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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TYE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2
최근연재일 :
2021.07.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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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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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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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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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8)

DUMMY

방학식은 별 거 없다.

교장이 훈화를 작게 나마 전달하고 이후에는 고향에서 부모님들의 손에 이끌려 올라가는 게 전부다.

대부분은 그렇다.

가끔씩 있는 부모가 없거나 버려진 아이들은 교육시설에서 보낼 뿐이다.

그런 아이들은 교육 기간이 끝나면 정부에서 운영하는 시설로 가는 것이고.

그러나 겪은 적이 없어서 감수성이 넘쳐 흘러 공감을 한다거나 그러지는 않고.

어쨌든 방학식은 완료된다.

다들 편히 부모님 손에 이끌려 떠나간다.

보조 교사라서 참석을 안 해도 된다고 형식상으로 되어 있어도 그럴 수가 있나.

면식이 있다는 것만으로 애들한테는 마스코트인 것이나 다름 없으니 안 나올 수가 없다.

어차피 방학을 대비한 준비는 다 끝마친 후라서 편하게 방학식에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선생님은 가셔도 괜찮아요."


식을 치른 후의 시설은 고요하다. 들리는 발걸음은 웬만해서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교무실로 가려는 움직임인 것 같고.

그래서 외부자인 나에게 가도 좋다고 말하는 거다.


"2주 뒤에 다시 올게요."

"편히 쉬고 오세요.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처는 아시죠?"


생각해 보면 연락처를 교환하긴 했다. 필요하지 않아서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었지.

그러고 보면, 이 선생과 사귄다거나 그런 기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너무 맹목적인 게 아닌가 싶다.

아니라고 주장할 게 아니라 확실히 그렇다.


"아무 일도 없을 테니 걱정 마세요."

"혹시나 모르죠? 병에 걸리는 건 예상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선생님이 과로에 걸리실 것 같은데요?"

"고시 준비에 5일을 밤새 본 경력이 있어서 괜찮아요."


저건 또 다른 능력이다.

감히 넘보기도 어렵다. 저런 체력 상의 괴물을 상대할 수 있을까.

저런 체력에 능력조차 대등했다면 하루종일 싸운다는 가정 하에서 질 게 뻔하다. 가만 보면 능력이 오링 나는 일보다는 원초적인 수면욕에 발목을 잡힐 것 같긴 하다.


- - - - - - - - - -


2주나 체크인을 한 호텔로 짐을 싸들고 간다.

짐은 이미 차에 싣고 있던지라 몸만 가면 된다.

시골이라고 포장을 해도 국가 전체적으로 고른 성장을 도모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감히 재개발이 안 되었을 리가.

전 토지를 관광 상품으로 만들 계획은 아니라서 딱히 볼품은 없다만, 그래도 도시 하나마다 알아주는 호텔이 있는 건 이젠 보통이다.

나름대로 전쟁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있는 구조인가.

한반도라서 무역의 요충지라는 수업을 들었던 것 같은데, 그건 이제 옛날 이야기가 아닌가.

비행기의 시대에 무슨 요충지인지.

하여튼.


"'윤후'의 능력을 키우겠다는 거죠?"

"네."

"공짜로, 말입니까?"

"네."

"정말 공짜입니까?"

"무상을 껄끄럽게 여길 정도로 궁핍하지는 않아서 사기를 치려고 하는 건 아닙니다. 편하게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물론, 아이를 가지고 협박할 마음가짐도 없습니다. 어떤 어두운 목적이 있어서 이렇게 접근한 건 아닙니다. 너무 과할 정도로 인상이 좋아서 정말 사기꾼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면야···."

"그런 건 아닙니다. '윤후'가 나서서 이걸 하고 싶다고 한 건 처음이라서··· 저희가 당황스러워서 묻는 것뿐입니다. 너무 예민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방식은 어떻게 되는지··· 여쭐 수 있을까요?"


방식이라고 하면 철두철미하게 계획표를 세운 것은 없지만, 대략적으로 설명한다.


"빌려둔 창고에서 운용할 계획입니다. 똑같은 염동력이라 어떻게 단련해야 할지 알고 있으니까요."

"위험한 일은 일어나지 않겠죠?"

"시키지도 않을 것이고요, 위험하지도 않을 겁니다."

"선생님은 믿을 만해."


옆에서 애가 거들어준다.


"그럼··· 2주간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도 잘 부탁합니다."


그렇게 부모님에게 허락을 받고 난 후에야 1일차를 비로소 맞이하게 된다.

방학 1일차는 아니고. 그 때는 짐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했으니.

맞벌이가 아니라 남편분만 돈을 벌러 가는 가정이라, 흔치 않은데.

우리 집도 맞벌이라 해봤자 다니는 곳이 학원이었는데, 참 유복해 보이긴 하다.

가정 형편도 가만 보면 잘 사는 축이다. 지역이 시골이란 점을 제외하면 도처에서는 이런 집도 흔치 않다. 집이 넓어서 가정부를 고용하는 환경에 '얘'뿐만이 아니라 동생 둘도 있다는 것 자체가 제대로 자식 셋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그런 건 개인적인 소견이고, 굳이 말할 건 못 된다.

차로 이동하는 도중에 '얘'가 묻는다.


"창고를 빌렸나요?"

"버려진 창고를 헐값에 대여하는 것 정도지."

"돈이 든 거네요?"

"신경 쓸 거 없어. 선생님은 돈이 나름 많거든."

"창고까지 빌려야 할 정도인가요?"

"남들한테 능력 교육을 한다는 건 들키기 싫으니까 빌리는 거란다."

"불법이니까요."

"심지어 정식 자격증도 없지."

"우리나라에는 사설 교육자는 없잖아요."

"용케도 알고 있구나?"


보통 지식으로는 유럽 쪽에는 합법이라는 걸 알 테지만, 동양권이 유독 제약이 심한 거라서 능력 계발 면에서는 유학을 보내는 편이긴 하다.

그래서 납치 건도 독일이었던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네.


"관심이 있으니까요."

"따지고 보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영상으로 배워도 상관 없을 텐데?"

"···영어를 몰라요."

"아하."


그건 그렇긴 하지.

조기교육으로 외국어를 배우라고 시키는 집안은 아닌 것으로 보였으니.

똑똑한 건 집안 내력으로 보이고, 아마도 교육은 외국어 습득보다는 재량껏이겠다.


"혹시, 선생님이 잡혀가진 않겠죠?"


솔직히 말해서 잡혀들어간다면 교육 건으로 잡히지는 않겠는데.

종합적으로 안 잡힐 자신이 있으니까 이러는 거다.


"안 들어가."

"그렇겠죠?"


창고까지 '얘'의 집과는 거리가 멀지 않다. 의도한 거라고 보기에는 마침 그곳에 있던 것이 크다.

버려진 창고를 빌린 것뿐이라서 안에 시설이 있다거나 그러지 않다.

적어도 버렸으니 잔해 같은 것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도 않다.

오직 있는 건 흙뿐.

사실 흙뿐이 아니라,

먼지도.


"선생님이 빌리기만 했지 청소하지는 않았단다?"

"저희 청소 도구는 없지 않아요?"

"환기를 하는 수밖에 없는 게 일반인이라면 그렇게 하겠지."

"일반인이요?"

"우리는 염동력자인데, 어떻게 하겠니?"

"염동력을 활용하란 소리인가요?"

"맞아. 첫 번째 수업은 창고를 청소하는 일부터. 정확히 구역을 반으로 가를 거니까 반은 맡으렴."

"먼지는 보기 힘들지 않나요?"


흔한 염동력자들이 하는 착각을 들어서 웃음이 절로 나온다.


"햇빛이 비치는 이맘 때면 먼지가 잘 보이긴 하지, 라고 대답하지는 않을 거란다. 염동력을 맨처음 깨우치면서 흔히 하는 착각이 뭔지 아니?"

"뭔가요?"

"사물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힘. 사물을 중심으로 주변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이라고 착각하지. 그래서 쇠구슬을 가지고 네가 성심성의껏 재롱을 부렸잖니?"

"아닌가요? 전부 다 사물을 가지고 장난을 치던데?"

"조금 어려운 내용일 수도 있는데, 만물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맞긴 해. 그렇지만, 만물이란 게 눈에 보여야만 만물을 아니거든. 공기를 마신다는 소리는 알고 있지?"

"호흡이잖아요."

"박식하네. 그 호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그냥, 흐읍, 했다가, 슈우, 하는 거 아닌가요?"


한 번 더 어린아이의 대담함에 웃음이 나온다.


"공기를 들어마심으로써 공기 중의 있는 산소를 폐에서 에너지와 이산화탄소로 교체하는 작업이지. 뭐, 이런 게 중요하진 않고, 말하고 싶은 건 물질이라는 건 보이지 않는 이 허공에도 존재한다는 거지."

"그러면, 빈 곳을 조종할 수 있다는 거군요."

"정답."

"하지만, 먼지와 공기는 다르지 않나요?"


조금 아쉽네.


"에헤이~ 쇠구슬로 척력, 아니 밀어내는 힘을 만들면?"


척력이라 말하면 모를 테니까.


"만들면요?"

"쇠구슬 사이에도 공기가 있지. 결국 물질끼리 밀어내도록 만든다는 것은. 그 사이에 있는 공기도 밀려나는 거지. 사실 그렇게 밀어내게 만들어도 미세한 공기 입자를 전부 밀어내지는 않겠지."

"첫 시간부터 복잡하네요···."


알아서 먼지를 몰아내라는 주문은 버거워 보이니 난이도를 조금 낮춘다.


"오늘의 첫 번째 할 일! 공기를 이용해서 먼지를 건물밖으로 몰아내자! 방법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처음이니 추천하는 건 공기를 어떠한 형태로 형상화시키는 작업에 몰두하는 걸로!"

"네."


그 후, 정확히 경계선을 정해놓고, 경계선만 긋지 않고 장벽도 지어서 확실하게 분량을 반으로 나눈다.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내 쪽의 먼지가 침투하지 않도록, 그리고 내 쪽에 '쟤'의 먼지가 침투하지 않도록 한다.

딱히 말하지는 않았는데, 햇빛으로 경계선 위의 먼지가 멈춰있는 걸 보고 눈치를 챌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

그다지 말을 않는 걸 보면 모르는 걸지도.

하여튼.

난 1분 안에 끝이 나지.

따로 몰아내는 게 아니라 반대로 먼지를 한 점으로 모은다. 구석부터 끌고와서 한 점으로 모은 뒤 밖으로, 뭉친 상태라서 나름 중력을 받아 청소기에 모인 먼지처럼 굴러다닌다. 쓰레기통이 있으면 모를까, 없으니까 어떻게 되든 알 바가 아니다. 바람에 휩쓸려 어딘가로 갈 수도 있고.

'쟤'는 차마 더러워서 실내로 들어가지 않지만, 그래서 버거운 모양이기도 하다.

먼지들이 나부끼는 걸 보면 가상으로 만든 파리채 비슷한 걸로 휘젓는 모양인데.

그렇게 해서는 파리채가 지나간 자리에 먼지가 다시 채워지므로 운동량이 훨씬 많아진다.

그러나 창고를 가득 메울 만한 위력이 없다면 그래야 되는 게 현실.

부족하면 고생해야 한다.


"선생님."

"왜?"

"공기를 쇠구슬처럼 봐도 되나요?"

"염동력자는 만물이 쇠구슬이거든?"

"알겠어요."


억지로 특기를 지울 필요는 없다.

일부러 공기와 공기를 이어붙여서 파리채로 만들어 밀어내는 것도 지겹겠지.

원래는 척력을 만들어내서 유지시키는 게 특기였던 애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려는 건 가소롭다.

평소 하던대로 10개의 구 형태의 영역이 만들어진다. 평면 대열로 만들어지면 좋겠으나 평소 하던대로라서 옹기종기 붙은 형태로 비효율적이게 밀어낸다.

비효율적이지만, 그만큼 빈틈도 적어서 빠져나오는 먼지의 수량도 적다. 확실하게 빗자루 역할을 제대로하고 있어 만족스럽다.

제어에 몰두해서 일사천리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땀도 흘리면서, 그렇지만 애써 노력해서 쉬려고 하지도 않는 끈기를 끝까지 바라본다.

총 7분.

위력을 유지하는 것도 더불어서 거의 숨도 최소한으로 한 상태로 임한 것 같은 태도는 배우려는 마음이 진심이란 걸 알려준다.

말로만 그러는 성격이 아니다.

투박하고 매정한 게 단순히 성격이 더러워서 그런 게 아니라는 증거다.


털썩


"됐죠?"


어쩔 수 없이 엉덩방아를 찧는 모습이 너무나도 장하다.

좋은 스승이기 이전에 좋은 제자를 만났다는 기쁨.

한 번도 스승이 되고자 장래를 가졌던 적은 없지만.


"이래도 첫 번째란다."

"학기보다 힘들어요."

"그래서?"

"그래서··· 좋아요."


차 안에 미리 준비한 준비한 아이스 박스에서 음료수를 건네준다.

얼음 충전은 호텔에서 하면 되는 아이스 박스라 2주 동안은 거뜬하다.

이제 창고도 청소가 되었으니, 본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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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용병(20) 21.07.12 38 0 12쪽
55 용병(19) 21.07.09 34 0 12쪽
54 용병(18) 21.07.07 3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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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용병(15) 21.07.03 38 0 12쪽
50 용병(14) 21.07.03 36 0 12쪽
49 용병(13) 21.07.01 29 0 12쪽
48 용병(12) 21.06.30 38 0 12쪽
47 용병(11) 21.06.29 39 0 12쪽
46 용병(10) 21.06.28 38 0 12쪽
45 용병(9) 21.06.27 36 0 12쪽
» 용병(8) 21.06.26 36 0 12쪽
43 용병(7) 21.06.24 38 0 12쪽
42 용병(6) 21.06.23 44 0 12쪽
41 용병(5) 21.06.22 41 0 12쪽
40 용병(4) 21.06.20 33 0 12쪽
39 용병(3) 21.06.20 29 0 12쪽
38 용병(2) 21.06.19 33 0 12쪽
37 용병(1) 21.06.18 37 0 13쪽
36 희생자 4 21.06.17 33 0 13쪽
35 멘데이트(15) 21.06.17 34 1 12쪽
34 멘데이트(14) 21.06.15 36 0 13쪽
33 멘데이트(13) 21.06.13 32 0 12쪽
32 멘데이트(12) 21.06.12 35 0 12쪽
31 멘데이트(11) 21.06.11 3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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