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 어라라, 팀킬? 그건 내 밥을 빼앗는 거잖아!
042. 어라라, 팀킬? 그건 내 밥을 빼앗는 거잖아!
딱 한 방에 천정에 붙어 있던 놈의 머리에 구멍이 생긴다.
머리에 창이 박히는 확실한 시각 효과다.
이건 즉사를 의미하지.
죽지 않았다면 캐릭터의 머리에 창이 박히는 이펙트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약간의 상처와 피가 솟는 정도로 부상을 표현했겠지.
뭐 어쨌거나 창이 머리를 관통해서 즉사.
그럼 다음은?
스파팟!
이미 공격을 시도한 순간에 아스트랄 바디는 풀어진 상태.
곧바로 다시 도약을 세 번 펼치며 협탁 그림자에 숨어 있는 놈의 머리를 찌른다.
콰직!
“크윽!”
“이런, 암살자 놈이 비명을 질러? 이건 되다 만 새끼네?”
정말이다.
암살자 캐릭터가 적의 공격을 받았다고 비명을 지르다니.
“새꺄, 암살자는 곧 죽어도 침묵이 미덕인 거 몰라? 없어 보이게 비명을 질러? 낮은 신음까지는 어떻게 이해를 해 주겠는데, 비명이라니. 하, 모자란 새끼.”
뭘 봐?
죽은 놈이 쳐다본다고 뭐가 달라져?
아직 접속을 끊지 않았는지 눈빛이 살아 있다.
하지만 캐릭터는 죽은 상태라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나저나 핏물속에 엎어져 있는 저건 어쩌지?
내가 자신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믿는 모양인지 꼼짝도 않고 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원래는 방금 죽은 두 놈이 나를 공격할 때, 뜻밖의 일격을 날리려 했겠지.
그런데 순식간에 동료 둘이 죽어 버렸네?
그렇게 되니까 혼자서 나를 상대할 자신은 없고, 그냥 시체 흉내로 위기를 벗어나 볼 생각인 모양이다.
하지만.
“새끼들, 왜 NPC는 죽이고 지랄이야? 아무리 게임 허수아비라고 해도, 나름 역할이 있는 것들인데.”
그렇게 중얼거리며 죽은 두 암살자 놈들의 몸에서 아이템을 루팅한다.
그래봐야 고작해야 국가 도시 수준의 아이템들이다.
거기서야 나름 최상위 템들이겠지만, 월드 시티가 열린 후에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물건이다.
“이런 것도 월드 경매장 열리면 다 쓸 곳이 생길 거란 말이지. 아, 월드 경매장은 열리려면 아직 멀었나?”
어차피 생기긴 할 거다.
아직 그에 대한 이야기는 없지만, 이렇게 슬쩍 방송에서 언급해 주면?
그게 또 내 방송의 격을 높이는 일이 되지 않겠어?
리퍼83이 월드 경매장에 대해서 최초로 언급을 했느니 어쨌느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만으로 충분히 광고 효과가 생기지.
앞서가는 유저의 이미지를 계속 가질 수 있다는 이득도 있고.
“어? 그런데 왜 이러지? 싸움이 끝났는데 정산이 안 되네? 이거 퀘스트가 완전히 끝나야 정산도 해 주는 건가?”
퀘스트 보상은 암살자 한 놈을 잡을 때마다 업적 별, 두 개씩이다.
그런데 킴리의 퀘스트까지 중복이 되었으니까 두당 일반별 네 개.
와, 이렇게 보니까 장난 아니네?
퀘스트에 참가한 놈들 다섯 놈을 잡으면 여유 스탯이 네 개나 된다!
“정말 혜자 퀘스트라니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슬쩍 걸음을 옮겨 응접실에서 침실로 통하는 짧은 복도를 향해 걸었다.
그리고 피를 흘리며 쓰러진 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암살자는 바로 거기, 응접실과 통로에 반반씩 걸쳐서 쓰러져 있다.
나는 모르는 척 걸음을 침실로 향했다.
그리고 막 여자의 시체를 지나는 순간.
푸욱! 푹푹푹푹!
“꺄악!”
“어딜 도망가려고?”
파팟 퍼억!
여자의 뒷목에 창을 내리 꽂았다.
그것도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연달아 내려찍는 창질.
암살자는 내 공격에 자신이 들통난 것을 알아차렸는지 비명을 지르며 몸을 굴렸다.
하지만 벌써 세 번이나 뒷목을 창에 찔린 상태라 캐릭터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게임 아닌가.
기습으로 그런 상처를 입게 되면 자연스럽게 행동에 제약이 생긴다.
그래서 나는 몸을 굴리는 암살자를 놓치지 않고 계속 창을 찔러 넣을 수 있었다.
“꺄아아아악!”
털썩!
결국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체력이 0으로 수렴한 암살자가 마룻바닥에 쓰러졌다.
당연히 죽은 유저에게서 드랍 아이템을 수거하는 것은 빼 놓을 수 없는 일이다.
“룰루, 좋은데? 액세서리가 떨어지다니. 그것도 반지야.”
자랑하듯 아이템을 눈앞에 들어 올려 흔들어 보인다.
10분 늦게 방송을 보게 될 트수들을 위한 배려다.
“반지는 이미 풀로 차고 있긴 하지만, 이게 더 좋은 거네. 스탯 하나라도 더 붙어 있고, 【암적응】이 기본으로 달려 있어.”
반지에 【암적응】스킬이 달려 있다.
반지를 끼고 있는 것만으로 갑작스러운 어둠에 시력 장애를 겪지 않는 효과가 붙어 있는 거다.
그것도 패시브인데 발동할 때, 자동으로 MP 4를 소비하고, 이후엔 따로 소비하는 MP도 없다.
“밤이나 어둠을 주로 이용하는 암살자에게 나쁘지 않은 효과지.”
그러면서 보란 듯이 반지 하나를 바꿔 끼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직후.
《시가전-전장던전》리퍼83 >>> kill 黑客
《시가전-전장던전》리퍼83 >>> kill あんさつしゃ77
《시가전-전장던전》리퍼83 >>> kill Marlin
《시가전-전장던전》1:97
“왓씹! 깜짝 놀랐네. 아, 미안. 원래 내가 욕은 잘 안 하는데 이건 좀 깜놀할만 했잖아.”
일단 자연스럽게 나온 쌍소리에 대한 사과를 하고.
“근데 퀘스트 인원이 100명이나 된다고? 생각보다 많은데?”
정말이다.
딱 그 절반 정도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100명?
이건?
“개꿀이잖아. 계산 좀 해 보자고. 5:4는 100:x. 응? 계산이 안 된다고? 나는 대충 80인 거같은데?”
잠시 트수들 떠들 시간을 주고.
“80 맞아. 그리고 그 80은 내가 이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끝냈을 때, 얻을 수 있는 자유 스탯의 최고치지. 다르게 계산하면 암살자 하나에 업적 일반별 네 개. 100명이니까 400개. 일반별 400개면 자유 스탯 80개 맞지?”
10분 후에 이 영상 보는 트수 쉑들은 아주 배가 아파 죽을라고 할 거다.
생각만 해도 고소하네.
《시가전-전장던전》퀘스트 룰 변경.
《시가전-전장던전》퀘스트 실패시 보상 없음.
“어라? 그러니까 뭐야? 내가 암살자 새끼들을 아무리 많이 죽여도, 중간에 죽게 되면 보상을 안 준다는 거? 100마리 중에서 99마리 잡고 한 마리에게 죽어도 안 준다는 거네?”
그러면서 하이데스 쪽에서 온 놈들은 누가 나를 죽이든 보상을 받을 거 아냐?
이건 좀 불공평하지 않나?
“이거 코스모스 월드 인공지능이 개입한 거 같지? 트수, 니들 생각은 어때?”
당연히 이 새끼들 좋다고 난리를 치고 있을 거다.
“내가 예언하는데, 니들 중에 잘 됐다고 깨춤 추는 새끼 반드시 있다. 거기에 내 존슨을 걸 수도 있어. 알지 나도 아침마다 웅장하게 용트림하는 존슨이 있어. 참, 알람시계 말하는 건 알고 있지?”
와, 나 혼자 떠드는데도 10분 뒤에 방송을 보고 있을 트수들 반응이 눈에 선하다.
“인공지능이 나를 버렸다고? 웃기는 소리. 이건 차라리 나에게 면죄부를 준 거지. 이렇게 퀘스트나 그 보상 수령이 어려운 맛이 있어야 내가 그걸 달성했을 때, 딴 소리가 안 나오는 거야.”
이러면?
또 무슨 깜부설 어쩌고 저쩌고 떠들겠지?
그런 중에 누구는 깜부 아니고 깐부라는 트수도 있을까?
“깜부 같은 거 아니다. 그냥 인공지능은 나름 저울을 공평하게 유지하려고 애를 쓰는 거지. 어쨌거나 중요한 건, 내가 남은 97명을 죽어야 한다는 거야.”
《시가전-전장던전》YouDieA >>> kill Léon
《시가전-전장던전》1:96
“와, 지금 다들 갈고리 수집 중이지? 이건 나도 이해가 안 되는데?”
지금 이건 YouDieA라는 유저가 팀킬을 했다는 소리다.
분명 97에서 96으로 상대 편이 하나 줄었다.
어?
우리 편 아니냐고?
“여기서 또 머리 잘 안 돌아가는 트수가 YouDieA가 우리편 아니냐고 하진 않았겠지?”
분명 그런 놈 있을 텐데, 이 멘트로 그 놈은 방바닥 파고 들어가야 할 거다.
“그런 트수 없겠지만, 만약 있었다면 미안하다. 설마 1:97이라고 이미 내 편은 아무도 없다는 걸 시스템이 공표를 했는데, 거기에 대고 YouDieA가 우리편 어쩌고 했으면, 그 능지처참을 어떻게 하냐고.”
이렇게 일단 궁지에 몰아 넣으면?
또 잔머리 열심히 굴려서 빠져나갈 틈을 만들 거다.
뭐라고 할까?
“여기서 예언, 분명히 이런 소리도 나올 거다. 퀘스트로는 적의 편에 들어가 있지만, 내용상으로는 나를 돕는 놈이니까 같은 편 맞다고. 그렇지? 있지?”
뭐 이렇게 주장하면 또 할 말이 없기는 한데, 중요한 건.
“니들 생각 잘 해. 내가 퀘스트 완수를 하려면 적들 100명을 다 죽어야 해. 그런데 YouDieA라고 내가 안 죽일 거 같냐? 응? 그리고 이런데도 나하고 YouDieA가 한 편이 될 수 있겠어?”
당연히 말이 안 되지.
YouDieA가 무슨 이유로 팀킬을 하는지 모르지만, 그건 솔직히 나에 대한 도전이고 나를 방해하는 못된 짓이지.
“내 편이라면 절대 퀘스트 대상을 줄이는 짓은 하면 안 되는 거야. 내 보상을 깎아먹는 짓이잖아. 안 그래?”
뿌드드드드득!
내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서 거칠게 어금니를 한 번 갈아준다.
아,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 거잖아.
YouDieA 때문에 자유 스탯이 하나 줄었다고.
《시가전-전장던전》YouDieA >>> kill Macellaio
《시가전-전장던전》1:95
“어쭈? 지금 이거 명백한 도전이지? 내 먹이를 뺏겠다는 거!”
이럴 때가 아니다.
YouDieA가 누군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게이머를 잘 아는 놈이다.
이름 자체가 유다희 누님에서 따온 것만 봐도 느껴지는 것이 있다.
설마 이 새끼 우리나라 유저?
왜 문득 든 이 생각에 킹리적갓심이 강해지는 걸까?
“야야야, 트수들아. 내가 지금 소름 끼치는 생각을 했는데 말이야. YouDieA라는 이 유저, 혹시 한국 유저 아닐까? 하이데스 놈들이 끌어들인 유저들 중에 한국 유저가 없으란 법은 없잖아. 이건 정말 킹리적갓심이라고.”
이러면?
트수들 또 난리가 났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것까지 추리하면서 트수들과 놀아줄 여유가 없다.
YouDieA가 또 누구를 죽일지 모르는 상황 아닌가.
“자자, 나 지금 급하다. 이러다가 내 업적별들 다 빼앗길 수도 있어. 그러니 지금부터 빡겜 들어간다. 말없이 보이는 족족 죽이는 걸로.”
이러면서 인벤토리에서 MP 회복제를 꺼내 벌컥벌컥 마셔준다.
당연히 채팅창이 난리가 나겠지만 그건 10분 후의 일일 뿐이다.
“후욱, 후욱, 후욱! 심호흡을 하고 일단 흥분을 가라앉힌다. 이렇게 뛰어나가면 당연히 표적이 되어서 죽을 확률이 높다.”
《시가전-전장던전》뼈따기 >>> kill Matian4
《시가전-전장던전》1:94
“어라? 뼈따기? 이 새끼도 이 퀘스트에 참석했다고? 그런데 팀킬? 이건 대놓고 내가 먹을 업적별을 줄이겠다는 의도지? 어차피 나하고 붙어선 이기지 못할 테니까.”
딱 보니까 답이 나오는데, 그걸 또 당장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MP찼으니까 사냥 나간다. 최대한 빠르게 처리할 거다. 물약 쉬지 않고 빨아가면서 할 거니까 다들 어지러워도 이해해라.”
끼이익!
녹슨 창문이 열리고, 그 소리에 밖을 살피는 암살자 놈들의 모습이 여기저기 드러난다.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놈들이 어른 거렸던 창들은 모두 기억한다.
내가 기억력이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런 암살 상황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집중력이 좋아져서 그런 거다.
스스슷! 콰직!
“큭!”
한 놈!
연속 【도약】과 동시에 펼친 찌르기에 암살자는 맥없이 쓰러진다.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나를 노출시키면서 끊임없이 놈들을 교란시키며 기회가 될 때마다 수를 줄인다.
이것이 내 계획이며 나는 그것을 실현할 능력이 충분하다.
“다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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