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잠시 안녕히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TYE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2
최근연재일 :
2021.07.15 18:05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2,935
추천수 :
45
글자수 :
320,977

작성
21.06.20 02:01
조회
29
추천
0
글자
12쪽

용병(3)

DUMMY

테스트 날은 이 뒤에 할 건 딱히 없다. 수업은 일절 없으며 레크레이션이나 누구나 좋아하는 노는 시간이 있다.

레크레이션은 스포츠를 하면서 노는 방안도 있지만, 뭐든지 좋을 수 있는 방안이 정해져 있지는 않은 게 기본이다.

전부 다 같은 성향의 아이들만 모아놓았으면 다행일 텐데. 무작위로 고른 애들을 집어넣은 반에서 다 같이 똑같은 일을 하도록 유도하는 게 쉬울 리가.

가뜩이나 능력도 별의 별 능력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하나를 하고자 하는 것도 무리다. 물리적으로 간섭하는 능력만 있지도 않아서 피구 같은 것도 참 해주기 버겁다.

모두의 의견을 통합해서 만들어진 의견은 영화 보기다.

일곱 살 애들한테 보여줄 수 있는 합법적인 영화가 많겠냐마는, 그래서 눈치를 보면서 최대한 12세 미만 관람불가까지 늘릴 수밖에 없다. 정말 간신히 수위를 조절해서 15세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12세나 전체 관람가나 수위가 그렇게 다른가? 물론 12세 중에서 15세에 버금가는 미친 영화도 있어서 가급적 주의해야 하는 점은 다르긴 한데, 그건 전체 관람가도 똑같기는 매한가진데······.

따라서 선생과 나는 미리 영화를 선별해야 하므로 레크레이션 시간만큼 지겨운 떄도 없다. 명작이면 다시 웃거나 울겠지. 하지만, 명작이어도 그건 어렵다. 이미 봤던 영화를 보면서 애들처럼 감동을 받을 수가 없다.

그래도 이 시간이 좋은 점은,

모두가 빔 프로젝트에 비춰지는 영상에 눈이 멀어져 있을 때, 구석에서 영화에 관심이 없는 걔와 대화를 편하게 나눌 수 있다.


"준비운동이 중요하네요."

"얼마나 다룰 수 있는지는 재능마다 달라. 숙련되었다는 건 재능의 문제가 아냐. 얼마나 세월이 흘러는지 확인하는 척도거든."

"선생님은요?"

"가끔은 하는데, 평소에는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일상에 쓸 수 있어."

"쇠구슬을 가져올 때는 일상인가요."

"그렇지?"


오래전에 같은 염력으로서 위력이 어느 정도냐고 질문을 받은 적이 있고, 그 때 그냥 무진장 센 정도라고 말했더니 그 뒤로 정말 물어보지 않는다.

'제우스'와도 싸운 전적이 있어도 그런 흉흉한 사건은 말하지 않을 건데, 조금은 과시하고프다.


"어젠 왜 안 오셨어요?"

"어제? 일이 있었겠지? 이게 본 직업은 아니니까?"

"어떤 일이에요?"

"친구 직장에 불려나갔어야 했거든."


친구도, 직장도 아니지만.


"저는··· 나가면 뭘 해야 할까요."


뜬구름 잡는 소리다.


"···너 일곱 살이다?"

"선생님은 고등학교까지 졸업하셨죠?"

"그렇지?"

"안 지겨웠어요?"


공감은 되는 화제라서 진지하게 답한다.


"능력 때문에 나는 여기에 있을 인재가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거 매우 안 좋은 발상이야."

"그래요?"

"힘은 언제든지 기를 수 있어 보이지? 전혀? 오히려 학교 생활을 할 때가 마음이 편해. 지루해도, 지루하다면 그만큼 자유로운 시간을 많다는 얘기야. 막 당장 사회에 나가서 과연 너 같은 애를 받아줄 데가 어디 있겠냐마는, 받아준다고 치자. 하지만, 일을 하는 순간 너는 반드시 그 일을 해야 하고, 일에 묶여 있다 보면 시간을 빠르게 흘러가겠지? 성장할 여력 따위 없거든."


이 정도면 설명이 다 되었나?


"그럼, 학교를 안 가면 더 시간이 남지 않을까요?"


더 위험한 발상인데?


"학교를 단순히 학력을 위해서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네. 경험하지 않으면 능력이 발전하는 것과 달리 다른 사람은 그렇게 보진 않을 거거든?"


줄여서 얘기하면 인식이다.

그렇게 설명하면 못 알아들을 테니.


"졸업하고 나서는요?"


드디어 바라던 대답이다.


"그래, 차라리 졸업하고 나서 발전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지."

"선생님처럼요?"

"···선생님은 졸업하기 전에 거의 이 상태였는데 말이지?"

"경험담이었나요?"

"맞아."


이거, 한마디로 나를 백수로 알고 있는 건가?

위장으로 그렇긴 한데, 조금 심기가 불편해지네.


"선생님은 국방연에 안 들어가시나요?"


적당히 흘려보낸다.


"용기가 부족한가봐."

"그런가요."

"너는 그러고 싶니?"

"···아직은 약해요."

"누구나 어릴 때는 약해."

"그런가요?"

"천재도 힘들단다. '제우스' 알지?"

"알아요."

"어린 아이가 그 정도 위력을 뿜낼 수 있다고 믿어?"

"세계 어딘가에서는 그러지 않을까요?"

"그거 음모론이야. 음모론은 함부로 믿지 마."

"네."


이렇게 보면 순종적인 애인데, 내가 아니면 이런 제어도 힘들다.

딱 약육강식에 어울리는 인재다. 약하거나 모자라다고 판단되면 안하무인까지는 아니더라도 등한시하거나 무시를 하고, 그러면서 자신이 실수할 때는 남들보다 배로 자존심이 팍 상하는 그런 타입이라.


"지금 이 정도에서 강하다는 걸 자각하면 그런 자신감 나쁘지는 않거든?"

"좀 더 올라갈 방법은 없을까요?"

"성장하고픈 방법? 글쎄?"


있긴 해도 추천하고 싶지 않아 돌려 말한다.

원래 방법은 근육을 키우는 것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 지구력 쪽으로 중심을 잡던가, 완력 쪽으로 중심을 잡던가.

장시간 저중량 vs 단시간 고중량이라고 말하면 못 알아들을 것 같으니 배제한다.


"어디까지 성장할 건데?"

"선생님은 넘고 싶어요."


헛웃음이 나오는 걸 참고,


"선생님을?"

"청출어람이란 말이 있잖아요."


그런 걸 어디서 들었대.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러나 청출어람이라··· 전제는 내가 내가 너의 스승이 되어야 한다는 건데?"

"선생님이잖아요."

"선생님은 스승과는 조금 다르지. 뭐라고 할까. 선생님이란 의미는 여러 명을 돌보면서 다 잘 되었으면 하는 거라면, 스승은 몇 명만 골라서 무조건 잘 되게끔 만든다는 거지? 선생님은 스승이 아니야."


끈질기게 얘는 물어온다.


"계속 여기서 일을 하실 거예요?"

"그건 모르지."

"여기서 제가 나가게 되면, 그 때 제 스승이 되어주실 생각은 없나요?"

"학교 가야 할 텐데?"

"등교 거부를 하면요?"

"벌써 그런 생각을 하면 곤란하다?"


일단 스승이 될 여력부터 없다. 남을 가르칠 궁리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보조 선생이란 취지에서 있는 것도 하고 싶은 일이고, 결국에는 무사히 얘들이 시설에서 졸업하는 걸 바라는 거라, 계기에 대해서는 있긴 해도 이제 와서 그건 큰 문제가 안 된다.


"네···."

"그렇게 성장해서 뭘 하고 싶은 거라도 있어서 그러니?"

"국방연에 들어가고 싶어요."


그건 조금 신경 쓰이는 발언이지.


"서열 몇 위?"

"그것까지는··· 생각을 안 해봤어요."

"거긴 그래도 사람을 때려잡는 곳이니까 일을 하면서도 늘겠지. 물론, 사람을 때려잡아야 하니까 기본이 탄탄해야겠지? 그렇다고 사람을 때려잡으면서 연습 한다고 하면 반대로 네가 때려잡히겠지?"

"어떻게 연습하셨어요?"

"벌레들을 사냥하거나 너처럼 쇠구슬로 연습했지?"


이건 지극히 진실.

거짓 하나 없이 때로는 재산 피해를 끼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해도 살인은 아니었지.

실수로 거하게 부수고 특별법으로 구속 당했으면 이 자리에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기록상 전과는 없어서.


"그것만으로 연습이 되나요?"

"무언가 파괴하기 위해서 연습하려면 그것으로는 안 되겠지. 그런데, 염력이란 건 무조건 파괴를 시킨다고 알 수 있는 능력이지는 않거든. 나름 평화적인 능력이라서 얼마든지 쇠구슬로만 자신의 성장을 파악할 수 있단다?"


이 정도면 이해했겠지.


"다음 번에는, 테스트, 제대로 보여줄게요."

"열심히 해라. 하지만, 다른 시험도 잘 봐야지?"

"···그것도요."


나한테는 알기 쉬운 녀석이다. 그러나 이 시설에서 나간다면 얘는 어떻게 될까. 끝까지 책임 질 의향은 없으니 사전 준비를 잘 해놓아야겠다.


- - - - - - - - - -


4시에 끝나는 일과이고 영화를 틀어준다고 해서 마냥 놀 수만은 없다. 내일도 있고, 그 내일도 있다. 시간은 반복되어도 하는 일은 반복이 아니다.

매일 새로운 걸 만들어내야 하는 게 교사의 일이다. 중간에 틈을 타서 선생과 같이 교무실에서 내일 쓸 유인물을 준비 중이다.

미술이다. 초등학생 정도만 되어도 도화지에 알아서 그리라고 하겠지만, 프린트로 선을 따주는 작업이다.

교본이 따로 있으면 모를까.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그림을 하나 선택해서 포토샵으로 윤곽선을 작업 중이다.

나름 힘들다. 내가 그림에 소질이 없다. 태블릿으로 터치 펜을 잡고 쓴다는 게 기본적으로 펜 잡기가 서툰 사람에게는 고역이다.

어렸을 때 염력으로 글씨를 쓰는 법을 익혔다면 이럴 일도 없었을 텐데.


"'윤후'와 어떤 이야기를 하셨나요?"


심심한 때에 선생이 말을 잘 걸어준다.


"능력을 어떻게 하면 키울 수 있냐 물어보더라고요~"

"같은 염동력이죠?"

"예. 조금 타입은 다르죠."

"다른가요?"

"그대로 성장하면 제어력은 상당하겠죠. 저는 위력만 추구한 편이라 다루는 게 거칠어요."

"그네를 태워줄 때는 못 느꼈어요."

"가벼워서 그렇죠, 뭐~"


그네, 였던가? 의자에 앉혀 놓고 공중에서 요람 위에 설치하는 모빌처럼 움직인 게 전부다. 공중이라고 해도 안전을 위해서 가슴 높이까지 올렸는데···그것도 위험하긴 하네.

인원은 8명이었고.


"능력을 이롭게 사용하는 사람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제 사건 때문인가요?"

"네···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어요."

"평생 안 일어날 수는 없겠죠. 그래도 아이들은 안전해서 다행이죠."

"네."

"그··· 테러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선생님은 임기 전이었죠?"

"네··· 준비 기간이었는데, 솔직히 그 사건 때문에 한동안 자신이 없었어요."

"또 터질까봐요?"

"네, 제 동기도 똑같은 반응이었죠."


전혀 얻을 게 없는 교육시설이라지만, 실제로 테러가 감행된 적이 있었다.

능력자가 벌이는 진귀한 테러는 아니었고, 비능력자가 벌인 살상 병기를 통한 테러였다. 생화학 테러, 동기로는 능력자들에 대한 설움을 풀고자 야밤에 보안을 뚫고 들어와 일사천리로 생화학 가스를 기숙사에 뿌리고 환풍구에도 흘려보내는 계획적인 범행이었다고 하는데, 그건 모르겠고 피해자는 대충··· 사망자만 뽑으면 30여명이었고, 9할 애들이었을 테다.

여파는 컸었나. 괜히 전국의 능력자들을 한 곳에 모이게 하여 교육을 받게 하고 지내게 한다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지적을 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난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테러범의 잘못이지 그게 잘못인가?


"그런 사건을 보면서 저도 강해져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헌데 능력이···."

"싸울 거리는 아니죠."


선생의 능력은 안개다. 4대 원소 능력자라고 말할 수는 없고, 기화된 물을 만드는 게 주 능력이다. 에너지 계열로 온도를 통제하는 능력이 탁월해 안개를 인공적으로 지어낼 수 있다, 정도.

이론상으로 화상으로 죽일 수 있긴 하다. 그럴 거면 불 능력자가 단번에 가능하긴 하지.

그런데, 그런 식이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선생이란 직업이 보디가드는 아니잖아요?"

"그래도···."

"누구든 어느 상황에서 만능이길 좋아하는데, 그걸 모두가 해낼 수 있으면 누구나 꿈꾸겠어요? 이미 충분히 애들을 지키고 있잖아요? 선생이 불안해 하면 애들은요?"

"더 교사 같으시네요."

"사실 제가 강해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걸지도요."


이런 대화도 소소한 즐거움이지. 그게 아니고서 일상을 여기에서 보낼 리는 없다.

이러나저러나 가장 중요한 건 '제우스'다.

적어도 이곳이 아닌 곳에서 결판을 짓고 싶다. 아주 달성하기 쉬운 조건이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용병 파트만 끝내고 원 컬러 매지션 연재를 재개하려고 합니다. 21.06.22 40 0 -
공지 연재주기는 제 맘대로입니다. 21.05.13 49 0 -
59 용병(23) 21.07.15 31 0 15쪽
58 용병(22) 21.07.15 35 0 12쪽
57 용병(21) 21.07.13 36 0 12쪽
56 용병(20) 21.07.12 38 0 12쪽
55 용병(19) 21.07.09 34 0 12쪽
54 용병(18) 21.07.07 32 0 12쪽
53 용병(17) 21.07.06 36 0 12쪽
52 용병(16) 21.07.05 36 0 12쪽
51 용병(15) 21.07.03 39 0 12쪽
50 용병(14) 21.07.03 36 0 12쪽
49 용병(13) 21.07.01 29 0 12쪽
48 용병(12) 21.06.30 38 0 12쪽
47 용병(11) 21.06.29 39 0 12쪽
46 용병(10) 21.06.28 38 0 12쪽
45 용병(9) 21.06.27 37 0 12쪽
44 용병(8) 21.06.26 36 0 12쪽
43 용병(7) 21.06.24 38 0 12쪽
42 용병(6) 21.06.23 44 0 12쪽
41 용병(5) 21.06.22 42 0 12쪽
40 용병(4) 21.06.20 33 0 12쪽
» 용병(3) 21.06.20 30 0 12쪽
38 용병(2) 21.06.19 34 0 12쪽
37 용병(1) 21.06.18 38 0 13쪽
36 희생자 4 21.06.17 33 0 13쪽
35 멘데이트(15) 21.06.17 34 1 12쪽
34 멘데이트(14) 21.06.15 36 0 13쪽
33 멘데이트(13) 21.06.13 33 0 12쪽
32 멘데이트(12) 21.06.12 36 0 12쪽
31 멘데이트(11) 21.06.11 33 0 12쪽
30 멘데이트(10) 21.06.10 35 1 12쪽
29 멘데이트(9) 21.06.09 30 0 12쪽
28 멘데이트(8) 21.06.08 31 0 12쪽
27 멘데이트(7) 21.06.07 38 0 12쪽
26 멘데이트(6) 21.06.06 34 0 12쪽
25 멘데이트(5) 21.06.04 33 0 11쪽
24 멘데이트(4) 21.06.03 34 0 12쪽
23 멘데이트(3) 21.06.02 37 0 12쪽
22 멘데이트(2) 21.06.01 40 0 12쪽
21 멘데이트(1) 21.05.30 38 0 11쪽
20 희생자 3 21.05.29 43 0 12쪽
19 ???(4) 21.05.28 39 0 13쪽
18 ???(3) 21.05.27 38 0 12쪽
17 ???(2) 21.05.26 36 0 12쪽
16 ???(1) 21.05.26 40 1 12쪽
15 희생자 2 21.05.25 38 0 13쪽
14 로래스(12) 21.05.24 35 0 14쪽
13 로래스(11) 21.05.23 36 0 12쪽
12 로래스(10) 21.05.22 58 1 11쪽
11 로래스(9) 21.05.22 38 0 12쪽
10 로래스(8) 21.05.21 44 1 12쪽
9 로래스(7) 21.05.19 42 1 12쪽
8 로래스(6) 21.05.19 40 1 11쪽
7 로래스(5) 21.05.18 50 1 13쪽
6 로래스(4) 21.05.17 62 3 12쪽
5 로래스(3) 21.05.16 80 1 12쪽
4 로래스(2) 21.05.15 83 3 12쪽
3 로래스(1) 21.05.14 111 2 12쪽
2 자기소개 21.05.13 229 9 12쪽
1 프롤로그. 희생자 1 21.05.13 408 19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