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9. 내가 채집 던전에 간 이유
019. 내가 채집 던전에 간 이유
『민들레★』
약초 : 간질환, 지방간
사용법 : 차(건조 후 끓임)
『지느러미엉겅퀴★』
약초 : 지혈
사용법 : 즙, 탕, 담금주
『짚신나물★』
약초 : 항암, 지혈
사용법 : 탕, 건조 분말
『삼지구엽초★★★』
약초 : 원기 회복
사용법 : 탕, 즙, 담금주
『접골목★★』
약초, 식자재 : 접골
사용법 : 원액 추출, 무침
“보이냐? 너희는 여기 와 봐야 이런 거 안 보이겠지? 그런데 약제사인 나는 이게 보이거든.”
갖가지 식생이 풍요로운 던전을 헤집고 다니며 트수들에게 내가 보는 약초들의 정보를 띄워 준다.
이건 게임에서 제공하는 정보라서 현실에서 알고 있는 지식과는 상관없다.
눈으로는 민들레란 사실을 알지만, 그게 게임에서 효과를 보려면 정보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부직업이란 것이 필요한 거다.
“원래 약초를 채집하는 건 약초꾼이 제일 효율적이지. 내 부직업이 약제사라서 약초 채집이 가능하긴 하지만, 약초꾼만큼은 안 되거든”
말을 하면서도 부지런히 눈에 보이는 약초들을 뿌리째 뽑아 올린다.
그리고 그것들은 그대로 인벤토리에 들어가서 차곡차곡 쌓이는 중이다.
- 게임을 해. 채집 따위 누가 좋아 한다고!
- 그래도 힐링 되는 느낌 아님? 풀뽑기 하고 있는 거 보면.
- 가끔 별 여러 개 있는 약초 나오면 그것도 재미는 있음.
- 아니 노잼임! 난 갈 거.
- 나도 갈까? 방송 제목 바뀌면 들어오지 뭐.
- 지금 전직 마을에 유저들 여기 찾는다고 난리임.
- 파티 맺어서 달리는 곳 많은 모양인데?
- ㅋㅋㅋ 그럼 이제 여기도 핫플 되는 거임?
- 좋아하지 마라. 저 리퍼 쉑, 자기 방해 하면 칼질 할 놈이다. 문제는 지금은 저 놈을 막을 수가 없다는 거.
- 쯧.
- 오오오. 지금 봄? 금별! 금별 약초가 나옴.
하, 그건 또 언제 봤데?
하여간 눈 좋은 트수 쉑, 리액션 좋으네, 고맙게 방송 각 제대로 만들어 주잖아.
“음? 봤냐? 숨기려고 했더니.”
- 기만자 쉑, 누가 이야기 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거다.
- 아무도 말 안 했으면 지가 슬쩍 내보였을 수도.
“쯧, 눈치는 빨라가지고. 뭐? 좋은 거 있으면 자랑도 하고 그러는 거지. 그러려고 방송 하는 거 아니냐?”
- 그래서 뭔데? 정보창도 보일 듯 말 듯 닫아 버리고는!
- 봐봐. 뭐냐? 봐 준다.
- 그래 뭔데 ㅆㅅ야!
“음, 욕설은 자제하자. 지금은 가볍게 경고만 하는데 나중엔 그냥 쳐 낸다. 그리고 방금 채집한 건 이거였다.”
『물푸레보라버섯☆』
약초 : ▪▪▪▪
사용법 : ▪▪▪▪
- 오오오. 금별! 금별!
- 근데 뭐냐? 정보가 왜 저럼?
- 그야 당연히 리퍼 쉑이 부실해서 그런 거지.
- 약제사 등급이 낮으니까.
- 금별 약초? 근데 버섯이 약초야?
- 버섯이 풀은 아니자네?
- 그걸 왜 리퍼한테 따짐? ㅂㅅ같은 코월에게 따져야지.
└ 이게 맞는 듯.
“뭔지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약제술을 사용해 보니까 몇 가지 조합 재료가 나왔어.”
- 조합 제료?
- 뭔데? 말로만 하지 말고.
“그걸 알려줄 수는 없지. 약제사는 만들 수 있는 약이 곧 재산인데.”
- 그래서 지금은 뭐 만들 수있는데?
- 그래. 아직 한 번도 약은 안 만들지 않음?
- 힐링 포션 있는데 약제사가 필요한가?
- 그러게?
“음, 잡화점에서 파는 힐링포션, 그거 좋긴 하지. 그런데 전투 중에 못 쓰지? 휴식 모드에만 효과가 있단 말이지.”
- 아, 약제사가 만들면 다르다?
“그렇지. 전투 중에 쓸 수 있는 약들을 만들 수 있는 거거든. 그 동안은 재료도 없고, 시간도 없어서 못 만들었는데, 여기 채집 던전을 찾았으니까 이제 각잡고 한 번 만들어 봐야지.”
- 노잼 게임으로 가는 거냐?
- 정말 가야겠네.
- 이런 거 좋아 하는 놈들도 있겠지만
- 나는 아니지.
“하여간 양은냄비 같은 놈들.”
- 그래도 나를 잡을 수는 없다.
“어? 이거 뭐지?”
- 뭔데 씹덕아. 혼자 알지 말고(가다가 후다닥 돌아옴)
└ 절대 나갈 생각 없었을 거다.
└ 가는 척만 하고 미적거림
└ 너두?
“던전 정보 떴다. 이 던전 타임어택 던전이다.”
- 뭔솔? 몬스터도 없는데 무슨 타임어택?
- 글개?
- 던전 클리어 조건이 따로 있나?
└ 그럴 수도······
“그게 아니라. 이 던전 한 시간 한정 던전인데?”
- 한 시간?
- 그러고 보니 벌써 한 시간 지났네.
- 노잼이니 뭐니 해도, 시간이 언제 갔는지 모름
- 노잼이라는데 시간순삭인 스트리머?
“일단 시간이 다 돼서 던전 밖으로 나간다네. 어? 지금이다!”
스화홧!
- 호숫가!
- 엉덩이 바위
- 구멍!
- 사람들 아직 없음!
- 리퍼 쉑 주위부터 살피는 거 봤냐? 샤샤샥, 고개 돌아가는 거, 빠르네.
아직 다른 유저들은 오지 않은 거 같네.
뭐 솔직히 저렙이라도 여기까지 올 수는 있다.
죽을 각오로 달려서 호숫가에 도착하면 몹들 어그로 풀리니까.
지금은 그거 아는 놈들이 없겠지만.
그리고 내가 던전 발견했으니까 마을 NPC들이 이 호수에 대한 퀘스트도 줄 거다.
특히 부직업 얻은 놈들은 반드시 받아야 하는 퀘스트지.
하지만 아직은 나 혼자!
독식!
“자, 그럼 아까 던전 들어가기 전에 했던 이야기를 마저 하자.”
- 뭐? 무슨 이야기?
└ 구멍에 뭘 심느냐에 따라서
└ 던전 내용물이 바뀌는가 하는 거!
- 하여간 빡대가리들 하고는, 그걸 고새 잊었누?
“그래 그거. 앞전에는 내가 여기 들꽃을 심었단 말이지?”
- 그럼 이번엔?
- 그거다! 그거 써라!
- 그래, 그걸 쓰는 거다!
- 맞다. 이게 답이지.
- 나도 트수지만 이럴 때는 내가 다 부끄럽네. ㅆㅂ 그게 뭔데 이 개덕들아!
“그래, 나도 그걸 쓰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 잉? 이젠 리퍼 쉑까지 날 멕이냐? - 그래서 그게 뭔데?
“트수들 생각하는 거야 빤하지. 내가 가진 가장 귀한 거. 그거 쓰라는 거잖아. 아까 채집했던 버섯.”
- 이게 맞다!(그거였누?)
- 그래야지!(그거였구나!)
- 왜 부끄러움은 내 몫인가. 왜 부끄러움은 내 몫인가. 왜 부끄러움은······.
└ 고마네 씹새야!
“하여간 하자. 알게 모르게 시청자 많이 빠진 듯.”
- 그건 게임하러 가서 그런 거지.
- 방송 노잼이라 그런 건 아니야(아마도?)
“그래도 이건 확인하고 가라. 정말 이 구멍에 뭘 심느냐에 따라서 던전 내용이 바뀌는지.”
- 그게 이번 한 번으로 확인이 되겠냐?
└ 그러니까 앞으로 몇 번 실험하는 동안 지켜보라는 거잖어.(실험 한 번에 한 시간이란 게 함정)
- 이렇게 시청자 족쇄를 묶는 스트리머가 있다? ㅃㅅㅃㅅ
* * *
하여간 채집 던전 방송도 나름 괜찮게 흥행했다.
그리고 나는 목적했던 『물푸레보라버섯☆』을 다량 확보할 수 있었다.
내 원래 목적이 바로 『물푸레보라버섯☆』이었거든.
그걸 위해서 구멍에 같은 걸 심으면 같은 채집 환경이 만들어지는지 확인한다며 『물푸레보라버섯』를 세 번이나 심었다.
당연히 채집 던전 안에선 『물푸레보라버섯』의 출현 빈도가 매우 높아졌다.
하지만 이것도 마냥 꿀을 빨 수 있는 건 아니다.
일종의 재고라고 할까?
채집 던전에도 그런 게 있어서 전체 코월에서 채집할 수 있는 수량에 한계가 있다는 말씀.
그래서 일단 초기에 풀린 수량은 거의 독점하다시피 뽑아서 인벤토리를 채웠다.
트수 새끼들이야 같은 짓만 한다고 나중에 툴툴 거리며 정말 떠나기도 했지만.
어차피 이 버섯을 제대로 사용할 때가 되면 다들 되돌아 올 거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그리고 끝까지 남아 준 너희에겐 포상을 주마.”
- ㅗㅜㅑ 포상? 뭔데? 뭔데?
- 기다린 보람을 주는 건가?
- 기대하며대기, 기대하며대기, 기대하며대기
“지금 내 방송제목 기억하냐?”
《채널 :《코스모스 월드에서 만납시다! (feat:리퍼83)
방송명 : <전직 마을 졸업을 향해서>
“보이지? 뭐라고 되어 있냐? 전직 마을 졸업을 위해서라고 되어 있지?”
- 그게 뭐?
- 뭔데? 설마 오늘 채집한 게 졸업에 필요한 거라고?
└ 이게 맞는 듯.
└ 큰 그림 그리고 있었던 거였냐고!
“그래. 오늘 채집한 거. 특히 황금별 버섯, 그게 전직 마을 졸업에 꼭 필요하거든.”
- 이 기만자 쉑! 니가 전직 마을 졸업을 어케 알아?
- 아니 그 전에 금별 버섯이 던전에 있었던 건 어떻게 알았누?
- 이 쉑, 던전에 안 들어갔었다면서!
- 하여간 입만 열면 구라!
- 리퍼는 거짓말 안 한다던 쉑 어딨누?
└ 너자네!
- 아, 아닌데(떨리는 목소리 아님)
“자, 사소한 건 그냥 넘어가고. 일단 내가 오늘 구한 버섯들을 어떻게 쓰는지는 나중에 알려줄게. 어쨌건 빠른 시간 안에 전직 마을 졸업할 테니까 그렇게 알고. 오늘은 켠왕 아니었으니까 여기까지. 트바!”
- 가지마라, 가지마라, 가지 마라라!
- ㅋㅋㅋ 개똥벌레냐곸ㅋㅋㅋ
- 리바!(대충 리퍼 바이바이)
-흐흐흑, 이제 가면 언제 오누?
하여간 질척거리는 놈들!
“최대한 빨리 올게. 그럼 이만.”
《채널 :《코스모스 월드에서 만납시다! (feat:리퍼83)》방송 송출이 중단되었습니다.
* * *
게임을 해도 건강은 챙겨야지.
밥도 먹고 잠도 자고.
물론 방송 영상은 정태에게 보내고.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뭐냐?
방송 마치고 코쿤에서 일어나자마자 전화?
이건 방송 보던 놈일 확률이 높은데?
누가 나를 찾지?
이름은 없고, 번호가 익숙하······ 아, 개끼?
“여보세요?”
“너?”
“네? 누구세요?”
“이 새끼!”
“끊습니다!”
“자, 잠깐!!”
“뉘신데요?”
“시발, 누군지 알잖아.”
“모르는데요? 뉘신데 막말질?”
“하아, 미안하다.”
“쯧, 그래. 존대까진 못 하겠지. 그래서 왜?”
“너, 너였지?”
“또 뭔 소리? 앞뒤 잘라먹고 그렇게 물어보면 어쩌라고?”
“니가 보냈지? 킬러!”
“하! 이게 미쳤나? 누굴 뭐로 만들려고? 너 이 새끼, 함정파고 녹화하는 거지. 이거로 편집해서 뭐 하려고?”
“하아, 미치겠네. 좀 보자.”
“보긴 뭘 봐?”
“니네 집 현관 앞이다.”
“뭐시라?”
이 새끼가 현관앞에?
재빨리 홈케어 화면을 켜서 현관 밖을 확인한다.
어제 문 따던 새끼들 왔을 때는 이걸 생각 못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현관문 렌즈도 테이프로 막아 뒀더만.
그런데 지금은 고동호 저 새끼 모습이 훤히 보이네?
주위에 딴 놈들은 없는 거 같고.
있어봐야 별로 걱정도 안되긴 하지만.
“야, 니가 왜 우리 집엘 와?!”
“몰라서 묻냐?”
“모르니까 묻지! 알면서 묻겠냐?”
“하아, 농담할 기분 아니다. 나 정말 편한 복장으로 왔거든. 손에 들고 있는 폰 말고 전자기기는 하나도 없고.”
“그게 뭐?”
“따로 녹화를 하거나 할 수단이 없단 거다. 그러니까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 좀 하자.”
“너, 혹시 우리 집 안에 몰카 같은 거 설치했냐?”
“씨발, 뭐라는 거야! 아니야, 아니라고!”
푸하하하.
고동호 이 새끼, 보기보다 겁을 많이 먹은 모양이네?
개구리 맞대면으로 깜놀 시켜 준 게 새벽인데, 이 늦은 밤까지 나를 기다렸다고?
뭐, 침실에 누가 왔다 갔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그럴만도 한가?
그런데 저렇게 겁을 먹을 정도면, 도대체 나한테 뭔 흉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야?
그렇잖아.
새끼가 켕기는 게 있으니까 저렇게 불안해 하는 거 아니겠어?
앞에서 말했지, 저 놈의 두려움은 저 놈이 하려던 짓에 비례하는 거라고.
와, 그럼 저 새끼가 스스로 저렇게 나올 정도로 나를 어떻게 해 버릴 생각을 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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