을 수그렸다.


그와 더불어 크고 높게 자라난 갑훈의 그림자가 부간의 수그린 등을 뒤덮었으며 이내 그 그림자가 사라질 때까지 부간은 그 자리에서 고개를 땅에 처박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찌르르르- 찌르르르-


실로 울고 싶은 날이자 저 하늘 위의 달이 아주 영롱이 떠오른 밤, 몰려드는 반딧불이와 같이 우는 풀벌레 소리만이 엎드린 그의 등을 움찔거리게 만들었을 뿐이다.


"사형........"


울적한 밤이자, 술이 당기며 보고픈 사람이 생기는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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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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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429화 – 그때에 이르러 그 모든 것이 다 상처투성이에 불과하겠지 22.11.09 530 5 18쪽
429 428화 – 나아감에 그 끝엔 오직 영광뿐인 상처뿐이 없나니 22.11.05 158 3 15쪽
428 427화 – 각자가 바라보는 그 너머의 세상, 그 끝을 향해서 22.10.29 157 3 21쪽
427 426화 – 절반의 실패와 더불어 남겨진 유산이 이룩한 진보 +1 22.10.22 172 4 16쪽
426 425화 – 백성이, 기득권이, 사족이, 관료가 아닌 군대가 국가의 주인이 되어야 옳다 +2 22.10.05 196 3 21쪽
425 424화 – 실패한 시대의 이면, 이를 뛰어넘을 또다른 시대적 일면 22.10.04 162 5 21쪽
424 423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3) +2 22.10.03 162 3 24쪽
423 422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2) +1 22.09.28 162 3 20쪽
422 421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1) +1 22.09.22 209 4 21쪽
421 420화 – 이는 공화정의 몰락인가 그도 아니면 크레타의 몰락인가 22.09.21 149 2 23쪽
420 419화 – 전조의 낙양과 다를 바 없이 붕괴하는 장안 +1 22.09.20 149 4 20쪽
419 418화 – 부패할 수 없는 자의 시대가 저물면 철혈의 재상이 집권할 시기가 찾아든다 22.09.19 157 4 24쪽
418 417화 – 마총 전투의 승리와 그 이후의 옹주 +2 22.09.15 168 3 21쪽
417 416화 – 마총 전투 22.09.15 150 2 22쪽
416 415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2) 22.09.13 159 3 19쪽
415 414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1) 22.09.07 208 4 27쪽
414 413화 – 승천을 해야만 하는 용의 운명 22.09.06 155 4 19쪽
413 412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2) +3 22.09.04 167 5 22쪽
412 411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1) 22.09.04 173 4 23쪽
411 410화 – 진한대전의 의의 +2 22.08.31 202 3 21쪽
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14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4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86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4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2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5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8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60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79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90 5 19쪽
400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6 5 21쪽
399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4 2 23쪽
398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7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19 3 16쪽
396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8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4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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