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9. 한국 유저의 독주는 세계 유저의 의욕을 꺾어 놓았다
039. 한국 유저의 독주는 세계 유저의 의욕을 꺾어 놓았다
“후욱!”
파밧!
“후우욱!”
파바밧!
현실에서 【도약】 스킬을 사용할 때에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과거의 간접 경험으로 익숙한 스킬이지만 지금의 내 몸은 기억 속의 몸이 아니다.
【도약】을 쓰기 위해서는 짧은 순간 많은 것을 판단해야 한다.
공간을 직선으로 빠르게 가로지르는 것이기 때문에 중간에 방해물이 있으면 안 된다.
그것을 파악하기 위해서 뛰어난 동체시력과 그것을 뛰어 넘는 기감이 필요하다.
본래 동체시력으로 시작하는 것이지만 결국은 기감이라는 것으로까지 발전한다.
“아직은 기감으로 느낄 수 있는 거리가 너무 짧아.”
고작해야 25미터.
과거의 기억에서 나는 80미터 거리까지 기감을 뻗을 수 있었다.
그래서 【도약】을 쓸 때에도 위험 부담이 그만큼 적었지.
“훤히 뚫린 곳에서는 눈으로 보고 이동하니 50미터도 가능하지만, 어둡거나 안개, 먼지 따위가 많은 곳에서는 기감 거리까지만 이동을 해야지.”
그게 내 몸을 지키는 안전한 방법이다.
물론 더 안전하게 하려면 【아스트랄 바디】를 사용한 상태로 도약을 하면 된다.
영체 상태라서 물리적인 타격을 안 받으니까.
하지만 그러기에는 MP의 소모가 너무 심하다.
그러니 결국 연습을 통해서 최대한 실수를 줄이도록 하는게 답일 수밖에.
집의 모든 문을 활짝 열어두고 거실을 중심으로 이리저리 【도약】을 쓰며 몸을 푸는 중이다.
이런 연습은 시간이 날 때마다 해 줘야 한다.
【섀도우 스킨】, 【은신】, 【언락】, 【아스트랄 바디】의 스킬들도 스케줄을 정해서 연습을 하고 있다.
나중에 알려지는 내용이지만 이런 연습과 수련은 반드시 필요하다.
MMC의 코쿤으로 각성을 한 후, 게임으로 그 능력을 성장시키는 것은 매우 궁합이 잘 맞는 편이다.
그래서 게임을 하던 중에 각성을 했다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고.
하지만 그것은 선후에 심각한 오류가 있는 생각이다.
각성 이후에 게임 능력을 얻는 것이지, 게임 능력을 얻어서 각성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능력을 얻었다고, 현실에서 그 능력을 100%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묘한 딜레이나 성능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코쿤이 각성자에게 캐릭터의 능력을 얻을 수 있게 해 준 것은 분명하지만, 완벽하게 같은 것은 아니란 소리다.
현실의 인간은 게임 캐릭터가 아니다.
그래서 연습이 필요하고, 게임에서 가지지 못한 능력을 현실에서 개화하는 경우도 간혹 나온다.
어쨌건 각성자라면 현실에서의 스킬 연습은 절대 빼 놓을 수 없는 수련 과정이다.
“지금까지는 엠피가 부족해서 제대로 연습을 못했지만, 지금은 뭐 전보다는 상황이 많이 나아졌으니까.”
§ 리퍼83 §
레벨 : 99LV
클래스 : 암살자
보조 클래스 : 약제사
[근력 : 30]
[민첩 : 40]
[체력 : 40]
[마력 : 90]
[MP : 900]
[HP :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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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떨어지게 맞춰 놓은 스탯 창이다.
아직 금별 몇 개는 여유분으로 남겨 뒀다.
게다가 이건 아이템 보정이 전혀 없는 순수 스탯이다.
그럼에도 이 정도면 상당한 편이지.
사실 욕심대로 하면 MP만 찍고 싶지만, 그랬다간 정말 한 방에 훅 갈 수 있는 물몸이 된다.
그래서 근력, 민첩, 체력도 필요한 만큼 찍어줬다.
솔직히 이것도 웃기는 건데, 이 상태창이란 것이 사실은 각성자의 능력에 제약을 걸어 두고 있는 거다.
각성자가 성장할 수 있는 한계를 상태창의 숫자가 정해 놓고 있는 거지.
지금 내 체력이 40으로 되어 있지만, 저건 지금의 내게 걸려 있는 제약이다.
그 이상으로는 체력적인 성장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정신적인 족쇄.
“각성이라는 것도 참 웃겨.”
혼잣말을 해 본다.
코쿤을 통해서 각성을 하는 것은 사실 게임과 관계가 없는 일이다.
각성은 코쿤을 통해 가상현실에 접속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다.
그 변화 덕분에 가상현실의 정신과 육체가 현실의 육체와 정신에 덧씌워질 수 있는 것이다.
각성을 한 후에 덧씌워지는 가상의 육체와 정신이 대부분 게임 캐릭터기 때문에 상태창이 생기고, 스킬이 생기는데, 그로 인해 선후의 오해가 굳어진 것이다.
진실을 말하자면 그것은 각성자가 속고 있는 것이다.
각성은 가상의 육체와 정신을 전해 받기 전에 일어났다.
게임의 캐릭터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이미 각성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인 것이다.
게임은 멀쩡한 각성자에게 캐릭터와 스탯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제약을 걸어버린다.
“하지만 또 그게 제일 효율적이긴 하지.”
보통 사람들은 각성을 해도 그 능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능력은 생겼지만 쓸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그런 각성자에게 게임 캐릭터는 정말 최고의 가이드북이다.
“그래서 캐릭터의 레벨을 높이고, 스탯을 올리고, 스킬을 익히는 거지. 게임에서 그게 가능해지면 현실의 가이드북도 업그레이드가 되는 셈이니까.”
각성과 캐릭터의 진실은 그러하다.
각성자가 게임 캐릭터에게 길들여지는.
“그러니까 현실에서 제대로 능력을 쓰려면 연습을 해야 하는 거지.”
직접 할 수 있는 것과, 가이드북이 해 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현상이나 결과는 비슷해도 그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나중에 이런 수련이 빛을 볼 때가 반드시 온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다른 나라들의 게임 열기가 많이 식어 버렸단 말이지.”
코쿤에 들어가며 현재 코스모스 월드의 상황에 떠올리며 고개를 흔든다.
한국이 월드 시티에 입성한 것이 벌써 일주일 전이다.
그런데 다른 나라들은 아직도 월드 시티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성공 이후에 미국, 인도, 브라질이 반나절 정도의 시차를 두고 레이드에 도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한 실패.
그 후, 심기일전한 중국이 다시 이틀 뒤에 도전했지만 역시 실패.
지금까지 한국 이외에 어느 나라도 레이드에 성공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한동안 커뮤니티에 불만이 가득했다.
“아니, 지들이 능력 부족인 걸, 왜 한국인 욕을 하냐고. 특히 나를!”
이게 문제다.
코스모스 월드는 전 세계의 유저들이 국가별로 나뉘어서 경쟁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이 압도적으로 앞선 상황이 벌어지자, 다른 나라의 유저들 의욕이 꺾이고 만 것이다.
‘해 봐야 어차피 1등은 한국유저.’
그러니 그냥 설렁설렁 2등 컨텐츠나 즐기겠다는 유저들이 늘어났다.
굳이 국가전을 치르고 1등을 하려 애쓸 이유가 있냐는 것.
어차피 못 이길 건데.
이런 마인드라고 할까?
“보통 게임에서 대형 길드 하나가 서버를 통째로 먹으면 벌어지는 현상이지. 거대한 독식 세력에게 항복하고 즐겜만 하겠다는.”
하지만 그래서는 코스모스 월드가 준비한 핵심 컨텐츠가 무너지는 결과가 나온다.
여러 나라가 치고받고 싸우면서 대규모 쟁을 벌여야 하는데.
‘1등은 그냥 니들이 해!’
이러면서 포기라니.
“뭔가 조치가 나오긴 할 텐데 말이지.”
아직 따로 발표된 것은 없다.
하지만 조만간 뭔가 나오긴 할 거다.
다른 나라들의 월드 시티 장벽을 좀 낮춰 준다거나 하는 방식이 나오겠지.
코월의 인공지능도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테니까 동의할 가능성이 높고.
* * *
“트하!”
- 리퍼 하이!
- 리하, 리하.
- 방가방가!
- 푸하학! 방송 시작할 때까지 숨 참고 있었음.
└ 개드립 꺼져!
오늘도 오픈런이 상당하다.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채팅창이 시끄럽다.
다행스럽게도 내 방송에는 여전히 트수들이 넘쳐난다.
물론 월드 시티에서 개척 사업을 벌이고 있는 길드들의 방송도 흥하는 중이다.
그 말은 그만큼 코스모스 월드라는 파이가 커졌다는 뜻이다.
한국유저 독식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유저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당연히 한국 유저의 유입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많은 편이고.
아, 개척 사업?
그건 국가 길드가 월드 시티에서 심시티를 하고, 새로운 지역을 열어가는 과정을 말하는 거다.
월드 시티는 오픈 필드로 나가는 관문인데, 일정한 국가 점수가 쌓여야 필드로 통하는 게이트를 열 수 있다.
지난 일주일 동안 Kor국가 길드는 두 곳의 오픈 필드를 개방했고, 유저들은 그곳에서 사냥과 파밍을 진행중이다.
- 오늘 어디 감?
- 오겜무?
- 설마 또 국가 도시에서 노잼 사냥을 할 건 아니겠지?
- 타락, 타락, 타락 가자!
└ 필링좌 흉내? 그러다가 너 밴!
└ 아니거등! 원래 삼창은 흔한 표현이거등?
└ 밴 안 당하려고 애쓴다! ㅋㅋㅋㅋ
“타락에 가라고?”
타락은 월드 시티에 열린 두 곳의 오픈 필드 중에 한 곳이다.
이름은 <타락한 자들의 세상>.
컨셉은 사이비 종교가 세계 하나를 말아먹은 아포칼립스 세상.
사이비 종교의 교주인 영능력자가 교도들을 이끌고 세상을 점령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영적인 폭주가 일어나면서 세상 곳곳에 온갖 종류의 고스트가 태어나게 되었다.
지금은 사이비 교주에게 대항하는 저항 세력과 사이비 교도, 그리고 몬스터라고 할 수 있는 고스트가 서로 뒤엉킨 상황이다.
유저는 저항 세력의 용병이 되어서 멸망한 세상을 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고스트, 그것들 물리 저항이 무지 높잖아. 어떤 것은 아예 물리 데미지를 받지 않고.”
- 그러니까.
- 고로치!
“내 데미지가 모두 물리 데미진데, 거길 가라고? 작정하고 묻어 버릴 생각들이냐?”
- 킹치만, 리퍼가 사냥하는 건 노잼인 걸?
- 솔직히 위기감이 없긴 하지.
-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 【도약】은 솔직히 사기지.
- 위험한 상황이 없어. 그냥 번뜩 하면 빠져나가 버려!
- 거기다가 미친 데미지로 아무리 강한 몹도 작정하고 공격하면 그냥 원킬이자네.
- 그러니까 물리 내성이 극악한 타락에 가서 고생을 좀 하라는 거지.
- 솔직히 리퍼 이 쉑은 거기 가도 펄펄 날아다닐 듯.
<타락한 자들의 세상>의 대표 몹인 고스트는 유령이라 물리 데미지가 잘 안 들어간다.
그냥 빙의체 같은 경우엔 상관없는데, 고스트 상태로 현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등급이 되면 나로선 상대하기 까다롭다.
“아무리 그래도, 나는 거기 갈 생각 없어. 거기는 마법사나 힐러들이 가는 곳이지.”
괜한 고생을 사서 할 이유가 어딨나?
게임은 즐겜이 최고지.
- 실망!
- 쫄?
- 미션 주면 가나?
└ 그런 거로 못 낚는다. 이 쉑 가만 보면 자낳괴도 아니야.
- 글고 보면, 요즘 새로운 정보도 별로 없지 않았음? 솔까, 훼이니 눈나랑, 킴리 눈나 아니었으면 방송 안 본다.
- 아으으응! 킴리 눈나!
- 훼이니 눈나의 원피스는 정마알!!!
또 이런다.
솔직히 코스모스 월드에 보기 좋은 NPC가 저 둘 만 있는 것도 아닌데, 유독 훼이니와 킴리에 열광한다.
그런데 또 그게 이유가 있는 거다.
인공지능의 차이.
특별한 NPC들에게만 적용되는 진짜 사람같은 인공지능.
그 때문에 화면으로만 보는 트수들도 훼이니나 킴리가 아닌 다른 NPC에겐 아쉬움을 느끼는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 뭐? 뭔데?
- 또 낚시질?
└ 킹지만 매번 낚이는걸?
└ 정신차려보니 이미 미끼를 물고 있다.
└ 이미 뜰채 안에 있는 나를 발견했다.
“벌써 길드 전쟁이 시작된 거 알아?”
- 무슨 미친 소리?
- 글게? 길드전 어떻게 함?
- 국가 도시에 길드전 이야기 없던데?
- 내가 길드를 가지고 있다 이 말이야. 그런데 길드전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이 말이야. 그럼 리퍼 이 쉑의 말은 대체 뭐냐 이 말이야.
- 그러게?
- ???
“아무튼 니들도 참 문제다. 어제 잠깐 길드에 들렀을 때, 킴리 마스터가 보자고 했단 소리 못 들었냐?”
- 킴리 눈나도 없는 국가 도시 뒷골목 길드 따위! 아웃오브안중임!
- 그래서 채팅만 시끄러웠지.
- 그러느라 리퍼 쉑이 길드에서 무슨 이야길 했는지 제대로 아는 놈이 하나도 없다는 거야?
- 있는, 있는, 있는 겁니다아! 킴리 언니가 월드 시티로 오라고 부른겁니다아!
- 필링좌 어서 오고! 근데 언니?
- 아, 그래서 지금 리퍼 쉑이 월드 시티로 온 거군. 근데 언니?
- 어제 방종하기 직전에 월드 시티로 왔음. 그리고 곧바로 방종. 근데 언니?
- 씹새가, 월드 시티에 왔다고 흥분한 트수들 대가리에 찬 물 끼얹고 갔지. 킹데 언니?
- 닭쫓던개! ???
- 근데도 방송을 못 끊어! 묘해, 묘해! ???
- 남자도 여자를 언니라 부르기도 한다. 꽝꽝! 근데 언니? 필링좌 여자?
필링좌가 여자일 가능성은 높지.
일단 느낌이 그렇잖아.
하지만 나는 모든 트수를 남녀구별없이 그냥 트수로만 본다.
그러니까 무시.
“그래, 길드전은 길드전인데 유저 길드 말고, 코스모스 월드 안에 있는 NPC길드. 그 중에서 암살길드의 항쟁이 시작될 거 같다.”
- 음, 그 말이었군.
- NPC 길드의 길드전이라.
“여기서 중요한 거, 내가 <고양이 발걸음>의 후계자 중에 하나란 거지. 잘만 하면 내가 <고양이 발걸음>의 마스터가 될 수도?”
- 미친, 너 혼자 다 해 먹어라.
- 이러니 다른 나라 놈들이 따라오길 포기하지.
- 유저가 NPC 길드의 마스터?
- 이제 월드 시티에서도 조심해야 하는 거야? 저 리퍼 쉑이 기분 나쁘면 암살자들이 유저를 학살하고 다닐 거 아녀?
- ㄷㄷㄷㄷ
“물론 킴리는 추정 레벨이 350 정도 되니까, 나도 그 정도는 되어야 마스터 자리를 물려받을 수 있겠지만.”
- 또 낚인거?
- 역시 씹새 리퍼!
- 그래도 기대가 되는 나는(중독자임 개돼지 아님)
- 리퍼 중독자가 개돼지 보다는 나은 거 맞겠지?
- 그래서? 암살길드 항쟁에 리퍼 너도 참가할 거?
- 아직 쪼렙이지 않음?
- 유저들 사이에서나 탑이지, NPC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
- 그럼 이번엔 저 쉑 유다희 누님 만날 수도 있는 걸까?
- 근데 전에 그 좋은사람들의 뼈따기, 걔가 <하이데스> 소속 아님? 암살길드?
- 아, 이게 이렇게 연결되네. 뼈따기 한동안 안 보였는데.
- 그건 좋은사람들에서 그 쉑을 철통같이 지켜서 그럼. 절대 혼자 안 다님.
- 아무튼 팝콘 각 나올지도 모르겠음. 일단 대기.
- 아니, 일단 무브, 무브, 무브. 킴리! 킴리! 킴리!
그래, 이즈음에 킴리가 <하이데스>와 싸움을 시작하고, 어이없이 패배하게 된단 말이지.
킴리가 죽지는 않지만, 암살자 길드 <고양이 발걸음>은 해체 수준으로 박살나고 말지.
그런데 이번엔 어떨까?
내가 끼어도 결과가 같을지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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