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4. 회심의 한 수는 항상 옳다
044. 회심의 한 수는 항상 옳다
잠시 기다렸지만 서버 알림은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양심은 있는 모양이네.
어차피 티밍 하는 놈들이라 이 새끼 죽은 건 금방 알겠지만, 그래도 죽는 즉시 알게 되는 거랑은 다르지.
자, 그럼 죽은 이놈하고 한 조로 묶인 놈은 저 건너편 창에 있는 놈이니까 저걸 정리······ 우왓!
퍼벅! 쒜에엑!
씨벌, 화살 박히는 소리가 날아오는 소리보다 먼저 들렸다.
화살이 소리보다 빨랐다는 거지?
미친 거 아냐?
운 좋게 반대쪽 창을 보는 순간, 반짝이는 화살촉 끝이 눈에 들어왔다.
그 즉시 몸을 날렸는데, 내가 매달려 있던 창문틀을 관통해서 심장이 있던 곳으로 화살이 지나갔다.
와, 한 방에 훅 갈 뻔 했네.
하지만 한 번 공격을 받았으니까 이번엔 내 차례지?
파파파파팟! 콰직!
“크윽!”
어딜 도망가려고?
장궁으로 화살 하나 날리고는 실패한 것을 깨닫자마자 몸을 피하던 놈의 뒷목에 창을 박아 주었다.
다섯 번의 연속 도약으로 여덟 배의 데미지 증가로 박아 넣은 창이 놈의 목을 뚫고 깊이 박혔다.
이건 즉사란 소리다.
죽지 않았다면 내 무기가 급소를 관통해서 박히지 않으니까.
털썩!
허공에서 창이 박힌 장궁 암살자가 땅바닥으로 떨어져 나뒹군다.
나도 곁으로 내려서서 적당히 파밍을 하고 다시 몸을 날려 시청의 현관으로 다가간다.
조각상 그림자에 숨어 있는 놈과 바닥에 누워 있는 뼈따기.
아직도 여전히 그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창틀에 숨어 있던 놈들이 당한 걸 모르는 걸까?
아니다.
분명 알고 있을 거다.
그런데도 자기들은 들키지 않았다고 믿으며 저렇게 버티는 거겠지.
《시가전-전장던전》리퍼83 >>> kill ややや
《시가전-전장던전》리퍼83 >>> kill Dùi
《시가전-전장던전》1:3
아, 여기서 서버 알림이 나오네.
뭐 두 명 잡은 건 홀에 있는 놈들과 상관없다는 판정인가?
어쨌거나 이제 남은 놈은 셋.
저기 조각상 그림자에 숨어 있는 놈이 YouDieA는 아니겠지?
음, YouDieA는 절대 아닐 거야.
내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고.
커어, 게임인데도 물약을 많이 먹으니까 배가 출렁거리는 느낌이네.
자, MP물약도 빨았으니까 속전속결 하자.
파파파파팟 콰직!
“커억!”
“시끄럽긴!”
역시 YouDieA는 아니다.
단번에 관자노리가 뚫려 쓰러지는 놈이 YouDieA는 절대 아닐 거다.
아무리 기습이라도 그렇지 반응 조차 하지 못하다니.
그런데 저 뼈따기 새끼는 뭐 하는 거지?
내가 이 놈을 쳤으면 저 새끼가 내 뒤를 노려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일부러 【도약】을 쓸 준비도 하고 있었는데?
안 움직이네?
그럼 어쩌지?
어쩌긴 뭘 어째?
피-파파파파-잉! 콰지직!
“······.”
【칠환 관통】띄우고 찌르기로 고리 하나 관통하면서 연속【도약】을 연계하는 거지.
봐봐, 이렇게 찍 소리도 못 내고 머리통이 날아갔잖아.
“와, 근데 뭔가 무척 허무하지 않음?”
허공에 대고 방송 멘트를 날려본다.
《시가전-전장던전》리퍼83 >>> kill かげむしゃ03
《시가전-전장던전》리퍼83 >>> kill 뼈따기
《시가전-전장던전》1:1
그와 동시에 나오는 서버 알림.
두 암살자가 확실히 죽었다는 의미고, 남은 것은 YouDieA 하나뿐이라는 확실한 선언이다.
“이건 또 어디서 찾나? 일출이 얼마 안 남았는데.”
투덜거리며 뼈따기의 몸에서 드랍 아이템들을 챙긴다.
그래도 뼈따기는 월드 시티에 올라온 놈이라서 장비의 수준 자체가 다르다.
국가 도시 수준하고 월드 시티 수준이 같을 수야 있나.
“오, 괜찮은데? 이 단검은 보조 장비로 쓸만 하겠다.”
뼈따기 속 좀 쓰리겠다.
이 단검은 꽤나 옵션이 좋다.
기쁘게 챙겨주고 다시 뼈따기의 몸을 슬쩍 뒤집는데 거기 반지 하나가 있다.
반지!
이건 못참지.
푸화화화확!
“엌!”
파팟!
반지를 주우려는 순간, 강력한 공격이 들어왔다.
뭔지 모르지만 한 방에 내 가슴을 뚫을 정도로 강력한 공격이다.
하지만 나는 공격을 받는 즉시 【도약】을 써서 채광창으로 날랐다.
말 그대도 나른 거다.
Run.
뭣 나게 튀었다는 소리지.
그리고 곧바로 HP회복 포션을 입에 쏟아 부었다.
“아깝군. 역시 안 되나?”
그런데 내가 물약을 빠는 중에 뼈따기의 시체 밑에서 암살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흔히 야행복이라고 부르는 쫄쫄이 닮은 검은 옷을 입고, 눈만 드러나는 복면까지 착용한 놈이다.
저게 YouDieA겠지.
“그게 즉사부정인가 하는 사기 스킬이야?”
밑에서 YouDieA 놈이 나를 올려보며 묻는다.
이미 세계 언어의 동시통역은 기본이다.
저 놈이 쓰는 말이 영어지만 나에게 전해질 때에는 완벽하게 해석되어 전해진다.
이러니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면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는 거지.
“맞아. 세트 아이템 최강의 옵션이지.”
“아깝네. 이게 공격 후에 약간의 딜레이만 없었으면 후속타를 날려서 그대로 보내 버렸을 텐데.”
“아, 아이템 쓰고 나면 잠시 경직이 있는 모양이네?”
“그래, 그런 거지.”
“그런 약점을 알려줘도 되나?”
“그게 진짜가 아닐 수도 있지.”
“심리전이냐?”
“어쨌건 아깝긴 하네.”
YouDieA 놈이 손바닥 안에서 금속 원통을 휘리릭 돌리며 중얼거린다.
그런데 저 새끼, 꽤나 무방비하다.
내 공격을 막을 자신이 있다는 건가?
슬쩍 벨이 꼴리기 시작한다.
어디서 여유를 부리는 거야?!
“죽고···.”
피-파파파파팟-잉! 푸욱!
“싶··· 어어?”
“결렸네?”
푸화화화화확!
“씨···.”
스팟!
“···파. 꿀꺽, 꿀꺽, 꿀꺽!”
다시 한 방에 HP가 0까지 떨어졌다.
분명 【칠환 관통】에 연속【도약】까지 확실하게 들어갔는데, 그 순간 저 놈의 손에 들린 금속봉에서 엄청난 공격이 터져 나왔다.
그 한 방으로 HP가 0이 되었고, 다시 【즉사 부정】으로 버티고 【도약】으로 이탈에 성공했다.
등에 식은 땀이 흥건하게 흐른다.
“어떻게 된 거지? 분명 공격이 성공했는데?”
궁금한 건 못 참지.
“후후후. 세상엔 좋은 아이템이 많이 있거든. 하이데스에서 이번 퀘스트를 위해서 특별히 준비한 아이템이 나한테 있어서 말이야.”
YouDieA 놈이 턱을 치켜들고 말하는 폼이 재수 없다.
“하, 퀘스트를 위한 특별 아이템? 씨파, 그런 게 있다고 하더라도 이게 말이 되냐? 자그마치 공격 데미지가 1000배라고! 그걸 어떻게 버텨? 보스 몹도 못 버티는 걸, 암살자가!”
트수 같았으면 ‘이게 게임이냐?’ 삼연창을 하고도 남았을 상황이다.
“와, 혼자서 코월을 씹어 먹고 있으면서 겨우 이런 일로? 양심은 어디 두고 다닌데?”
“뭐?”
“그렇잖아. 고작 퀘스트에서만 쓸 수 있는 아이템 하나를 두고 그런 말을 하면, 도약을 제 멋대로 쓸 수 있는 아이템은 뭔데? 그건 정말 버그 아니냐?”
와, 할 말 없게 만드네.
『운명의 갈림길 나침반』을 걸고 나오면 나도 할 말이 없긴 하지.
“아쉬운 쪽은 오히려 나 아닐까? 이렇게까지 준비를 했는데 결과는 퀘스트 실패라니 말이야.”
“퀘스트 실패?”
“곧 해가 뜨잖아. 그럼 퀘스트 실패지 뭐.”
“아, 일출! 시간제한! 씨파.”
“그래, 홀리 쉣이지.”
저 새끼가?
지금 너하고 나하고 같은 입장이냐?
지금까지 내가 죽인 놈이 몇인지 알아?
자그마치 마흔하나야.
그러 그걸 별로 하면?
164개의 별, 여유 스탯으로 치면 서른 두 개라고!
그게 날아가게 생긴 마당인데!
“미치겠네. 도대체 뭐였냐? 어떻게 내 공격을 버틴 거지?”
이럴 때일수록 포기하면 안 된다.
저게 만약 내가 생각하는 그런 종류라면 나에게도 일발 역전의 기회가 있다.
킴리 눈나가 말했던 그거라면.
“그거 타락 아이템이야?”
“뭐?”
“타락에서 나왔다는 아이템이냐고. 내 공격을 막은 거.”
“와, 그것도 알고 있었어?”
“우리 길드가 정보 쪽으로는 하이데스보다 강세거든.”
“뭐, 이미 알고 있다니 숨길 것도 없겠지. 맞아. 타락에서 나왔다는 아이템이야. 퀘스트 한정으로 받은 아이템 두 개 중에 하나지.”
“하나는 그 원통무기고, 다른 하나는 내 공격을 막을 타락 아이템? 준비 많이 했네 정말.”
감탄스럽다.
내 공격을 막을 아이템에 대해선 킴리가 말을 했었지만, 저 금속원통 무기에 대해선 알려주지 않았다.
그만큼 하이데스에게 저걸 잘 숨겼다는 소리겠지.
“그러니까 내 공격이 모두 물리 데미지라서 그걸 타락 아이템으로 막고, 반격으로 그 원통형 무기를 쓴단 말이지?”
“맞아. 아쉽게도 이걸 쓴 다음에 연속 공격을 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지. 원래는 우리 편이 몇 명만 살아 있어도 간단히 해결될 문젠데 하필 나만 혼자 살아남았네?”
“그런 것 치고는 팀킬이 너무 많지 않았나? 니들끼리 죽인 숫자가 내가 죽인 거보다 많거든?”
“그거야 뭐, 우리끼리도 킬 보상이 있어서 말이지.”
“뭐?”
“퀘스트 시작하고 새로운 룰이 나왔거든. 우리끼리 죽여도 네가 받는 보상을 얻을 수 있다고.”
“뭐지? 코스모스 월드 인공지능이 맛이 간 건가?”
“일종의 균형 맞추기가 아닐까 싶은데?”
“그래봐야 손해는 나만 본 거 잖아? 니들끼리 죽고 죽이는 바람에 내 보상이 팍 쪼그라들었으니까.”
“후후후. 어차피 받지도 못할 보상 아니야? 곧 일출인데?”
어쩐지 즐거운 표정이다 유다이아 저 쉑!
하지만 아직 해는 뜨지 않았고, 당연히 퀘스트 종료도 선언되지 않았단 말이지.
자, 인공지능.
너는 알고 있었겠지?
내가 지하 고대 유적 던전에서 얻었던 히든 피스를!
“차···.”
피-파파파파팟-잉! 파지지직!
“앗!”
“컥!”
털썩!
“씹새야. 인생은 실전이야!”
창에 머리가 관통되어 홀 바닥에 쓰러진 YouDieA.
“일출 전에 잡은 거 맞지?”
일단 딴소리 못하게 못을 박아두고.
“자, 트수들! 지금 궁금해 죽겠지? 어떻게 된 일인가 하고.”
방송 편집을 위한 설명.
이걸 일단 해결하고 넘어가자.
아, 이 쉑 아이템, 획득 불가네.
하필이면 하이데스에서 받은 퀘스트 아이템을 떨어뜨리나?
쯧, 운이 이렇게 없나?
“자, 간단히 이야기하면 예전에 지하 고대 유적 던전에서 얻었던 아이템이 하나 있어. 그걸 마지막에 쓴 거야. 어떤 아이템이냐고?”
『역위☆』
착용부위 : 목
공격력 : 0
내구 : 240/300
마력 +12
스킬 : 【역위】(0/1)
※ 설정한 공격의 속성을 바꿀 수 있다.
※ 사용 18시간 후 충전.(착용상태에서만 충전 시간이 흐름.)
이렇게 아이템 정보를 띄워 준다.
목걸이 종류의 아이템이고, 18시간에 한 번씩 쓸 수 있는 스킬이 붙어 있다.
평소엔 【주시자의 눈】스킬 때문에『비홀더 아이☆☆☆』를 착용하고 다니는데, 이번엔 이걸 끼고 【역위】스킬을 쓴 거다.
당연히 【역위】를 적용한 것은 찌르기 공격.
그 찌르기가 【칠환 관통】과 연속 【도약】으로 천 배가 넘는 데미지 증폭이 된 상태에서 속성을 마속성으로 바꾼 거다.
코스모스 월드에서 물리 데미지의 반대 속성은 마법 데미지다.
그러니까 YouDieA는 천 배가 넘는 마법 속성 데미지를 맞고 한 방에 훅 간 거지.
하이데스에서 준비한 타락 아이템은 물리 데미지에만 내성을 주는 아이템이었으니까.
“자, 딱 보면 상황 이해했지? 모르는 트수 있으면 똑똑한 트수들에게 설명해 달라고 해라. 물리 속성을 마력 속성으로 바꾼 것만 알면 되는 문제니까 어렵진 않다.”
뭐, 이걸로 내가 숨기고 있던 히든 아이템 『역위☆』가 드러나게 되었지만, 상관없다.
방송을 하지 않을 거면 몰라도 방송으로 내보낼 거라면 이 정도 해명은 해야 하니까.
《시가전-전장던전》리퍼83 >>> kill YouDieA
《시가전-전장던전》1:0
킬 메시지가 이제 뜨네.
어쨌건 이겼다는 거니까 뭐.
《시가전-전장던전》<하이데스>와 <고양이 발걸음> 길드의 항쟁이 끝났습니다.
《시가전-전장던전》<하이데스>VS<고양이 발걸음>의 항쟁은 <고양이 발걸음>의 승리입니다.
《시가전-전장던전》리퍼83이 궤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시가전-전장던전》퀘스트 보상으로 리퍼83에게 업적별(★) 168개를 지급합니다.
“크아, 업적별 달달하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트바!”
《채널 :《코스모스 월드에서 만납시다! (feat:리퍼83)》방송 녹화를 중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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