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 각성을 받았는데 그걸 더블로 묻어주네? (Feat:각성캐릭터)
004. 각성을 받았는데 그걸 더블로 묻어주네? (Feat:각성캐릭터)
“와, 이건 너튜브 각 씨게 서는데 말이지.”
하지만 과거에도 초기에 각성을 했느니 어쨌느니 설치던 놈들이 꽤 많이 사라졌었지.
MMC에서 작정하고 각성 유도 코쿤이라고 광고를 하던 시기에도 그랬는데, 지금 내가 각성이니 초능력이니 했다가는?
뭐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서 인체신비전을 열게 될지도 모르지.
일단 사리자.
이건 사리는 게 맞다.
뭐, 적당히 적응만 하면 리퍼83의 능력을 지닌 나를 어쩔 수 있는 놈들은 없겠지만, 들키는 순간부터 내 평온한 삶은 없어지는 거지.
그러니까 세상에 각성자들이 쏟아질 때까지 일단 사리고 있는 게 답이다.
그나저나 씨발, 이게 무슨 일이래?
원래 이거, 그러니까 MMC의 코쿤을 이용해서 게임 능력을 각성하는 건 앞으로 5년 정도 후에나 알려지게 되는 현상이다.
지금의 MMC는 수십 개의 가상현실 접속기 제작 회사들 중에 하나일 뿐이다.
가상 현실 접속기를 만드는 회사니만큼 아주 중소기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글로벌 기업, 뭐 이런 수준도 아니다.
따지자면 고만고만한 가상현실 접속기 제작 회사들 중에 하나 일 뿐.
그런데 가까운 미래에 MMC는 자신들이 만든 코쿤을 통해서 초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연구해서 각성 유도 시스템이라는 것을 완성하여 자사의 상품인 코쿤에 업로드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 업로드는 그들이 그 때까지 판매했던 모든 코쿤에 일괄 적용되었다.
솔직히 왜 그런 미친 짓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건 그 일로 MMC가 세계 제일의 기업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각성 가능한 가성 현실 접속기를 만드는 유일한 회사가 MMC였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어쨌건 그 각성 유도 시스템의 업로드 이후로 코쿤 각성자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후 사람들은 각성자와 일반인으로 나뉘기 시작했다.
코쿤을 이용한다고 모두가 각성이 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아무튼.
“상태창은 그 때에나 볼 수 있게 되는 건데, 왜 벌써 나왔을까?”
왜 나한테만 이렇게 빠르게 상태창이 나타났을까?
고민하는 척을 해 보지만, 생각해보면 답은 참 간단하다.
남은혜 그 년 때문이겠지.
내가 코쿤에서 감전을 당한 것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을 거다.
그 외에 다르게 떠올릴 수 있는 이유가 없으니까.
“뭐가 되었건, MMC 주식 매입을 서둘러야겠네. MMC 주식이 지금은 거의 동전주에 가깝지?”
어떻게 흘러나갔는지 모르지만 내 감전사고 소식이 찌라시로 퍼진 모양이었다.
물론 나와 MMC는 정색을 하고 아는 바 없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곧 주식도 안정될 것이다.
그리고 인간을 초인으로 각성시킬 수 있는 코쿤을 만들게 되면?
MMC의 주식은 한 주로 아파트 하나를 살 수 있을 정도가 될 것이다.
이런 회사의 주식을 어떻게 안 살 수가 있어?
게다가 남은혜와 MMC의 금융 치료로 은행 잔고도 두둑한 상황이 아닌가.
절대 실패하지 않을, 아니 엄청난 상승세를 만들 안전 자산.
플렉스!!
MMC 주식을 플렉스 해 버리는 것이다.
크하하하하, 좋다, 좋아!
* * *
클릭 몇 번으로 원하는 주식 거래를 끝낼 수 있는 세상.
내가 10억원 어치의 MMC 주식을 사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건 이대로 두면 언젠가 나를 수십 조의 부자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러니 킵!
있어도 없는 것처럼 생각하고 킵이다.
자, 그럼.
이제 뭘 할 거냐고?
“세상 뭐 있나? 돈 많은 백수가 할 일이 뭐겠어. 취미 생활이나 하는 거지.”
그리고 나에게 그건 취미 생활임과 동시에 수련이기도 하지.
다가올 각성자 시대에 앞서가는 선두 주자가 되기 위한 수련.
“어디보자 코스모스 월드의 오픈 시간이군.”
이때를 기다렸다.
과거엔 아루비타가 코월에 통합될 때까지 나는 아루비타에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남은혜는 그 전부터 코월에서 캐릭터를 키웠고, 아루비타가 코월과 통합될 때에 아루비타의 캐릭터를 코월의 캐릭터와 융합시켰다.
그러니까 아루비타에 있던 캐릭터의 아이템과 스킬들을 모두 자신의 코월 캐릭터에 덮어씌운 거다.
지금 코월을 시작하는 일반 유저들은 그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른다.
하지만 해창 그룹에서는 그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거지.
그래서 해창 엔터와 계약한 플레이어들은 다른 게임에 있는 고렙 캐릭터의 아이템과 스킬을 가지고 왔을 때를 대비해서 거기에 어울리는 코월 캐릭터를 미리 키울 수 있었던 거고.
“나도 그렇게 하면 되는 거니까 배아파 하지 말자. 그리고 그냥 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코월에서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개인 방송 채널을 하나 열어야지.”
이게 또 대박이라는 거다.
미래에는 잘 키운 코월 채널 하나가 대기업 부럽지 않은 매출을 올리게 된다.
게다가 선점이라는 것은 언제나 그만한 가치가 있는 법이다.
* * *
코쿤을 통해서 가상현실을 구현하고, 그 상태에서 코스모스 월드라는 게임 서비스를 찾아서 접속한다.
이 순서가 중요하다.
일단 가상현실에 들어온 후에 코스모스 월드로 다시 들어가는 형식이라서 미래 각성에서 게임 자체 보다는 MMC의 접속기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어쨌건 코스모스 월드는 전형적 RPG게임이다.
레벨, 스킬, 아이템, 스탯 따위를 복합적으로 상승시켜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게임이라는 이야기다.
= 코스모스 월드의 오픈을 준비중입니다.
=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 오픈까지 00:13:45
= 오픈까지 00:13:40
= 오픈까지 00:13:35
= 오픈까지 00:13:30
= 오픈까지 00:13:25
······.
······.
아, 오픈 대기, 게임 오픈일에는 이런 게 있어 줘야지.
캬아, 감성 쩌네.
맞춰서 들어온다고 들어왔는데도 13분 정도 시간이 남았다.
하지만 이런 기다림 정도는 기쁘게 받아줄 수 있다.
게다가 남는 시간에 할 일도 있고.
게임 시작 전에 개인 방송 채널을 정식으로 파 놓으면 좋겠지.
이리저리 허공에 떠 있는 인터페이스를 두드려서 코스모스 월드의 정식 방송 사이트를 찾았다.
“와, 이 새끼들, 벌써 이렇게 많은 채널이 있어?”
역시나!
앞서 가는 놈들은 벌써 이렇게 준비를 해 두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방송을 시작하지 않은 것은 모두가 마찬가지.
적어도 나 역시 이 놈들과 비슷한 출발선에 설 수 있게 된 것은 분명하다.
서둘러서 코스모스 월드의 정식 채널 하나를 개설했다.
방송명 :《각성후 마누라부터 죽임》
“캬하아, 이거 어그로 하나는 확실히 끌겠네.”
아, 잠깐, 이건 아닌가?
괜히 각성이니 뭐니 해서 좋을 거 없겠지?
잡혀 갈지도 모른다.
MMC에서 연구를 시작할 때가 되면 내 방송을 의심할 수도 있다.
바꾸자.
방송명 :《코스모스 월드에서 만납시다! (feat:리퍼83)》
아는 놈들은 안다.
리퍼83이 어떤 놈인지.
적어도 게임 좀 했다는 놈들은 나를 모를 수가 없지.
적어도 RPG에서 암살자 계열로 나하고 비비는 게이머는 그리 많지 않다.
한 때는 내가 게임에서 암살 의뢰로만 생활비를 충당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 때도, 그 이후로도 나는 리퍼83이라는 이름을 숨기지 않았다.
= 코스모스 월드가 열렸습니다.
= 환영합니다.
아, 그 사이에 게임이 열린 모양이다.
그럼 곧바로 접속.
“그래, 접속의 꽃은 커스터 마이징이지. 하지만 실제 모습에서 많이 바꿀 수 없는 시스템이니 오래 끌 것도 없지.”
코스모스 월드에선 복수 캐릭터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캐릭터를 완전 삭제 하는 방법도 없다.
있다면 유저가 죽어서 다시 접속하지 못하는 상황 뿐.
그게 아니면 극단적으로 캐릭터 초기화는 할 수 있다.
모든 게임 활동 내역을 지우고 초기 캐릭터로 돌아가는 것.
하지만 그 때에도 처음 만든 캐릭터로 돌아가는 것 뿐,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캐릭터의 모습도 실제 유저와 비슷한 모습으로 만들어진다.
거기에 이리저리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도 있는데, 그래봐야 게임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 도움이 되는 면이 있기는 하다.
예쁘고 잘생긴 것도 재능이라서 방송에서는 그게 꽤나 큰 매리트가 있으니까.
“나도 해창에서 얼굴마담으로 내보낼까 고민했던 와꾸란 말이지.”
그러니까 커스터마이징은 대충하고 넘어가도 기본은 된다.
“캬, 대충 만들었는데 괜찮게 나왔네. 내가 시간 끌어서 이리저리 손을 대도 이보다 낫게 만들긴 어렵겠다.”
내 얼굴이지만 내 얼굴이 아닌 듯한.
얼굴에 분칠을 가득한 것 같은 얼굴이 나왔다.
체격은 원래 그런 것처럼 슬림하면서 게임 캐릭터답게 잔근육이 가득해서 보기 좋은 모습이다.
“좋아. 암살자로 딱이네.”
나쁘지 않다.
너무 크거나 너무 작으면 시스템에서 보정을 한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도 게임 내의 활동에 따라서 체격도 변화가 생긴다.
그러니 초기의 체형은 대충 잡아도 상관없다.
“자, 이렇게 결정!”
거울 속에 보이는 내 캐릭터의 모습을 화면 속처럼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거울 속 캐릭터 밑에 있는 결정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거울이 사라지며 캐릭터 상태창이 허공에 떠오른다.
§ 리퍼83 §
레벨 : 1LV
클래스 : 암살자
보조 클래스 : 약제사
[근력 : 10]
[민첩 : 10]
[체력 : 10]
[마력 : 10]
[MP : 100]
[HP : 100]
〓〓〓〓〓〓〓〓〓〓〓〓〓〓
∋인벤토리∈
《소모품》
- (비어있음)
《무기》
- (비어있음)
《방어구》
- (비어있음)
《액세서리》
- (비어있음)
《《클래스 스킬》
【도약】→(자세히)
【섀도우 스킨】→(자세히)
【은신】→(자세히)
【언락】→(자세히)
【습격】→(자세히)
【······】→(더보기)
《보조 클래스 스킬》
【약제술】→(자세히)
〓〓〓〓〓〓〓〓〓〓〓〓〓〓
※※※ 귀속 아이템 『운명의 갈림길 나침반』의 효과 적용중
〓〓〓〓〓〓〓〓〓〓〓〓〓〓
“왓?”
아, 이거······, 그랬지.
과거에 코스모스 월드가 MMC와 찰떡궁합이었던 이유가 이거였다.
MMC의 코쿤으로 각성한 각성자의 능력이 코스모스 월드에 그대로 적용 되었다는 거.
그런데 이게 오픈 때부터 되는 거였단 말이야?
이건 미쳤네.
나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인 것은 분명하다.
이게 분명 이렇게 되기는 했었는데, 그 때는 코쿤의 사용자 대부분이 코스모스 월드를 플레이하고 있었고, 그런 중에 각성을 했으니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코스모스 월드를 플레이 하다가 각성을 했으니 그 정보가 플레이어 상태창에 나타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실상은 각성이 먼저고 그 후에 코스모스 월드의 게임 인공지능이 그것을 파악해서 적용했던 것이다.
“코스모스 월드 게임사에서 내 정보를 들춰볼 수는 없는 거겠지?”
플레이어의 개인 정보는 오직 코스모스 월드를 관리하는 인공지능만 확인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했다.
플레이어의 직업이든 스킬이든, 스탯이든, 아이템이든, 진행중인 퀘스트든.
게임사의 GM이 유저 정보를 요청해도 합당한 이유가 없으면 정보를 주지 않는다.
문제는 내가 기억하기로 코스모스 월드의 인공지능은 단 한 번도 유저의 개인 정보를 공개한 적이 없다는 거다.
그게 현실에서 수십 명을 죽인 극악한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아주 또라이 같은 인공지능이라고 했지. 플레이어와 게임에 대해서는 어떤 외부적인 간섭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미친 인공지능.’
뭐, 덕분에 내 개인 정보가 노출될 일은 없을 거란 안심이 든다.
그러니까 내가 캐릭터를 생성하자마자 암살자라는 직업을 가진 것이나, 스킬을 가진 것이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인공지능이 직접 나서서 문제 삼지 않는다면.
음, 설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철저한 방관자, 관찰자의 역할을 내세우는 인공지능이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이 상황은 한 마디로?
“개꿀!”
Comment '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