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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TYE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2
최근연재일 :
2021.07.15 18:05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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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5
추천수 :
45
글자수 :
320,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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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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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용병(2)

DUMMY

능력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동정심이나 공감대가 형성되는 건 어림도 없을 일.

그러니까, 이건 호기심에 불과하다.

옛날의 나와 태도는 엄연히 다르지. 그 때는 순순해서 순종적이었다고 보는데, 영 삐뚤어진 게 눈에 거슬린다.

원래 여기에 오는 일이 지루하진 않았는데, 안 그래도 지루하지 않은 중에 찾아낸 주옥이다.


"준비운동을 안 해도 괜찮겠니?"


가벼운 마음으로 물어보고, 반응은?


"능력 사용에는 지장이 없을 건데요."

"글쎄? 과연 지장이 없을까?"

"네?"

"일어나자마자 절대 놓치는 안 되는 물건을 염력으로 운반해야 된다고 하자. 절대 쉬어서도 안 되고, 한 가야 하는 거리가 2km라고 치자. 그렇다면 처음에 들어올렸을 때 잘 운반할 수 있겠냐 말이지."

"자신감의 차이가 아닐까요?"

"선생님은 자신감이 충분한데 말이야. 그래도 책임이란 게 있으니까 일단 하는 거지. 이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거지. 실수를 안 할 자신감이 있든 없든, 준비운동이 덜어주는 부담감은 거짓이 아니지."

"못 믿겠는데요."

"그러면, 오늘만 특별히 준비운동 없이?"


선생과 아이들을 흘깃 쳐다보면서.


"오늘만 그러는 거예요?"

"시험인데도요?"


한마디 덧붙이면 어떨까.


"안 하면 못하곘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

"하지만, 안 하고 해보고 싶긴 해요."

"한 명뿐이니?"


말을 못해도 저절로 손이 들려진다. 역시 호기심이 왕성할 때라서 그런지 의견이 한 명이라도 튀어나오면 자신감이 붙는 모양인가?

하필 이 격변을 요주의 학생이 일으켰다니, 괜히 눈여겨 보는 게 아니다.


"여러분의 소망대로 준비운동을 생략할게요."


선생도 어떻게든 책임을 지려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나에게 하는 말로는,


"꼭 지켜주세요."


작은 목소리로 귓속말인 듯 아닌 듯 전달하고 바로 테스트에 돌입한다.

거창한 테스트는 아니다. 단순한 적성검사에 불과하다.

제대로 기록 갱신을 위한 테스트보다는 어느 성향에 출중한지 알아보는 실험이다. 나도 옛날에 받아봐서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전투스타일도 여기서 확립된 것이고.

여러 번 받은 애들이라서 기구만 던져주어도 알아서 한다.

그리고 기구가 아니고 기계 자체를 던져주는 것이라 처음 한다고 해도 이해 못할 건 없다. 그냥 보이는 대로 알아서 해주면 된다. 옛날에는 막 몸으로 설치한다고 그런 오합지졸도 없었는데.

낚싯대처럼 허공에 실로 연결된 볼을 건드리는 식으로 완력 테스트가 이루어진다. 그냥 실은 당연히 아니다. 내구력은 충분히 검증되어 있으며 단순히 지탱만 해주는 역할도 아니고 정보 전달 역할도 한다. 일명 고성능 케이블이라고 할까, 기계치라 잘은 모르겠고.

진행 방식은 정면, 측면, 아래, 위로 진행된다. 옆에서의 정면이 측면이라는 식으로는 당연히 안 되며, 정확히 기계가 지시하는 표시선에만 있어야 테스트가 진행된다.

어린 아이들이라 조심스레 접근하는 게 즐겁다. 한 명씩 번갈아 가면서 한 바퀴를 도는데, 죄다 방향 조절에 힘 쓴다고 부단하다.

조금만 방향이 틀려도 '다시 시도해주세요' 이러니까 그러는 거긴 하다. 따지고 보면 완력 테스트뿐만 아니라 여기에서 제어력을 어느 정도 추출할 수 있다. 애들은 모르겠지만, 이 데이터가 다음 테스트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잘 모를 테다.


"다음!"


드디어 올 것이 왔네.

그 녀석이다.

준비운동을 안 한 것에 대해 한 가지 덧붙이면,

이미 애들은 혹독히 경험했다.

아무래도 제어가 익숙하지 않다 보니 '다시 시도해주세요'만 몇 번을 들었는지.

이번에는 다를까? 어쩔 거지?


"흐읍!"


퉁!


실에 걸린 미끼가 날아간다.

영 좋지 않은 방향으로.


"다시 시도해주세요."


웃음기가 절로 나오려고 하지만 육성으로 터뜨리기에는 자존심이 상처 받을까봐 최대한 포커 페이스로 바라보자.

어차피 비웃을 시간은 많다. 그래도 참을 수 없어서 1단게 테스트가 끝나자마자 한소리 한다.


"뭐야, 한 번에 못하잖아?"

"실수에요."


실수라고 하기에는 평소에 한 번에 성공했던 전례가 있어서 더욱 스트레스일 거다.

실력자라고 해도 애다. 그 한계에서 못 벗어난 녀석이다.

다음은 순발력 테스트다.

구체로 된 방 안에 들어가서 백방에 깔린 꺼진 조명 중에서 밝혀지는 조명을 신체가 아닌 능력으로 조작하면 끝이다.

두더지 잡기처럼 나왔다가 사라지진 않고, 그냥 얼마가 걸리든 상관이 없으니 능력으로 건드리면 된다.

능력이 몇 종류인데, 다 똑같이 건들기 쉬운 능력은 아니다. 때로는 능력 때문에 이 테스트를 못 보는 경우도 있고. 불 능력자면 정말 까다롭지. 온도 센서가 있어서 근처에 있어도 반응하나, 일단 불태워 먹으면 안 되니 웬만해서 제외시킨다. 물 능력자 정도는 방수가 있어 홍수가 나는 것만 아니면.

그래서 결과는?

그럭저럭, 전회보다는 기록이 낮아도 준비운동만 안 한 정도에서 이해 가는 기록이다. 5초 낮아진 거면 컨디션 난조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제 괜찮죠?"

"미안~"


자신감이 돌아오는데, 마지막까지 그럴지 기대를 건다.

왜냐하면, 마지막 테스트가 매우 난해하기 때문이다.


"반짝반짝 테스트까지 끝났으니, 이제는?"

"장기자랑이요!"

"먼저 말할라 했는데!"

"···네, 그거예요!"


선생의 대답에 다들 신이 나는 것 같다.

전원 참가가 필수인 테스트는 아니다.

여긴 창의력 부문이니까.

참여했다고 매번 참여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미래를 위한 포트폴리오 같은 것이기도 한 영역이다.

취지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

말로는 장기자랑이라고 해도 눈여겨 보는 건 외부의 인물들이지.

선생은 따로 하지 않지. 괜히 몰아세우는 건 좋지 않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얼마나 활용할 줄 아는지 지켜보는 것이 의무다.

뭐, 평가를 안 한다고 했지 보상이 없는 건 아니다. 아무래도 시키는 대로만 하는 영역이 아닌 어려운 과제는 당근을 쥐어주는 게 정석이다.


"오늘은 선물 보따리가 있단다! 도전하는 사람은 마음껏 한 움큼씩 쥐어가면 돼!"


나름 선심쓰는 척 말했지만, 반응이 시큰둥 한 건 인간의 욕망이지.

서서히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건 당연한 전략이지. 그러나 강도를 조절하는 점에서 굉장히 어렵지.

사탕부터 시작해서 초콜릿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를 했는데 안 질려하는 게 이상하다.


"다른 건 없나요?"

"아이스크림 같은 건요?"


여름이니까 아이스크림. 그런데, 무슨 아이스크림을 요구할지는 선생에게는 까마득한 요구겠다.

어안이 벙벙이다. 참 계획성도 없다. 기껏 장만해서 대량 구매를 했을 텐데.

이왕 이렇게 된 김에 공약을 내세워야지.


"어떤 거?"

"전문점에서 파는 거요!"

"그런 거라면 1명당 한 주먹 거리 정도 먹일 수 있는데?"

"네?!!"

"정말요?!!"


환호도 있고, 좌절도 있다.


"오늘 준비 안 했는데···."

"참여만 하면 줄게."

"할게요!!"


돈을 번 기념이지, 그게 아니고서는 이런 짓을 할 이유는 없다.

선생 같은 공무원 입장에서는 아직 월급까지 기간이 남았으니 당장 쓸 겨를은 없을 테니 대신이다.

빚을 진다는 느낌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을 건데, 설득은 나중에.

장기자랑은 흥미롭다.

몇 명 주의 깊게 바라보던 애들은 배신을 하지 않는다. 의욕이나 자신감이 없지 할 때면 한다.

빛 계열, 그 중에서 색을 조작하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애는 능력에 걸맞게 예술적인 행보를 보인다. 영원하지 않을 색이라도 도화지에 손을 대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솜씨는 보통 상상력이 아니다. 정말 자신감만 없지 할 때면 한다.

다른 능력이 눈에 안 들어온다. 4대 원소를 다룰 줄 아는 애들이 몇 명 있긴 해도, 그 애들이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붙어 봤던 능력자의 하위 호환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오히려 이색적인 퍼포먼스여야지 겨우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좋게 말하면 실용성이 충분하단 소리니 안심해도 되고.

그런 의미에서 이 반의 유일한 염동 능력자인 걔가 보여 줄 퍼포먼스가 뛰어날 거란 생각이 안 든다.


"어떤 걸 보여줄 거니?"


물어보나, 표정은 썩 귀찮다는 듯이,


"준비물이 필요하거든요?"


그러나 준비물이 필요하다면서 손에 들려있는 건 없다.


"무슨 물건?"

"쇠구슬들이요."


염력에게 빠져서는 안 될 준비물이긴 하다. 쇠가 아니어도 구슬만큼 제어 능력을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구다.

늘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가져다 줄까?"

"제 자리에 있을 거예요."


가져오는 게 아니라 내가 가져다 준다고 해서 무례하지는 않다.

어차피 이곳에서 발을 뗄 생각도 없다. 이미 여러 번 가져다 주었으니 위치도 잘 아는 상황이다.

멀리서 천천히, 혹시나 복도에 지나다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니 천장을 타고 오도록 조작한다. 그렇게 해서 책상에서 이 그라운드까지 쇠구슬 무더기를 배달하는 데 성공한다.

오늘이 처음이 아니라 다른 애들이나 선생까지 반응이 무덤덤해진 것 같다.


"이거 하나면 되겠지?"

"네."


주머니를 풀어서 쇠구슬을 땅바닥에 버려버린다. 타일이 박혀 있는 바닥이라 좋다. 모래가 묻지 않아 쇠구슬과 모래가 두둥실 떠다니는 현상은 이제 못 보는 건가.


"할게요."


쇠구슬 무더기가 공중으로 올라간다. 당장은 무더기 그대로 올라가서 비비적 댄다.

그러다가 쇠구슬이 하나둘씩 독립을 하기 시작한다. 급속도로 무더기에서 빠져나가면서 한 지점에 바로 자리를 잡는다. 자리를 지키는 건 오래되지 않는다. 다른 쇠구슬이 빠져나가면서 그 자리를 꿰차고 있던 쇠구슬은 튕겨져 나가듯이 더 밖에 자리를 잡는다.

그러나 자리들이 일정하다. 우주의 행성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런 느낌일 것 같이 미동도 하지 않고 자리를 지킨다. 쇠구슬들의 튕겨져 나가면서 계속 밖으로 이탈해 나가는 쇠구슬들이다.

흐음, 어떤 원리인지 선배로서 알 것 같네.

쇠구슬마다 영역을 만들어 줬다, 고 보면 되나.

간격이 일정하니까. 그러니까 쇠구슬 개별마다 척력을 작용시키고 있다.

대단한 걸? 이게 7살이라. 감탄스럽다. 내 눈은 건재하다.

그렇게 총 64개의 쇠구슬이 척력을 일으키며 행성 모양을 만든다. 핵부터 표면까지 둥글게 구성되어 있다.

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척력의 범위가 점점 확장된다.

잇따라 행성 모양이 점점 커져간다.

개별적으로 하나둘씩 늘어나가는 게 아니라 64개 전체를 한꺼번에 늘려나가는 일은 이도 역시 7살의 평균에서 지나친다.

너무 지나치다.

미동도 안 하던 쇠구슬들이 떨기 시작한다.


우두두두두두두둑


거기까지가 한계다. 표면 쇠구슬에 너무 집착했던 모양인지 내부를 이루고 있던 쇠구슬들이 통제력을 잃고 밑으로 우수수 떨어진다.


"박수!"


짝짝짝짝짝짝


한 명이 끝날 때마다 하는 관례다. 이번 차례가 더 잘했다고 해서 쳐주는 건 아니다.

그래도 사심이 있어서인지 다른 애들보다 좀 더 세게치는 느낌.

하지만 박수 소리가 그리 크지 않으니 묻혀가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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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용병(23) 21.07.15 31 0 15쪽
58 용병(22) 21.07.15 35 0 12쪽
57 용병(21) 21.07.13 35 0 12쪽
56 용병(20) 21.07.12 38 0 12쪽
55 용병(19) 21.07.09 34 0 12쪽
54 용병(18) 21.07.07 32 0 12쪽
53 용병(17) 21.07.06 35 0 12쪽
52 용병(16) 21.07.05 36 0 12쪽
51 용병(15) 21.07.03 38 0 12쪽
50 용병(14) 21.07.03 36 0 12쪽
49 용병(13) 21.07.01 29 0 12쪽
48 용병(12) 21.06.30 38 0 12쪽
47 용병(11) 21.06.29 39 0 12쪽
46 용병(10) 21.06.28 38 0 12쪽
45 용병(9) 21.06.27 37 0 12쪽
44 용병(8) 21.06.26 36 0 12쪽
43 용병(7) 21.06.24 38 0 12쪽
42 용병(6) 21.06.23 44 0 12쪽
41 용병(5) 21.06.22 42 0 12쪽
40 용병(4) 21.06.20 33 0 12쪽
39 용병(3) 21.06.20 29 0 12쪽
» 용병(2) 21.06.19 34 0 12쪽
37 용병(1) 21.06.18 37 0 13쪽
36 희생자 4 21.06.17 33 0 13쪽
35 멘데이트(15) 21.06.17 34 1 12쪽
34 멘데이트(14) 21.06.15 36 0 13쪽
33 멘데이트(13) 21.06.13 33 0 12쪽
32 멘데이트(12) 21.06.12 36 0 12쪽
31 멘데이트(11) 21.06.11 3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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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멘데이트(4) 21.06.03 33 0 12쪽
23 멘데이트(3) 21.06.02 37 0 12쪽
22 멘데이트(2) 21.06.01 40 0 12쪽
21 멘데이트(1) 21.05.30 37 0 11쪽
20 희생자 3 21.05.29 4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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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3) 21.05.27 38 0 12쪽
17 ???(2) 21.05.26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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