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 킴리의 퀘스트는 중간 과정에 불과하지
032. 킴리의 퀘스트는 중간 과정에 불과하지
《채널 :《코스모스 월드에서 만납시다! (feat:리퍼83)》방송 송출이 중단되었습니다.
트수들이 징징거리든 말든 방송을 종료한다.
그리고 참지 못하고 한참을 웃었다.
킴리의 퀘스트.
이건 정말로 예상에 없던 거다.
그런데 킴리 퀘스트가 가리키는 그곳은 나도 아는 곳이다.
내가 이 지하 유적 던전에서 반드시 얻어야 한다고 했던 그건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챙겨 가려고 했던 것이 킴리가 가지고 오라고 했던 그거다.
자, 이럴 게 아니라 부지런히 움직이자.
먼저 킴리 퀘스트를 해야, 내 진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우어어어어!
반영체의 몬스터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든다.
이곳 지하 고대 유적의 몬스터는 망령과 언데드 계열.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가 언데드와 망령이야. 그런데 보이지? 이 망령은 내 공격이 잘 안 들어가.”
언데드 중에서 비물질적 존재들은 물리 데미지가 깎여서 들어가거나, 심한 경우엔 아예 안 들어간다.
물리 공격에 완전 내성을 가진 종류도 있다.
그나마 여기서 등장하는 것들 중에 완전 물리 면역은 아직까지 없다.
만약 그런 몬스터가 나오는 곳이었다면 지금의 나로서는 공략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봐봐, 몇 번을 찔러야 겨우 죽어! 유령 계열이라 급소 공격도 안 되고.”
엄살을 부려서 오디오를 채운다.
그러면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망령의 공격을 회피한다.
“쓰으읍. 이런 계열과 싸울 때에는 조심해야 해. 맞지 않아도 조금씩 데미지가 들어오거든.”
그러다가 겨우겨우 망령을 처리하고는 몸 여기저기를 문지르며 앓는 소리를 한다.
언데드 계열의 몬스터들은 그 자체로 냉기를 뿜어내는 특성을 지녔다.
그래서 오래 붙어 싸우면 자연스럽게 몸이 냉기에 노출되어 데미지를 입고 동작이 굼뜨게 된다.
그걸 알리려는 편집점이다.
“자, 저기에 묘한 얼룩이 있지? 저거 Kor001 뒷골목에 가도 간혹 볼 수 있는 표식이야. 잘 보면 고양이 발자국처럼 생기지 않았냐?”
그러면서 던전 벽의 한 부분을 쓰다듬는다.
뭐, 아무것도 없는 데 연기를 하는 건 아니다.
진짜 고양이 발자국 얼룩이 있다.
그리고 이건 <고양이 발걸음> 길드만 사용하는 암어다.
나는 해석을 할 수 없지만 이것이 암어란 사실은 분명히 알고 있다.
“이거 <고양이 발걸음>길드에서 사용하는 암호 문자거든? 아, 나도 이걸 읽진 못해. 길드원이 아니라서.”
그렇다고 방법이 없느냐.
그건 또 아니다.
“하지만 마을에서 이거 보면서 한 가지는 알아냈어. 여기 이거.”
발자국 끄트머리에 있는 겹쳐진 고양이 발자국.
“이건 진행 방향을 알려주는 거야. 마을에서도 이걸 따라가면 <고양이 발걸음>길드가 운영하는 술집을 찾아갈 수 있지. 이걸 따라가지 않으면 그 술집에 가 봐야 길드원과 접촉할 수가 없어.”
그러니까 다른 건 몰라도 방향을 알려주는 암어 부분은 해석이 가능하다는 거지.
“그래서 가야 할 방향은 알 수 있다는 거야. 그럼 걱정 없는 거지. 나머지야 뭐. 그냥 씹어 먹으면서 가면 되는 거니까.”
* * *
“으라라랏!”
콰직! 콰드득! 콰직!
종횡으로 휘두르는 도끼날에 좀비에 가까운 언데드 몬스터들이 수수깡처럼 짓이겨진다.
“이야, 이거 손맛이 있네.”
후웅! 타앙! 퍼억! 콰직!
사방이 몬스터다.
강하진 않지만 수가 많아서 쉴 틈이 없다.
하지만 내가 누구?
세최암 리퍼83이다.
정말 급할 때에는 【도약】으로 위기를 피하면 그만이다.
연속 【도약】이 막혔다고 【도약】 자체의 위기탈출을 못 쓰는 건 아니다.
연속 아니어도 【도약】은 충분히 쓸모가 많은 스킬이다.
게다가 쿨타임도 거의 없어서 연속 아닌 연속으로 쓸 수도 있다.
뭐, 그게 【칠환 관통】엔 안 통하는 게 아쉽긴 하지.
【도약】후 다시【도약】은 【칠환 관통】을 끊어버리더라고.
어쨌건 언제든 몸을 뺄 수 있는 나에게 이 정도 난전은 그리 부담이 되지 않는다.
콰지직!
“아주 좋아!”
그어어어어! 털썩!
또 한 마리의 유사 좀비가 바닥에 쓰러진다.
역시 언데드에겐 찌르기용 창보다는 도끼가 좋다.
도끼는 날붙이 중에서는 둔기에 가장 가까운 무기다.
그래서 이렇게 언데드를 짓뭉개는데 나쁘지 않은 성능을 보인다.
게다가 이게 보통 도끼도 아니고, 미노타우로스의 양날도끼 아닌가.
“우와, 몰려온다아! 으라차찻!”
콰과과과광!
잠시 텀이 있는가 싶었더니, 여섯 방향의 통로에서 유사 좀비들이 떼로 몰려온다.
하지만 나는 피할 생각을 하지 않고 버티다가 좀비 떼가 거의 다가왔을 때, 몸을 허공으로 살짝 띄우며 도끼로 땅바닥을 강하게 내리쳤다.
콰아아아아앙!
그러자 순식간에 주변으로 퍼지는 파동.
언데드들이 우수수 쓰러진다.
“이거지이!”
몰살의 광경이 주는 희열.
나는 환호성을 올리며 남은 몇 마리를 빠르게 처리한다.
『미노타우로스 양날도끼☆☆』에 달린 스킬인【대지강타】효과다.
지름 10미터의 범위를 시전자 공격력에 비례한 데미지로 공격하는 스킬.
물론 도끼의 내구도가 크게 떨어지겠지만, 그거야 좀 쉬면서 수리를 해 주면 그만이다.
장비를 수리할 수 있는 키트가 비싸도 나한테 부담이 될 것도 아니고.
“도끼 공격력 95에 내 스탯이 더해져서 전체 공격력이 결정되는데, 그걸 범위로 때려 버린단 말이지. 이러니 이런 잔챙이들이 어떻게 버텨?”
쓰러진 몬스터들 사이에서 드랍 아이템들을 루팅하며 오디오를 넣어준다.
나에겐 그리 대단할 거 없는 아이템들이지만, 이게 또 경매장에 올라가면 엄청난 수익으로 돌아온다.
지금 이곳 3차 마을 장비를 경매장에 올릴 수 있는 건 나 밖에 없다.
해창 놈들이야 길드 창설 때문에 바빠서 사냥할 시간도 없을 걸?
거기다가 걔들이 돈을 벌겠다고 경매장에 장비들을 올릴 놈들도 아니지.
올려봐야 해창 길드에서 낙찰받을 가능성이 별로 높지 않거든.
뭐 꼼수야 있겠지.
즉시 구입 가격을 낮게 정한 다음에 경매 시작과 동시에 즉구 하는 방법.
이런 것도 어느 정도는 써 먹을 수 있을 방법이다.
하지만 자칫하면 엉뚱한 놈에게 털릴 가능성이 있어서 권할 방법은 아니다.
경매장 목록을 새로 고침 하며 사냥감을 물색하는 경매장 죽돌이들이 등장하면 끝장이니까.
아무튼 여기서 나오는 장비 하나하나가 소소하지만, 티끌 모아서 태산이 된다.
여기서 벌면, 그걸로 또 MMC주식에 넣어 뻥튀기를 할 거니까.
돈이 복사가 될 거라고, 몇 백 배로.
“후아, 이번엔 좀 빡셌다. 그렇지? 그럼 여기 어디에 뭔가 있어야겠지? 몬스터가 빡시게 나오면? 거기에 뭔가 있는 게 국룰이잖아.”
맞다.
여기가 바로 킴리 퀘스트의 목적지다.
여섯 방향으로 통로가 있는 작은 원형 공동.
여기에 유저가 들어오면 들어온 통로에서까지 여섯 방향에서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렇게 물량을 앞세운 몬스터들의 포위 공격을 일정 시간 이상 버텨야 웨이브가 끝나게 되는데.
조금 전에 내가 당한 것이 바로 그 웨이브였다.
“여기에 뭐가 있을까?”
모르는 척, 공동 여기저기를 살피기 시작한다.
트수들이 있었으면 갖가지 훈수를 뒀을 것이다.
지하에 있을 거다.
뭔가 벽에 장치가 있을 거다.
역으로 천정일 수도 있다.
등등.
하지만 이곳의 비밀은 그게 아니다.
내가 끼어들거나 간섭하지 않아도 웨이브를 이겨내고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다음 과정이 자동으로 진행된다.
물론 그 전에 공동을 나가버리면?
이벤트는 없는 거지 뭐.
악독한 코스모스 월드 놈들.
하지만 나는 그런 함정 따위에 걸려주지 않지.
그워어어어어어!
“아, 씨발. 이게 뭐야?”
드디어 시작이다.
알면서도 놀라는 척하는 거지만, 사실은 척 보다는 진짜 놀란 거에 더 가깝다.
등장 비주얼이 흐드드 하거든.
바닥에 널려 있던 유사 좀비들이 공동 중앙으로 끌려와서 하나로 뭉치기 시작한다.
시체 덩어리가 되는 거다.
그리고 그렇게 좀비들이 사라진 공동 바닥에는 검붉은 색의 불길한 선과 문양들이 드러난다.
마법진이다.
“와, 마법진? 이런 게 여기 있었네? 히든 보슨가?”
잔뜩 기대한 목소리.
하지만 저건 보스 따위가 아니다.
그냥 게임 스토리를 위한 장치일 뿐.
자, 시체골렘이 완성되었네?
그럼 다음은?
구어어어어어!
휘이익!
“아이고, 몸뚱이를 뜯어 던져? 원거리형이었어?”
깜짝 놀라며 날아오는 시체를 피한다.
쿠아아아앙!
그런데 내가 피한 시체가 뒤쪽에서 엄청난 굉음과 함께 폭발을 일으킨다.
돌아보니 여섯 개의 입구 중에 하나가 무너져있다.
“와, 저거 맞았으면 아무리 미노 세트라도 위험했겠다.”
예측해 보자면 한 방 정도는 버틸 거 같기도 한데.
절대로 시험해 보고 싶지는 않다.
구어어어어어!
휘이익!
“아니, 쿨타임이 뭐 이렇게 빨라? 또 던져?!”
쿠아아아앙! 콰르르릉!
“씨바, 또 무너졌네.”
이번에도 시체가 날아가 입구 하나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구어어어어어!
휘이익!
쿠아아아앙! 콰르르릉!
또 하나의 입구가 무너진다.
이쯤이면 살짝 의심이 들지?
구어어어어어!
휘이익!
쿠아아아앙! 콰르르릉!
그리고 이번 걸로 확정.
저 괴물이 공동의 여섯 입구를 허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선택, 여섯 개의 입구가 모두 무너질 때까지 버틸 것이냐, 아니면 탈출을 할 것이냐.
대부분의 파티는 탈출을 선택한다.
아무래도 저 놈과 싸워서 승산이 별로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나도 저 시체 폭발을 보면 감히 덤빌 엄두가 안 난다.
그런데 여기서 함정이 발동한다.
여길 탈출하면?
곧바로 보상이 뜬다.
일종의 위기 탈출에 대한 보상이지.
그러면 유저들은 대부분 저 시체골렘의 존재가 위기 탈출을 위한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간혹 저걸 잡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있긴 하겠지만 어지간한 스펙으로는 가능성이 없다.
아무튼 공동 밖으로 탈출해서 보상을 받게 되는 것, 그 자체가 함정.
그 뒤로는 같은 웨이브 이벤트나 저 시체골렘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코스모스 월드 놈들이 이런 식으로 곳곳에 숨겨 놓은 사악한 함정들은 앞으로도 많이 있다.
어쨌건 그걸 아는 나는 절대로 여길 벗어날 생각이 없지.
구어어어어어!
휘이익!
쿠아아아앙! 콰르르릉!
“그래 다 때려 부숴!”
“이제 마지막 하나 남았······. 어이쿠!”
구어어어어어!
휘이익!
쿠아아아앙! 콰르르릉!
“결국 다 무너뜨렸네? 이제 너하고 나의 오붓한 공간이 완성되었어.”
좀 모자라 보이는 말이지만, 정어리태가리의 편집을 위해서 쏟아내는 막말 오디오다.
아무튼, 결국 목적은 달성했다.
시체골렘과 합방을 하게 되었으니 이제는 <고양이 발걸음>의 전대 마스터가 숨겨 놓은 공간으로 이동하는 일만 남았다.
저 시체 골렘을 이용해서.
쿠아아아앙!
시체를 던져 입구를 봉쇄하면 시체골렘의 행동 패턴이 바뀐다.
페이즈2인 셈인데, 이때부터는 육탄돌격이 주를 이룬다.
쿠궁쿠궁쿠궁!
육중한 몸을 움직여 달려드는 시체골렘.
여기에 도끼를 휘두르고 무기를 찔러봐야.
후두두둑! 후두두두둑!
“우엑! 이건 뭐, 비호감도 이런 비호감이 없다니까. 코월이 성인 게임이라고 해도, 이런 호러는 반갑지 않지. 편집할 때, 모자이크 할 테니까 이해해라. 꼭 모자이크 걷어내고 싶은 트수들은 프로그램 써서 해 보고.”
오디오를 넣으면서 부지런히 도끼를 휘두른다.
사실 이건 의미가 없는 짓이다.
왜냐하면.
“와, 씨파. 마법진 번쩍하면서 떨어진 파편들이 다시 들러붙는 거 봤냐? 이러면 이걸 어떻게 잡냐?”
공략 방법을 찾지 못해서 당황하는 모습도 잠시 보여준다.
하지만 길게 끌 필요는 없다.
어차피 편집할 거니까, 적당히 애먹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제는 공략법에 따라서 시체골렘을 요리하면 그만이다.
“어라? 이거 보이냐? 여기만 유독 마법진 색이 바뀐 거? 까많게?”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처럼 벽에 있는 검은 색의 마법진을 가리킨다.
“이거······.”
뭔가 떠올리는 듯 하다가.
“저 새끼가 몸통으로 처박은 곳이네? 몸통으로 벽을 처박으니까 검은색의 마법진이 나왔어. 그럼 이걸 이용해서 일단 박을 수 있는 곳은 모두 박아 보게 해야 하네?”
아, 어감 이상하지만 전혀 다른 뜻은 없다.
말 그대로 시체 골렘의 육탄돌격을 벽으로 유도해서 마법진을 드러나게 하겠다는 뜻일 뿐.
설마 마구니가 낀 사람은 없겠지?
구어어어어어어!
“허이구!”
쿠구구궁!
“봐, 저기 새로운 마법진이 생겼다. 이제 요령을 알겠어!”
이렇게 공략법을 알려주고!
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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