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 졸업 시험을 갑시다
021. 졸업 시험을 갑시다
게임은 항상 역동적으로 변화 발전해 나간다.
이를 두고 다이내믹하다고 하는 건가?
아무튼 그래서 트수들이 요구하는 것도 그런 방향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 약제사 컨텐츠는 망테크를 제대로 탔다.
역시 트수들에게 인내심을 기대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었다.
썰물처럼 빠져 나가는 트수 쉑들!
아무튼, 내가 방송을 마칠 즈음, 출첵에 끝까지 성공한 시청자는 몇 되지 않았다.
“자, 그럼 포상 주면서 방종하겠다.”
- 후아, 이제 끝남?
- 무슨 달이고 졸이고, 말리고, 갈고, 저울에 달고, 마음 졸이고, 종이에 말리고, 그릇을 갈고.
- 뭐임 듣는 것만도 노잼노잼함.
- 리퍼 쉑 목을 달고, 목을 조르고, 멍석에 말고, 뼈를 갈아야.
- 워워, 수위 높아지네. 포상 준다잖아. 조용!
“지은 죄가 있으니까 이번만 밴없이 넘어간다. 어쨌건 방송 중에 세 번 출첵했고, 거기에 모두 성공한 트수들에겐 쪽지로 내가 알아낸 레시피 보내준다.”
- 무슨 레시피?
- 여러 가지 만들지 않음?
- 그 보라색 버섯 들어가는 거 그거 알랴쥼?
“보는 눈은 있어서 『물푸레보라버섯』이 들어간 레시피를 바라는 모양인데 꿈 깨라.”
그건 못 주지.
그게 얼마나 귀한 레시핀데.
- 아, 그럴 줄 알았음.(빠른 포기)
└ 이게 맘상 덜하다.
- 그래서 무슨 레시피임? 회복제 그런 건가?
“잘 들어. 약제사가 만들 수 있는 약 중에 회복제가 있어. 그런데 그건 휴식 모드가 아닌 전투 모드에서도 쓸 수가 있지.”
- 아, 그런 거면 당연히 몇 개 들고 다녀야지. 전투 상태 안 풀려서 약 못 먹고 죽으면 억울해서 어캄?
- 잡화점 물약은 휴식 모드에서만 쓸 수 있잖음. 튜토 선물도 그렇고. 그런데 전투 중 회복 가능? 이건 못 참지.
- 그런 물약은 안 파는데, 그거 만들 수 있으면 혜자겠다. 저 쉑 물약만 만들어 팔아도 떼돈 벌겠네.
- 나, 나, 나. 나도 출첵 성공함? 알려주삼!!
- 이건 무적권 남는 장사다. 레시피 확보 전쟁 시작.
“쪽지 가는 트수들은 성공한 거고, 아니면 실패한 거다. 정말 궁금하면 방송 다시 보면서 출첵한 거 확인해라. 그리고 또 한 가지.”
- 뭔데?
- 당연히 코월 정보겠지?(기대하며 바라보는)
└ 양심 있으면 그래야지. 노잼 방송 지금까지 봤는데.
└ 그건 니가 모니터링 요원이라 그런 거겠지.
└ 윗 놈, 모니터링 요원임?
- 자, 잘못 찍은 거다. 저 놈 아니다. 나다. 내가······.
- 조선의 국모냐? 너나 그 위엣놈이나 같은 놈 아녀?
“자, 또 혼란스럽네. 조용하고 들어라. 내가 이번에 『물푸레보라버섯』으로 만든 물약이 궁금하겠지?”
- 그게 제일 오래 걸리고, 몇 번이나 실패하고 그랬잖음.
- 거기다가 그거 한 번 성공한 후로는 줄창 그거만 만들고. 업적도 떳지?
- 버섯 다 씀.
└ 그걸 어케 앎?
└ 채집 던전 방송에서 버섯 얼마나 캤는지 모니터링······
└ 모니터링 요원 커밍아웃.
└ ◎∕∖◎
- 특수문자 쳐 내!
“그거에 대한 정보를 다 줄 수는 없고. 힌트만 주지.”
- 힌트 ㅇㅈㄹ
“너, 경고! 아무튼, 힌트! 이 약이 내 약점을 커버할 수 있는 회심의 한 수다.”
- 흐음. 알겠음.
└ 뭘 벌써 알아?
└ 글개?
- 안 알랴줌.
└ 凸 꺼져
“자, 그렇게들 알고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그리고 요즘 유저들이 제법 많이 성장해서 채집 던전도 가고 그러던데, 아무래도 업적 생각하면 나도 이렇게만 있으면 안 되겠지?”
- 혀가 길다.
- 오늘도 업적 달달하지 않았나? 고작 약이나 만들면서도.
- 그러게, 새 레시피 만들 때마다 업적 떴던 거 같은데?
- 그 중에 금별도 두 번인가 있었음.
- 그 버섯 물약, 그거에서도 한 번 떴지?
- 최초 레시피로 금별 셋, 버섯 물약으로 금별 하나였다.
└ 그걸 또 새고 있었누?
“아무튼, 그래서 내일은 전직 마을 최초로 졸업에 도전을 해 보려고 한다.”
- 엌, 갑분 졸업식?
- 졸업식이 뭔지 어떻게 알았누?
- 이 쉑, 어디서 정보를 물어 오는 걸까?
- 코월 인공지능이랑 깜부인 듯.
- 리퍼83 코월 관계자 설!(뇌피셜임)
“그래서 내일 졸업식 할 거다. 그리고 방송은 오전 열 시에 시작하니까 그렇게들 알고, 좀 늦으면 대기타고 있어라.”
- 좀 늦으면?
- 그게 할 말이냐?
- 처음으로 방송 시작 시간을 공지하면서(좀 늦을 수도 있다고 한다)
- 이 쉑은 아무리 봐도 방송에 진정성이 없어.
- 목숨 걸고 하는 느낌이 아니지.
- 방송을 설렁설렁하는 스트리머가 있다?
하여간 트수 이 쉑들은 꼬투리만 생기면 이렇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지.
“암튼 내일 보자. 트바!”
《채널 :《코스모스 월드에서 만납시다! (feat:리퍼83)》방송 송출이 중단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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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 :《코스모스 월드에서 만납시다! (feat:리퍼83)》방송 송출이 시작되었습니다.
- 리하!(대략 리퍼하이란 뜻인거 모르는 놈 없재?)
- 뭐임? 10시 아님?
- 트수 쉑들 많이 빠짐?
- 글개, 이 채널 하꼬로 가는 거임?
- ㅋㅋㅋㅋ 망테크 타는 거?
- 좋단다.
- ㅂㅅㄷ 우리처럼 대기 타고 있는 놈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채널임.
- 대부분 출근했고, 나머지는 코월에서 게임하고 있을 시간에, 방송 보겠다고 있는 놈들이 이 정도면 많은 거지.
- 아, 이 리퍼 쉑 채널은, 실시간 보다는 다시보기 조회수가 훨씬 더 높음.
- 편집 영상 퀄이 죽이긴 하지.
- 실방 보고, 편집본도 다시 보는 1人.
그래, 제법 들어왔네.
이제 시작하자.
나도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지.
화홧!
- 허엇, 갑자기 화면을 켜?
- 뭠? 놀라서 심장 떨어짐.
- 근데 화면이 왜 이렇게 흔들려? 이 쉑아! 3인칭으로 바꾸라고!
- 욜라 달리고 있는데 어딜 가는 거임?
- 여기가 어디? 마을에서 어느 방향? 어디 감?
└ 너 모니터링 요원이지?
- 그게 중요한 게 아님. 정말로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음.
- 집단 지성을 발휘해 보자.
- 붕어머리도 집단 지성을 만들면 슈퍼컴이 될 수 있다더라.
└ 어디서?
└ 디테일한 질문 사절
그래, 궁금하겠지.
여기가 어딘지.
내가 졸업 시험 본다니까 어떻게든 정보 빼내려고 기다린 놈들도 많을 거다.
그래서 이렇게 이동 중간에 게임을 시작했지.
여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곳이라 위치를 알아내는데 시간이 좀 걸릴······.
- 일단 마을에서 서남쪽임.
└ 어케 암? 나처럼 나무 그림자 보고 앎?
- 그래. 그림자로 태양의 방향을 따고, 리퍼 쉑 달리는 방향을 알아낸 거.
- 나두, 계속 한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마을에서 서남쪽.
- 거기 고렙 몬스터들 나오지 않음? 역시 졸업 시험은 그 쪽에서 하는 거구나?
빠르네?
일부러 하늘은 안 비추려고 노력했는데, 쓸모가 없었군.
뭐, 그래도 내 뒤를 쫓아서 졸업 시험장에 먼저 도착하는 팀은 없겠지?
- 달려라! 이럴 줄 알고 남서쪽에서 대기중이었음.
- 역시 생각은 거기서 거기.
- 위엣놈들 뭔데?
- 다른 길드 염탐꾼들.
- 아, 모니터링 요원?
└ 나는 근본이 다름!
└ 본인 등판?
다들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이네.
그래도 니들이 여기까지 오는 게 쉽지는 않을 거다.
니들이 생각지 못한 난관이 있거든.
암튼 도착!
“계곡이다! 딱 클리셰 아니냐?”
- 글게.
- 저기 들어가면 쫄병 몬스터들 버글버글?
- 그거 뚫고 가면 보스?
- 보스 잡는 게 졸업시험?
- 너무 흔한 클리셰라 도리어 고개가 끄덕여짐.
“다들 맞말 하고 있는데, 문제가 하나 더 있지. 이게 뭘까?”
품(인벤토리)에서 양피지 하나를 꺼낸다.
이거 없으면 졸업시험장에 들어갈 수가 없다는 거.
- 뭐임?
- 왜 이렇게 등골이 서늘함? 나만 그럼?
- 나도 그런데? 저거 hoxy
- 그거 하지마! 혹시 하지마!
“전직 시험 받는 교관들 있지? 딱 교관 아니어도 비슷한 역할 하는 NPC 있자네?”
- 그, 근데?(나 떨고 있니?)
- 씨발 다음에 나올 말이 무섭다.
- 내가 알랴줌.(그 교관한테 이거 받아 와야 한다고 할 거다.)
“응, 맞아. 졸업 시험을 보겠다고 말하면 교관이 이런 걸 주지. 물론 시험장 위치는 알려주지 않아.”
- 그래, 그건 나도 알아.(나는 저거도 있음)
└ 저거 있는 놈이 방송 보고 있으면 어캄? 시험장으로 달려야지.
- 시험장이 어딘지 몰랐음. 이제 알아서 뛰는 중.
└ 뛰면서 방송 봄?
└ 그거 어케 함?
- 간단하다. 캐릭터를 다른 캐릭이 업고 가면 된다. 그 사이에 업힌 캐릭은 방송을 봐라.
└ 오오오 쿨팁 감사.
- 아하, 그런 방법이?(그걸 왜 알랴줌?!!)
“아, 다른 캐릭 등에 업혀 가면 되는구나? 혼자 겜하니까 그런 쪽은 약하단 말이지. 아무튼!”
나는 계곡으로 몸을 날려 양피지를 벽에 붙인다.
쿠구구구구구궁!
- 우아아아아
- 온다온다온다온다
- 두구두구두구두구
- 두근두근두근두근
- 이건 못 참지! 가즈아아아아!
- 낙타나고 있다!
- 젖는, 젖는, 젖는 겁니다아아!
- 젖좌 어서 오고.
- 젖좌 아니고 소울XX좌 아님?
└ 멈춰! 실명 거론하면 짤림.
└ 그게 맞다. 리퍼 쉑, 채팅명 안 쓰게 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거다.
- 보는, 보는, 보는 겁니다아 방송!
└ 넵
└ 조요옹, 젖좌가 용서해 줄 때, 그냥 덮자. 소올XX는 없었던 거다.
트수들 떠드는 사이에 절벽이 갈라지고 게이트가 나왔다.
이제 여길 들어가면 졸업 시험을 치를 수 있는 거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섭섭하지?
트수들 낚아보자.
“자, 졸업시험장 오픈. 오픈 기념으로 미션 받는다.”
- 엥? 미션?
- 리퍼 쉑 안 하던 짓을?
- 그래도 지금이 수금타임 맏다
- 킹정!
- 어제, 그제 이틀 연속으로 손가락만 빨았잖음. 이 정도는 용서 해 줘도 됨.
- 근가? 그래서 미션 뭐? 오미무?
- 셀프 미션이라니 기대됨.
“여기 들어가면 보스 몬스터 있을 거 아니냐. 그러니까 이걸로 하자. 보스 몬스터 한방 컷!”
- 이쉑! 날로 먹을라고!
- 그러게.
- 계산상 리퍼 이 쉑은 한 번에 천 배가 넘는 데미지를 줄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보스라도 천 배 넘는 데미지는 못 버틴다.
- 거기에 시작을 공격 스킬로 해서 데미지 증폭하면 차원이 달라짐.
- 맞다. 저 쉑 암살자로 예전에 했던 캐릭터 스킬 그대로 가지고 왔다고 했다.
- 암살자 스킬 중에 습격이란 거 있다. 일단 그것만 평타 데미지의 3배다.
- 솔직히 그런 것도 무의미함. 천 배 넘는 데미지부터 말이 안 되는 거임.
- 그런데 한 방 컷을 미션으로 하자고 하는 양아치가 있다?
- 리퍼 양아치설!
“어라? 미션 안 줘?”
- 너 같음 주겠냐? 미션은 자고로 안전자산이어야 하는 거다. 적어도 겉보기는 그래야지.
- 너한테 한방 컷 미션은 그냥 퍼주겠다는 거지.
- 안 함.
- 못 함.
- 안 돼, 돌아가.
이것들이!
예상은 했지만 역시 이렇게 나오나?
뭐 그래봐야 낚이는 놈들은 너희들이지.
여기 보스 몹이 좀 특별하거든.
그러니까 한 번 당해 봐라.
충격이란 게 뭔지 알게 될 거다.
뭘 생각했던 그 이상이 올 거다.
이 쉑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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