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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TYE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2
최근연재일 :
2021.07.15 18:05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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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0,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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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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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멘데이트(11)

DUMMY

"습격 날짜가 정해졌다.'


'부단장'에게서 결국 뜻하지 않은 소식이 흘러나온다.


"확신까지는 아니고, 그럴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일단 그 날짜라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거죠?'

"들린 정보는 그러하니 그래야지. 그러나 상황을 보는 게 우선이겠지."


'스텔라'의 의도로는 적을 쳐부수고 싶은, 어쩌면 조직과 함께 기관의 일원을 같이 담가버리고 싶은 욕망이 잠재되어 있는 듯하다. 어지간해서는 웃지 않을 '스텔라'가 미심쩍은 태도로 '부단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언제죠?"

"사흘 후."

"사흘 후에, 장소는 건물 전체를 습격하겠죠?"

"정정당당하게 장소로 불러내서 정면승부를 벌일 케이스는 없겠지. 더군다나 그들은 민간인을 신경 쓰지 않을 모토일 테니 본진 자체를 습격하는 걸 마다하지 않을 테지."

"그러면, 인명 피해가 나도 그들 탓으로 몰고 갈 텐데."

"그렇다고 위험한 일을 벌일 필요는 없지. 미필적 고의로 불특정 다수를 살해하는 건 삼가야 하지."

"가당키나 할까요. 저도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건 싫으니까요. 그래도 기관 소속이면 상관 없겠죠?"

"알아서 해주면 좋겠네."


이렇게 말해도 평상시와 똑같이 '멘데이트', '스텔라', '피노키오', 3명만 이 사실을 알 뿐이다. 빠르면 내일 쯤에 집결 소식이 있겠지만, 그렇다면 해당 작전에 대해 1:1로 말할 기회는 줄어들 것이다.


"다른 건의 사항은 없나?"

"한 가지만 묻어도 되겠습니까?"


'멘데이트'가 입을 연다.


"아는 것이면 대답하겠네."

"조직의 수장에 대한 정체는 있습니까?"

"매우 핵심적인 질문인가?"


'부단장'의 대답은 이렇다.


"아쉽게도 모르는 것이라 대답할 수가 없네."

"그쪽도 저희와 비슷한 겁니까?"

"비슷하다··· 어떤 면에서는 비슷하다고 생각하곤 있네. 그러나 정확히는 그들의 성향을 따지면 우리와는 다르지. 수장이 나서지 않고 통솔될 조직이 아닐 테니까. 원래 그런 깡패들은 자율 체제보다는 독재지 않겠나? 지금 정권과 비슷한 부분도 있지."

"그렇다면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라면···."

"거긴 세계 자체가 달라서 일반적으로 알 수는 없지. 그래도 신기하지. 패거리면 몰라도 수장까지 까마득한 조직은 처음이군."


'부단장'은 왜 이런 질문을 던졌는지 되묻지 않는다. 질문 자체가 특이하지도 않고 누구나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이다. 대신 '멘데이트'라는 인물이 어떻게 인식되는지 대충 예상할 수 있다. 수장을 잡는 것으로 공을 세우고 싶은 욕망 그득한 인물로, 평소에는 아니라지만 그래도 야망은 있다는 식으로 인식될 것이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무래도 '멘데이트'는 그런 인식을 이곳에 있는 여타 3명에게 새겨줄 정도로 기회를 주진 않을 테다. '부단장'의 말대로 사흘 뒤에 벌어진다면, 거기까지다.


- - - - - - - - - -


문득 그 날 밤 '아프로디테'에게 전화를 걸게 된다. 시간대는 고려하고 한다. 퇴근은 해야지 연락이 닿을 것이기에 오후 7시에 맞춰서 전화를 시도한다. 그러자 대기할 것 없이 곧바로 전화를 받는다.


"웬일이야? 그쪽에서 먼저 걸고?"

"잠시 중요한 얘기라서 그렇지."

"중요한 얘기? 그쪽으로 갈까?"

"말로만 들으라고."

"습격 일정은 들었는데, 그것 말고도 중요한 얘기?"

"그렇지."

"궁금한데? 빨리 말해 보라지?"


어차피 '멘데이트'는 뜸들이는 성격이 아니라서 대놓고 말한다.


"이번 주식이나 코인들, 다 매각할 건데, 어느 정도 줄까 봐."

"갑자기? 돈을 무료로?! 무슨 바람이 부는 건데?!"


언제라도 돈에 대해서는 깐깐해서 더치페이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사주는 일 외에는 무상으로 주는 일은 없었다. '아프로디테'에게 빌려준 적은 있었다. 이자가 붙기 이전에 당장 갚아서 원래 신용이 가는 상대였긴 했으나, 그래도 그건 갚음을 전제로 하는 대출이라서 주는 일은 아니었다. '아프로디테'가 놀라는 건 당연하다.


"뭐긴, 돈에 대한 미련이 없어졌다고 하면 되겠지. 아무튼 13%라도 줄까."

"13%? 무슨 수치인가 하는데, 꽤 큰 돈 아니냐?!"

"큰 돈이겠지."

"아니 진짜, 무슨 일인데?!"

"단순 바람이지."

"단순 바람?"

"즉흥적인 거야. 이런다고 어차피 생존에 지장은 없거든."

"진짜, 무슨 일인지 얘기해 주면 안 되는 건가?"


집요하다. 집요하기 이전에 눈치가 빨라서 이런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묻지 마."

"묻지 마라니. 전혀 그럴 수가 없거든? 내 예상을 말해줄까?"

"뭔데?"

"시기를 봐서는 무슨 전쟁통에 나가기 전에 유서를 쓰는 것 같애. 13%라니. 이미 수치부터가 말이 안 되거든. 그럼 부모님에게는 70%라도 쥐어줄 심산이냐? 아니, 부모님에게 연락을 했나? 왠지 안 했을 것 같거든?"


너무 눈치가 빠르다. 그렇다고 '아프로디테'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비밀리에 보내는 것도 좋은 선택지는 아니라는 '멘데이트'의 판단이 불러일으킨 참상이다.


말해도 되나.


무엇을?


지금 생각나는 대로.


여긴 '멘데이트'의 영역이다.


"내키지 않으면-"

"내가 그리로 간다. 화가 나서 도저히 안 되겠네!"


말할 새도 없이 통화가 종료된다. '아프로디테'가 이쪽으로 온다는 말 한마디에 조금 '멘데이트'는 긴장을 하게 된다.


- - - - - - - - -


"미쳤냐?! 무슨 사람이 죽으려고 작정을 했냐?!"


오자마자 윽박지른다. 현관에서부터 감정을 조절 못해 문이 닫히기도 전에 목소리가 새어나갔을 것 같다. 이웃이 듣는다면 오해할 만한 내용이다. 차분히 '멘데이트'는 대화를 진정시키기 위해 자신만이라도 냉정해진다.


"우선 비밀을 하나 애기해야 할 것 같네."

"무슨 비밀?!"

"이상한 비밀이지."

"그럼 말해!"

"네가 진정하면."


그러자 '아프로디테'는 헐떡이는 숨을 점차 줄이면서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고요해진다.


"빨리 얘기해."

"전에 배신자 사냥이라면서 '나무꾼'을 죽였지."

"'양철놈'?"

"그 때 이후로 생긴 이상, 증상은 아닌 현상이 생겼지."

"어떤 건데?"

"기생충처럼 둘러 붙었던 게 있지."

"기생충처럼 둘러 붙었던 거? 기생충일 리는 없고, 뭘 비유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는데? 뭐, 병이라도 옮았다는 거? 아니, 그러면 증상이지 현상은 아닌데?"

"심령 현상 같이 믿기 힘들 수도 있는 증상이란 말이지."

"뭐, 일단 믿는다고 치고, 그래서?"


'멘데이트'가 알아둬야 할 사항은 간단하다.

이건 획기적인 발상이며, '멘데이트'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여타 자의식이 지배 하에서 따로 존재하지 않고, 자기주장이 전혀 강하지 않거나 매우 순종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여서 기존의 '멘데이트'라면 이런 말을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각종 계기를 거치면서 점차 '멘데이트'와 '나'를 서로 분리시켜 인식하게 되니까 가능하게 된 것이다.


단지 그것만 있지도 않지.

'나'가 무의식을 의식하게 된 순간부터 분리된 거지.


그 말도 맞다. 즉, 한 몸 안에 '두 명'이 있다고 인식할 수 있기에 이 일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나 '멘데이트'나 이 사실을 알리고 싶단 욕구가 드는 것은 역시 한 몸이라서 그러는 건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지 분간이 안 간다.


하지만, '멘데이트'의 의지인 점은 확실하지.


그렇다.


"그 놈 몸에 있던 '두 번째 의식'이 내 안에 흘러 들어왔더라."

"······?"


'아프로디테'는 해석부터 난항을 겪는 중인 것 같다. 세간에 알려진 비현실적인 현상을 들고 오라고 하면, 빙의 정도가 가장 가까운데, 차라리 그런 식으로 설명했다면, 물론 그것도 엄연히 다른 개념이지만, 이해시키는 데는 아무래도 그 편이 낫긴 했다.


"빙의 비슷한 거지."

"빙의···라면 평소의 모습과 달라야··· 아, 그래서 '악마놈'을 살려준 건가?"

"그런데, 빙의라고 해도 '나'인 것은 변함이 없지."

"변함이 없으면 빙의가 아닌 거 아니야?"

"규칙이 복잡하거든. 이전의 몸에서의 기억은 없다고 하고, 기억이나 정신이나 내 걸 공유하고 있는 실정이라 '두 번째 의식'이라고 해도 내 본모습과 거리가 멀지는 않아."

"아니아니, 존나 헷갈리는데? 그렇다면··· 변화가 없으니 상관이 없는 거잖아?"


여러모로 설명이 어렵다. '멘데이트'는 아무래도 상황 자체를 겪는 숙주 같은 존재라 금방 이해는 되었지만, '아프로디테'는 결국에는 남일이라 이해가 안 갈 테다. 이런 신기한 개념은 세간에 전혀 존재하지 않으니까 자세히 설명한다.


"변화는 거의 없지. 그러나 확실한 건 내가 누구에게 죽는다면 그 누구에게로 넘어간다는 거지."

"그렇다면, '너'는?"

"'두 번째 의식'이 중요한 거지. 본래 '나'는 넘어가지 않아. 적어도 영생은 불가능하지."

"···병신같이 복잡하네. 증명이라도 가능해? 듣는 것으로는 믿을 수가 없거든? 변화가 없다면서? 그러면 증명도 안 될 텐데, 그 말을 내가 어떻게 믿으라는 거야? 미친 사이비에 빠져들 리는 없는 상식인이 갑자기 종교보다 더한 걸 들고 오니 나보고 어떡하라는 거야? 그랬다면 진즉 말해주던가. 갑자기 이제 와서 나한테 알려주는 이유가 뭐냐고?"

"중심 화제는 너한테 재산을 나눠준다는 얘기였는데 말이지."

"그걸 설득시키려고 이 말을 지껄이는 거라고?"


'아프로디테'는 머리가 매우 아픈 듯하다. 한참 찡그리면서 '멘데이트'를 바라본다.


"잠시 가까이 좀 와주면 안 되나?"


별 의심없이 '멘데이트'는 '아프로디테'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굉장히 미심쩍은 부탁이긴 하나 이미 발걸음을 옮겨버렸다.




자칫하면 이빨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 그걸 고려해서 아무래도 옆머리를 가격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적어도 살상은 목적이 아닌 주먹이다.


아프다.


맞는 순간 아픈 것은 얼굴뿐만 아니라 심정도 그러하다.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고 싶었지만, 이렇게까지 '아프로디테'가 반항적이면 '멘데이트'는 흔들린다.


"씨발, 어떻게 하든 지가 죽겠다고 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있냐?! '두 번째 의식'이 뭔데?! 결국 니가 뒤져버리는 결과인데, 그걸 이행하겠다고?! 아무렇지도 않다면서, 사실은 '두 번째 의식'이란 그 놈 때문에 대가리가 이상해진 게 아니고? 갑자기 사람이 광신도가 되었다니까?! 니 지금 모습은 병신 같다고?"

"숨은 쉬자."


넘어뜨리고 멱살까지 잡아 '아프로디테'한테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 상하차를 괜히 하는 인물이 아니기에 악력이나 완력이 대단해서 멱살 만으로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아, 미안, ···이긴 한데! 왜 희생을 하는데? '두 번쨰 의식'이 뭐라고?"

"세상에 씨를 뿌리는 거지."

"뭐?!"


전혀 납득이 안 되는 얼굴의 '아프로디테'다. 너무 함축적인 단어로 설명해 버려서 그렇다. 차츰 풀이해 나간다.


"죽음을 타고 올라가면 그 끝에는 정상이 있을지 모르지. 기억이나 과거는 타고 올라가는 인물과 공유한다지만, '두 번째 의식'은 분명히 자의식이 있어 그 여행길에 '나'는 없겠지만, '나의 의지'는 넘겨 받을 수 있겠지."

"···결국 죽으려는 거잖아 미친년아."


한참 공기가 더워졌다. 날씨도 그렇고, '아프로디테'의 숨소리와 열기, 맞은 부위도 얼얼하며 '멘데이트'도 살짝 흥분해 있기도 했다. 또한, 그 위에 겹쳐지는 눈물도 한참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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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용병(19) 21.07.09 34 0 12쪽
54 용병(18) 21.07.07 3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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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용병(14) 21.07.03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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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용병(3) 21.06.20 29 0 12쪽
38 용병(2) 21.06.19 33 0 12쪽
37 용병(1) 21.06.18 37 0 13쪽
36 희생자 4 21.06.17 33 0 13쪽
35 멘데이트(15) 21.06.17 34 1 12쪽
34 멘데이트(14) 21.06.15 36 0 13쪽
33 멘데이트(13) 21.06.13 33 0 12쪽
32 멘데이트(12) 21.06.12 35 0 12쪽
» 멘데이트(11) 21.06.11 33 0 12쪽
30 멘데이트(10) 21.06.10 35 1 12쪽
29 멘데이트(9) 21.06.09 30 0 12쪽
28 멘데이트(8) 21.06.08 30 0 12쪽
27 멘데이트(7) 21.06.07 38 0 12쪽
26 멘데이트(6) 21.06.06 34 0 12쪽
25 멘데이트(5) 21.06.04 32 0 11쪽
24 멘데이트(4) 21.06.03 33 0 12쪽
23 멘데이트(3) 21.06.02 36 0 12쪽
22 멘데이트(2) 21.06.01 39 0 12쪽
21 멘데이트(1) 21.05.30 3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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