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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TYE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2
최근연재일 :
2021.07.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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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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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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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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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용병(9)

DUMMY

월, 화, 수, 사흘 간 진행된 수업은 다음과 같다.

기초 체력 단련에 불과한 수업.

그게 급선무다.

7살인 상태에서 특수한 기술을 가르치기보다는 원래 있던 기술을 좀 더 유지시키는 게 목표다.

그게 아니고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이전에 제대로 되지는 않을 테다.

체력이란 건 지구력이다.

현상을 유지하는 것과 더불어서 똑같은 현상을 변함없이 유지시키는 것.

능력이란 자연 현상이 아니다. 자연 현상이었다면 변화된 양만큼의 일이 자연적으로 스스로 작용하겠지만, 능력으로 발현된 것들을 일정하게 주입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린다. 불이나 물이나 얼음으로 일으킨 화학 작용이 능력을 취소한다고 원래 상태로 되돌아오지는 않지만, 염동력 계열은 물리적인 운동을 발현시키는 능력이라서 사라지면 반응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없던 것으로 취급된다.

함부로 위력을 늘리려고 하면 안 된다. 완벽한 제어, 최소 1분 동안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그렇게 사흘을 채운다. 지겨워도 따라준 게 다행이다.

독학을 한 입장에서 이런 시간만큼 가장 재미없었던 시간도 없었기에 이걸 하나의 교본으로 믿고 따라준 것에 또 장하다고 느낀다.


"재미없는 시간을 지나서 이제 기술을 배우게 해줄까?"

"기다리고 있었어요."

"새로운 걸 배우는 게 본래 목적이었겠지?"

"네."


그래봤자 7살의 경력이면 상식도 부족한 게 많을 거다.

일단 그 부분부터.


"약간 이론 설명을 할 게 있거든? 한 가지 문제, 염동 능력자와 바람 능력자가 같은 계열이라고 생각하니?"

"그러면, 아니라고 말하려는 것인가요?"

"의도가 다소 뻔하지? 맞아, 둘은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엄연히 차이가 있지."

"처음 들었어요."

"교육 시설이라고 해서 각 능력을 제대로 설명해주지는 않으니까. 참, 일단 이 질문 이전에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있단다?"


조금 삼천포지만.


"염동력을 키워서 어떤 게 하고 싶니?"

"그 질문은,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럼 됐고."


부가적인 내용이라 별 신경 따위 안 쓴다.


"아까 화제로 돌아가서, 바람 능력자가 왜 바람 능력자라, 혹은 4원소 능력자라 불리는 이유를 아니, 라고 해도 모를 수밖에 없지. 답부터 말하면 '감응'의 차이란다."

"'감응'이요?"

"4원소 능력자들은 각각 맡은 원소가 있지. 불, 물, 흙, 바람. 바람은 공기라고 봐야겠지. 그러니까 기체, 라고 할 수 있겠지. 고체, 액체, 기체는 배웠으니까 알고 있지?"

"네."

"'감응'의 뜻은 아니?"

"···그 단어를 모르겠어요."

"'느낀다'고 생각하렴."

"알겠어요."

"4원소들은 고대 철학자들이 만든 개념인데, 그런 걸 알 필요가 없고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는 것들이거든."


정확히 따지자면 우주 전체로 놓고 보면 일부는 그렇지 않지만.


"그만큼 흔한 존재들인데, 이를 다를 수 있는 능력자들은 자신이 능력으로 발현한 것 말고도 자연에 존재하는 불, 물, 흙, 바람의 움직임이나 상태를 파악할 수 능력이 있단다. 하지만, 다 느끼는 게 같은 것도 아니고 이것도 연습의 영역이란다?"

"네."

"그러면, 다시 질문을 해서, 염동 능력자와 바람 능력자의 차이점을 뭘까~요?"

"염동 능력자는 '감응'이란 걸 못하는 건가요."

"길을 가다가 숨쉬면서 어딘가의 원소들이 움직였다는 걸 알 방도는 없지. 대신 한 가지 방법은 있는데···."


말로 설명하려다가 번득이는 아이디어.


"선생님 위에 쇠구슬을 떨어뜨려볼래?"

"떨어뜨리기만 하면 되나요?"

"그래."


말을 안 해도 쇠구슬을 무더기로 내 머리 위로 가져간다. 하나만 떨어뜨리면 어떡하나 했다. 그대로 무더기인 채 상공 3m에서 염력을 해제해 쇠구슬이 떨어진다.

머리에 닿을 리는 없다.

이미 배리어를 친 상태다.


"이렇게. 선생님이 지금 염동력을 이용한 장막을 친 상태거든?"

"그런 것도 나중에 가르쳐주나요?"

"물론. 하여튼, 평소에는 '감응'을 할 수 없지만, 이건 '감응'보다는 '감지'지. 편의점에 들어갔을 때 딩동~하는 소리가 나는 걸 들은 적 있니?"

"네."

"센서라고 네가 들어간 걸 기계가 반응을 해서 소리를 내는 거거든. 그런 것처럼 이 쇠구슬이 원소라고 쳤을 때, 만들어 놓은 염동력 장막 같은 것에 닿는다면 무엇이든 '감지'를 할 수 있단다."


나이를 먹으면서 상식을 좀 더 배운다면 그냥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긴 한데.


"뭐, 일반적으로 상시 이러고 다닌다는 보장도 없고, 체력적으로 문제도 생길 테니 실용적인 방안은 아니란다. 그럴 수 있다는 것만 알아두면 좋단다."

"그러면··· 염동력이 바람보다 안 좋다는 이야기인가요?"

"여기까지만 들어보면 그렇단다?"

"다른 것도 있나요?"

"차이라는 게, 하위 호환인 점만 있지는 않단다. 아, 하위 호환이란 말은 수준이 낮다는 뜻이란다? 그래서 염동 능력자가 바람 능력자에만 뒤쳐지지는 않는 점은, 염동력의 정의는 원하는 사물을 움직이게 하는 능력이란다."

"바람 능력자는 바람만 움직이게 하니까요?"

"정답! 바람 능력자는 다른 4원소 능력자와 달리 생성하는 능력은 없지만, 공기는 어디에나 있고 그 공기를 움직이게 한다는 점에서 염동력과 비슷해 보이나, 공기만 움직이게 하거든. 염동력은 불이든 물이든 움직이게 할 수 있지. 그게 바람 능력자와 차별되는 염동 능력자의 장점이란다."


이게 오늘 수업의 힌트다.

그렇다고 알 턱이 없겠지.


"알겠어요."

"오늘 수업은 그쪽 위주로 할 거란다. 그렇다고 기초 체력 단련을 소흘히 할 건 아니란다?"

"그 새로운 내용을 맛보기로 해주면 안 되나요?'

"괜찮겠니?"

"괜찮아요."


그렇다면 보여주는 수밖에.


"무언가 사물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어려울 수도 있는데, 상상으로 공중에 막 같은 걸 생성해보겠니?"

"될까요?"

"이제껏 쇠구슬이라는 눈에 보이는 사물로 했다면 이젠 보이지 않는 공기를 가지고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이 수업의 조건이란다."

"기초가 중요하네요."

"그렇지."

"얼마나 만들어야 하나요?"

"자유."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도록 노력한다. 아무리 하늘을 쳐다봐도 푸르기만 한 게 아니라 구름이 져 있어서 가소로운 행동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상 수치화를 하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평면좌표에 대해서도 모르는 꼬맹이한테 그걸 설명해 줄 방도는 없다. 알아서 깨닫기를 바라는 게 최선.

이게 선생인지 맞는가 싶을 정도로 준비성이 대충이다.


"만들었어요."

"어떻게 만들었는지 만져보면서 선생님한테 알려줘."


저절로 손으로 오물조물하면서 만든 막을 만지작거리는 시늉을 한다.

단순히 보는 것만이 아니고 나도 같이 만지작거리면서 실체를 확인한다. 그게 보이지 않는 걸 대하는 태도니까.


"이렇구나?"

"이제 없앨까요?"

"아니, 유지하고 있어줘."

"네."


아이스박스에서 생수병 하나를 꺼낸다. 당연히 마실려고 하는 건 아니고.

뚜껑을 딴 후에 어떻게 하느냐?

'얘'가 만든 막을 향해 뿌린다.

아, 그냥 뿌리는 건 아니고 물은 내 제어 하에 공중에 띄워놓는다.


"어떻게 하는 건가요?"

"어떻게 하긴."


물을 막으로 통과시키게 한다.

예상한 대로다.

물이 막을 일부 통과한다. 조그맣게 난 구멍들 사이로 총 여섯 줄기가 되어 빠져나간다.

허술하다.

당연히 보이는 것들을 조종하던 애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바로 멀쩡히 조종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런 걸 연습할 거란다."

"역시 선생님은 대단하네요."

"그래?"

"흘린 물이 없잖아요."

"너도 이걸 완벽히 익히면 할 수 있단다."


이 아이의 끝은 어딜까.

내가 걸어온 길을 빠르게 전수해주기만 하면 성인이 되기 전에 내 경지에 올 수 있을까.

글쎄다. 사실 그건 '얘'의 의지에 달린 일인 걸.

2주의 수업에서 해줄 수 있는 건 전체적인 기초를 다지는 일이다.

모든 면에서 만능일 수 있게 해주는 수업일 뿐이다.

당장 이 수업을 졸업한다고 국방연에서 활약할 정도는 못 된다.

아닌가, 최소 서열보다는 높으려나.

결국 위력 측면에서는 의지로 단련해야 한다.

목적은 정해줄 수 없지.

정해지지 않은 장래를 억지로 결정하는 것은 선생으로서 실격일 테니.


- - - - - - - - -


"결국 그 인질극을 벌이던 집단은 실패했다더라."

"간절하지 못했겠지."

"값을 올리는 움직임이라도 보였으면 아예 관심을 안 주지 않았겠는데, 그렇게 절약하는 녀석들은 질색이야. 한 3배로 올렸으면 억지로라도 가라고 우겼을 텐데 말이지."

"그러면 고민은 했겠지."

"그러면 갔냐?"

"몰라."


그러나 돈 벌 기회는 언제든지 많다고 생각하는, 종업원 입장에서는 그렇고 이건 사장님의 견해가 중요한 거 아닌가.

군침이 돌아도 수업을 택했을 터인데, 딱 잘라서 말하기보다는 간을 본다.


"그래서, 도대체 이 자리에 왜 찾아온 거지?"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건 저렇게 돌려 말하면서 본론에 안 들어간다는 거다.

불시에 내가 묵고 있는 곳에 찾아오더니,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의뢰가 있다는 것인데.


"방해를 말라고 했어도 그걸 무시할 만큼의 의뢰라는 건가?"

"놀랍게도 의뢰를 맡기기 위해서 찾아온 것은 아니지."


그건 의외다.


"그런 일이 아닌데도?"

"장기적으로 보면 의뢰라고 할 수 있지만, 한 가지 권유라고 할까, 무리한 부탁일 수도 있는 편이긴 한데, 참 여러모로 영향력을 늘리고 싶은 게 내 마음이지."

"그만 돌려 말해."


지겨워 죽겠다.


"ITO에서 설립하는 능력자 단체에 참여할 생각은 있나?"


그거 아주 멋진 일이긴 하다.

너무나도 멋진 일이다.

차마 멋진 일이라서 엄두도 안 난다.


"다른 건 모르겠고 일단 토익 자격증부터 네가 알아서 해야 할 텐데?"

"그러니까 위조가 아니고서는 정통한 방법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건 확실하군."

"알고 있었으면 그딴 얘기를 꺼내지 말았어야지."


괜히 시험 당한 느낌이다.


"들어갈 수는 없지만 여전히 그런 놈들과 붙어보겠다는 마음가짐은 여전한 셈인가?"


이것도 시험 당하는 느낌이라 역으로 묻는다.


"알고 있으면서 굳이 내 입으로 말해야 하나?"

"그래서 한 가지 뉴스가 있지."

"뭔데?"

"'제우스'가 국방연을 떠난다는 소식이지."

"······."


이미 기분이 충분히 나빴지만, 갑자기 분위기가 식을 정도로 더욱 기분이 나빠진다.

강자가 더 높은 경지에 가는 건 좋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내가 갈 수 없는 경지에 간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불쾌하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이제 강자들은 국제라는 무대로 떠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국내에 머물러야 한다면 그런 강자들을 못 만날 수도 있다는 것.

나에게 권유한 것은 피차 후를 도모하기 위해서.

될 수만 있다면 나대로 좋은 일이겠다. '제우스'와 붙기 위함뿐만이 아니고 은둔고수를 만날 수도 있으니.

국제 범죄가 스케일이 큰 게 뻔할 테니까.


"상심할 수밖에 없는 소식이지만, 상심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은데, 그러는 건 무리겠지."

"그것도 정원이란 게 있겠지?"

"지금부터라도 준비한다고?"

"말로는 안 될 게 뭐가 있나."

"그럼 아직까지 미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게."


멋대로 침입하더니 멋대로 사라진다.

씁쓸하게 만들어 놓고 너무한 거 아닌가.

그런데, 가만히 있자.

뭔가 빼먹은 느낌도 드는데 말이지?

아, '감응'에서 빼먹은 게 있었네.

4대 원소 말고도 빛 능력자로 빛을 '감응'할 수 있단 사실이 있는데.

이건 내일이라도 말해야겠다.

'제우스' 건은 뭐···

그저,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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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용병(23) 21.07.15 30 0 15쪽
58 용병(22) 21.07.15 35 0 12쪽
57 용병(21) 21.07.13 35 0 12쪽
56 용병(20) 21.07.12 38 0 12쪽
55 용병(19) 21.07.09 34 0 12쪽
54 용병(18) 21.07.07 31 0 12쪽
53 용병(17) 21.07.06 35 0 12쪽
52 용병(16) 21.07.05 36 0 12쪽
51 용병(15) 21.07.03 38 0 12쪽
50 용병(14) 21.07.03 36 0 12쪽
49 용병(13) 21.07.01 29 0 12쪽
48 용병(12) 21.06.30 38 0 12쪽
47 용병(11) 21.06.29 39 0 12쪽
46 용병(10) 21.06.28 38 0 12쪽
» 용병(9) 21.06.27 36 0 12쪽
44 용병(8) 21.06.26 36 0 12쪽
43 용병(7) 21.06.24 38 0 12쪽
42 용병(6) 21.06.23 44 0 12쪽
41 용병(5) 21.06.22 41 0 12쪽
40 용병(4) 21.06.20 33 0 12쪽
39 용병(3) 21.06.20 29 0 12쪽
38 용병(2) 21.06.19 33 0 12쪽
37 용병(1) 21.06.18 37 0 13쪽
36 희생자 4 21.06.17 33 0 13쪽
35 멘데이트(15) 21.06.17 34 1 12쪽
34 멘데이트(14) 21.06.15 36 0 13쪽
33 멘데이트(13) 21.06.13 33 0 12쪽
32 멘데이트(12) 21.06.12 35 0 12쪽
31 멘데이트(11) 21.06.11 32 0 12쪽
30 멘데이트(10) 21.06.10 35 1 12쪽
29 멘데이트(9) 21.06.09 3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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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멘데이트(6) 21.06.06 34 0 12쪽
25 멘데이트(5) 21.06.04 32 0 11쪽
24 멘데이트(4) 21.06.03 33 0 12쪽
23 멘데이트(3) 21.06.02 36 0 12쪽
22 멘데이트(2) 21.06.01 39 0 12쪽
21 멘데이트(1) 21.05.30 37 0 11쪽
20 희생자 3 21.05.29 4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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