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투기장 켠왕 시작!
011. 투기장 켠왕 시작!
“훼이니 놀라지 마세요. 제가 업적으로 받은 별은 황금별 여섯 개에 일반별 스물하나입니다.”
“어머나!”
한 손으로 입틀막을 하는 훼이니.
그만큼 놀랐다는 표현이지만 똥그랗게 뜬 눈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애초에 업적 상점의 특별한 NPC인 훼이니가 내 업적 수준을 몰랐을 리가 없지.
“하하하, 제가 좀 합니다. 그런데 놀라는 모습도 매력이 넘치네요.”
“호호호. 정말 능력 있는 플레이어시네요. 나는 능력 있는 사람을 보면 두근거리더라.”
“오, 날 보고 두근거리는 미녀라니! 도리어 제 심장에 무리가 오는 것 같습니다.”
“흐응, 좋아요. 보니까 앞으로도 자주 볼 거 같네요. 우리 정말 자주 봐요.”
여기서 선을 긋는다고?
뭐, 원래 훼이니가 이런 캐릭터긴 하지.
“열심히 해야겠군요. 훼이니를 자주 보려면.”
“그래요. 날 위해 노력해 줘요.”
“네, 훼이니, 그렇게 하겠습니다.”
립 서비스야 어려울 거 없지.
어쨌건 업적을 많이 쌓으면 그만틈 훼이니를 자주 보게 되는 것도 사실이니까.
물론 코스모스 월드의 본 대륙에서 훼이니를 만나려면 그만한 자격이 필요하지만, 거기 도착할 때에는 또 그만한 업적을 쌓은 후겠지.
“호호. 좋아요. 그런데 별로 자유 스탯을 달라고 했던가요?”
“네, 훼이니.”
“그래요. 그럼 모두 열 개의 자유 스탯을 받을 수 있겠네요. 그렇게 해 줄까요?”
“네, 훼이니.”
“그러면 일반별 하나만 남는 거예요. 그건 알죠?”
“압니다. 하지만 제가 얻은 별들의 전체 숫자는 여전히 기록에 남아서 더해지겠죠?”
“호호호. 그야 당연하죠.”
“그리고 그 별들의 합이 훼이니를 다시 만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거고요?”
“흐응, 우리 유저 님은 똑똑하기도 하시지.”
“아, 제 이름은 리퍼83입니다. 기억해······, 주시겠습니까?”
“호호호호호. 그래요. 당연히 기억해야죠. 그리고 이건 선물이에요. 지금은 쓸 수 없고 다음에 오면 쓸 수 있어요.”
【업적】☆ 업적 상점의 황금별 첫 교환
“오오, 훼이니 님, 감사합니다. 이런 선물을!”
원래 줘야 하는 업적이겠지만, 그래도 훼이니가 선물이라고 했으니 돈 안 드는 감사 인사를 한다.
그런데 업적 상점의 첫 이용은 아니었단 말이지?
누가 먼저 업적 상점에서 별을 사용했다니 아쉽네.
- 업적별 벌써 교환한 사람이 있었음?
- 리퍼 쉑! 콩라인에 섬?
- 그래도 황금별은 첫 번째였잖슴.
- 그나저나 계속 이러고 있을 거임. 노잼인데?
- 훼이니 누나를 보면서 그런 말이 나옴?
- 아마도 XX일 가능성이 높음.
- XX? 해석이 불가능함.
- 알아서 맞추면 됨, 각자의 취향에 따라서.
- 고X? X자?
- 아니 그보다는 과학적으로 접근해 봄. XX 염색체임.
- XX염색체 ㅇㅈㄹ
- 아, 리퍼 쉑 스탑, 어딜 가! 그냥 눈나하고 같이 있어!
<당장멈춰 : 훼이니와 함께 하기. 10분당 1만원. 미션 수락금 3만원.>
음, 10분만 버티면 4만원?
하지만 20분 버텨서 5만원, 30분 버텨서 6만원이면 점점 가성비가 떨어지는데?
그래도 10분에 4만원은?
“이유 없이 상점에서 버티면 호감도 떨어진다. 훼이니는 중요한 NPC라 그런 미션 안 받는다.”
<다시생각해봐 : 훼이니와 함께 하기. 10분당 2만원. 미션 수락금 8만원.>
“아, 결국 10분에 10만원이란 소린데, 살짝 끌리긴 하지만, 포기한다. 그리고 같은 미션 더 안 받는다.”
<이래도안받아 : 훼이니와 함께 하기. 10분당 10만원. 미션 수락금 90만원.>
어쭈? 돈으로 질러?
새끼가 나를 어떻게 보고!
“캬, 형님 감사합니다! 10분 미션에 100만원 태우셨네요? 감사, 또 감사합니다. 하지만 미션 안 받아!”
- 엥? 안 받아?
- 감사 인사까지 하고?
- 뭥미?
- 백만원을 안 받아? 리퍼 쉑 자낳괴 포기?
- 무쳤냐곸!!
- 고집있네. 이게 맛따!
“일단 크게 질러준 게 고마워서 인사는 했는데, 그래도 안 하기로 한 건 안 하는 거야.”
- 그럼 뭐 하려고?
- 맞다. 오늘 컨텐츠 뭔데?
└ 아까 힐링이라고 했잖아.
- 와, └ 는 어디서 찾음?
└ 어디 어디 숨어 있더라. 코월 새끼들 이런 걸 왜 숨겨?
└ 나도 찾았음.
└ 2222
└ 3333
└ 4444
└ 그만해에! 이러다가 밴 당해에에!
└ 6666
“자, 다들 그만해라. 새로운 컨텐츠 알려준다.”
- 방종은 아니란 소리네?
- 다-행, 편-안!
- WA WA WA WA!!
“벌써 방종 시간은 아니지. 니들 내가 어제 얻은 창 봤잖아. 그거 써 봐야지.”
- 맏다!
- 나는 기억한다 삼절칠환창.
“오, 그래. 그거.”
- 뭐?
- 뭔대씹새야, 왜 니들끼리만 알아?
- 아이템 정보 띄워 봐. 어려운 것도 아니잖아.
- 리퍼형님! 보여주십시오. 황금별 다섯 개의 위용을 영접할 영광을!
- 황금별 다섯 개? 그런 아이템이 벌써 떴다고?
└ 편집본 봐라.
일단 트쉬 새끼들이 싸우는 동안에 훼이니와 간단한 작별 인사를 하고 거리로 나왔다.
다른 유저들이야 직업에 따라서 여기저기 길드나 신전, 뒷골목 따위를 돌아다니며 직업 퀘스트를 해야 하겠지만.
나는 아니지.
그러니 오늘은 전직 마을의 핫 플레이스 투기장엘 갈 생각이다.
투기장이 뭐냐고?
딱 들으면 감이 안 오나?
“저기 보이지? 저 건물?”
내 시선이 닿는 곳, 실시간 방송 화면이 그곳에 고정된다.
- 와, 콜로세움.
- 그게 맞다.
- 저게 게임에 있으면 저기가 투기장일 확률 1000%다.
- 대충 그렇지.
역시, 게임을 좀 해 봤다 하는 놈들은 딱 보면 알아차린다.
그래서 저런 건물을 세워 놓고 딴 용도로 쓰지를 못하지.
모두가 저긴 투기장이라고 생각하는데 엄하게 다른 용도면 이질감만 느끼니까.
“내가 알아봤는데, 저기 투기장에는 PVP와 PVE 두 가지가 있어. 그게 뭔지는 알지?”
- 유저VS유저는 PVP, 유저VS몬스터는 PVE.
“간결한 설명 감사. 그리고 저 투기장에서 일단 5위권 안에 들어가면 특전이 있어.”
- 특전? 또 리퍼 너 혼자 뭘 먹으려고?
- 원래 투기장 순위권이 보상을 받는 건 국룰인데 뭘 새삼?
- 그러게?
“아, 그런 보상 말고, 저기 투기장의 5위권 안쪽에 들면 도전자와 싸울 시간을 정할 수 있는 특권이 생겨. 사흘에 한 번만 싸워도 되고.”
- 그게 뭐 어쨌다고?
- 아, ㅂㅅ들 아무 생각 없네.
└ 아는 척 오지죠? 지도 모르면서
└ 하아, ㅂㅅ. 머가리는 장식이냐? 순위권에 들면 투기장에 붙어 있을 필요가 없다는 거잖아.
└ 거기다가 사흘에 한 번만 방어전을 하면 된다는 거지. ㅋㅋ밑에 놈들 죽어라 박터질 때.
- 아, 그런 거군.
- 후-련
“자, 대충 이해들 했지. 그런데 투기장은 오늘 처음 열리는 거야. 그러면 지금 순위권은 어떨까?”
- 비어있음? 그냥 신청만 하면 순위권에 드는 거임?
- 운영 그따구로 하겠냐?
- 아모른직다. 코스모스 월드 운영진이라고 다른 놈들과 다를 거 같지 않다.
- 게임 운영진은 어느 회사든 모지리 전염병 환자들이란 것이 통설!
“음, 솔직히 나도 투기장 순위가 텅텅 비어 있으면 좋겠는데, 그건 아니고.”
그래, 그건 아니지.
그런데 투기장 초기에는 PVP와 PVE가 연동되었단 말이지.
무슨 소리냐 하면.
“지금 투기장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건 몬스터들이야.”
- 왓?
“그래서 지금 투기장에 들어가서 PVP든 PVE든 신청을 하면 양쪽에서 동시에 순위가 올라가.”
- 개꿀?
- 일석이조? 일거양득?
- 네, 이기면 그렇겠죠? 하지만 지면?
- 졌을 때는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역사는 승자만 기억한다.
- 시청자는 역사가 아니어서 망한 스트리머를 기억한다.
- 기억만 하고 다시 찾지는 않는다는 게 함정?
- 괴롭히는 재미가 있으면 다시 찾겠지만, 리퍼 쉑은 노잼일 듯. 그러니까 너는 미끄러지는 순간 구독 취소!
- 그게 맞다. 리퍼 저건 잔재미가 없어.
- 그런 거 치고는 훼이니 짜응은 좋았잖음?
- 그건 킹정이지.
- 다시 상상해도 ㅗㅜㅑㅋㅋㅋ
그래, 이 새끼들 말이 맞다.
보통은 스트리머가 힘들어 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그런 컨셉이 아니다보니 항상 성공해야 한다.
그리고 시원하게 사이다도 터트려 줘야 하고.
그러니까 오늘은 투기장 정복을 목표로 하는 거다.
“자, 그럼 가자. 방송 제목들 확인해라.”
채널 :《코스모스 월드에서 만납시다! (feat:리퍼83)
방송명 : <투기장 서열 5위권 안착 켠왕>
* * *
“다른 거 필요 없고, 내 상태창에서 궁금해 할 거 같은 부분만 보여준다.”
§ 리퍼83 §
레벨 : 10LV
클래스 : 암살자
보조 클래스 : 약제사
[근력 : 10]
[민첩 : 12]
[체력 : 10]
[마력 : 27]
[MP : 270]
[HP : 100]
“보는 것처럼 레벨은 딱 10. 직업을 얻을 수 있는 턱걸이 레벨이고, 직업은 암살자. 그거야 당연한 거고.”
- 거저 뭐임. 왜 보조 직업도 있음?
- 보조 직업 컨텐츠 없잖음?
- 두 번째 전직마을까지는 보조 직업 없음. 그런데 리퍼83은 어디서 보조 직업을 얻었지?
- 코스모스 월드 운영진도 모르는 보조 직업 획득 루트가 있다? 뿌슝빠슝!
“자, 어차피 내가 대답 안 할 거 같은 건 묻지 말고. 나도 다 사정이라는 게 있으니까.”
- 운영 개판이네. 이걸 보고도 코스모스 월드에서 아무 소리 안 한다고?
- 뭐냐곸 리퍼 새끼 코스모스 월드랑 뭐 있음?
- 운영진이 뒷돈을 받았다고 생각하기엔, 이 리퍼 새끼가 하는 짓이 너무 떳떳하잖음.
- 그건 그러네. 죄가 있음 이러지 못하지.
- 그게 아니면 절대 들키지 않을 거라는 걸 아는 건가?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떳떳하다.”
- 떳떳! 뜨뜻? 따땃? 어디가 아랫도리가?
“뭐지 이 맥락없는 개소린? 너 밴!”
- 어우, 밴에 일관성이 없어!
- 별 이야기도 안 했구만.
- 젖은, 젖은, 젖은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 이 새끼, 젖좌 꺼져!
- 젖좌? 역시 느낌있어.
- 젖는 젖는 젖는 겁니다!
“하아. 대충하고 들어가자. 시간없다. 이거 켠왕이다.”
- 아, 그러치.
- 리퍼 쉑, 오늘 잠은 다 잤어.
- 못자!
- 투기장이 그렇게 만만해?
- 누가 미션 안 걸어?
- 켠왕이라고 지 무덤 지가 팠는데 거기에 왜 여물을 줘?
- 그런가?
<해볼테냐 : 켠왕 마무리까지 전승 미션. 500000.>
“와, 전승 미션? 이거 똥꼬가 살짝 쪼이는데?”
- 해볼테냐, 미션 실패에 페널티 걸어라.
“어라? 성공 가능성도 별로 없는 미션에 실패 페널티까지 걸라고? 그건 아니지.”
- 않이 리퍼 쉑, 너도 뭔가 거는 게 있어야지. 날로 먹으려고 드네?
- 횟집이었음?
- 날먹좌?
“아니, 그건 아니지. 솔직히 투기장에서 전승 우승이라니.”
- 우승?
- 누가 우승이라고 했지? 누가 우승 소리를 내었어?
- 그러게? 리퍼 쉑 켠왕은 순위권이라고 해 놓고, 실제론 우승을 노린 거였음?
- 기만자 쉑! 저러면서 미션이 어렵다고 엄살을?
- 누가 우승하래? 켠왕은 5등 안이라며?
- 우승을 목표로 하는 놈이 5등 미션을 어렵다고? 우승을 목표로 하는 놈이 5등 미션을 어렵다고? 우승을 목표로 하는 놈이 5등 미션을 어렵다고?
아, 이거 물렸다.
새끼들, 하여간 틈만 있으면 놓치지 않고 물어뜯는단 말이지.
하지만, 이것 역시 내 계획의 일부일 뿐.
원래 방송은 때때로 뭔가 씹고 뜯고 맛볼 거리를 던져 줘야 하는 거다.
그리고 이런 때에는 당연히 못 이기는 척, 끌려가 주는 미덕도 필요한 거고.
“조용! 그래, 내가 실수를 한 거 같네. 그러니까 미션 받는다. 그리고 미션 실패 페널티는 히든 아이템 일주일 봉인으로 하자.”
- 히든 아이템? 그거 삼절창 이야기지?
- 그거 아니면 안 된다.
- 아니면 돌아가!
- 안 봐줘!
“맞다. 삼절칠환창, 이거 미션 실패한 순간부터 일주일 동안 안 쓰는 걸로. 그럼 됐지?”
그러면서 은근슬쩍 앞에서 안 보여줬던 아이템 정보를 띄워 준다.
『삼절칠환창☆☆☆☆☆』
공격력 : 40
내구 : 200/200
스킬 : 【칠환 관통】(5/5)
※ 일곱 개의 환을 관통하는 찌르기는 태산을 뚫는다.
※ 환을 하나 관통할 때마다 공격력이 두 배씩 증가한다.
- 해볼테냐, 좋다. 나도 그 페널티는 인정해 준다. 미션 시작이다.
해볼테냐가 인정해 주면 다른 트수 쉑들이야 뭐라고 떠들어도 소용없다.
돈 내는 놈이 왕이니까.
자, 그럼 시작을 해 보자.
“투기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관람을 하시겠습니까? 참여를 하시겠습니까?”
투기장으로 들어가자 뚱뚱한 상인 놈이 나를 맞이한다.
이 놈이 투기장의 주인인 로조켈이다.
“투기장 참여!”
“네네, 어서 오십시오. 선수는 언제나 환영이지요.”
내 대답에 활짝 웃는 로조켈.
이 새끼는 항상 비호감이다.
경기 결과를 예상하는 도박장도 함께 운영을 하는데, 때에 따라서는 승부 조작도 하는 놈이다.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승부가 나오도록 대진표를 조작하는 짓을 서슴지 않는 놈인 거다.
그 말은.
“아, 나도 배팅은 할 수 있지?”
배팅 액수는 크지 않지만, 그게 계속 늘어나면 결국 로조켈 저 놈을 파산시킬 정도가 될 수도 있다.
어차피 게임 이틀째에 불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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