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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TYE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2
최근연재일 :
2021.07.15 18:05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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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3
추천수 :
45
글자수 :
320,977

작성
21.07.1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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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용병(20)

DUMMY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난 것 같은데,

정말 아무 일도 없다.

의뢰가 없는 건 개인적인 사실이라도 믿었던 게 좋은 수다.

그렇게까지 직업 정신이 없는 게 말은 된다.

특히나 내가 그러니까.

모든 건 합리적인 판단 하에 맡긴다.

내가 값비싼 흥신소가 된 건 여러모로 이익이라서.

괜히 일은 하기 싫고,

그렇다고 돈을 벌려고 홀몸으로 강도 짓을 하면 국방연이 거슬리고,

게다가 책임을 지고 싶지는 않아서 브로커를 두고 있는 셈이니.

악어와 악어새.


"그런데, 이거 언제 끝나냐."


어찌저찌 받은 프린트 업무는 의외로 오래 걸린다.

파일을 조작하는 건 아니라도 여러모로 문제가 생긴다.

용지가 부족하다고 해서 용지를 채웠고,

갑자기 잉크가 부족하다고 해서 잉크를 채워야 했다.

교무실의 프린트기가 대형인데

왜 내가 있을 때 이러냐는 의문이 든다.

용지가 부족한 건 그렇다 치자.

용지 부족과 잉크 부족이 같이 걸린다고?

이건 운이 안 좋은 게 맞다.

디지털 쪽이 아니라서 다행이긴 하다.

그건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건 염력 말고 다른 기술력이 필요하다.

역시 프로그래밍 관련해서는 능력자든 비능력자든 평등한 영역이다.

제 아무리 전기를 다루는 '제우스' 같은 능력이라도 그걸로 코딩을 할 수는 없을 테니.

능력자들이 세상을 더 빠르게 망친다니, 예전에 들었던 그 소리가 우스워진다.

동등해 보이는데.

능력이란 게 있어도 다른 능력이 있는 사람이 더욱 빛을 발하는 건 비능력자 시대도 똑같지 않았나.

하물며 능력자라고 다 출세하지도 않는 사회에 무슨 헛소리인지 모르겠네.

그래서 사상가들은 함부로 엮이면 안 된다.

종교 같은 것들은 사람을 망치기 마련이다.

다른 건 몰라도 여기 아이들은 그런 데에 속하지 않으면 좋겠다.

진짜 차라리 국방연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진'을 봐서 이러는 건가.


"잠깐."


결국 불공평했지 않나?

'진'은 일방적으로 신상 정보를 알았고,

나는 알아낸 게 없고,

차 번호까지는 알게 되었지만, 그 밖에는 없다.

애써 '윤후'라고 가명을 쓴 것도 의미가 없네.

도대체 뭘 했던 거냐.


-이잉, 체켁


모든 일이 완료되었다는 정겨운 소리에 잠시 기다린다.

혹시 잉크가 번지면 그것대로 큰일이니.

실제로 갓 나온 프린트물이 잉크에 번지는 현상을 본 적은 없다.

전통이라고 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겠네.

관습이다.

그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이런 불안감이 그 자경단의 음지라고 자칭하는 족속들이 가지고 있던 사상과 맞먹는 건가.

습관적으로 평화를 도모하고 있을 뿐이지

평화와 불화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범죄 자체를 평화롭지 못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않으니까.

치안 부서가 왜 있는 건데.

만약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만약이 아니라 범죄는 현실이 되기도 한다.

내가 일으키는 것과 같이.


"아, 까먹었네."


수십 장이 넘어가는 종이를 센다는 건 집중력을 요구한다.

세면서 다른 생각을 하는 순간 숫자가 기억이 안 난다.

이럴 때마다 은행에 있는 그 기계가 필요하단 생각이 드는데,

이런 사소한 일을 처리하기 위한 비용이기에는 너무 들지.

잠시 다른 생각은 접고 세리기로 한다.

하려는데.


위잉-


진동이 울리면 어쩔 수 없다.

어떤 메세지가 나한테 날아왔는지 확인하기 전에는 제대로 집중을 못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면 당장 보는 게 정설이다.

그런데, 송신자가 의외다.


"'진'?"


일단 내용을 보기도 전에 기분이 나빠진다.

일이 다 끝났다는 생각이었는데, 발뺌을 하려는 생각인 건지.

그런 상황에서 내용은 더욱 전혀 시원치 않다.


[의뢰를 받을 생각이 있나요]


물음표도 안 붙였네.

꼰대 발상이긴 한데

적어도 물음표는 붙여야지 정성스러운 느낌이 든다.


위잉-


그 사이에 다음 문자가 날아온다..

또 '진'이다.


[그보다 의뢰비를 보통 얼마에 받죠?]


여기에 물음표를 붙이네.

참 어리숙하다.

비용도 모르고 덤비면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는 건데?

하지만, 이 이상 문자로 소통하는 건 불가하다.


[거점에 와서]


이런 내용으로 일단락을 시켜서 일이나 다시-


위잉-


왜 이러는 걸까.


[곧 일이 생길 건데요]


뭔 개같은 소리지.

지금 당장 필요해서 헬프콜을 하는 건가?

상황은?

장소는?

일단 비용보다는 급한 용무라면 그게 나와야지 않겠나.

그러나 어떻게 봐도 SOS도 아닌 이 문자를 어떻게 해석할 수가 있을까.


투왕-


약간 천둥이란 느낌이 드는 효과음이다.

장마는 지나가서 갑자기 소나기가 칠 일은 없겠거니 하는데,

실제로 기후에 의한 현상이 아니다.

그만큼 체감상 소리의 근원지는 엄청 멀고,

마른 하늘의 벼락의 반짝거림도 없다.

순수한 인공적인 현상에 의한 것.

그러면서 피어나오는 연기는 아무리 봐도 화재 현장이다.

나름 유흥가나 거주 구역과는 떨어진 곳에 위치한 교육 시설이라도 그런 것들이 보인다.

도심의 현황이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위잉-


[그쪽에서 보이고 있나요]

[기가 막히게 문자질은 잘하시네요]

[들어주실 건가요?]


글쎄다.

솔직히 국방연에 맞닿는 일이라면,


[들어주기 어렵죠]

[?]


'왜'라고 붙이지도 않고 물음표만 띄우네.


[국방연에 굳이 얼굴을 비추고 싶지 않으니까요]

[변장이 있죠]

[염동력자가 관여하는 순간 뭐라고 여길지 눈에 훤히 보이는데 감히 다가갈 순 없으니까요]


대충 이렇게 문자질을 마무리한다 싶더니,


[방관한다는 얘기죠]


그렇게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애초에 그럴 생각은 아니다.


[거래 따위가 없는 거지 돌발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일단 '진' 건은 이렇게 끝내놓고

마저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관례가 필요하다.


- - - - - - - - - -


교실의 문을 열고서


"선생님."


선생에게 말은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수업 중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있는 건 덤이다.

아니, 덤은 아니고 그것도 중요하긴 하지.

그냥 말없이 내가 없어지는 것도 이상할 테니까.


"선생님도 연락을 받았나요?"


그러나 이미 여기도 상황을 파악한 모양이다.

제대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느낌보다는 수업은 진즉 물건너가고 빨리 대피하려는 움직임이다.


"연락을 못 받았는데, 연기가 피어오르는 게 보이더라고요."

"빨리 대피소로 가라고 지시를 받았어요."


그래 보인다.

그런데, 대피소가 궁금하긴 하다.

원래 핵을 대비해서 방공호가 있긴 할 텐데, 예전 테러 사건을 감안하면 이 시설의 방공호는 옛날보다 투자가 되어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라서 어떤 모습일지 보고는 싶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다.


"통솔하는 걸 도와주실 수 있나요?"


여부를 물어보는 건 너무하지 않나.

보통이라면 여부를 물어볼 필요 없이 명령만 해도 해줄 의향이란 가득이다.

보조라고 해도 교사로서의 도리는 그게 최선이니까.

애석하게도 이번에는 여부를 물어보는 게 옳은 일이다.


"아니요. 선생님한테 애들을 맡길 거고, 저는 저쪽으로 가봐야겠습니다."

"네?"


당황스럽긴 하겠지.

선생 앞에서는 선생님의 모습만 보여줬지 강경한 모습은 하나도 없었으니까.

사고 현장으로 달려나가는 영웅스러운 면모는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


"여기엔 피해가 없게끔 하고 싶어서요."

"···간다면, 너무 위험한 거 아닌가요?"

"걱정하시진 마세요. 돌아올 거니까요."

"지키실 거라면, 애들 옆에서 있어줘도 되지 않나요···?"


뭐, 그것도 맞긴 한데,

본심을 말할 수는 없으니.


"제가 원래 그런 사람이라서요."


일단 선생한테는 이렇게 말하고,


"얘들아, 선생님은 잠시 다녀올게."


애들한테 출사표를 던-


"가지 마세요!"

"위험한 곳에 왜 가려는 거예요?!"

"저희랑 같이 있으면 안 돼요?!"


선생보다 끔찍하게 말리려 든다.

그냥 말로만 그러는 것도 아니고,

아예 7명 되는 인원이 나를 어떻게든 가로막으려고 한다.

단순히 육탄적으로 막으려는 것도 아닌

미숙한 능력으로 나를 짓누르는 느낌도 든다.


"너희들은 충분히 다른 선생님들이 있으니까 안전할 거야."

"선생님이 걱정인 거예요!"

"나가면 안 괜찮아요!"

"안 가시면 저도 대피소로 안 갈 거예요?!"


그거 참 무서운 협박이다.

솔직히 저런 애의 고집이 각오로 들리지는 않지만.

한 몇 분은 그러다가도 대피소로 가겠지.

물론 모든 아이들이 말리는 건 아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나

나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 알고 있는 '걔'는 말없이 지켜본다.

내가 지켜보니 고개를 끄덕인다.

여론에 휩쓸려 가라고 말은 못해도

인정은 한다는 거다.

나라면 생환할 수 있을 거라고.


"미안하다. 그래도 돌아올 수 있단다?"


나를 제압하려는 폭동은 염력으로 잠재운다.

달라붙은 애들을 서서히 떼어내어 바닥에 안착시킨다.

푹신푹신하게.


"끝나면 연락할게?"


애들한테 말한 거기도 하고,

선생한테 말한 거기도 하다.

살아있다는 생존 신고를 선생한테 하면 애들도 알 테니까.


- - - - - - - - - -


나는 전장이란 걸 나름 겪어봤다고 생각한다.

내 세대가 전쟁과 친한 세대는 아니라지만,

하필 하는 일이 그렇고 하니 경험이 있다고 자각하는 편이었는데.

그러나 오늘 그 말이 틀렸다는 느낌도 드네.

바로 날아갈 수는 없으니 차를 끌고 오긴 하는데···

괜히 가져왔나?

벌써부터 시체가 널부러져 있는데 내 차가 용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유턴해서 뒤로 가려고 해도 어느 곳이나 썩 괜찮은 구역이 보이지 않는다.

여러모로 사면초가다.


치지직-


난데없이 습격인가.

그것도 전기 능력이라.

염력으로 입자 자체를 밀쳐내면 그만이라 나한테 닿지 않는다.

위력도 형편 없고.

그래도 우뚝 선 건물들 어딘가에 있다는 걸 생각하면 참 거지같다.

늦여름의 피비린내는 역겹다.

이게 진짜 전쟁인가.

무차별적으로 전장에 있는 민간인은 죽어야 한다는 건가.

그런 것에 동정을 느끼는 건 아니라도,

저런 새끼들은 싫다.

수행할 일이 있어서 하려다가 민간인이 죽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나

민간인을 죽이기 위해서 이런 참극을 벌였다는 건 목적성부터 저질이다.


치치직-

치이이이이이이익


"시시하네."


건물 속에 숨는다고 모르진 않는다.

공격 패턴이 너무 단순하다.

트릭 플레이를 위해서 여러 방향에서 공격하면 눈치를 못 챘겠지.

그렇지만, 자꾸 일방향에서 전기가 날아오면 의심을 할 수밖에 없지 않나?

공기에 염력을 흘려서 탐색,

발견,

목표 확인,

사살,

은 바로 할 순 없고,

조무래기니까 잠시 심문이나 해야지.

내 앞으로 끌고 와서,


"너희들 뭐냐?"


한국어로 말하고 나서 본 건데,


"어··· Where are you from?"


적어도 아시아인은 아니다.

중동은 절대 아니고, 서양이다.

발음이 좀 좆 같더라도 얘기를 안 하면 손가락을 부러뜨린다.


"You Motherfu-"

"Suck Asshole."


사실 쌍욕을 다 하기 전에 목을 꺾어서 내 답변은 못 들었겠다.

징한 놈이다.

끝까지 출신을 안 말해주네.

하여튼 한국계가 벌인 일이 아니라면 지금 이 사태는 뭔가?

수수께기를 푸는 게 급선무인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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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용병(23) 21.07.15 31 0 15쪽
58 용병(22) 21.07.15 36 0 12쪽
57 용병(21) 21.07.13 36 0 12쪽
» 용병(20) 21.07.12 39 0 12쪽
55 용병(19) 21.07.09 34 0 12쪽
54 용병(18) 21.07.07 32 0 12쪽
53 용병(17) 21.07.06 36 0 12쪽
52 용병(16) 21.07.05 36 0 12쪽
51 용병(15) 21.07.03 39 0 12쪽
50 용병(14) 21.07.03 36 0 12쪽
49 용병(13) 21.07.01 29 0 12쪽
48 용병(12) 21.06.30 3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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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용병(3) 21.06.20 30 0 12쪽
38 용병(2) 21.06.19 34 0 12쪽
37 용병(1) 21.06.18 38 0 13쪽
36 희생자 4 21.06.17 33 0 13쪽
35 멘데이트(15) 21.06.17 34 1 12쪽
34 멘데이트(14) 21.06.15 36 0 13쪽
33 멘데이트(13) 21.06.13 33 0 12쪽
32 멘데이트(12) 21.06.12 36 0 12쪽
31 멘데이트(11) 21.06.11 3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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