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잠시 안녕히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TYE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2
최근연재일 :
2021.07.15 18:05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2,996
추천수 :
45
글자수 :
320,977

작성
21.06.09 18:31
조회
31
추천
0
글자
12쪽

멘데이트(9)

DUMMY

자경단이라는 단체가 공공 단체도 아니고 일일이 한 곳에 모여서 같이 행동할 필요는 없다. 말은 다 같이 듣는 것처럼 했지만, 표만 끊어주는 거지 개인 사정이다. 정 가고 싶지 않다면 가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대신 신청을 해 놓고 돈을 공중분해 시키는 행위는 반성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개별 행동이라 누가 그럴지는 알 수 없다. 일단 가는 사람이 아닌 것은 알 수 있다.

비록 공공 단체는 아니더라도 피보호자를 동원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표를 QR 코드로 인식시켜서 통과시키는 게 관례인데, 하필 그 피보호자가 폰이 없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

'데몬'이 보고싶다고 해서 동행해서 홀 정문을 통과한다. 좌석은 선착순인 것 같다. 지정을 안 해도 연달아서 두 명이 표를 끊으니 저절로 이어진 좌석을 부여받는다.


조합에 대해서.


'멘데이트'와 '데몬'이 같은 강의를 듣는다는 것 자체가 의문이다. '데몬'은 사상에 관련해서 문외한일 텐데, 과연 강의를 듣는 게 가당키나 할까.


"이런 강의를 들어본 적은 있니?"


그러자 '데몬'은 고개를 가볍게 가로젓는다.


"입문하려고 하면 어쩔 수 없지."


그렇다고 이번 강의를 듣는다고 해서 '데몬'이 같은 생각을 가지리란 환상을 가지진 않는다. 연설이 아니고 강의다. 연설을 듣는다고 하면, 설득을 당하는 걸 목표로 할 테고, 강의라면 문외한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강사가 어떤 내용을 들고 왔는지는 팜플랫으로 대충 알 수 있지만, '데몬'은 이걸 알 리가 없겠다. 그만큼이나 목차라고 할 게 전문용어가 난무하고 있어서 참 어렵단 생각이 든다. 첫인상에서 접근성 자체는 굉장히 어려운 편이다.

가끔 이렇게 자경단에서 표를 지원하는 걸 볼 때마다 '단장'의 실체가 이와 관련되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공통점을 찾을 수 없었다. 강사의 소속이나 계를 따라간다고 해서 그 위에 군림하고 있는 인물들은 전부 일치하지 않았다. 그 중에서 누가 '단장'일 거라는 예상도 감히 할 수 없었다. 그 누군가가 '단장'이라고 하면 행동 방침에 있어서 자경단과 비슷해야 하지만 그러는 일은 없었다.

'멘데이트'는 그래서 그 이후로 '단장'을 찾기 않기로 했었다. 그래도 본능적으로 가끔은 찾지만, 결국 현재로는 알아낸 정보가 없으니 그 방침은 그대로다. 알아도 유리한 정보는 없을 것이고 말이다. 또한, '단장'이 있는 곳이 심연이라고 하면 대가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알려고 들지 않는 게 상책이겠다.

아무튼, 강의의 내용은 철학자들의 주장을 바탕으로 한 미래상이었다. 이미 '멘데이트'는 들은 바가 있는 주장의 연속이라 지겨웠다. 철저하게 관료 중심으로 일부에게만 맡기지 않고 국민들이 각자 의사를 들고 일어서야 한다는 주장, 급진적이지 않은 공산중의의 주장으로 옛날 기준으로는 반역에 가까운 발언이긴 했다. 지금은, 너무 뻔한 소리가 되었다.

이 강의의 목적은 재교육이다. 아직도 노동자라는 정체성에 몸을 팔아 해방되지 못한 인류로 남지 말라고 강사는 경고해주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강의라면 표를 구하는 식이 아니라 당당하게 무료로 대학교 세미나실이라도 빌려서 해야 되는 게 아니던가? 그 부분이 조금 아쉬운데, 그렇다고 이미 알고 있는 시청자들에게도 수준이 낮은 강의는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심층적으로 과거 위인들의 서적을 인용한 것들이 수준이 높았다.

'데몬'은 어땠을까. 고작 해봐야 화이트보드 없이는 예, 아니오로만 대답할 수밖에 없어 질문을 신중하게 한다.


"마음에 드는 사상이 있었니."


절레절레


"잘 몰라서 그러는 건가?"


끄덕끄덕

역시나 수준이 너무 높았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가볍게 받아들이면 그것대로 자신과 타인을 동시에 힘들게 만드는 게 사상이다. 알게 모르게 받아들이는 것보다 모르는 채로 있는 게 낫다.

톡톡

손가락으로 '멘데이트'를 불러세운다. 어리둥절하는 '멘데이트'지만, 그렇게 답이 멀리 있지는 않다. '데몬'은 그저 자신이 대답은 두 가지 종류로만 할 수 없다는 것에 안달이 난 상태다.


어떻게.


이럴 때에 폰을 쥐어주면 그만이다. 잠금화면만 풀어주자 알아서 메모장으로 들어간다.


어떻게.


은연 중에 아는 상식이다.


'어떤 정신으로 이 단이 창설된지 알게 되었죠'


"그 정도면 충분해."


'오히려 아무 생각도 없는 제 쪽이 멍청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쉬운 질문은 아니네."


학벌 같은 요소들은 다 내려놓고 '데몬'에게 '멘데이트'는 조언을 해준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떳떳하게 다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각 사정에 따라서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하는지 파악하고 지지자들을 가지고 있으면 똑똑한 것이 맞겠지. 셋 다 해낼 수 있어야 돼. 그러지 않으면 까막눈이거나 선동가거나 무능력자로 불리는 게 보통이지. 그토록 리더쉽을 강조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리더가 될 수는 없어. 이상적인 세계는 만인이 리더쉽을 가지는 걸 원하지만, 태어나는 게 각자 불공평하면 이룰 수가 없는 세상이지. 노동자라는 자신을 버리고 개혁에 힘 쓰자는 것도 각자 사정을 고려 안 하는 방식이기도 하고. 사람이 완벽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믿음 자체가 잘못인 거지. 끊임없이 세대를 잇더라도 싸워야 한다는 건 숙명인 셈이지."


'답은 없는 거네요'


"내 견해로는."


누구에게는 이상향이라 할 수 있어도 언젠가는 부패하기 마련이다. 부패를 막기 위해서는 처절한 사투가 필요하다. 언제나 현실을 물리쳐야 한다는 것, 과거나 미래에도 마찬가지다. 그 누구도 필요악이기에 자경단이 존재하는 것이다.

어떤 세계에서는 '데몬'을 필요하기도 할 테니까, 그래서 굳이 말하자면 '데몬'이 그대로 남아있어 줬으면 하는 바램이 은연 중에, '멘데이트' 속에 잠겨 있다.


- - - - - - - - - -


[청호회, 괴멸 작전 성공]


폭력조직이 또 하나 박살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번 정권에 들어서 몇 개나 되는 조직이 박살 났는지는 이게 기억도 안 난다. 폭력조직에 관한 정보를 '멘데이트'가 귀를 기울여서 듣는 편이 아니라 그렇다. 흔한 사회악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에는 동조를 한다. 잘한 일을 없던 걸로 만들 수는 없다. 정권 자체가 가진 폭력성 자체가 행동에 드러난다고 볼 수 있어도 그걸로 해코지를 할 생각은 없다.

기관읜 순기능은 발휘되고 있는 중이다. 능력자의 등장으로 생겨 난 불법조직들이 암암리에 시민을 갈취하고 있었던 걸 문답무용으로 즉결 처형 형식으로 정리하고 있으니 살벌해진 만큼 일반 시민들은 편안한 시국이다.

어디까지나 독재다. 한 번 폐단이 일어난다면 정권의 위상이 금이 갈 것이다. 그런데도 소식이 없는 것은 진짜로 없거나 언론이 통제되고 있거나 둘 중 하나겠다. 조금이라도 민낯이 없을 수가 있나, 라는 게 전반에 깔린 의견이다. 독재와 반란과 민주주의,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 박자가 실현되고 있으니 어색하게 느낄 사람들이 많다.


아침에 대해서.


아쉽게도 식재료가 떨어져서 사와야 하는 입장이지만, 뉴스가 더 중요하다. 최소한 8시에 진행되는 뉴스만 소식을 다 들은 이후에 나가도록 게획을 짜고 있다. '멘데이트'는 기계가 아니다. 외부적인 곳에서 요인을 찾을 필요 없이 까먹었다는 말 한마디로 설명이 가능하다.

지금은 뉴스를 보는 게 최선이다.


[金 대통령, 임기 법을 따르겠다고 선언]


큰 뉴스든 작은 뉴스든 시기를 가리지 않고 나온다. 대뜸 헤드라인을 장식해도 될 만한 중요한 소식이나 지나가는 뉴스처럼 중간에 배치한 게 이상하다. 인터넷 기사나 각종 민간 언론에서 언급이야 하겠지만, 아쉬운 행보다. 조용히 집중한다.


"-법적으로 정해진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인 점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다고 김 대통령은 다음 자리는 정당하게 선거로 가릴 것이라며 일임 선언을 하였습니다. 자신이 정정당당하게 선마해서 자리를 차지 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 할 말은 없지만, 다음 자리까지 불법을 통해서 넘겨주는 것은 악습일 거라며 덧붙였습니다. 또한, 부당하게 반란으로 올라온 자리이기에 임기 이후에 前 대통령 대우를 받을 생각이 없다면서 기존의 특권 수혜 범위 안에서 스스로를 제명시키겠다고도 밝혔습니다."


어느 정도 잘된 상황이다. 목적에 통달한 것은 아니다. 일부분만 해소되었다고 볼 수 이쏙, 그렇다고 자경단이 바라는 이상향까지는 아니다. 단지 의구심은 드는 건 무슨 계기가 있어서 저러는 건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하염없이 사유 하다가 저런 결론이 도달했다고 인정하기가 싫어진다.

'멘데이트'는 그 소식을 끝으로 뉴스를 꺼버린다. 저것 이상으로 중요한 뉴스는 없어보여서 장을 보러 갈 준비를 한다.


- - - - - - - - - -


그 이후, '부단장'의 의견을 사무실에서 직접 듣게 된다.


"임기를 스스로 끝내겠다는 게 사실이더라도 활동을 중지할 생각은 없다."


입장 표명이 확실하다. 임무를 지시하는 건 아니나 자경단이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단장'의 의사가 곧 자경단의 정체성일 텐데, 이럴 때마다 '단장'의 존재가 알고 싶어진다.


"그러나 하나만은 알아줬으면 한다."


정작 말하는 것은 '부단장'이지만, 아무래도 '단장'과 연결이 되어있어서 이런 발언도 하는가 보다.


"정녕 이번 정권이 존속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특정 정권을 밀어줄 의향이 없다는 것도 알아주면 좋겠다."

"그저 올바른 세상을 위해서?"


'스텔라'가 이를 거들어 준다.


"엄연히 중립이라는 걸 명심해 주게."

"저희가 누굴 믿어 줄 정도로 깨끗한 기관은 아니지 않습니까."


끝은 '피노키오'가 장식한다. 오히려 자경단이 누굴 밀어준다는, 혹은 누구의 배후에 있다는 인식이 박히면 도와주는 일보다는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언제나 혐오하는 편은 있다. 똑같은 행위라도 공적이지 않은 단체가 벌이는 일들은 어떤 시선에서는 쿠데타와 다른 게 없다.

중립을 유지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중립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건 우리 조직 안에서 발생하는 일들, 이라 할 수는 없다. '데몬'이란 일원의 구조를 '멘데이트'가 인지하는 이상 그런 사고 방식은 금물이다.


"한편, 폭력조직이 하나 사라졌다는 뉴스가 있었던 것도 알고 있나?"

"예, 보고 왔습니다."


'부단장'이 '피노키오'에게 묻는 형식이나, 구도로는 사무실에 있는 전원=3명에게 질문하는 방식이다. '부단장'의 고개가 활발한 것이 그 증거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멘데이트'도 이에 반응한다.


"푸른 호랑이가 죽었죠."

"죽지 않았다."


순간 거짓 뉴스라 생각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르려고 한다. 언론 조작이라는 생각에 바로 직결된다.


"정확히는 죽었는데, 그 가죽이 다른 조직에 넘어간 거지."

"병합인가요?"

"병합이라 할 것 없이 일방적으로 흡수했지."


청호회라는 조직이 얼마나 센 진 모른다. 붙어본 적도 없으며, 우리의 관할이기에는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 그 쪽 정보력까지는 미치지 않은 게 진실일 수도 있다. 차라리 일반 범죄보다 특수 범죄를 잡는 게 훨씬 위상을 끌어올릴 수도 있긴 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런 일망타진을 위해서는 패싸움이 전제로 되는데, 자경단이 그런 쪽에서는 약한 편이 맞다. 단합력 쪽이.


"조직의 이름은 몰라도 되네. 언론에서도 모르는 조직일 테니까. 무명의 조직인데, 거사를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듣는 3명 모두 대답 없이 '부단장'을 쳐다본다.


"기관을 전복시키려고 말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용병 파트만 끝내고 원 컬러 매지션 연재를 재개하려고 합니다. 21.06.22 42 0 -
공지 연재주기는 제 맘대로입니다. 21.05.13 49 0 -
59 용병(23) 21.07.15 32 0 15쪽
58 용병(22) 21.07.15 36 0 12쪽
57 용병(21) 21.07.13 37 0 12쪽
56 용병(20) 21.07.12 39 0 12쪽
55 용병(19) 21.07.09 35 0 12쪽
54 용병(18) 21.07.07 33 0 12쪽
53 용병(17) 21.07.06 37 0 12쪽
52 용병(16) 21.07.05 36 0 12쪽
51 용병(15) 21.07.03 40 0 12쪽
50 용병(14) 21.07.03 38 0 12쪽
49 용병(13) 21.07.01 30 0 12쪽
48 용병(12) 21.06.30 39 0 12쪽
47 용병(11) 21.06.29 40 0 12쪽
46 용병(10) 21.06.28 39 0 12쪽
45 용병(9) 21.06.27 37 0 12쪽
44 용병(8) 21.06.26 36 0 12쪽
43 용병(7) 21.06.24 39 0 12쪽
42 용병(6) 21.06.23 45 0 12쪽
41 용병(5) 21.06.22 43 0 12쪽
40 용병(4) 21.06.20 34 0 12쪽
39 용병(3) 21.06.20 30 0 12쪽
38 용병(2) 21.06.19 34 0 12쪽
37 용병(1) 21.06.18 39 0 13쪽
36 희생자 4 21.06.17 33 0 13쪽
35 멘데이트(15) 21.06.17 35 1 12쪽
34 멘데이트(14) 21.06.15 38 0 13쪽
33 멘데이트(13) 21.06.13 33 0 12쪽
32 멘데이트(12) 21.06.12 37 0 12쪽
31 멘데이트(11) 21.06.11 34 0 12쪽
30 멘데이트(10) 21.06.10 35 1 12쪽
» 멘데이트(9) 21.06.09 32 0 12쪽
28 멘데이트(8) 21.06.08 33 0 12쪽
27 멘데이트(7) 21.06.07 39 0 12쪽
26 멘데이트(6) 21.06.06 36 0 12쪽
25 멘데이트(5) 21.06.04 35 0 11쪽
24 멘데이트(4) 21.06.03 35 0 12쪽
23 멘데이트(3) 21.06.02 37 0 12쪽
22 멘데이트(2) 21.06.01 41 0 12쪽
21 멘데이트(1) 21.05.30 40 0 11쪽
20 희생자 3 21.05.29 44 0 12쪽
19 ???(4) 21.05.28 40 0 13쪽
18 ???(3) 21.05.27 40 0 12쪽
17 ???(2) 21.05.26 36 0 12쪽
16 ???(1) 21.05.26 40 1 12쪽
15 희생자 2 21.05.25 38 0 13쪽
14 로래스(12) 21.05.24 37 0 14쪽
13 로래스(11) 21.05.23 37 0 12쪽
12 로래스(10) 21.05.22 58 1 11쪽
11 로래스(9) 21.05.22 38 0 12쪽
10 로래스(8) 21.05.21 45 1 12쪽
9 로래스(7) 21.05.19 43 1 12쪽
8 로래스(6) 21.05.19 41 1 11쪽
7 로래스(5) 21.05.18 50 1 13쪽
6 로래스(4) 21.05.17 64 3 12쪽
5 로래스(3) 21.05.16 83 1 12쪽
4 로래스(2) 21.05.15 85 3 12쪽
3 로래스(1) 21.05.14 112 2 12쪽
2 자기소개 21.05.13 231 9 12쪽
1 프롤로그. 희생자 1 21.05.13 412 19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