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3. 코월 인공지능은 절대 내 깜부가 아니다. 봐봐,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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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전-전장던전》리퍼83 >>> kill Сломанный нож
《시가전-전장던전》1:7
아, 씨바 하나 죽이기 힘드네.
이것들이 왜 이렇게 숨어 있어.
이젠 그냥 꼭꼭 숨어서 나올 생각을 안 하네.
게다가 이 새끼들 죽어도 나한텐 안 죽겠다고 지랄들이야.
《시가전-전장던전》뼈따기 >>> kill Krähe
《시가전-전장던전》YouDieA >>> kill OKDie
《시가전-전장던전》1:5
봐봐, 이것들이 대놓고 뼈따기랑 유다이아 놈에게 죽어주고 있다고.
이게 말이 되냐?
이런 식으로 게임 하는 건 반칙이지.
지금 트수 새끼들도 난리가 났을 거다.
어, 딜레이 방송에선 트수들 채팅을 내가 수시로 확인해 볼 수가 없어.
그거 보려면 방송 모드로 들어가서, 지금 방송되고 있는 화면을 따로 봐야 하는데, 암살 퀘스트 하면서 그럴 정신은 없지.
언제 칼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렇게 넋을 놓고 있을 수는 없잖아.
그나저나, 이 새끼들 다섯 남았는데, 어디에 있을까?
일단 근처엔 없는 거 같은데 말이지.
“트수들, 솔직히 이건 아니지 않냐? 씹새들이 팀플을 해도 그렇지 이런 식으로 하냐고. 이건 정상적인 퀘스트를 방해하는 비매너 행위 아냐?”
뭐 이러면 시청자라고 들어온 것들 중에 내 편, 남의 편 갈려서 한바탕 썰전들을 벌이겠지.
어차피 채팅 확인도 안 하니까 알아서들 해라.
나는 그냥 불쏘시개 하나 던져 준 것 뿐이고, 타오르는 건 니들 선택인 것이니까.
자, 그럼 잠시 쉬면서 엠피 채웠으니까 다시 움직여 보자.
이번엔 어디로 해 볼까?
『비홀더 아이』에 달려 있는【주시자의 눈】스킬이 오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이렇게 앉아서 적들 모르게 주위를 살필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지.
【주시자의 눈】스킬의 소환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
시전자를 기준으로 거리 200미터 내라면 어디든 보낼 수 있으니까.
그게 하늘 위든, 땅 밑이든, 건물 안쪽이든 따질 것도 없다.
대신에 거리가 멀어지면 소환할 때 들어가는 MP가 증가하지만, 뭐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그리고 소환한 눈을 중심으로 주변 20미터를 살필 수 있는데, 정작 상대는 그것을 감지할 수 없다.
정말 특별한 탐지 스킬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아직 2차 전직도 제대로 못한 놈들이 【주시자의 눈】을 알아차릴 스킬을 배울 때는 아니지.
“어디 보자. 어디가 좋을까?”
【주시자의 눈】스킬을 준비하면 반투명한 눈동자가 나타난다.
그것을 내가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켜 스킬을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말한 적이 있을 거다.
여기서 내 경험과 감각이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 다섯 명 남은 암살자 놈들이 어디에 있을까.
내 주변에 암살자가 숨기에 적당한 곳이 어딜까.
그런 것을 생각해서 【주시자의 눈】을 사용해야 하는 거다.
그래, 저기.
내가 몸을 숨기고 암살 대상을 기다려야 할 처지라면 저기만한 곳이 없다.
그러니까 저기는 패스.
“저기가 숨기 좋은 곳이란 건, 나도 알고, 적도 알아. 우리 정도 되면 저런 곳에는 안 숨어. 뻔히 예상되는 곳이거든.”
여기서 이렇게 오디오 좀 넣어준 뒤, 그래도 모르니까 패스하기로 한 곳에 【주시자의 눈】을 써 본다.
“어이쿠, 이러면 안 되는데. 우리 정도 되면 저런 곳에 안 숨는다고 했는데, 딱 거기에 숨어 있네? 그러면 넌 정말 모자란 놈이 되는 거라고.”
이번에 주시자의 눈을 만든 곳은 시청 건물의 1층 홀 중앙이다.
시청 건물 역시 시가전 전장의 다른 건물들과 비슷한 모습이다.
산업혁명 시기 유럽의 관청 건물들처럼 규모가 크고, 1층 홀에는 천정에 대형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다.
그런데 그 1층 홀에 암살자가 하나 숨어 있는 것이다.
어디에?
설마 샹들리에 위쪽 천정, 뭐 이런 생각을 한 건 아니지?
솔직히 거기 숨었다가 밑으로 지나가는 암살 대상을 공격하는 건, 무척 어렵다.
의외로 샹들리에가 작은 움직임에도 소음이 많이 난다.
그것 뿐만이 아니라, 샹들리에는 조금만 움직여도 아래쪽에서 빛의 흔들림을 쉽게 느낄 수 있다.
그러니까 샹들리에 위에 숨었다가 암살을 하겠다는 생각은 중급 암살자만 되어도 하지 않을 생각이란 거다.
그래서 내가 아까 패스를 하지 않았냐고?
아니, 내가 패스하겠다고 했던 곳은 거기가 아니다.
홀의 좌우 벽에 서 있는 대리석 조각, 그게 내가 패스하겠다고 했던 곳이다.
홀에는 좌우에 하나씩 대리석으로 만든 실물 크기의 전신상 조각이 있었다.
내가 암살을 계획했다면 그 대리석 조각으로 변장을 했을 거다.
그게 아니면 조각상의 그림자에 몸을 숨기거나.
솔직히 천정에서 떨어져 내리는 것보다는 이쪽이 훨씬 동선이 좋다.
하지만 누구나 의심해 볼 위치 중에 하나라 패스를 하려고 했는데, 조각상 그림자 속에 숨어 있는 놈이 있다니.
참, 뭐라 해야 할지.
어?
그런데 이거 느낌이 쎄하다.
“트수들, 나 방금 뒷머리가 섰다.”
이럴 때에는 또 방송 멘트 한 번 날려 줘야 한다.
이런 느낌은 과거에도 종종 느꼈던 거다.
“저기 보이지? 벌거벗고 돌격 앞으로 자세를 하고 있는 조각상 말이야.”
응, 남자 조각상이야.
내 기억에 무슨 프랑스 혁명을 나타내는 그림 중에 가슴을 반쯤 드러내고 깃발을 휘날리는 여자가 있는데, 그거 비슷한 모습을 한 남자 조각상이야.
뭐? 존슨?
씨바라, 너 같으면 거기에 시선을 주겠냐?
사내새끼 그걸 왜 봐?
아, 본능적인 비교?
그거라면 킹정이지.
솔직히 누가 더 응?
그래 더 그런가 응?
슬쩍 비교하는 건, 못참지.
하지만 내가 이겼다 싶으면 흐뭇하게 웃으면서 재빨리 기억에서 그건 지워버리는 거잖아.
그래서?
당연히 이겼지 씹새야!
내가 졌겠냐?
아무튼 거기 그 조각상 그림자에 암살자 하나 숨었는데, 그걸 잡으러 갈까 하는데 그 순간, 우와 뒷머리가 바짝 서네?
그럼 이제부터 그 이유를 알아보자고.
아, 이건 시간이 제법 걸릴 거 같으니까 일단 방송은 끄자.
10분 전 상황이 방송으로 나가고 있을 테니까, 그러면 1:7을 봤을 그 즈음이다.
저 새끼들이 내가 시청 홀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는 걸 알게 할 수는 없잖아.
뭐, 방송 끊기면 뭔가 알아차리고 대비를 할지 모르지만, 어쩔 수 없다.
방송 중지 자막으로 [다음이 궁금하면 편집본으로 봐라]를 올려주고.
방종!
* * *
아이고, 【주시자의 눈】을 쓰느라 MP회복 물약으로 배를 채웠다.
이것들이 하, 기가 막혀서.
지금 저 시청 1층 홀을 중심으로 살아남은 암살자 다섯 놈 중에 넷이 있다.
그 중에 한 놈은 뼈따기고.
그게 무슨 소리냐고?
일단 조각상 그림자에 숨어 있는 놈이 하나.
그리고 홀의 벽 상단에 있는 채광창 바깥에 숨어 있는 놈이 좌우로 하나씩.
이것들은 딱 봐도 원거리 저격 계열의 암살자야.
연발석궁하고 강력한 저격장궁을 쓰는 놈들이거든.
그리고 정말 어렵게 찾은 뼈따기 쉑.
이건 나도 감탄했다.
시청 1층 홀의 바닥이 화려한 문양의 조각맞춤 대리석으로 되어 있는데, 이 새끼가 거기에 누워 있었다.
내가 찾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은신을 한 상태로.
카멜레온처럼 바닥 문양을 그대로 카피하고 누웠는데, 그걸 내가 눈으로 보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정말 몇 번이나 【주시자의 눈】을 사용한 후에야 찾을 수 있었는데 그것도 절반은 운이다.
무슨 매직 아이도 아니고, 힐끗 스치듯 보고 지나가면서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면 아직까지도 찾지 못했을 거다.
와, 대단한 새끼.
뼈따기란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제법 괜찮은 암살자 계열의 경쟁자가 생긴 거 같다.
그런데 궁금하긴 하다.
왜 과거엔 이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을까?
각성자가 나오려면 몇 년이 지나야 하니까, 그 전까지는 게임 실력으로 성공과 실패가 나누어진다.
지금 내가 보는 뼈따기 정도라면 아무 이름도 없이 사라질 정도는 아닌데, 기억에 없다니.
참, 유저 캐릭터라고 머리 위에 이름이 둥둥 떠 있거나 그런 건 아니다.
그런 식으로 이름이 떠 있으면 은신이고 뭐고 무슨 소용이 있나?
그런데도 내가 뼈따기를 알아본 것은 얼굴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숨기는 기가 막히게 숨었는데, 이상하게도 한 번 찾아낸 후로는 뼈따기의 모습이 훤히 드러나 보였다.
아마도 스킬의 페널티에 상대에게 들킬 경우 은신 효과가 사라지는 옵션이 달려 있을 것이다.
물론 뼈따기는 자신의 은신이 들켰는지 아닌지 알 수 없을 것이고.
스킬에 붙은 페널티에는 그런 조건이 달린 것이 제법 있으니까.
은신이 들켰다는 것을 시스템이 알려면 페널티가 아니라 긍정적 효과가 된다.
그랬으면 뼈따기 쉑, 벌써 자리를 옮겼겠지.
“어쨌건 찾긴 했는데 말이지.”
방송용 멘트로 슬쩍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고.
“유다이아, 이 새끼는 어디 있을까? 뒷머리가 쎄한 걸 보면 시청에 있는 거 같기도 한데.”
내가 YouDieA의 존재를 잊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지금 중요한 건 뼈따기와 YouDieA다.
《시가전-전장던전》퀘스트 룰 변경.
《시가전-전장던전》퀘스트 타임 제한, 일출.
어라?
방송각 제대로 잡으려고 기초 공사를 하려는데, 이런 식으로 초를 치네?
“어? 이건 또 뭐야? 뭔 퀘스트 조건이 수시로 변해? 퀘스트 실패하면 얻었던 업적별도 다 빼앗아 간다더니, 이제는 일출까지 성공하지 못하면 실패야?”
이건 좀 심한데?
이렇게 되면 하이데스 놈들도 퀘스트에 실패하겠지만, 나도 성공하지 못한다.
결국 죽어라 쌈질만 하고, 양쪽 모두 얻는 건 없게 된다는 거지.
응?
퀘스트 참가자들 죽이고 아이템 얻은 건 왜 빼놓느냐고?
아니, 솔직히 월드 시티도 아니고, 국가 도시 수준의 아이템인데 그게 얼마나 된다고 그래?
게다가 내가 죽인 놈들은 다 합쳐서 40명도 안 된다고.
“이거 나한테 저기 시청 홀로 뛰어 들어가라고 등 떠미는 거잖아. 안 그래?”
느낌이 딱 그렇다.
지금 이 순간, 퀘스트에 시간 제한을 건다고?
그것도 일출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그건 빨리 들어가서 함정에 걸려 죽으라는 거지?
“봤지? 코스모스 월드 인공지능은 나하고 깜부 아닌 거다. 나하고 깜부면 절대 이런 짓은 안 하지. 암.”
일단 이렇게 쉬어가는 멘트 하나 날려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푼다.
앉아서 【주시자의 눈】의 눈만 계속 쓰고 있었더니 몸이 굳은 느낌이다.
이걸 잘 풀어둬야 격하게 움직일 때, 탈이 안 난다.
진짜 그러냐고?
아, 코스모스 월드 게임 내에서는 솔직히 거기까진 구현이 안 된다.
그저 느낌적인 느낌이 그렇다는 것일 뿐.
하지만 나중에 코스모스 월드의 리얼 월드에 가면 이런 것도 게임에 영향을 미치지.
거긴 진짜니까.
“자, 그럼 가 보자. 편집본으로 보는 거겠지만, 트수들! 잘 봐라. 내가 리퍼83이다.”
* * *
제일 먼저 처리해야 할 놈들은 당연히 창문 밖에 숨어 있는 원거리 저격수다.
그런데 이것들이 좌우 양쪽 벽에 나뉘어져 있어서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 중에 연발석궁을 들고 있는 놈을 먼저 치기로 했다.
장궁을 들고 있는 놈은 아무래도 사격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
피-파파파팟-잉퍽!
“······.”
【칠환 관통】과 연속 【도약】의 조합으로 오른쪽 벽 상부 채광창에 붙여 있던 암살자 놈을 처리했다.
역시 수준이 되니까 죽을 때에도 신음 하나 없이 조용히 간다.
눈동자만 돌려서 나를 확인하고 조용히 눈을 감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너도 곧 죽을 거라는 그런 눈빛이지만, 그 꿈이 이루어질 것 같으냐?
어림도 없지.
그런데 설마 인공지능이 여기서 kill 메시지를 띄우진 않겠지?
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알리는 그거!
에이,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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