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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TYE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2
최근연재일 :
2021.07.15 18:05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2,907
추천수 :
45
글자수 :
320,977

작성
21.05.13 11:56
조회
406
추천
19
글자
5쪽

프롤로그. 희생자 1

DUMMY

서걱


"끄아아아아악!"


범죄자를 처단하는 건 즐겁다.

즐겁지 않을 수가 없다.

이렇게나 무자비하게 처리해도 범죄자라는 표식만 내세우면 이 사냥감이 난도질 당해서 죽든 알게 뭐냐.

정당한 사냥이다.

천연기념물을 건드리지 말라면서 사람을 죽여도 된다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그러니까 사랑한다고, 이 세계를.


이제 쓸모없어진 쓰레기의 왼팔을 걷어 차 버린다.


"야, 다음엔 어딜 잘라줄까?"

"죽여!"


너무 싱겁다.


"죽이라니, 아깝잖아. 오랜만에 잔혹한 범죄자를 만났는데 이제 20초? 22초인데?! 24초 만에?! 그럴 수 없지!"


서걱


"아아아아아아앜! 아아아아아아아!"


목이 쉬어라 울어댄다. 아무리 남이 고통스러워하는 걸 좋아해도 비명은 좋아하지 않는다.

죄책감이라는 개 같은 이유때문일 리는 없다. 아직도 나에게 일말의 인간성이 있다고 바라는 걸까나?

비명은 소음이다.

소음은 싫다.

그뿐이다.

그러나 고통을 주면 비명을 지른다.

비명은 소음이다.

소음은 싫다.

하지만, 고통을 주는 게 싫지는 않다.


난 답을 찾고 싶다. 고통을 줘도 비명을 안 지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저번에 실험했는데, 혀를 자르거나 하는 방향은 옳지 않다. 그러면 비명을 지르기 전에 금방 죽어버린다. 한 3명이나 그랬는데, 다 실패헀다. 혀는 어떻게 자르든 피가 많이 흐를 수밖에 없는 부위다.

그래서 항상 내게서 고통을 받는 사람은 비명을 지른다.

비명은 소음이다.


그러니까 때론 싫어한다고, 이 세계를.


기분이 나빠진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오늘도 술을 마시면서 행복한 척 잠이 들 수밖에 없는 건가.


"야, 이만 끝내자."

"죽여줘···."


아닌가, 이미 죽을 것 같기도 하다.

벌써 양팔을 잘라버렸고, 목이 쉬어대라 비명을 질러 이제 비명을 지르지도 않을 것 같다.

그치만 행복한 기분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잘 안다.




오늘도 이렇다. 내 우울증은 가시질 않는다.

언제 나는 하루만이라도 행복할 수 있지? 왜 내가 상대하는 범죄자들은 이렇게 약하지?

난 서열 74위라고? 74위라서 범죄자들이 나한테 쪽을 못 쓴다?

무슨 소리! 강한 자라도 착하지 않을 수 있다! 약한 자라도 착하지 않을 수 있다!

약한 자라고 다 나쁘지 않다! 하지만, 나쁜 놈들은 약하다! 왜일까!


그러니까 증오한다, 이 세계를.


"······."

"······."


아, 확실히 폐와 심장을 같이 찔렀으니 숨소리도 안 나오는 건, 뭐.


오늘 임무도 끝이다. 씨벌, 찾는 게 더 일이었어.

30초라고,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

그에 비해 보수는 짜. 물론 보수를 많이 받더라도 난 행복하지 않겠지. 더 많은 술을 사는 것 외에는 돈이란 많아봤자 뭐 하나.


갑자기 엄마의 안부 전화가 걱정된다. 언제 결혼할 거냐, 사귀는 사람은 있는가, 이제 지긋지긋하다.

이딴 병신한테 넘어 올 사람이 있겠냐고, 안 그래도 남자도 안 기어들어오는 마당이라고.


강하기만 하고 개판 난 인생이잖아.


맞다. 그게 맞다.

서열 74위, 나름 큰 지위라고 해도 거지 같은 인생이다.

환장할 노릇이다.


이미 환장한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겠다고.

고통을 즐기는 거야, 사지를 자르는 걸 즐기는 거야, 이제 무엇이 행복인지 모르겠다고.

남들 눈에는 환장한 것으로 보일 테고, 살인마라는 칭호도 나쁘지 않겠지.

그렇지만, 난 정의의 편으로 불리니까 '숙청자'일 테고,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아이러니지. 선한 행동을 한다고 해서 정의는 아니고, 악한 행동을 한다고 해서 악은 아니지. 난 잘 알아. 난 많이 겪어봤어. 넌 진리에 가까워 진 상태야. 아주 훌륭해. 좋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구나, 너.


그러니까, 넌 누구냐?

보이지도 않아. 보이는 건 있지.

양팔이 잘린 시체. 그리고 양팔은 내가 잘랐고, 가슴팍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나오고 있지. 사후경직이 오기 전까지 그럴 건데, 저건 이제 사람이 아니라고.


넌 사람이 뭐냐고 생각하냐.


뭔가 교훈을 주려는 생각인가 본데, 그 말이냐?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그거? 데카르트?

내용은 중요하지 않아.

넌 누구냐?


글쎄? 난 누구든 될 수 있지?


넌 누구냐고!


누구냐는 질문이 의미가 있을까? 일단 질문을 바꿔 보는 게 어때?


뭐?


'누구냐', 'Who'라는 질문보다는 '어디냐','Where'이라는 질문이 낫지 않겠어? 그게 네 신변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그래서?


'어디냐'고 질문하라고.


어딘- 데엑-···


아, 좀 더 빨리 물었어야지. 사실 물어도 소용없긴 해. 어휴, 좆같은 일용할 양식을 줘서 고맙습니다.


니, 씨발···


역시 최후는 육두문자가 딱이지.


······


술에 쩔어있는 등신치고는 잘 버텼어. 서열 74위 성능 확실하구만.

자, 새로 태어난 기념을 위해서 육성으로 말해보자.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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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용병(20) 21.07.12 38 0 12쪽
55 용병(19) 21.07.09 3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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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용병(6) 21.06.23 44 0 12쪽
41 용병(5) 21.06.22 41 0 12쪽
40 용병(4) 21.06.20 33 0 12쪽
39 용병(3) 21.06.20 29 0 12쪽
38 용병(2) 21.06.19 33 0 12쪽
37 용병(1) 21.06.18 37 0 13쪽
36 희생자 4 21.06.17 33 0 13쪽
35 멘데이트(15) 21.06.17 34 1 12쪽
34 멘데이트(14) 21.06.15 36 0 13쪽
33 멘데이트(13) 21.06.13 32 0 12쪽
32 멘데이트(12) 21.06.12 35 0 12쪽
31 멘데이트(11) 21.06.11 32 0 12쪽
30 멘데이트(10) 21.06.10 3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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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멘데이트(4) 21.06.03 3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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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희생자 3 21.05.29 43 0 12쪽
19 ???(4) 21.05.28 38 0 13쪽
18 ???(3) 21.05.27 38 0 12쪽
17 ???(2) 21.05.26 36 0 12쪽
16 ???(1) 21.05.26 39 1 12쪽
15 희생자 2 21.05.25 38 0 13쪽
14 로래스(12) 21.05.24 35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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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로래스(9) 21.05.22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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