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7. 플렉스 리버펠튼(Feat:니가 여기서 와 나와?)
027. 플렉스 리버펠튼(Feat:니가 여기서 와 나와?)
“이 집, 터가 안 좋은 모양이네.”
“네? 뭐라고요?”
“혼잣말이고요? 나는 당신과 할 이야기 없고요. 그만 가주시면 고맙겠고요.”
“이봐요 최영우씨!”
“보긴 뭘 봐요? 내가 누군지 알죠?”
“네, 압니다.”
“그렇겠죠. 성명 그룹 정도 되면 내 뒷조사야 쉬웠을 테니. 그런데요, 나를 조사하면서 그건 안 나왔어요? 게임은 게임에서 끝낸다. 현실과 철저하게 분리한다!”
“알고 있습니다.”
“알면서 이러는 거면 더 기분 개떡같은데요?”
“우리 성명입니다.”
“그래서요?”
“네?”
이제 말문이 좀 막히나?
씨발, 무슨 비서실 꼬봉 따위가 나를 눈 아래로 보고 지랄이야!
지가 대기업 비서실이면 대기업 비서실이지, 내가 성명 그룹하고 뭐 있기나 해?
어디서 갑질을 하려고 들어?
“쉽고 빠르게 말해 줬을 텐데요? 나는 당신과 대화를 할 의사가 없습니다. 다시 문을 두드리면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아, 아니······.”
“이제 확실히 알았습니까? 그럼 이만.”
쾅! 철컥!
씨발, 정말 집터가 안 좋은 모양이네.
이혼하고 급히 마련한 곳인데, 그 후로 계속 불청객이 드나들어.
안 되겠다.
MMC 주식을 조금 덜 사더라도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야겠다.
개나 소나 찾아와서 문을 두드리지 못할 곳으로.
“저, 거기 최영우씨. 조금 전에는 죄송했습니다. 저, 잠시만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오오오, 태세 전환.
문 밖에서 들리는 저 목소리가 진정 아까 그렇게 무식하게 현관문을 두드렸던, 그리고 짜증을 내며 문을 연 나에게 퉁명스럽게 자기소개를 하던 그 놈의 목소리가 맞는 건가?
하지만 안들려, 안들려, 안들린다고.
그나저나 죽겠네.
어정쩡한 시간에 일어나버렸잖아.
씻고, 밥 먹고, 게임 들어가면 좀 이른 시간이겠는데?
그러고 보면 밖에 있는 저 비서실 직원은 출근을 언제 한 건지 모르겠네.
“최영우 씨, 여현중 실장님께서 한 번 뵙자고 하셨습니다. 좋은 제안이 있다고, 반드시 후회하지 않으실 거라고 약속하셨습니다.”
“네네, 한 번만 더 떠들면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꺼지세요!”
정말 안 되겠다.
보안 좋은 집.
매물은 안 되고, 월세나 연세를 찾아보자.
당장 목돈 덜 들어가는 걸로.
그것도 아깝긴 하지만, MMC 이건 뭐 그만 사도 이미 나는 미래 재벌 확정이니까.
* * *
세상은 참 요지경이다.
돈만 있으면 그 날 당장 이사가 가능해.
그것도 집기가 풀로 비치되어 있는 집이라 내 코쿤만 옮기면 그만이야.
와, 이런 세상이 있다니.
확실히 무식하게 돈을 쓰면 안 되는 일이 없어.
성명 그룹 비서실 놈의 갑작스러운 방문이 나를 주상복합 37층 리버펠튼의 입주민이 되게 했다.
그냥 부동산 몇 곳에 전화해서, 내가 원하는 조건을 말하고 금액 제한 없이 찾아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몇 분 지나지 않아서 연 3억에 관리비 월 7백짜리를 안내해 주더라.
영상과 가성현실 체험으로 집을 확인하고 곧바로 계약을 해버렸다.
플렉스!
그냥 사버리는 게 좋지 않냐고?
그거야 눈앞에 수 백 배의 투자성공이 안 보일 때나 하는 짓이지.
지금 1억이 나중에 수천억이 된다고 생각해 봐.
연세 3억도 아깝지.
게다가 보증금도 5억이나 있어.
이래저래 이번 이사로 수천억이 날아간 거지.
뭐, 그래도 경매가 효자 노릇을 하니까 상관없지.
“트하!”
- 트하 소리 하고 있네.
- 방송 열 시에 시작이자네! 근데 지금 몇 시?
- 해명해!
- 해명은 무슨 대가리 박고 시작하자!
“아, 해명한다.”
- 빠른 태세전환 나쁘지 않아.
- 일단 들어준다.
“한 줄 요약, 아침부터 집에 불청객 찾아옴.”
- 그걸로 끝?
└ 여기서부터는 우리의 집단 지성이 움직여야 한다.
- 불청객 왔다. 그래서?
- 싸웠나? 팼나? 경찰서 갔나?
- 저 쉑 성질에 그랬을 수도.
- 경찰서 갔다 온 거면 이해해 줘야 한다.
- 그런 거면 뭐.
“아니야! 새끼들아!”
- 그럼 뭔데?
“다시 한 줄 요약, 집터가 나쁜 거 같아서 이사했다.”
- 아, 이사.
- 이사 준비 아니고 했다고?
- 하룻만에? 뜬금이사?
“방송이니까 이야기 해 준다. 무쟈게 비싼 곳으로 갔다. 건물 안에 없는 거 없이 다 있다. 헬스장, 음식점, 아쿠아리움, 개인 온실 텃밭까지.”
- 다른 건 몰라도 아쿠아리움이랑, 온실 텃밭 있는 곳은 몇 곳 없다.
- 출동! 넷수사대!
- 킹능성 높은 곳은 리버펠튼이다.
- 흐드드, 거길?
- 년 3억이면 맞는 듯.
- 와, 하꼬 오피스텔 인생이, 갑분 리버펠튼이라고?!
- 씨바, 내 눈으로, 겜해서 인생 피는 놈을 실시간으로 봤다.
- 엄마, 나도 리버펠튼. 엄마, 나도 리버펠튼. 엄마, 나도 리버펠튼.
- 아들아! 너는 리퍼83이 아니란다. 아들아! 너는 리퍼83이 아니란다. 아들아! 너는 리퍼83이 아니란다.
- 어질어질하네.
- 채팅창 때문인지, 리버펠튼 충격 때문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해명은 끝. 그리고 한 가지 공지.”
- 킹지?
- 능지?
- 공지라잖아! 그래서 뭔데?
“게임을 현실로 끌고 오지 마라. 내가 제일 싫은 게 코쿤에서 나왔는데 곧바로 전화가 오거나, 초인종 누르거나, 현관문 두드리는 거다. 그런 씹새들은 현실에서도 차단이다!”
- 와! 생각해보니 짜증날 듯.
- 그러니까 방종 하자마자 로그아웃 하는 버릇을 버려라.
- 방종하고도 코쿤에서 안 나가는 거 알면, 전화 안 한다.
- 초인종 누르고, 현관 두드려도 코쿤 안에서는 못 듣는다. 설마 외부 알림 설정 한 거 아니지?
- 보통 초인종이랑 긴급 연락 번호 몇 개는 알림 설정하지 않나?
- 리퍼 저 쉑, 다른 건 몰라도 초인종은 알림 설정 안 할 듯.
- 않이, 이젠 리버펠튼인데 그걸 왜 신경 씀?
- 글게, 그냥 방문객 사절만 경비실에 이야기하면 끝인데?
- 거긴 대통령이 와도 허락 없인 못 들어감.
- 대통령이 거길 왜 감? 암튼, 영장 없이 강제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 거기임.
- 근데 이 쉑 정말로 리버펠튼 간 거 맞음? 증거 없으면 뭐다?
- 구라라고 하고 싶은데, 경매로 번 돈이 흐드드 해서 그럴 수가 없음.
- 아 씨, 나도 빨리 겜 해야지. 접속 제한 풀릴 시간이네.
└ 설마 너, 칼카이저는 아니지?
└ 칼카이저겠냐?
└ 그래, 아니겠지.
미쳤냐?
그 새끼가 내 방송에 들어와서 저렇게 찌질하게 채팅이나 남기게?
그럴 놈이 아니지.
음, 아니겠지?
하지만 어제 죽은 시간이랑 계산해 보면 비슷한 시간인 거 같기도 한데.
에이, 아니겠지.
그 싸가지가 저렇게 순한맛 채팅을 치진 않을 거다.
그래.
그렇게 하고, 일단 나는 오늘도 빡겜.
“트수들, 지금부터 나는 또 빡겜이다. 그런데 오늘은 사냥 아니고 제작.”
- 빠이!
- 수고!
- 딸그락거리는 그릇 소리 듣기 싫고, 물 끓는 소리도 싫고, 제약 실패로 나는 폭발 소리도 싫어.
- 그건 특별한 ASMR로도 선 넘은 거지.
- 그런 소리 ASMR 되는 흑우 없재?
- 있을 지도 모른다.
- ㅈ 까!!! 없어!
- 않이 저 깊고 깊은 대학원 실험실 던전, 그곳 지하에서 갈리고 있는 원생들에겐 진짜 ASMR이 될 수도 있다.
- 와, 듣고 보니!
- 눙물이 흐흐흑!
“아무래도 장비만 가지고 불안한 거 같아서, 만들 수 있는 물약 다 만들어서 경매장에 올릴 거다. 이번엔 정말 졸업들 해서 여기 국가 마을에서 얼굴 보자. 응?”
- 아, 그런 깊은 뜻이?
- 자기 성장의 시간을 희생하사 후발 주자를 키우려는 저 넓은 배포.
└ 지랄 ㄴㄴ 저건 그냥 돈미새임.
└ 장비 팔아먹고, 이번엔 물약이냐?
- 이사갔자네. 빈 은행잔고 다시 채워야자네.
- 돈 쉽게 버네. 씨바, 내가 Kor 마을에 있어야 하는 건데.
- 그래서 후발주자들 빨리 가려고 하는 거자네. 가기만 하면 본전은 그냥 뽑을 수 있을 거 같지 않음?
- 하긴···. 역시 돈이 돈을 벌어! ㅆㅍ 불공평한 세상!!
“자, 그러니 이제 나는 연금술이나 하러 간다. 아참, 팁 하나 알려주마. 부직업도 작업실에 따라서 제작 성공 확률이 달라진다. 그리고 성공 확률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다. 심지어 유저의 컨디션까지 따지는 것 같다.”
- 응, 난 제작엔 노관심.
- 사냥 ASMR도 아니면, 볼 거 없지.
- 리퍼 방송도 다 됐나보다. 볼 거 없다는 소리 나왔다.
- 솔까, 요즘 재미없지 않음?
- 이건 다큐방송인지, 예능인지 모르겠음.
└ 뭘 바람, 다큐? 아니면 예능?
└ 시파, 그러게. 내가 뭘 원하지? 그것도 모르겠네.
이런 채팅은 무시가 답이다.
“물약 후딱 만들어서 올리고, 그 다음부턴 다시 빡겜이다. 렙 100 만들어야지.”
- 근데 50 넘어서 2차 전직 없음?
- 저 쉑, 사냥만 해서 그건 아직 정보가 안 풀림.
- 있을 거 같은데.
- 그걸 알려줄 놈이 저 놈인데, 알려줄 생각이 없는 듯.
- 몇 번 물었는데 무시함.
그건 지금 풀 때가 아니니까 그렇지.
이제 여기 국가 서버가 북적거리는 때가 되어야 의미가 있는 정보잖아.
아직 전직 마을에서 렙 40 되는 놈도 드문 마당에 50은 무슨.
자자, 그러니까 나갈 놈들은 나가라.
그래봐야 시청 유지하는 트수들 많아서 별로 섭섭하지도 않다.
그리고 제약도 숙련도를 좀 높여 둬야지.
나중에 약제사가 얼마나 귀하신 몸이 되는지 니들이 알기나 하겠냐?
물론 약제사도 보유 레시피에 따라서 대우가 확 다르긴 하지만.
나는 『운명의 갈림길 나침반』덕분에 레시피 만드는 게 훨씬 쉽거든.
제약에서 잘못된 재료를 걸러낼 수 있다는 건, 정말 엄청난 메리트거든.
거기에 남은혜의 축적된 경험까지 더하면?
캬아 금상첨화지.
자자, 그만 떠들고 약 만들자.
만드는 족족 돈도 되는데 안 할 이유가 없지.
* * *
리버펠튼.
아, 씨바.
여기도 성명 그룹은 못 막나?
“뭐가 그렇게 불만이지? 표정이 안 좋은데?”
“여현중?”
“날 아는 모양이네?”
“칼카이저.”
“오, 그것도 알아?”
병신인가?
코스모스 월드에서 방송까지 해 놓고 놀라긴 왜 놀라?
그나저나 이 새끼가 왜 여기 있어?
리버펠튼의 피트니스 센터.
게임 끝내고 한잠 때리고, 일어나 씻고, 운동 좀 하려고 나왔는데 이 새끼가 여기 있네?
“표정이 이상하네? 나와 만난 적이 있나?”
“없지.”
“없지? 그건 반말인데? 앞에서도 말을 뚝뚝 자르긴 했지만 단어라서 그냥 넘어갔는데, 이건 아니지?”
“왜, 다른 사람한테 반말 들어본 적이 없어? 하는 사람 많을 텐데? 특히 집안에선?”
“그럴 수 있는 분들하고, 너하곤 다르지. 네가 나한테 반말을 할 수는 없지.”
“지랄!”
“뭐?!”
“너 나이가 몇이냐? 우리 비슷한 나이 아닌가? 그런데 니가 나한테 반말을 했어, 그럼 나는? 당연히 그거에 맞추는 거지.”
“너와 내가 격이 같냐? 어디 버러지 같은 새끼가!”
“워워, 버러지? 막말 심하네?”
“야, 이 새끼야!”
다혈질인가?
어깨에 힘 팍 주고 성큼 다가서는데, 키는 나보다 조금 더 크네.
헬스 부심을 세워도 될 정도로 몸도 제법 좋고.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밀리진 않지.
야, 나, 각성자거든?
아, 근데 이 새끼가 전부가 아니네.
주위에 있던 놈 셋이 나를 좌우뒤에서 에워싸네?
이 여현중 새끼의 보디가드구만?
그나저나 리버펠튼, 씨발 이게 대한민국 최고의 보안이냐고!
나중에 보자, 보안책임자 시말서 쓰게 해야지.
근데 여현중 이거 덩어리들하고 함께 있으니까 닮은꼴이네?
너, 좀 치고 다니는 모양인데, 어쩌냐?
형님 각성자에다가 이번에 빡겜하면서 순수 스탯도 팍팍 찍고 있었는데?
크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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